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자동차를 덜 탈까, 착한차를 만들까 지구를 지키는 두가지 길, 절제 & 혁신

앨리슨 켐퍼,로저L.마틴(Roger L. Martin)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4월 호에 실린 로트먼 경영대학원 학과장 로저 마틴(Roger Martin)과 요크대 교수 앨리슨 켐퍼(Alison Kemper)의 글 ‘Saving The Planet: A Tale Of Two Strategi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환경 파괴에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활용하건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은 틀림없다. 기업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엄청난 양의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소비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선진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엔진이다. 그와 동시에 기업은 자원 소비 감소 및 오염 완화를 가능케 하는 혁신을 이뤄내기도 한다. 환경 파괴를 초래한 원흉으로 비난받는 동시에 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해 내는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하지만 정확하게 기업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논리는 환경을 구하려면 억제와 책임(restraint and responsibilit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와 기업이 자원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좀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며 소비 욕구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절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절제의 미덕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 첫 번째 논리의 골자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결국 지구에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식량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19세기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저서에 이와 같은 세계관이 가장 명확하게 표현돼 있다.

 

맬서스주의적인 시각이 유권자와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20세기의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의 연구에서 출발하는 또 다른 논리는 환경 문제를 비롯한 각종 문제는 인간의 창의력(human ingenuity)을 통해서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관점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낙관론에 호소하며 규제 완화 및 성장 장려를 지지하는 근거가 된다.

 

이와 같은 2개의 세계관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유를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세계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진정한 발전을 이뤄내고자 한다면 두 가지 세계관 모두를 적용해야 한다.

 

 

맬서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맬서스는 지구가 식량 및 기타 필수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 일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필수품의 가격은 올라가고 급여는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일정한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자녀를 양육할 수 없게 돼 결국 출산을 중단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갑작스레 인구가 급락한다는 것이 맬서스의 주장이다.

 

200년 전, 맬서스가 이와 같은 종말론적인 이론을 제시하자 전 세계 학계가 맬서스의 이론에 주목했다. 맬서스의 암울한 세계관이 세상에 공개되자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각각 강한 어조로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맬서스의 주장은 특히 저렴한 수입품 확산을 억제할 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도입한 곡물법(Corn Laws) 제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맬서스의 주장은 찰스 다윈의 이론에도 상당한 영감을 줬다.

 

하지만 맬서스가 저서를 집필한 때는 농업기계화가 진행되기 전으로 당시 미국 인구 중 90%가 농장에서 일을 했다. 맬서스의 주장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농업 생산성이 직선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 대륙,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농업이 활성화되고 기계화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농업 및 제조 부문의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가 뒤따랐다. 맬서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은 생산성 증가가 경제 성장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후세 경제학자들이 마셜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맬서스가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간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1968년에 발표된 파울 에를리히(Paul Erlich)의 저서 <인구 폭탄(The Population Bomb)>, 1972년에 발표된 로마클럽(Club of Rome)의 보고서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1972년에 발표된 윌리엄 D. 노드하우스(William D. Nordhaus)와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의 연구 논문성장은 이미 진부한 걸까?(Is Growth Obsolete?)’ 등을 통해 전통적인 경제 성장이 세계를 망치기 직전이라는 생생하고 단호한 경고가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맬서스의 주장이 40여 년간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후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위와 같은 경고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하락한데다 규제 완화로 인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부가적인 이익이 발생했으며 기술 혁신 덕에 기회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인류가 거침없이 자멸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맬서스의 주장이 다시 공개적인 담론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해결이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한창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맬서스주의자들은 맬서스의 논리를 식량 문제에 국한시키지 않고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한다. 즉 재화를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재화를 소비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식을 낳고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주장은 인간이 석유, 어류, 깨끗한 공기와 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 등 지구가 갖고 있는 천연 자원을 훼손하는 대가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은 경제 활동을 통해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모조리 써버릴 뿐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경제 활동으로 인구 증가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인간이 저 멀리 숨어 있는 일종의 벽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형국이다. 매년 우리는 그 벽과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인간은 결국 그 벽과 정면 충돌해 자연 재해, 전염병, 기근, 죽음과 같은 파괴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행진 속도를 늦추는 것뿐이다.

