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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변신:관리자에서 리더로…

마이클 D. 왓킨스(Michael D. Watkins)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6월 호에 실린 제네시스 어드바이저스 공동 설립자 마이클 D. 왓킨스(Michael D. Watkins)의 글 ‘How Managers Become Lead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헤럴드(가명)는 유럽의 일류 화학기업 A사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리더다. 헤럴드는 플라스틱 사업부의 제품담당 부관리자로 입사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헤럴드는 플라스틱 사업부 소속 기관인 아시아 비즈니스 센터를 새로 구축하라는 지시와 함께 홍콩으로 발령받았다. 판매가 급증했고 헤럴드는 머지않아 영업 관리자로 승진했다. 3년 후, 헤럴드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관리하는 영업·마케팅 이사로 승진해 유럽으로 복귀했으며 총 80명의 전문가를 관리하게 됐다. 연이어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헤럴드는 폴리에틸렌 부문의 영업·마케팅 부사장으로 승진해 다양한 제품라인, 관련 서비스, 200명에 달하는 직원을 책임지게 됐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 3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의 총괄 책임자로 취임한 후 헤럴드의 성공가도는 막을 내렸다. A사는 의도적으로 헤럴드에게 규모는 작지만 성장 중이고 실력 있는 팀원들이 떠받치고 있는 비즈니스를 맡겼다. 헤럴드에게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비즈니스 전체를 파악하고, 노련한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사업부를 이끌어나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 익히고, 복잡한 문제나 위기가 없는 상황에서 리더십 역량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기회를 주고자 했다. 상황 자체는 완벽한 듯했다. 하지만 새로운 직위에 임명된 지 몇 달이 지난 후에도 헤럴드는 여전히 고군분투했다.

 

헤럴드와 마찬가지로 기능부서를 총괄 책임지고 있다가 사업부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처음으로 손익 및 조직 내 각 기능부서를 담당하는 경영자들을 감독할 책임을 맡게 됐을 때 과오를 범하는 차세대 리더들이 많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면 정말 모든 것이 달라진다. 필자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처럼 중요한 전환점을 심층 분석했다. 또한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한 경험이 있는 관리자, 고위급 인사 전문가, 최근 생애 처음으로 사업부 전체를 경영하는 자리로 옮겨간 경영자 등 40명 이상의 경영자들을 상대로 폭넓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는 연구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려면 조직을 경영할 때 리더십의 역량과 기술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필자들은 이런 변화를 일컬어 7개의 중대한 변화(seismic shift)라고 표현한다. 하나의 기능 부문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를 관리할 책임을 맡게 된 경영자는 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로, 분석가에서 통합자로, 책략가에서 전략가로, 벽돌공에서 건축가로, 문제해결 전문가에서 어젠다 선정 책임자로, 전사에서 외교관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수많은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헤럴드 역시 이런 변화를 이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예상 밖의 일과 부딪혀 자신감을 잃고, 불확실성 속에서 그 누구도 보증해주지 않는 가정을 하고, 자신의 시간 및 상상력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요구에 직면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결정을 내리고, 실수에서 배우는 등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한 각 과정을 헤럴드가 어떻게 겪어냈는지 살펴보면서 조직 전체를 관리하는 경영자가 되는 일이 어려운 이유를 찾아보자.

 

 

