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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혁신포트폴리오 관리 비법

반시 낙지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5월 호에 실린 반시 낙지(Bansi Nagji)와 제프 터프(Geoff Tuff)의 글 ‘Managing your innovation portfolio’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회사 경영진도 알고 있고 월스트리트 투자자들도 아는 사실이 하나 있다: 한 해 한 해 기업의 생존 여부는 그 기업의 혁신 능력에 달려 있다. 오늘날 시장의 기대와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구조적 변화의 범위와 속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성공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 중 상당수는 확신도 없고 좌절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회사 내에서 엄청난 양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이러한 혁신들을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무계획적인 일회성 이벤트로 투자하는 것에 비해 얻는 것은 너무 적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자들은 호들갑스럽게 개입하거나 오락가락하기 일쑤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소비재업체의 예를 들어 보겠다. 이 업체는 소매업체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신선한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해 핵심 제품군을 개선하고 변형한 버전을 자주 출시했다. 제품들 대부분은 시장을 상당히 점유했고 수익성도 괜찮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제품군의 확장이 수익을 세분화하기는 했지만 전체 수익을 실제로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경영진은 획기적인 제품 개발을 추구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점진적인 혁신이 아니라 완전한 변혁을 추구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 회사의 구조와 프로세스로는 그런 열망을 실행할 수 없었다. 핵심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혁신을 상상하고, 개발하고, 시장에서 실험해보는 데 필요한 능력은 갖고 있었지만 더 과감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그런 능력이 있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인지되기 전에 흐려졌고 완전히 사장되거나 조직의 무게에 눌려 찌그러져 버렸다. 오래지 않아 회사는 가장 잘 아는 기존의 것으로 후퇴하곤 했다. 새로운 시도도 없고 새로운 수확도 거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우리가 이렇게 잘 아는 건 이것이 전략적인 혁신 관리를 배우지 못한 기업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균형 잡힌 혁신 포트폴리오를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지속적이면서도 평균 이상인 성과와 대조된다. 훌륭한 혁신 전적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어떤 혁신을 욕망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고 코어형(core), 인접형(adjacent), 변혁형 (transformational) 혁신 과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혁신 과제들을 통합된 전체의 부분으로 관리하는 도구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시간, 자본, 관심, 명성 등을 놓고 경쟁하는, 임시변통적이면서도 제각각인 노력들을 통해 미래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대신 그들은토털 이노베이션을 관리한다.

 

혁신 욕망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라

혁신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혁신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생각해보라.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창조라고 정의되는 혁신은 새로운 매니큐어 색상만큼 사소한 것부터 인터넷처럼 광대한 것을 망라한다. 대부분 기업들은 다양한 수준의 리스크와 성과가 결부된 혁신 과제에 투자한다. 금융투자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수할 만한 리스크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기업들의 목표다.

 

우리는 혁신 욕구 매트릭스(Innovation Ambition Matrix·그림1)라는 도구를 개발했다. 경영학 전공자라면 이것이 응용수학자인 이고르 앤소프가 기업들의 성장과제에 따른 자금배분을 도와주기 위해 개발한 다이어그램을 변형시킨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앤소프 매트릭스는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는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에 따라 전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나타냈다. 우리가 개발한 버전에서는 제품과 시장 두 가지의 신구(新舊) 여부 대신 가치의 범위를 따진다. X축에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새로운 정도, Y축에는 소비시장의 새로운 정도를 표시한다. 좌측 하단을 기업의 현재 위치로 보고 세 단계로 구분했다.

 

좌측 하단 영역에 해당하는 기업 활동은 코어형 혁신 과제다. 기존 제품에 점진적인 변화를 주고 새로운 시장에 점진적으로 들어가는 노력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나비스코사가 출시한 100칼로리 소포장 오레오처럼 새로운 포장을 하거나 다우 애그로사이언스가 가루형 대신 액체형 제초제를 내놓았듯 약간의 변형을 주거나 배송료를 줄이기 위한 수축 포장처럼 서비스 편의를 증대시키는 등의 혁신은 기업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매트릭스 반대편에는 변혁형 혁신과제가 있다. 이는 새로운 시장과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런 혁신은 성공할 경우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아이튠즈나 타타나노, 스타벅스 등을 생각해보라. 획기적이다, 게임의 틀을 바꿔버렸다 등으로 수식되는 이런 종류의 혁신을 위해 기업들은 종종 새로운 자원을 필요로 한다.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선례가 없는 제품을 소개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둘의 중간에 인접형 혁신과제가 있다. 기업이 잘하는 것을 가지고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프록터앤갬블(P&G)의 스위퍼가 좋은 예다. 청소도구에 대한 고객 니즈를 잘 알고 있던 P&G사가 바닥청소를 위해서는 손잡이가 긴 대걸레가 좋다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P&G는 새로운 고객군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신기술을 사용했다. 기업은 인접형 혁신을 위해 이미 갖고 있는 능력에 의지하되 그 능력을 새롭게 사용해야 한다. 고객 니즈, 수요 트렌드, 시장구조, 경쟁의 역학관계, 기술 트렌드 및 다른 시장 변수에 신선하고도 고유한 통찰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혁신 욕구 매트릭스가 그 자체로 처방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두 가지를 쉽게 해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우선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모든 혁신을 살펴볼 수 있는 틀이 된다. 각 영역에서 몇 개의 혁신이 진행 중인지, 각 혁신별로 얼마나 많이 투자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매트릭스를 통해 기업의 혁신 포트폴리오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재 업체가 혁신 기업으로서 성공하려면 기존 제품군을 약간만 수정하는 식으로 매트릭스의 좌측 하단에 있는 혁신과제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반면 첨단기술 업체라면 우측 상단으로 옮겨 더 큰 수확을 위해 좀 더 대담한 혁신에 운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어느 정도로 혁신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생각하는 기업은 거의 없으며 실제로 그 정도의 혁신에 도달하는 기업은 더욱 드물다.