 

이 같은 논리가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시되는 세계에서는 자원 사용을 줄이고 자원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사람, 혹은 기업이 선량한 시민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좋은 기업이 되려면 자원 사용량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고 아껴 써야 한다. 맬서스의 주장을 충실하게 따르려면 기존의 자연 자본을 활용한 공장 가동을 멈추고 대기 오염, 이산화탄소, 쓰레기 등 부정적인 외적 결과를 더 이상 생성해내지 말아야 한다.또한 좀 더 규모가 큰 싸움, 즉 지구를 위한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스스로 성장을 억제해야 한다. 필자들은 기업이 이와 같은 억제를 장려하거나 강제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솔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맬서스와 반대로 마셜의 주장을 지지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중 하나인 로버트 솔로는 생산성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솔로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자본이 구()자본보다 생산적이며 기술 및 프로세스의 혁신이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고 확신한다. 솔로는 인류가 풍요로운 삶을 위해 신세계를 정복하고 새로운 대륙에 묻혀 있는 자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즉 기존의 자원 내에서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솔로의 주장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을 때 대표적인 솔로주의적 혁신 사례가 등장했다. 일본이 세계 유일의 천연 고무 생산지 말레이시아를 점령하자 연합군은 타이어 부족으로 전투기를 이륙시키지 못할 처지가 됐다. 전투기를 출격시키지 못하면 추축국에 패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연합군이 택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혁신뿐이었다. 이후 연합군은 단기간 내에 천연 고무와 별반 차이가 없는 합성 고무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수많은 학자들이 솔로의 논리를 더욱 발전시켰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기술 혁신 능력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성장에는 자연적 한계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성장(new growth) 이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머는 인적 자본에 투자하면 그만큼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로머는 특히파급(spillover, 특정한 산업 내의 지식 발전이 다른 분야의 기술 발전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의 가치를 강조했다. 벨연구소(Bell Labs)가 전화 시스템에 사용할 트랜지스터를 개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트랜지스터가 무수한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안겨줄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모토로라(Motorola)에서 근무하던 마틴 쿠퍼(Martin Cooper) 박사가 휴대전화를 발명했던 1973년에는 그 누구도 휴대전화라는 기계가 전 세계인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커다란 변화를 안겨줄지 가늠하지 못했다. 같은 해 새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파라볼라 마이크(접시 안테나라고도 불리는 파라볼라 안테나의 중심부에 세워두는 마이크)를 발명한(이후 특허 취득) 자연 사진 촬영 전문가 댄 깁슨(Dan Gibson) 역시 머지않아 파라볼라 마이크가 모든 축구 경기장 사이드라인에 등장하게 될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기술 혁신과 지식 파급 효과로 인간의 생활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 맬서스가 예견한 파국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 혁신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1960년대 말에 등장해 가장 낙관적인 추정치도 뛰어넘을 만큼 전 세계의 농업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린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솔로주의자들은 기술과 혁신이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혹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기술과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이 그 벽을 손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치열한 전쟁

두 이론은 서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맬서스주의자들은 솔로주의자들이 망상에 빠져 이상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다. 솔로주의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종말의 벽이 위험천만하게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그런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맬서스주의자들은 성장의 한계는 자연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으로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믿는다. 이들은 혁신 자체야 무척 근사하지만 솔로주의자들의 생각과 달리 혁신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맬서스주의자들은 솔로주의자들이 기술 혁신이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의당 필요한 수준의 절약과 재사용, 재활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도록 대중을 안심시킨다고 우려한다.

 

솔로주의자들은 맬서스주의자들이 음울하고 우울한 현대판 러다이트(Luddite: 신기술 반대자)라고 생각한다. 솔로주의자들은 맬서스주의자들이 혁신에 내재돼 있는 가능성에 반대하고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이들은 기술 발전에서 비롯된 편익이 인구 증가 압력 없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발전하면서 의료와 제약의 질이 개선됐고 부모들이 자녀가 질병으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해방되자 출산율이 내려갔다. 솔로주의자들은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맬서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벽과 충돌할 날이 연기될 뿐 혁신을 통해 그 벽을 넘어설 방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이들은 맬서스주의자들이 제시하는 방법을 따르면 우리가 피하고자 하는 운명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서로 반대되는 2개의 이론이 충돌하면 사람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서로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2개의 방안이 주어지면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힘들어진다. 개별 소비자, 기업, 정부의 입장에서 가장 쉬운 길(그리고 가장 현명한 길)은 가만히 뒷짐을 지고 앉아 어떤 것이 옳은 전략인지 명확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업은 이 같은 접근방법을 활용해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직접적인 위험을 줄인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에 대해 이런 태도를 보여온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좀 더 크기가 작고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전략과 전기 및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에 투자를 하는 전략 사이에서 한쪽을 택할 수 없었던 자동차 회사들은 계속해서 픽업 트럭과 SUV를 생산했고 그 결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2008년에 몰락에 가까운 시련을 겪었다.