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로

헤럴드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과제는 하나의 기능 부문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부문을 감독하는 것이었다. 처음 몇 달 동안 이런 변화로 인해 헤럴드는 혼란에 빠졌고 자신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잃게 됐다. 그 결과 헤럴드는 전형적인 덫에 빠지고 말았다. 즉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부서는 과도하게 관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부서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헤럴드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자신과 영업·마케팅 부사장 간의 관계에 대한 인사 부사장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전해 들은 후 헤럴드는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당시 인사 담당 부사장은 헤럴드에게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사장님이 클레어를 미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클레어에게 자유를 좀 주셔야 해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기능 부문 내에 머물러 있으려는 헤럴드의 태도는 훨씬 포괄적인 역할을 맡게 됐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당연한 반응이다. 사업부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자리에 새로 임명된 리더가 모든 비즈니스 기능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다. 다양한 기능 부문을 섭렵하거나 다양한 기능 부문의 참여가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습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 틀림없이 도움이 된다. (‘강인한 리더를 양성하는 방법참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업부 전체를 관리하는 자리로 승진하는 순간 그동안 특정 분야의 전문가였던 경영자는 비즈니스 전체를 운영하기 위해 모든 기능 부문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제너럴리스트로 순식간에 변신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렇다면충분하다는 것이 얼마만큼일까? 사업부 전체를 이끌어나갈 책임을 맡고 있는 리더는 (1) 비즈니스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리고 (2) 자신이 관리하는 인재를 평가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를 제대로 해내려면 비즈니스 기능 부문이 각각 관리를 필요로 하는 별개의 하위 집단이며 각기 다른 심성 모형 및 언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유능한 리더는 재무, 마케팅, 운영, 인사, R&D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비즈니스 문제에 접근하며 각 기능 부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도구(현금흐름할인법, 고객 세분화, 공정흐름, 승계계획, 단계별 점검방식 등)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리더는 모든 기능 부문의 언어로 말을 하고 필요한 경우 통역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특히, 리더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을 관리하기 위해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며 인재를 평가하고 채용할 때 어떤 지표를 활용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헤럴드에게도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있었다. 헤럴드에게 고성장 사업부를 이끌어나갈 책임을 맡긴 A사가 주요 기능 부문의 인재를 평가하고 개발할 수 있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A사는 성과 평가와 360도 피드백을 진행하고 각 기능부서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예컨대 재무책임자와 인사책임자는 헤럴드에게 곧장 보고를 할 뿐 아니라 A사 전체를 총괄하는 관련 부서에도 보고를 한다. 이런 보고 체계는 헤럴드가 재무 책임자와 인사 책임자를 평가하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각 기능 부문에서탁월하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헤럴드에게 도움을 주는 자원이 많았다.

 

기업이 각 기능부서를 평가할 목적으로 표준화된 평가 제도를 구축하는 데 직접 투자하면 새로 취임한 사업부 리더가 상황을 좀 더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이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업부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스스로 대비할 수 있다. 다른 기능 부문의 동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다음 동료들로부터 얻은 해당 부문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자신이 담당하는 기능 부문에 관한 통찰력과 교환해야 할 수도 있다) 자체적으로 템플릿을 개발할 수 있다.

 

분석가에서 통합자로

각 기능 부문을 담당하는 리더의 주된 책임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활동에 심도 깊게 집중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반면 사업부 전체를 이끄는 리더의 업무는 여러 기능팀의 집단지성을 관리하고 통합해 조직 전체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다양한 요구에 대처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헤럴드는 초기부터 이런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영업·마케팅 부사장은 신제품을 앞세워 공격적인 진출을 감행하고 싶어 했지만 운영 총책임자는 영업사원들의 수요 시나리오를 맞출 만큼 생산을 신속하게 늘릴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 경영팀은 헤럴드가 비즈니스의 공급 부문을 구성하는 측(운영)의 요구와 수요 부문을 구성하는 측(영업과 마케팅)의 요구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아주기를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경영팀은 헤럴드가 분기별 비즈니스 실적(재무)에 집중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미래에 투자(R&D)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실행과 혁신에 각각 얼마만큼의 관심을 기울일지 결정하고, 그 외에 수많은 것들을 판단하기를 기대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영자는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 부문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기술을 제대로 갖추려면 분석에 치중하는 것보다 여러 요소 간의 균형을 잡고 이런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에도 역시 다양한 기능 부문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거나 신제품개발팀에서 활동해 본 경험이 있다면 새로 취임한 사업부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위급 경영자의 수석 보좌관으로 수습 기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효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럴드가 파악한 것처럼 그 무엇으로도 실제로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에서 배우는 과정을 대신할 수 없다.

 

책략가에서 전략가로

조직의 리더로 취임한 후 처음 몇 달 동안 헤럴드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무수한 세부사항을 파고들었다. 전술적인 방법은 매력적이었다. 구체적인 활동을 취하면 즉시 결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헤럴드는 회의에 참석하고 결정을 내리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일일 업무를 해결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았다.

 

물론 이런 접근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 헤럴드에게 요구되는 수많은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의 최고전략책임자 역할이었다. 이를 위해서 헤럴드는 세부 사항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좀 더 고차원적인 문제에 관심과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좀 더 개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헤럴드에게 전략적인 사고방식이 요구됐다.

