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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vs. 이상, 변혁의 연착륙 지점을 찾아라

카렌 골든-비들(Karen Golden-Biddle) | 122호 (2013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겨울 호에 실린 보스턴대 조직행동 교수 카렌 골든-비들(Karen Golden-Biddle)의 글 ‘How to Change an Organization Without Blowing It Up’을 번역한 것입니다.

 

조직 변화를 위해 빅뱅 우주론(Big Bang theory)과 유사한 접근방법을 도입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돌연 엄청난 규모의 변화가 시작되며 갑작스런 변화가 위기 대처 방안으로 선택될 때가 많다. 이런 접근방법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한 마음을 버리도록 갑작스레 충격을 줘야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모범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받아들인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위급 경영진이 변화를 촉발시키기 위해 긴박감을 조성하거나 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조직에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는 강렬한 열망을 갖고 있는 신임 CEO가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례가 말해주듯 빅뱅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기껏 변화를 위한 전략을 택했으나 직원들은 오히려 불만을 느끼고 새롭게 탄생한 해결 방안도 별 볼 일 없는데다 영속적인 효과조차 미미할 때가 많다.1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반드시 이런 식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천만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하기보다일상적인 단절(everyday disconnect,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기대와 실질적인 업무 처리 방식 간의 차이)’을 총체적으로 찾아내는 방법을 활용하면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단절은 어떻게 하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지 고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처럼 규모가 작은 일련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그리고 수많은 변화를 한데 엮어주면) 대대적인 쇄신과 소규모 시범 프로젝트(결과가 너무 늦게 나타나고 그나마 별다른 도움조차 되지 않을 위험이 크다)의 중간쯤에 놓여 있는 실용적인 절충안을 찾아낼 수 있다.

 

조직 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중도 방안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의 관리자들이 최근까지 조직 변화를 추진할 때는 아예 전면적인 방안을 택하거나(빅뱅) 그렇지 않으면 규모가 작은 방안(지배적인 조직 문화와 분리된 시범 프로젝트)을 택해야 한다는 가정에 사로잡혀 중도 방안을 시도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 경계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좀 더 어렵고 직원들의 이동성이 떨어졌던 과거에는 이런 가정이 타당했을 수도 있다. 오늘날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과거보다 한층 복잡하며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직 내에서 관리자들이 단계적 변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고위급 경영진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일상적인 단절을 발견하는 직원들의 집단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조직은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긴 하지만 예산 및 시간이라는 제약 조건 내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변화 시도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속도로 이런 단절을 찾아내기 위한 방안을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필자는 연구를 통해 업무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단절을 발견하고 조직 하부에서부터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3개의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구 내용참조.) 3개의 접근방법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조합해 활용할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3개의 기법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3개의 접근방법은 모두 업무 설계, 모범 관행, 훈련 등과 같이 엄격하고 규범적인 활동을 활용하고, 각 활동에 내재돼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된 가정을 배제하며, 이런 활동을 새롭고 더 나은 업무 완수 방식을 찾아내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변모시킨다.

 

 

연구를 통해 찾아낸 3개의 기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업무 발견(work discovery): 업무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하지 말고 실제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관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견하게 마련인 예기치 못한 요소를 자산으로 전환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2. 모범 관행(better practices):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적용했을 때 자사 조직 내에서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유심히 관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활용해 좀 더 뛰어난 자사만의 관행을 만들어내야 한다.

3. 시험 훈련(test training): 훈련 기간 동안에는 표준 운영 절차를 통제하기보다 업무 처리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좀 더 뛰어난 가능성을 고심하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훈련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야 한다.