 

물론 이 세상은 흑백논리로 나눠지지 않는다. 게다가 둘 중 어떤 것이든 극단적인 논리는 한마디로 옳지 않다. 강경한 맬서스주의자들의 말이 옳다면 오래 전에 발전이 멈췄어야 마땅하다. 어디 그뿐인가? 멸종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류가 쇠퇴기를 겪고 있어야 옳다. 반대로 강경한 솔로주의자들이 옳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위험천만한 수준으로 높아져서는 안 되고 호주 사람들도 두꺼운 오존층의 보호를 받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 가지 세계관 모두 타당한 면을 갖고 있다. 둘 모두 설득력 있는 설명과 미래를 제안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상반되는 두 가지 관점을 결합하기 위한 노력은 혼란과 역기능을 초래한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이야기를 전한다. 입안자들은 맬서스주의적인 개념 구조가 반영된 교토의정서를 제안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산화탄소 자체에 가격을 매기면 배출 자체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교토의정서 입안자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배출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면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되는 동시에 대체 에너지 시스템 및 제품 부문에서 솔로주의적인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인간은 탄소 배출을 감시하고 열대림의 탄소 흡수력을 평가하고 폐광에 액체탄산을 매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값비싼 신산업을 만들어냈다. 경제는 여전히 화석 연료를 태우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는 교토의정서라는 메커니즘이비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교토의정서를 버리고 글로벌 탄소세를 도입해 정부가 아닌 소비자와 기업이 혁신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필자들은 상반되는 2개의 이론을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 자체를 타협으로 여기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성장 전략에 한 표를 보태주면 억제 전략에도 한 표를 보탤 테니 두 전략 모두를 약간씩 취해 보자는 태도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수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은연중에 환경 위기를 해결하려면 두 이론에서 제안하는 접근방법 모두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정작 정책을 입안하거나 전략을 수립할 때 이런 가정을 실제로 넘어서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제 반드시 넘어서야 할 때가 됐다. 두 이론 모두 옳다면(두 이론 모두 이 세상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적절히 예측한다면) 언제 어떤 이론을 적용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나 기업, 정부의 입장에 서있는 우리 모두는 이런 요인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맬서스주의적인 역학과 솔로주의적인 역학 중 어떤 시나리오를 펼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먼저 각 전략을 뒷받침하는 근거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혁신이 답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

급진적이고 기술적 측면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가능케 하려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투자를 진행할 때 벤처캐피털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기업 알타 디바이스(Alta Devices)는 갈륨 비소를 사용해 태양 전지를 생산하면 실리콘 기술을 바탕으로 한 태양 전지의 상한치와 비교해 전지 효율성이 약 30%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업적으로 판매 가능한 가격 수준에서 갈륨 비소 전지를 생산해낼 수 있을지, 어떤 방법을 사용해 갈륨 비소 전지를 생산해야 할지 파악하려면 알타 디바이스가 결과가 확실치 않은 R&D 72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부류의 투자를 이렇게 큰 규모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대개 벤처캐피털리스트나 대기업의 기업 벤처 부서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 향후에 오랜 기간 동안 상당 수준의 매출이 보장된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이런 프로젝트에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문제가 되는 자원이나 해당 자원의 대체제가 안정적이고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때 솔로주의적인 혁신이 최고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에탄올 정책이 기대한 효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전제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석유파동이 발생하자 미 의회는 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곡물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안은 지금까지도 미국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가가 다시 급등하자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미 대통령은 2005년에 신재생 연료와 휘발유의 혼합을 의무화하는 에너지정책법안(Energy Policy Act)을 통과시켰다. 에너지 정책 법안이 통과되자 에탄올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그 결과 에탄올 원료 곡물에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의 효력이 한층 강화됐다. 물론 미 정부는 재생 불가능한 연료(휘발유)를 신재생 연료(에탄올)로 대체해 재생 불가능한 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자는 뜻으로 이 같은 방안을 도입했으며 지금까지도 이 방안을 활용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 정부는 국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브라질에서 수입한 에탄올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미국의 에탄올 생산량이 증가했다.