 

전술에 능한 관리자들이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벨 변환, 패턴 인식, 마인드 시뮬레이션 등 3개의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한다. 레벨 변환(level shifting)은 다양한 분석 수준을 자유롭게 오가는 능력을 뜻한다. 즉 세부사항에 집중해야 할 때가 언제고 큰 그림에 집중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결부시킬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은 복잡한 비즈니스 및 환경 내에서 중요한 인과관계 및 의미 있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음 속에서 진짜 신호를 분리해낼 수 있어야 한다. 심적 시뮬레이션(mental simulation)은 외부 이해관계자(경쟁업체, 규제기관, 언론, 대중 가운데 중요한 인물)들이 자신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할지 예측하고 어떤 길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정의하기 위해 이들의 행동 및 반응을 예상하는 능력이다. 일례로, 헤럴드가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 총책임자로 취임한 첫해에 아시아의 경쟁업체 B사가 헤럴드가 맡고 있는 사업부에서 생산하는 주요 수지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저가 대체상품을 출시했다. 헤럴드는 즉각적인 위협을 고려하는 동시에 경쟁업체의 장기적인 의도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했다. B사가 저가 제품을 활용해 탄탄한 고객관계를 구축하고 계속해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헤럴드가 맡고 있는 플리스틱 수지 사업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B사는 헤럴드가 택한 방안에 어떻게 대처할까? 마케팅과 영업만을 책임지던 시절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고위급 경영팀과 함께 다양한 행동 방안을 분석한 끝에 헤럴드는 당기 이익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점유율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택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헤럴드는 이런 선택을 내린 순간을 후회하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정답은타고나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사고 역시 훈련에서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분석 수준을 오가고 패턴을 인식하고 심성 모형을 설계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 경영진 양성과 관련된 역설 중 하나는 기본적인 기술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기능 부문 내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반면 전략적 재능을 갖고 있는 직원들은 세부 사항에 상대적으로 집중을 덜 하는 탓에 직급이 낮을 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 전략적 사고 능력이 우수한 인재들을 입사 초기부터 포착하고 어느 정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정책을 도입하지 않으면 적자 생존의 법칙으로 인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인재들이 너무 일찍 승진에서 밀려나게 된다.

 

벽돌공에서 건축가로

고위급 경영자가 면허도 없이 조직 설계에 손을 댔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생애 최초로 사업부 전체를 총괄할 책임을 맡게 된 경영자는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자신의 선택이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철저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조직이 갖고 있는 여러 요소 중 전략, 구조 등 상대적으로 변화시키기 수월해 보이는 요소를 공략하곤 한다.

 

헤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취임 후 4개월째에 접어들 무렵 헤럴드는 고객에게 더욱 집중하고 제품라인에 쏟는 관심을 줄이기 위해 비즈니스를 혁신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를 총괄하기 전 영업 및 마케팅 담당 관리자였던 헤럴드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헤럴드는 비즈니스 자체가 제품개발 및 운영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으며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의 구조가 사업부가 처음 설립되고 성장하던 시절의 낡은 사고방식에 얽매여 있다고 확신했다. 이처럼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탓에 자신이 혁신안을 내놓았을 때 경영팀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듯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곧이어 소리 높여 반대의 뜻을 표현하자 헤럴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헤럴드는 머지않아 자신이 맡고 있는 성공적인 사업부의 기존 구조가 복잡하고 모호한 방식으로 사업부의 핵심 프로세스 및 인재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컨대, 영업사원들은 A사가 생산하는 화학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제품에 관한 심도 깊은 지식 및 제품활용 방안에 대해 고객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기존 접근방법을 버리고 고객 중심적인 접근방법을 택하려면 영업사원들이 훨씬 많은 수의 복잡한 제품을 판매하고 엄청난 양의 전문성을 새롭게 익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고객 중심적인 접근방법으로 수정한다면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 자체는 확실했지만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지 평가해봐야만 했다. 가령, 고객 중심적인 접근방법을 채택하면 프로세스를 대폭 수정하고 직원 재훈련에 상당 수준의 투자를 해야만 했다. 이런 변화는 상당한 고민과 분석을 필요로 했다.