 

각 기법을 활용할 때 익숙하지 않은 요소와 익숙한 요소를 서로 짝 지어주면 통념적인 가정을 배제하고 추가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업무 발견 기법을 활용할 때는 관리자의 집무실이라는 익숙한 영역과 현장에서 진행되는 일선 업무라는 익숙하지 않은 영역을 한 쌍으로 묶은 다음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모범 관행 기법을 활용할 때는 다른 조직의 관행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요소를 자사 조직 내부로 들여온 다음 현재 자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익숙한 요소)과 비교할 수 있다. 시험 훈련 기법을 활용할 때는 새로운 표준 운영 절차와 훈련 기간 동안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운영 절차를 짝 지어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이처럼 익숙한 요소와 익숙하지 않은 요소를 한 쌍으로 만들어 서로 비교하면 사람들이 익숙한 기대 너머를 생각하고 실제 업무를 바라볼 때도 이미 정해져 있는 규정이나 가정이 아니라 가능성을 중시하게 된다. 이와 같은 3개의 기법을 활용하면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이 단체로 일상적인 단절을 찾아내고, 매우 익숙한 맥락 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고안해낼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체계적인 개선을 이뤄내고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조직 내에서 계속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뤄낸 다음 각각의 조각을 새롭게 짜 맞출 수 있다.

 

 

3개의 발견 기법

 

조직 변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활용 중인 방식 너머를 바라보는 집단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역량은 그동안 개인 차원에서도, 조직 차원에서도 널리 연마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개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아붓느라 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능성을 간과하곤 한다. 그것이 문제다. 저명한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나는 창 밖을 바라볼 때 명백하게 존재하지만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는 것을 바라본다2 는 말로 자신의 통찰력을 설명했다. 드러커의 말처럼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는 지금 현재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는 능력(직장에서는 지금 현재 활용 중인 업무 방식 너머의 것을 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역량을 키우려면 먼저 발견 기법을 실행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업무 발견:실제로 업무가 진행되는 곳에서 직접 검토하라. 일선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관찰하려면 고위급 관리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조직원들이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 실제로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두 눈으로 직접 관찰한 결과와 기대치를 비교할 수 있으며 비교 과정을 통해 프로세스 내에 어떤 단절이 존재하는지 찾아낼 수 있다. 일례로 위스콘신에 위치한 중간 규모의 지역 의료기관 테다케어(Theda Care)의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입원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모형을 개발했는지 살펴보자. 협력 치료 (collaborative care)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테다케어의 치료 모형은 미국 전역에서 환자 및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고 치료의 질 및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테다케어는 환자 중심의 협력 치료 모형을 개발해 필요할 때마다 언제건 병상 옆에서 치료가 이뤄지고 의료진이 환자의 회복에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테다케어의 수석 부사장이었던 캐스린 코레이아(Kathryn Correia)는 혁신적인 협력 치료 모형의 기원이 2003년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직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겼던 코레이아는 병원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가령, 코레이아는어떤 부분을 바로잡아야 할까? 병원이 환자에게 우수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며 방사선 처치실, 검사실, 외래환자 수술, 호흡기 요법 등 소규모 치료 클러스터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요소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등의 질문을 던졌다. 코레이아는 병원 관리자 및 의료진(간호사, 의사, 약사 등)과 함께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들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코레이아는 병원의 응급 환자, 입원 환자, 외래 환자에 대한 치료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좀 더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 병원 각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의료진 및 관리자를 한데 모았다. 각 의료진은 전체 환자 치료 과정 중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인데다 관리자들은 직접적인 환자 치료 현황을 빠짐없이 파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자리에 모인 테다케어 관리자들과 의료진은 환자의 관점에서 현재 어떤 식으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도표로 표시해 보기로 했다.

 

물론 테다케어가 다른 접근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업무 흐름도를 놓고 한자리에 모여 앉아 어떤 부분이 비효율적인지 찾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다른 병원에서는 의료 조직과 수술 조직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양한 연구 자료를 분석해 다른 조직에서 효과적이었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방법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하지만 테다케어의 관리자와 의료진은 직접 환자가 돼보는 방법을 택한 다음 치료를 받기 위해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겪는 과정을 똑같이 경험했다. 입원 환자 체험을 한 사람들은 입원에서부터 퇴원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했다. 외래 환자 체험을 한 사람들은 전문의가 있는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은 후 검사를 하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직접 체험을 한 관리자와 의료진은 일단 환자가 테다케어를 찾아와 입원을 하고 나면 그 이후의 치료 과정이 전혀 명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필요한 검사의 종류와 입원 이유에 따라 환자들은 온갖 방향으로 필요한 일을 처리하러 다녀야 했다.