 

연료로서 에탄올이 갖고 있는 장단점은 논외로 하고 미국의 에탄올 정책은 애당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미 정부에 안정적이고 높은 수준의 휘발유 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를 추적해 보면 사실 휘발유 가격은 매우 불안했으며 매우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에탄올 생산의 수익성과 투자 수준 또한 유가의 변동폭에 따라 달라졌고 결국 솔로주의적인 혁신도 불가능해졌다. 기존의 기술을 활용해 생산을 늘리자 국내 옥수수 가격이 올라갔고 결국 식량 가격도 치솟았다. 에탄올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미 정부는 기존 정책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껏 시행해온 에탄올 정책을 뒤집으면 이미 에탄올 생산에 투입된 투자가 무가치해지는데다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녹색 기술에 관해서는 미 연방 정부가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번에는 정반대 사례로 독일 정부의 태양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자. 독일 정부는 2000년에 태양에너지 투자를 장려할 목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법안(Renewable Energy Act)을 도입했다. 하지만 태양열 발전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면 태양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결국 독일 정부는 전력망 공급업체들에 재래식 에너지보다 5배 높은 가격(미리 정해 둔 철저한 계획에 따라 천천히 낮추는 전략)으로 태양열 에너지를 구매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에너지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화석 연료의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안정됐다. 이 같은 정책 덕분에 투자자들은 태양열 기술에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독일은 2010년까지 예상치의 2배에 가까운 태양열 생산역량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독일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자국의 태양열 생산역량을 적극 활용해 중국 기업들에 일괄 수주 계약 방식으로 태양열 생산 설비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설비를 수입한 중국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려 태양 전지판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태양 에너지 가격이 독일 정부의 관리하에 있었던 1998년부터 2011년까지 태양 에너지 가격이 와트당 약 11달러에서 약 3달러로 내려갔다. 2020년 무렵이면 태양 에너지 가격이 현재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가격 안정성을 보장한 덕에 태양 에너지 기술 투자자들은 합리적인 수준의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고 태양 전지판 기술 혁신 및 생산 규모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태양 에너지 비용이 화석 연료 대체제의 총비용(all-in cost) 밑으로 떨어지게 됐다. 독일의 태양 에너지 부문은 규모가 커졌고 기술적인 성숙도도 높아졌으며 그 결과 더 이상 가격 보상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독일의 경험을 통해 유가가 기타 모든 에너지 가격의 기준이 되는 만큼 최저 유가를 정해놓고 그 밑으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에너지 분야에서 좀 더 광범위한 솔로주의적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저 유가를 결정할 때는 직접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고 독일의 태양 에너지 기준가격지원제도와 같이 석유를 대체할 기술의 가격을 지지하는 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에너지 부문에서 혁신을 추구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유가 변화다. 유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 대체 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의 투자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 에너지 기술의 수익성 변동을 완화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배출권 거래 프로그램에 내재돼 있는 탄소 상쇄 가격은 해답이 될 수 없다. 배럴당 석유 가격이 일정한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떠받치고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탄소세로 부족분을 채울 수 있도록 가변적인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좋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에너지 부문의 혁신을 위해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European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소비자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사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면 과세제도를 결정할 때 이산화탄소가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적어도 기업은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저항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미 정부가 1975년에 기업별 연비규제법을 도입하자 미 자동차 회사들은 솔로주의적 혁신에 주력하기보다 소형 트럭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등 오랜 기간 동안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억제를 실행하는 방법

앞서 제시한 사례에 내포돼 있는 것처럼 솔로주의적인 혁신을 장려하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과 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소비자 개개인도 솔로주의적 혁신을 장려하는 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임이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는 당사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맬서스주의적인 억제는 훨씬 포괄적인 전략으로 소수의 커다란 움직임보다 다수의 작은 행동들을 중요시한다. 맬서스주의적인 억제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절약하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노력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규제, 경제적인 인센티브, 사회적이거나 도덕적인 압력 등 총 세 가지다.