 

리더가 사업부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로 승진하면 조직의 전략, 구조, 프로세스, 기술 기반 등 조직의 구조를 설계하고 변화시킬 책임을 맡게 된다. 유능한 조직 건축가가 되려면 시스템 측면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조직의 주요 요소들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이해해야 하며 한때 헤럴드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요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 가지 요소만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헤럴드는 기능 부문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조직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여길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 같은 교훈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헤럴드는 관찰에서 이런 통찰력을 키울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큰 조직 변화를 충분히 경험하지도 못했다.

 

사업부 리더는 조직 설계 역학,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 전환 관리 등 조직 변화 및 변화 관리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헤럴드는 이 일을 잘해냈다.) 하지만 곧 사업부 전체를 책임질 자리에 앉을 차세대 리더가 이런 부분과 관련해 공식적인 훈련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차세대 리더 대부분은 조직의 건축가가 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심지어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조직 개발 전문가가 이뤄낸 성과를 소비할 준비조차 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헤럴드는 운이 좋았다. 노련한 경영팀이 헤럴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수많은 상호 의존 요인에 대해 설득력 있는 조언을 제공했던 것이다. 또한 헤럴드 역시 그런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지각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신임 사업부 리더가 모두 헤럴드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임 리더의 자리에 앉힐 인재에게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조직 변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인재들이 사업부 리더가 된 후에 맞이할 변화에 한층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해결 전문가에서 어젠다 선정 책임자로

 

문제해결능력을 인정받아 고위급으로 승진하는 관리자가 많다. 하지만 사업부 전체를 경영하는 리더가 된 후에는 문제해결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조직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헤럴드는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가 직면한 모든 기회와 위협을 인지하고 사업부 경영팀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헤럴드는여백(white space·다양성과 같이 하나의 기능 부문에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 전체에 중요한 사안)’을 찾아내야만 했다.

 

사업부 전체를 총괄하게 된 헤럴드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영업·마케팅 부문을 운영하던 시절, 헤럴드는 사업부를 총괄하는 리더가 매일, 매주, 매달 수많은 사안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어느 정도 이해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부 총괄책임자의 자리에 앉은 헤럴드는 조직이 당면한 수많은 문제 중 일부는 그 범위가 매우 넓고 복잡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헤럴드는 시간을 어떻게 할애해야 할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곧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많은 일을 위임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일과 임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안전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영업 및 마케팅 관련 도구와 기법, 조직적인 노하우, 인재를 동원하고 팀워크를 고양시키는 능력 등 헤럴드가 기능 부문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습득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헤럴드는 경영팀이 어떤 문제에 주목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불확실하고 모호한 환경을 헤쳐나가는 법을 익혀야만 했다. 또한 헤럴드는 조직이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선순위를 전달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동안 영업과 마케팅 부문에서 일해 온 덕에 어젠다를 전달하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조직 전체가 주력해야 할 어젠다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의 경영팀이 도움이 됐다. 헤럴드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의 리더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사안들을 헤럴드에게 강조해서 설명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헤럴드는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의 주요 목표를 정의하기 위한 구조를 제시하는 A사의 연간 기획 프로세스를 활용할 수 있었다.

 

 