 

체험을 끝낸 후 한자리에 모인 의료진과 관리자들은 치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흐름도를 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자들이 입원 프로세스를 통해 어떤 식으로 병원에 들어오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어떤 식으로 퇴원을 하는지가 전혀 명확하지 않았다. 환자들이 어떤 식으로 치료 과정을 거쳐 건강을 되찾고 회복하는지 명확한 패턴을 찾아낼 수 없었다.

 

기대(명확한 환자 진료 흐름도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현실(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현실) 간의 단절을 발견한 테다케어의 관리자들과 의료진은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 경험을 한층 심도 깊게 파악하기 위해 진짜 환자와 함께 이동해 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테다케어 연구팀 구성원들은 각각 개별 환자에게 배정됐다. 이들은 담당 환자에게 테다케어에서 치료를 받는 각 단계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을 끝낸 후 다시 한자리에 모인 연구팀은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찾아낸 결과가 놀랍다는 데 동의했다. 테다케어 연구팀은 외래환자 치료 과정이 입원 환자 치료 과정 및 환자의 회복에 얼마나 커다란 방해가 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가령, 오후3∼4시쯤 퇴원 가능성 검토를 위해 방사선 검사를 받아야 하는 입원 환자는 사전에 미리 예약을 끝낸 외래환자들이 검사를 받는 사이사이에 비는 시간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방사선 검사를 받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대기 하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테다케어 연구팀 구성원들이 기존 업무 방식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환자 치료에 실제로 방해가 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안겨주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밝혀낸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외래환자들이 의사들이 처방한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실까지 먼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환자와 함께 검사실로 이동한 사람들은 혈액 검사실에 도착할 무렵이 되면 일부 환자들(: 고령층,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폐질환 환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거나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쁜 환자)이 숨이 가빠 헐떡거릴 지경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환자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병원 복도를 지나 검사실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검사 시간에 늦을까봐 걱정했다. 이전에는 그 누구도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테다케어의 의료 시스템 자체가 환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있었다. 의료진과 관리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 연구를 통해 환자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어느 관리자는 이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매우 중요한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그 덕에 입원 환자건 외래 환자건 어느 쪽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처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됐다.”

 

이와 같은 깨달음의 순간으로 인해 테다케어의 의료진 및 관리자들은 먼저 입원 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빠르게 합의했다. 또한 연구팀 구성원들은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테다케어가 현재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기껏해야 모호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령, 환자에게 어떤 항생제를 투여할지 결정하려면 검사 결과가 필요한데 검사실에서 결과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간호사가 반복해서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며 재촉성긴급 전화를 거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곧 지속적으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간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구 초기 단계가 끝날 무렵이 되자 팀 구성원 모두가 중대한 단절을 생생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경험하게 됐으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테다케어 의료진 및 관리자들은 입원 환자들에게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후 병원 경영진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의료 서비스 모형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꾸려진 소규모 설계팀이 다시 환자들과 함께 어떤 식으로 치료가 진행되는지 추적했다. 이번에는 입원 환자 치료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주 자세하게 보여주는 도표를 만들고 테다케어의 치료 프로세스가 환자들의 퇴원을 돕기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어떤 식으로 환자들을 병원에 붙들어두는지 주의 깊게 살폈다. 이 접근방법은 가동상황 점검 간호사(utilization review nurse),즉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고 좀 더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할 이유를 보험회사에 납득시키기 위해 각종 문서를 모으는 치료 관리자(care managers)를 고용하는 보편적인 병원 관행과 대조를 이룬다.