 

균형점을 잡아라

혁신 포트폴리오의 균형점이 어딘지 생각할 때 관리자들은 우리가 최근 실시한 연구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공업, 기술, 소비재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코어형, 인접형, 변혁형 혁신 과제들 사이의 자원 배분 비율이 주가로 나타나는 경영 성과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살펴봤다. 실제로 데이터는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혁신 노력의 70% 정도를 코어형 혁신에 할당하고 20%를 인접형에, 나머지 10%를 변혁형 혁신에 투자한 기업들이 경쟁업체들 대비 주가수익률(PER 프리미엄으로 나타나는) 10∼20% 더 높았다. (‘황금률이 존재하는가?’ 참조) 구글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공동설립자인 래리 페이지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70-20-10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며 변혁형 혁신 노력에 쓰인 10%의 자원이 구글의 진정한 신서비스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와 대화한 바에 의하면 이런 비율의

 

혁신 노력 할당은 단기적이고 예측가능한 성장과 장기적인 모험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두 번째 연구 성과는 생각해볼 점이 더 많다. 우리는 혁신의 좀 더 직접적인 수익에 초점을 두고 연구 중이다. 혁신 노력의 결과 기업들이 얻는 최종 수익 중 각각 몇 %가 코어형, 인접형, 변혁형 혁신 과제에 기인할까? 우리는 수익 비율이 위에서 말한 이상적인 혁신 노력 배분 비율의 반대라는 것을 발견했다: 총 혁신 투자의 결과 얻게 되는 장기적, 누적 수익의 10% 정도가 코어형 혁신 노력에서 비롯된다. 인접형 혁신이 20%, 변혁형 혁신이 70%를 차지한다. (‘혁신에 따른 수익참조)

 

이런 연구 결과들은 혁신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코어형 혁신에 치중하고 있는데 인접형과 변혁형 혁신이 갖는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런 경향이 더 야심 찬 혁신을 경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사업성과 및 고객에 대한 타당성이 꾸준히 감소할 것이다. 변혁형 혁신은 블록버스터급 성장의 엔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우리는 혁신 투자의 70 20 10 배분이 모든 기업들에게 통용되는 비법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단지 여러 산업과 지역에 걸친 분석에 기초해 도출한 평균 비율일 뿐이다. 어떤 비율이 정답인지는 몇 가지 요소에 따라 회사별로 달라질 것이다. (‘서로 다른 욕구, 서로 다른 배분비율참조)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어느 산업에 속해 있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가 연구한 공업회사들의 혁신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코어형 혁신이 소수의 인접형 및 변혁형 혁신의 보조를 받는 구조로 돼 있었고 70-20-10 비율에 가장 가까웠다. 기술업체들의 경우 코어 제품 개선에 시간과 자금을 덜 투입하고 있었는데 이는 시장이 핫(hot)한 신제품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변혁형 혁신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데 이들이 점증적인 혁신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 세 종류의 산업 중 공업회사들이 다른 기업 대비 주가수익률이 가장 높다. 아마도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비율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산업 내에서 어떤 경쟁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균형점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경쟁에서 뒤떨어진 업체는 성장곡선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대단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더 리스크가 높은 변혁형 혁신을 추구하고 싶어 할 것이다. 고전 중이던 애플은 1990년대 후반에 이런 결정을 내렸고 아이튠즈 플랫폼을 포함한 몇 개의 대담한 혁신과제에 사운을 걸었다.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싶거나 야심 차게 내놓은 혁신 제품 또는 서비스 시장이 시들해졌다고 믿는 기업은 반대로 변혁형 혁신에서 코어형 혁신으로 초점을 옮겨서 혁신 포트폴리오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요소는 기업의 발전단계다. 초기 단계 기업들, 특히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큰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들은 변혁형 혁신에 치중해야 언론이나 투자자,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혁신해 나갈 코어 사업이 별로 없기도 하다. 기업들이 성숙해서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나면 코어 사업을 보호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기존 기업들처럼 혁신의 초점을 옮기곤 한다.