전사에서 외교관으로

헤럴드는 여러 직책을 두루 섭렵하는 동안 병력을 집결해 적군을 무찌르는 데 주력했다. 이제 헤럴드는 규제기관, 언론, 투자자, NGO 등 다양한 외부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놀랄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헤럴드의 업무를 지원하는 비서진에게는 헤럴드를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한다. ‘정부 부처에서 후원하는 업계 포럼이나 정부 포럼에 참석하실 수 있습니까?’ ‘유명한 비즈니스 잡지의 편집자와 함께 인터뷰를 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주요 기관투자가 집단과 만날 시간이 있을까요?’ 등 요청의 종류도 다양하다. 헤럴드에게 시간을 내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헤럴드가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의사 소통해야 할 뿐 아니라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우려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임무 자체가 헤럴드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헤럴드의 과거 경험 중에는 회사를 대표해 외교관의 역할을 할 때 당면하는 문제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능력 있는 기업 외교관은 어떤 일을 할까? 이들은 협상, 설득, 갈등 관리, 연합 구축 등 외교적인 도구를 활용해 전략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외부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한다. 이 과정에서 매일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상대와 협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역할을 잘 수행해 내려면 사업부 리더가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다양한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도록, 혹은 일치하도록 만들 방법을 찾고, 다양한 조직들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요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 정부 관계 전문가, 기업 홍보 전문가) 등 지금껏 한번도 관리한 적이 없는 부류의 직원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법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런 직원들의 업무는 분기별 실적이나 연간 실적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업무와 달리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캠페인과 같은 업무는 제대로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헤럴드 역시 이와 같은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오랜 기간 당면한 사안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직급이 높은 관리자들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지 못하고 외면해 버리는 탓에 터무니없는 결과를 두고 한탄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직원들로부터 전해들은 후에야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했던 것이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마지막으로, 사업부를 총괄하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곧 환하게 조명이 밝혀진 중앙 무대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헤럴드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거의 항상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헤럴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두는지 깨닫고서 다소 충격을 받았다.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의 리더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헤럴드는 R&D 부사장을 만나 기존 제품을 새롭게 포장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후 기초 타당성 보고서 한 통이 헤럴드의 책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업부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된다는 것에는 롤 모델로서 훨씬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직급을 막론한 모든 관리자는 어느 정도 롤 모델 노릇을 한다. 하지만 사업부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게 되면 관리자의 영향력이 매우 커진다. 모든 사람들이 리더에게서 비전과 영감, ‘적절한행동 및 태도에 대한 신호를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좋든 나쁘든 고위급 리더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스타일과 버릇은 전염성이 있다. 직원들이 리더의 스타일과 버릇을 직접 목격하는 경우도 있고 조직 하부로 퍼져나가는 소문에서 리더가 갖고 있는 특성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경우도 있다. 이런 효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인식을 강화하고 부하 직원들의 관점에 좀 더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여파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새로 취임한 리더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상사의 행동을 토대로 추론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을 경영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며 매력적인 비전을 정의하고 고무적인 방식으로 비전을 공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해봐야 한다. 헤럴드는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상대를 설득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덕에 이미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헤럴드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경영자보다는 수정의 필요성이 적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업부 전체를 총괄할 책임을 맡기 전 헤럴드는 대부분의 직원들과 합리적인 수준에서(물론 빈도가 낮은 경우도 있었다)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3000명 이상의 직원들을 감독해야 하는 만큼 직원 개개인과 연락하는 것이 그야말로 불가능해졌다.

 

연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경영팀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런 점이 시사하는 바가 명확해졌다. 연간 전략을 조직 전체에 알려야 할 순간이 되자 헤럴드는 단순히 밖으로 나가 직접 전략을 알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속 부하들과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전략을 알리기 위한 동영상 등 다른 경로를 찾아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헤럴드는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 소유의 시설 대부분을 둘러본 후 일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따라서 헤럴드는 현장 방문을 할 때 단순히 책임자와 회의를 하는 대신 소수의 일선 근로자들과 한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으며 직원들이 A사에 대해 언급하는 토론방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주시했다.

 

7개의 중대한 변화는 대부분 좌뇌 중심의 분석형 사고에서 벗어나 우뇌 중심의 개념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업부를 총괄하는 리더가 전술이나 기능 부문의 관심사에 시간을 할애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와 비교해 이런 책무에 훨씬 적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사실 사업부 리더가 수석 보좌관, 최고운영책임자, 프로젝트 관리자 등 다른 사람에게 실행에 집중해줄 것을 요구하면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사업부를 총괄하는 리더로 승진한 헤럴드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운 좋게도 A사는 경영진 양성을 중요하게 여겼을 뿐 아니라 A사의 노련한 경영팀은 헤럴드에게 효과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또한 기꺼이 조언을 해주고자 했다.) 몇 차례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플라스틱 수지 사업부는 계속해서 번성했고 헤럴드는 사업부 리더로 나날이 발전했다. 3년 후, A사는 충분히 경험을 쌓은 헤럴드에게 훨씬 규모가 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부를 맡겼고 헤럴드는 성공적인 회생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헤럴드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습득한 기술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리가 요구하는 기술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성취가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익힌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마이클 D. 왓킨스

마이클 D. 왓킨스(Michael D. Watkins)는 조직 정착 및 조기 전환을 전문으로 하는 경영진 양성 컨설팅 업체 제네시스 어드바이저스(Genesis Advisers)의 공동 설립자인 동시에 IMD 교수다. 저서로는 <90일 안에 장악하라(The First 90 Days)> <넥스트 무브(Your Next Move)>가 있다. (두 서적 모두 하버드비즈니스출판부에서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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