 

테다케어 간호부서 부책임자는 설계팀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지 설명했다. “설계팀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심층적인 차원에서 과거의 프로세스가 환자들의 병원 체류를 정당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다시 말해, 환자를 위한 최적의 회복을 가능케 하고 환자들이 병원 시스템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안점을 두는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이후 몇 달 동안 테다케어 경영진은 새로운 모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설계팀을 지원했다. 예컨대, 설계팀은 조사를 통해 간호사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특정한 치료 계획을 밀고 나가는 이유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이 이처럼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사가 특정한 치료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간호사가 제대로 알고 있으면 환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부적절한 치료 순서와 같은 잠재적 오류를 찾아낼 수 있다. 테다케어는 이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 프로세스 재설계의 일환으로 모든 의료진에게 특정한 치료 계획이 선택된 배경 및 근거를 공개했으며 간호사, 의사, 약사로 구성된 의료 3인조를 구성했다. 테다케어의 의료 3인조는 환자 및 환자 가족을 만나 하나의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테다케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일반 급성 치료 모형(협력 치료 모형)이 도입되자 병원 의료진 및 관리자들은 환자의 입원을 고민할 때 회복에 주안점을 두게 됐다. 질병 자체를 중심으로 정리돼 있는 치료 모형과 반대로 테다케어의 협력 치료 모형은 환자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유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모든 환자가 어떤 의학적 진단을 받건 의료 시스템을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환자 치료 프로세스 내에서 광범위한 변화가 이뤄졌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하나의 팀을 이뤄 90분 동안 진행되는 입원 승인 절차 동안 환자와 환자 가족을 직접 만났다. 3인조 의료팀이 수립한 단일화된 치료 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전자 진료 기록을 재설계했다.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앙집중방식의 간호사실이 사라지고 병실 바로 밖에 여러 개의 간호용 업무 공간을 설치했다. 또한 환자들이 안전과 사생활을 보장받고 의료진과 손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병실을 설계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설계 과정을 거쳐 2007 2월에 단 1개의 내외과 병동에서 시행된 이 치료 모형은 이후 테다케어의 모든 내외과 병동 및 수많은 특수 병동으로 확산돼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설계팀은 초기에 설치된 공동 치료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공동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다른 병동에 입원한 유사한 환자를 비교한 결과 새로운 모형을 도입한 병동에서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이 최소 10% 이상 감소했으며 직접 경비가 평균 20∼25%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호사의 생산성은 11% 증가했으며 새로운 모형을 도입하기 전에는 치료에 만족하는 환자의 비율이 68%에 불과했으나 협력 치료 모형 도입 후 그 비율이 95%로 증가했다.3

 

하나의 설계팀을 꾸려 특정 병동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점에서 협력 치료 방식이 일견 전통적인 시범 프로젝트와 유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테다케어의 협력 치료 방식은 좀 더 광범위한 시스템 내에서 최상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안을 찾기 위해 포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테다케어는 맨 처음 병동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도 항상 이와 같은 좀 더 커다란 가능성과 연계해 생각했다. 물론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가능성 자체를 정의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설계팀은 치료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기 위해 병동의 기능을 개선시킨 다음 서서히 확대해나가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테다케어 설계팀은 입원 환자와 외래환자, 응급환자의 치료 흐름을 도식화해 치료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분석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 설계팀은 환자의 실제 경험을 검토하고 병원 시스템이 환자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지 파악한 후에야 입원 환자 치료를 출발점으로 정하고 온전히 환자 중심적인 치료 모형을 설계하기 위한 현실적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테다케어 직원 및 경영진은 첫 번째 병동에서 새로운 모형을 시행하는 한편 다음 번에는 어떤 병동에 새로운 모형을 적용할지 분석하고 파악했다. 이 과정을 통해 테다케어는 공동 치료 모형의 어떤 부분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지, 협력 치료 모형을 다른 병동으로 확대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변경할지 고민하게 됐다. 첫 번째 병동에 협력 치료 모형을 도입하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협력 치료 모형에 포함돼 있는 관계적인 요소가 반드시 유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간호사와 의사, 약사가 서로를 신뢰하고 상호 간에, 그리고 환자 및 환자 가족과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는 게 중요했다. 협력 치료 모형의 다른 부분을 수정하더라도 협력 치료를 위해 3인조를 꾸리는 방법은 그대로 유지해야만 했다.