 

그중 가장 간단하고 직설적인 방법은 규제다. 독일 소비자들은 가전제품과 배터리를 사용한 후 반드시 재활용해야 하며 소매업체와 생산업체들은 소비자가 반환한 폐가전 및 배터리를 수거해야 한다. 사람들이 억제 전략에 수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대중이 인식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지 않다면 규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에도 한계가 있으며 규제를 적용할 때는 점진적인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가령 유리와 종이를 분리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일단 쓰레기 분리 배출에 익숙해지면 유리 폐기물을 색깔별로 분류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를 통해서 억제를 실시하려면 현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래 전부터 맬서스주의적인 억제 전략이 사용돼 온 오스트리아에서는 주민들이 5종류의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뉴욕시가 주민들을 상대로 5종류의 폐기물을 분류하도록 설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규제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토론토를 비롯해 북미 지역에 위치한 여러 도시들은 쓰레기통의 크기에 따라 쓰레기 수거 가격을 매기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각 가정이 쓰레기 배출량 감소를 위해 노력하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100% 옳기만 한 방법은 아니다. 사실 인간은 능수능란하게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악용할 수 있는 존재다. 그 결과 예기치 못한 불편한 결과가 도출될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쓰레기 처리 장치 사용을 제한하지 않고 무조건 양을 기준으로 쓰레기 가격을 매기면 처리에 좀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새로운 유형의 폐기물이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인 인센티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억제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다.

 

규제와 인센티브를 혼합한 방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이 방안을 뒷받침해주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들이 재활용에 적극 동참하도록 장려하려면 광범위하고 실용적인 재활용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라면 쓰레기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쓰레기 배출량을 측정할 수 없고 배출량에 따라 지불해야 할 돈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각 가정에서 쓰레기 배출량 감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가 이런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을 비롯한 다른 조직들도 얼마든지 관련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적극적인 노력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이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어려운 방법은 사회적 압력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한때 높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역할을 했던 자동차 허머(Hummer)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높은 연료 비용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픈 욕구 때문이었다. 프리우스(Prius)가 캠리(Camry) 하이브리드보다 좀 더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프리우스 운전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단번에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만 캠리 하이브리드 운전자는 프리우스 운전자보다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라는 인상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캠리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는 일반 차량이 있기 때문이다.사회적 압력은 소비자의 결정뿐 아니라 기업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엄청난 사회적 압력에 못 이긴 월마트(Walmart)는 선구적인 녹색 구매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코카콜라(Coca-Cola)는 콜라 생산에 많은 양의 담수가 사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자 야심 찬 물 관리 목표를 수립해 단위 유역 보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늘리기로 약속했다.

 

사회적 압력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사회적 압력을 증폭시키거나 관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비정부 기구들은 에너지 효율성 개선 및 쓰레기 재활용 강화를 위해 관련 기준을 정하고 환경 문제에 책임감 있게 접근하는 기업을 인증하고 승인한다. 맥도날드(McDonald’s)는 지속 가능한 어장에서 잡은 생선으로 피시버거를 만든다는 해양관리협회(Marine Stewardship Council)의 인증을 바탕으로 세계 어류 자원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월마트는 삼림관리협회(Forest Stewardship Council)가 인증한 목재를 구입하는 등 열대다우림 보존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소셜미디어로 인해 사회적 압력을 가할 기회가 대폭 증가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시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 대규모 환경보호 사례로 샌프란시스코의 쓰레기 감축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쓰레기 배출량을 75% 줄이겠다는 목표를 예상보다 2년 빨리 달성했으며 이 같은 놀라운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쓰레기 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절약, 재사용, 재활용을 언급하다 보면 이를 통한 변화가 급진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됐다. 고급 의류업체 로로피아나(Loro Piana) 사례를 살펴보자. 로로피아나는 과거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며 라마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야생동물 비큐나에서 채취한 최고급 모섬유를 대량 구매했다. 잉카 주민들은 수세기 동안 비큐나를 도살해 털을 팔았다. 비큐나 섬유 수요가 증가하자 비큐나 개체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페루에 남아 있는 비큐나의 숫자가 6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로피아나는 산악 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협력해 비큐나 서식지를 육성하고 비큐나를 도살하지 않고 털을 깎는 방법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안서를 페루 정부에 제출했다. 자원을 재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로피아나가 주창한 변화는 맬서스주의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로로피아나의 비즈니스 모델과 더불어 페루 현지 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맬서스주의적인 보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자원에 대한 절박감을 공유해야 한다. 가격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가격이 올라가면 사용자들이 수요 탄력성 범위 내에서 억제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코뿔소 뿔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밀렵꾼들이 마구잡이로 코뿔소를 잡아들여 코뿔소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석유나 석탄을 생산하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밀렵꾼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잠재 매출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큐나를 도살하는 대신 털을 깎아 판매하면 지속적으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페루 농부들은 영속적인 생활 수준 향상(털을 깎을 비큐나 개체 수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을 기대하며 단기적인 고통(비큐나가 혹독한 기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집에서 사육하고 가끔씩만 털을 깎는 데 따른 비용)을 감내하게 됐다.