 

중요한 점은 경영진이 투자 대비 더 나은 수익 성장 및 주가를 가져다줄 것으로 여겨지는 균형점을 찾고 현재의 혁신 배분 비율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를 어떻게 줄일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 시스템 조직과 관리

코어형, 인접형, 변혁형 혁신 사이의 좋은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혁신 포트폴리오 관리의 첫걸음지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이런 균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기업은 세 가지 유형의 혁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혁신 종류별로 요구되는 경영적 수단이 매우 다르다. 세 가지 다 잘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기업들은 대부분 변혁형 혁신을 가장 어려워한다. Corporate Strategy Board의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성숙 기업들의 시도는 99% 실패로 끝난다. 이는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즉 뭔가 다른 것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다른 방법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 다른 동기, 다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GE, IBM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것을 잘해낸 기업들은 세 가지 혁신 욕구 달성을 위한 다섯 가지 경영 분야를 신중하게 생각했다.

 

인재 코어 및 인접형 혁신에서 요구되는 재능은 변혁형 혁신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매우 다르다. 전자에서는 분석 능력이 필수다. 이런 혁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장 및 고객 데이터를 해석하고 구체적인 제품 및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G 70명의 수석직원들을 장래성 있는 인접 영역을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에 파견한다. ‘기술 기업가(technology entrepreneurs)’라고 불리는 이들은 과학저널과 특허기록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연구하고 회사의 핵심 사업에 부가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특정한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관찰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들은 1만 개 이상의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해냈다.

 

반면 변혁형 혁신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변화를 일으키는 사회적 니즈, 즉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는 변화는 무엇인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좋을지, 시장 동향은 어떤지, 기술 진화 방향은 어떤지 등을 새로 발견하고 이를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디자이너, 문화인류학자, 시나리오 기획자, 아직 막연한 데이터를 다루는 데 익숙한 애널리스트 등이 필요하다. 삼성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기로 결단을 내린 후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삼성은 소도시에 있던 디자인센터를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있는 서울로 옮겼다. 실력이 뛰어난 외주업체들과 협업하고 유망한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업계 전문가가 이끄는 사내 학교를 만들었다. 10년 후 삼성은 수많은 디자인상을 수상했으며 별 특징 없는 가전 제조업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통합 제대로 된 역량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런 역량들을 적절하게 조직하고 관리해야 하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량들과 관련 활동을 어떻게 기존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가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혁신 업무를 하는 대다수가 핵심 제품 및 서비스 개선 업무를 한다. 기존 사업에 통합된 조직에 남아 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접형 혁신 역시 핵심 사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을 때 효율성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사례에서 보듯 변혁형 혁신은 조직원들이 핵심 사업에서 금전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때로는 물리적으로도 분리될 때 유리하다. 거리가 떨어져 있지 않으면 핵심 사업을 강조하고 지속하려는 기업의 규범이나 기대로부터 오는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재원 조달 코어형 및 인접형 혁신 노력들은 대부분 대규모 현금 투입이 필요하지 않은 상당히 작은 프로젝트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연간 예산을 바탕으로 해당 사업부의 손익에 따라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과감한 변혁형 혁신 노력들은 보통 지속적이며 때로는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 임원급 혹은 더 바람직하게는 CEO같이 연간 예산 할당 경쟁에 초연한 조직에서 재원 조달을 담당해야 한다. 혁신이 회사 전체에 도움이 되니 모든 사업부에서 예산의 일정 부분을 떼어 변혁형 혁신에 기여하라고 CEO급에서 지시를 내리는혁신세(innovation tax)’ 방식의 접근은 피해야 한다. 사업부서들이 자신들의 기여를 좋은 명분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거의 없다. 단순히 자기 예산의 5%를 떼가는 것으로 여기며 혁신팀을 나쁜 사람들로 생각한다.

 

변혁형 혁신을 위해서는 사업부의 일반적인 손익 논리와는 분리된, 완전히 다른 재원 조달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머크의 글로벌 의료 혁신 펀드가 좋은 예다. 이 펀드는 별도의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돼 머크의 핵심 영역인 제약, 백신 및 소비자 건강 사업의 주변부에서 활동하는 유망한 헬스케어 기업들에 투자한다. 펀드의 주 목적은 회사의 미래 사업 모델이 될만한 요소들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또한 변혁형 혁신 기회에 대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포럼인 ‘Merck Breakthrough Open’과 같은 유기적 혁신 과제를 운영하는 일도 맡고 있다.