 

모범 관행: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적용했을 때 자사 조직 내에서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유심히 관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한다.새로운 업무 방식을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다른 조직에서 활용하는 모범 관행을 도입하는 조직이 많다. 하지만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발견을 위한 도구로 여겨야 한다. 단순히 복제하는 차원을 넘어서 의미 있는 변화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 조직의 모범 관행을 발견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자사에서 업무 수행을 위해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방식과 모범 관행이 안겨줄지도 모를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 발견 도구를 활용하면 타 조직의 모범 관행이라는 형태로 익숙하지 않은 요소를 조직 내부로 들여와 익숙한 요소와 비교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요소와 익숙한 요소를 비교하다 보면 자신의 기대와 예상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이 제안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자사에서 현재 활용 중인 관행에 타 조직의 모범 관행을 덧씌우면 좀 더 뛰어난 관행(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자사 조직의 업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타 조직의 모범 관행보다 한층 더 뛰어난 관행)을 발견할 수 있다.

 

모범 관행으로 잘 알려져 있는 체크리스트 활용 방안을 생각해 보자. 체크리스트는 원래 항공기 조종사들의 행동을 표준화하고 이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방법이다. 하지만 체크리스트 활용 방안은 이후 다른 곳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예컨대, 병원에서 수술할 때 실수를 줄이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자 수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수술팀 팀원들의 이름과 환자의 이름, 수술실에서 진행할 처치의 종류, 준비해야 할 기구와 장비를 항목별로 정리한 목록 등을 큰 소리로 확인하게 됐다. 대학 부속 의료 기관에서 체크리스트 활용 방안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직접 살펴본 적이 있었다. 이 병원의 수술실 직원들에게 체크리스트라는 모범 관행이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될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역할극을 진행해볼 것을 요청했다.

 

역할극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수술실 직원들에게 2개의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체크리스트를 활용한 결과 업무에 어떤 변화가 생겼으며 어떤 요소를 수술실 관행에 포함시키고 싶은가였다. 역할극 참가자들은 표준 체크리스트에 적힌 항목 외에 환자 식별 표시가 좀 더 눈에 잘 띄게 만드는 방법, 수술을 하는 동안, 혹은 수술이 끝난 후에 추가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환자의 요구 사항이나 환자의 상태에 붉은색 볼펜이나 눈에 잘 띄는 형광펜으로 칠하는 방법 등 몇 가지 사항을 추가로 언급했다.

 