 

강력한 도덕적 목표가 이런 행동의 바탕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때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금껏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가 환경보호 장려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이었다. 결국 맬서스주의적인 보존 전략을 활용해 최고의 성과를 내고 싶다면 규제와 경제적인 인센티브, 사회적이거나 도덕적인 압력 등 3개의 도구를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선택의 시간

필자들은 각 전략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후 둘 중 하나의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개의 명확한 지침을 개발했다.

 

솔로주의적인 혁신은 좀 더 장기적인 전략이다. 신기술이 성숙기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한 자원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고 그 자원을 즉시 대체할 수 있는 대체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전혀, 혹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 솔로주의적인 전략은 답이 될 수 없다. 수소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수소염화불화탄소 사용을 금지할 수밖에 없었다. 캐비아 시장으로 카스피해와 흑해의 철갑상어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철갑상어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철갑상어 관련 제품이 가장 엄격한 수준의 규제 대상이 되자 지속 가능한 대체재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모두 한마음 한뜻이 돼 맬서스주의적인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심각한 위기가 닥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솔로주의적인 혁신을 추진할 기회가 있다. 가령, 책임감 있는 에너지 소비를 위해서 경제 성장을 장기적으로 억제할 필요는 없다. 대신 정부가 개입해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에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의 가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태양 에너지 육성을 위해 독일 정부가 택한 전략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신기술보다 행동 변화를 장려하기 위해 규제와 보조금에 자원을 쏟아붓는다면 사회 상황이 점점 악화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오직 점진적인 방식으로 기존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려고만 한다면 파괴적인 혁신이 갖고 올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를 경험할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솔로주의적인 전략을 우선시한다고 해서 맬서스주의적인 억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과 정부는 자원 소비를 측정하고 보존을 위한 노력에 보상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맬서스주의적인 억제를 실천하면 솔로주의적인 혁신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 위기 타개를 위한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좀 더 나은 틀을 찾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서부영화에 맬서스주의적인 틀을 대입해 보면 기업은 악당, 정부는 보안관, 시민은 악당과 보안관이 총질을 해대는 동안 꼼짝달싹 못하는 인질 역할에 비유할 수 있다. 솔로주의적인 틀을 대입해 보면 기업은 백마를 타고 (기술을 이용해) 곤경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내는 영웅, 정부는 곤란을 피해가는 보안관, 시민은 술집에 앉아 술을 들이키는 방관자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2개의 관점을 서로 정반대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논쟁하고, 혼란에 빠지고, 판단을 유보하게 되거나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맬서스주의와 솔로주의를 적절히 혼합하면 두 전략 모두에 영감을 불어넣고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정부는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시민은 행동 변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기업은 지구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자사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 즉 혁신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면 된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로저 마틴·앨리슨 켐퍼

로저 마틴(Roger Martin)은 토론토 소재 로트먼 경영대학원(Rotman School of Management) 학과장이자 마이클 리-친 기업 시민 가족 연구소(Michael Lee-Chin Family Institute for Corporate Citizenship) 소장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거품, 붕괴, 미국프로풋볼이 자본주의에 주는 교훈(Fixing the Game: Bubbles, Crashes, and What Capitalism Can Learn from the NFL),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출판부, 2011>의 저자이기도 하다.

앨리슨 켐퍼(Alison Kemper)는 로트먼 경영대학원 박사 학위 지원자이자 토론토 요크대(York University) 교수이며 마이클 리-친 기업 시민 가족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