 

파이프라인 관리 혁신 프로세스를 잘 관리하는 것은 진행 중인 혁신 과제를 추적해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보통 단계별 점검방식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예상 투자수익률을 환경 변화에 따라 재산출하고,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시장 통찰력만큼만 믿을 수 있다. 핵심 제품을 확장하는 수준이라면 이 정도의 통찰력만으로도 대개는 충분하다. 고객들은 제품 개선안이 마음에 드는지, 마음에 든다면 값은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혁신 과제가 고객들이 그 물건이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완전히 다른 솔루션을 의미한다면 기존의 단계별 점검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상에 처음 나온 물건의 5년 차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코어형 혹은 인접형 혁신 관리가 수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몇 개의 당선작을 서서히 찾아내는 것인데 비해 변혁형 혁신 프로세스는 매우 다르다. 여기서는 게임의 판세를 뒤엎을 가능성이 있는 소수

의 아이디어를 뽑아 그 아이디어들이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더 강력해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적절하고도 큰 아이디어를 추구하며 가능한 옵션들을 계속 확장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변혁형 혁신은 깔때기식 접근법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잠재력 있는 선택지들이 오랜 시간 동안 정의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비선형의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별 점검방식의 접근은 변혁형 혁신에 치명적이다. 유망한 옵션들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던져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측정 마지막으로 혁신을 어떻게 측정할지의 문제가 있다. 코어형이나 인접형 혁신 과제에는 기존의 재정적 분석틀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틀을 변혁형 혁신 과제에 너무 일찍 적용하면 잠재력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사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어형이나 인접형 혁신과제에 흔히 사용되는 현재순가치(present net value)나 투자수익률(ROI) 계산법은 수용도와 가격점, 기타 주요 변수에 대한 가정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것들을 입력하려면 고객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아직 필요한지조차 모르고 있는 물건에 이런 변수들을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리자들은 어디에 재정적 분석을 적용하고 어디에 비재정적 분석을 적용하며, 또 외부적 분석, 내부적 분석은 어떻게 적용할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단계별 점검방식은 재정적 분석과 외부적 분석의 교차점에 위치한다.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정보 습득이 가능하고 그 정보가 정확할 때, 이를 기초로 코어형이나 인접형 혁신 과제를 평가할 때 적합한 분석법이다.

 

기업들은 정반대인 비재정적 분석과 내부적 분석의 조합을 사용해 초기 단계에 있는 변혁형 혁신 과제를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혁신팀이 배우고 실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혁신 과제를 통해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거기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면 계속 혁신 과제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은 처음부터 변혁형 혁신을 이런 방식으로 평가해왔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변혁형 혁신 프로젝트의 금전적인 면에 냉정하게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시험하고 개시할 준비가 될 때까지는 기다려 줘도 된다.

 

전진

어수선한 방식으로 혁신을 다뤄온 대부분의 기업들에 총체적인 혁신 관리는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우선 조직의 성장과 경쟁력을 위한 혁신의 역할에 공동의 지각이 있어야 한다. 관리자들은 어느 정도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적당할지 의견을 조율하고 이를 공통의 언어로 정의해야 한다.

 

다음은 기업이 현재 진행 중인 혁신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전체적인 점검을 통해 코어형, 인접형, 변혁형 혁신에 각각 얼마만큼의 시간, 노력, 자금이 투입되는지를 알 수 있으며 현재의 분배 비율이 이상적인 비율과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 차이를 토대로 관리자들은 코어형 혁신은 고부가가치 고객에게 초점을 두면서 축소하고, 인접형 혁신은 독려하고, 변혁적 혁신 영역에서 획기적인 혁신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바람직한 균형점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활동에 걸쳐 경영진은 혁신의 목적과 과정을 분명하고 끊임없이 전달해야 한다. 혁신 투자에 따른 수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관리자들이 프로젝트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가장 유망한 아이디어를 가려내 추진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공개적인 헌신과 분명한 메시지는 누가 무엇을 결정하고 왜 그렇게 하는지, 이런 결정들이 단기적,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조직 전체가 알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에 혁신은 열정적이지만 조율되지 않은 얽히고설킨 활동들의 집합으로 남을 것이다. 많은 관리자들에게 혁신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훌륭한 관리자들에게 있어 혁신은 가장 흥미진진하고 중요한 과제다.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목표하에서 통합 시스템의 일환으로 혁신을 관리하는 방법을 강구해내면 혁신 에너지를 이용하고 신뢰할 만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번역 |윤자영 pompomy@gmail.com

 

반시 낙지·제프 터프

반시 낙지(Bansi Nagji)와 제프 터프(Geoff Tuff)는 모니터그룹 파트너이며 동사의 글로벌 혁신 실행 부문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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