두 번째 질문은체크리스트에 들어 있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가, 그리고(혹은)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중에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가였다. 단순히 필요한 항목을 기록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택하는 대신 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참가자들이 온갖 진료 관계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역할극에 참여한 의료진은 특정한 활동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데서(역할극을 시작하기 전에 발견한 질문) 그치지 않고 해당 인물에게 책임이 있는 이유, 단 한 사람에게 실제로 책임이 있는 것인지, 혹은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 고민했다. 의료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을 던졌다. “의사와 간호사가 전적으로 협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모든 의료진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체크리스트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깨달은 내용과 미처 몰랐던 부분을 함께 고려하자 의료진은 오직 일상적인 업무에 몰두하는 태도에서 한 걸음 벗어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서로 협력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다른 조직의 모범 관행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벤치마킹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모범 관행이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활용하면 또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방법을 찾도록 사람들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자사의 업무 프로세스, 전략, 성과 지표를 경쟁 조직의 그것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벤치마킹을 하면 자사 조직을 동급최강이랄 수 있는 조직과 비교하고 해당 조직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벤치마킹을 활용하면 단순한 모방으로 끝나게 된다. 물론최고로 여겨지는 조직을 모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벤치마킹을 활용해 단순히 뛰어난 선두 조직을 모방하는 차원에서 그친다면 벤치마킹을 통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벤치마킹 기법을 활용해 익숙하지 않은 요소를 조직 내로 들여와 익숙한 요소와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능성 자체를 간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에서 커리큘럼을 다시 짜기 위해 꾸린 프로젝트팀이 벤치마킹 기법을 활용한 적이 있었다. 마침 그 대학은 경쟁 대학 및 경쟁 대학의 커리큘럼에 국한돼 있는 일반적인 대조군의 범위를 기업, 군대, 비영리 조직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대시키는 중이었다. 초점을 넓히자 해당 대학이 현재 사용 중인 익숙한 커리큘럼 내용 및 순서를 이에 익숙하지 않은 조직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프로젝트팀 구성원들은 좀 더 익숙하지 않은 조직의 모범 관행이 어떤 도움이 될지 살펴보다가 단절(내용이 아니라 가르치는 방식의 단절)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단절 사례는 이 대학의 커리큘럼이 강사 중심의 강의 방식과 강의 시간 내 활동에 중점을 둔 반면 다른 조직은 학습자 중심의 경험을 강조한다는 것이었다. 기술 기반 강의실, 학생이 직접 만들어낸 교육 자료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자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 달라지고 강의의 개념이 확대됐다. 그 결과, 프로젝트팀 구성원들은 벤치마킹 방법을 활용할 때 흔히 사용되는 갭 분석(gap analyses)에서 한 걸음 물러나 커리큘럼을 고려하는 동시에 강의실 밖에서의 학습을 비롯해 좀 더 적극적인 학습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모형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시험 훈련: 업무 처리 방식과 관련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훈련 기법을 활용하라.조직들은 대개 전면적인 시행에 앞서 수정하거나 개선할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개발 마지막 단계에 놓여 있는 독창적인 해결 방안을 시험해 본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이런 접근방법에 많은 장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전면적인 시행에 앞서 실수를 찾아내고 간단하게 수정하며 개선의 기회를 발견한 다음 적극 활용하고 제품이나 모델을 최적화하고 검증할 수 있다.

 

개념 증명(槪念證明)을 개선하고 수립하는 과정과는 달리 시험 훈련은 제안된 해결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실험 환경(: 훈련이나 시험)하에서 실제로 해당 해결 방안을 활용했을 때 겪게 되는 경험 간의 단절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실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결 방안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해당 해결방안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을 깨닫고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테다케어의 협력 치료 모형 설계 사례를 생각해 보자.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새로운 모형 실행에 대비하기 위해 6주간 일상적인 업무에서 배제됐으며 의사와 약사들은 모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집중적인 시기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환자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의료진은 새로 설계될 병동과 똑같이 꾸며진 모의 공동 치료 병동에서 함께 훈련을 했다. 모든 환자들에게 개인 병실을 할당하고 병실 밖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새롭게 만든 후 의료진이 병실 내부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기존 병동에는 모든 병실에서 보이는 중앙 공간에 간호사실이 설치돼 있었다). 훈련 과정 중 일부는 새로 만들어진 개인 병실에 무엇을 비축해둬야 할지 파악하고, 새로운 약물 공급 기계를 활용하고, 제대로 약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전자식 진료 기록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는 등 의료진이 새로운 관행을 체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테다케어가 도입한 새 모형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를 한 팀으로 묶어 의료진 3인조를 구성해 환자의 병상 곁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하나의 의료팀으로 활동하며 환자 앞에서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하나의 팀으로서 환자의 질문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훈련의 두 번째 과정은 의료진이 상호 작용 방식에 대한 현재의 기대 수준에서 벗어나 좀 더 효과적인 협력을 위한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설계됐다.

 

조직 개발 과정 중 직원 관련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이 투입돼 간호사들이 직접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 채 의사들에게 지시를 받아 실행에 옮기는 기존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의사 및 약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의사와 약사 등 다른 구성원들에게 피드백을 주고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일을 간호사들은 유달리 어려워했다.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랬다.”

 

반대로, 조직 개발 전문가들은 약사와 의사들이 자신들이 중요한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기대를 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느 약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약사들은 간호사들이 이미 재확인을 끝낸 문제, 의사들이 재확인을 하는 문제 등을 붙들고 있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확고한 신뢰를 쌓아야 했다.”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책임을 맡고 있었던 라인 관리자는 병실 내에서 의사가 간호사 및 약사와 한 팀이 돼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시도가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은 자신이 정말로 팀의 일원이며 약사와 간호사 또한 좀 더 협력적인 방식으로 치료에 도움을 주고, 기여하며, 자신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사들은 이제 약사나 간호사 덕에 배우게 된 여러 가지 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견 기법을 설계하고자 하는 조직을 위한 조언

앞서 설명한 3개의 발견 기법에는 모두 좀 더 전통적인 변화 관행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필자는 변화 관행을 직접 실행한 여러 조직의 경험을 토대로 자사 내에서 발견 기법의 설계 및 활용을 장려하고자 할 때 경영자가 기억해 둬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찾아냈다.

 

* 일상적인 단절은 기대에 대한 집단적인 재고(발견)나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가능성 수용을 촉구한다.

 

* 발견 기법을 활용하면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다. 발견 기법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시키고 현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기보다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 발견 기법은 익숙한 요소와 익숙하지 않은 요소를 비교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과정은 일상적인 단절(사람들이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을 찾아내고 다른 업무 방식을 고려하도록 촉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조직의 정규 업무를 실행하는 과정 중심에 (혹은 가까운 곳에) 발견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발견 기법이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어야 단절이 발견됐을 때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아내고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은 업무 방식의 중요성 및 영향을 절감할 수 있다.

 

* 발견 기법은 기존의 업무 방식이 구식이라고 일축해버리는 대신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예상되는 업무 활동 방식과 실질적인 업무 활동을 비교해 현재와의 관계를 파악하고 현 상황을 활용한다.

 

* 일부 사례에 등장한 인물들은 일상적인 단절을 개별적으로 찾아냈다. 하지만 발견 기법은 변화와 쇄신의 씨앗을 뿌리는 데 도움이 된다. 변화를 위한 노력을 서로 이어주고(혹은 이어주거나) 집단적으로 단절을 발견하고 단절에 대처하도록 장려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단절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발견 도구를 설계하고 도입하면 조직에 다음과 같은 도움이 된다.

 

1. 조직 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위험 없이 변화가 주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2.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구하는 문화를 구축해 조직 전반에서 경영진과 직원들이 그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다.

 

3. 빅뱅식의 변화를 추진하면 대대적인 직원 교체로 인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발견 도구를 활용하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4. 직원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5. 단절을 찾아내고 변화의 씨앗과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집단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단순히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일상적인 단절을 찾아내고 의미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은 똑같이 매력적이지 않은 2개의 가능성(빅뱅식 쇄신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남아 있는 방안) 사이에 끼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카렌 골든-비들

카렌 골든-비들(Karen Golden-Biddle)은 매사추세츠 보스턴에 위치한 보스턴대(Boston University School of Management) 수석 부학장 겸 조직행동 교수, 에버리트 W. 경 교수진(Everett W. Lord Distinguished Faculty Scholar)이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4213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 카렌 골든-비들(Karen Golden-Biddle) 카렌 골든-비들(Karen Golden-Biddle) | 매사추세츠 보스턴에 위치한 보스턴대(Boston University School of Management) 수석 부학장 겸 조직행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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