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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of Collective Ambition

집단적 열망: 불황 뚫고 성장하는 기업의 비밀

에밀리 트루러브,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편집자주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12월 호에 실린 케넌-플래글러 경영대학원 리더십 교수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중인 에밀리 트루러브(Emily Truelove)의 글 ‘The Power of Collective Ambi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불황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모습으로 되살아나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산업에도 승자는 존재한다. 호텔 산업, 미용 산업 등의 럭셔리 비즈니스(luxury business) 분야다. 이런 산업과 그 외 여러 산업의 몇몇 기업들은 위기를 무사히 견뎌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목적 의식을 발견했다. 이들은 어떻게 예외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먼저 포시즌스호텔 체인(Four Seasons hotel chain·포시즌스)을 살펴보자. 세계 경제 불황의 시기인 2008, 포시즌스호텔 체인은 이미 골치 아픈 승계 문제를 겪고 있었다. 포시즌스의 설립자이자 사랑받는 회장 이사도어 샤프(Isadore Sharp)는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서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포시즌스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 케이티 테일러(Katie Taylor)가 포시즌스 최초의 CEO 자리에 앉을 예정이었다. 당시 여행객들이 휴가 자체를 취소하고 출장객들은 좀 더 저렴한 옵션을 찾아 나서면서 호텔업계는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고급 호텔들은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포시즌스는 기존 숙박비를 고수했다. 하지만 투숙률은 하락했고 포시즌스는 결국 본사 직원들을 일부 해고해야만 했다.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샤프의 결정은 한층 커다란 우려로 이어졌다. 하지만 샤프의 자문에 따라 테일러와 경영팀은 포시즌스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다시 한번 호텔업계 최고 자리를 노려볼 수 있을 정도로 포시즌스를 성장시켰다. 2008년 이후 포시즌스는 예약이 급증했고 직원 참여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Bank·SCB)은 다른 은행들이 구제 금융을 받거나 명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아예 문을 닫는 와중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용 부문 소매업체인 세포라(Sephora) 10여 년 전에 망할 위기에 처했으나 지금은 매주 2개씩 신규 매장을 열고 있다.

 

필자들은 지난 3년 동안 여러 업계에서 통념을 거스르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 연구했다. 필자들은 직접 설문 조사 방법을 개발해 세계 곳곳에 있는 45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했다. 또한 수십 명의 CEO와 고위급 경영진, 중간급 관리자를 인터뷰했으며 이 기업들의 성공 비결을 보여주는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워크숍을 개최했다.

 

 

필자들은 이 모형을집단적 열망(collective ambition)’이라고 표현한다. ‘집단적 열망은 리더와 직원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이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 열망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방식, 브랜드 약속과 핵심 가치를 일치시키는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 기업들은 이윤과 같은 단 하나의 열망만을 추구하는 덫에 빠지지 않는다. 이런 기업의 직원들은 모두 힘을 모아 개개인의 목표를 초월하는 집단적 열망을 만들어내고 탁월한 성과를 이뤄내고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인을 고려한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이런 요소들을 살펴보고 이 요소들이 중요한 이유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도 분석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미리 일러주자면 그것은 바로 목적(purpose)이다.) 필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살펴본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일부 기업들이 집단적 열망을 달성하기 위해 2개의 우선순위(필자들이 접착제(glue, 협력적 참여(collaborative engagement))라 부르는 것과 윤활유(grease, 체계적 실행(disciplined execution))라 부르는 것에 어떤 방식으로 집중했는지 보여줄 것이다. 필자들은 본 연구가 다른 기업에도 같은 영감을 줘 동일한 결과로 이끌길 바란다.

 

 

 

집단적 열망의 요소

필자들이 집단적 열망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조직 전문가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기업이 지속적인 이윤을 내는 동시에 직원과 다른 이해관계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미래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창조하고 꿈꾸는 미래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 구축을 위한 집단적인 과정을 개발하기보다 직원과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문제를 한 가지 방법으로 대처하거나 지나치게 편협한 기준(: 직원들의 업무몰입도)으로 바라보는 조직이 많다.

 

그렇다면 기업의 집단적 열망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미 공개된 다른 연구를 통해서 발견한 요소도 있고 필자들이 최근 실행한 연구를 통해 찾아낸 요소도 있다. 집단적 열망을 원한다면 다음과 같은 7개의 요소 모두 세부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7개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목적(Purpose):기업의 존재 이유, 기업의 핵심적인 사명.

비전(Vision):합리적인 기간 내에 달성하고자 하는 위치나 지위.

목표와 단계(Targets and milestones):비전에 도달하기 위한 진행 상황을 측정하는 지표.

전략 우선순위 및 운영 우선순위(Strategic and operational priorities):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취하는 행동, 혹은 취하지 않는 행동.

브랜드 약속(Brand promise):자사가 제공할 경험과 관련해 이해관계자(고객, 지역사회, 투자자, 직원, 규제기관, 파트너)들에게 하는 약속.

핵심 가치(Core values):좋을 때건 나쁠 때건 하나의 조직으로서 상징하고자 하는 것을 명시하는 기본 원칙.

리더 행동(Leader behavior):리더가 기업의 비전과 전략적 우위를 추구하고 브랜드 약속을 실행하고 자사의 가치관을 준수하기 위해 매일 하는 행동.

 

명확하게 정의하기만 하면 이런 요소들은 리더가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선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리더는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활력을 느끼지만 막상 리더에게 제공되는 보너스는 조직 내 최상위자의 성장과 연동돼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리더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와 실제로 리더에게 제공되는 동기부여책 간에 괴리가 존재하면 리더가 조직의 목적 및 비전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인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기업이 이런 요소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궁금하다면 ‘7대 요소에 관한 실제 사례를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들은 동심원 모형을 활용해 집단적 열망을 나타낸다.(그림1) 목적은 모형의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원에는 발전을 가능케 하는 리더의 행동이 있다. 동심원 모형의 중심과 가장 바깥쪽 원 사이에는 비전, 브랜드 약속, 전략적 우선순위 및 운영상 우선순위, 가치, 각 요소에 관한 발전 상황을 측정해 주는 목표와 단계가 위치해 있다. ‘포시즌스 나침반을 보면 포시즌스가 과거에는 애매모호했던 비전을 구체적인 목표와 연결해 명료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포시즌스는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호텔이 되는 것, 최고의 고용기업이 되는 것, 호텔 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조해내는 최고의 기업이 될 것 등의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접착제와 윤활유

집단적 열망을 형성하는 것은 단순히 고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집단적 열망을 형성할 때는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 달성(직원들이 기업 차원의 목적을 자신이 당면한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을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집단적 열망을 형성하는 것은 곧 조직적 결집(접착제)을 구축하거나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뿐만 아니라 전사적인 변화 전략(체계적인 실행, 즉 윤활유를 필요로 하는 것)을 추진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접착제(협력적 참여)와 윤활유(체계적 실행)는 동시에 등장한다. 하나씩 차례로 알아보자.

 

접착제.힘겨운 불황에도 불구하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B)이 지속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뜻밖의 행운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SCB는 금융위기가 가장 먼저 등장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힌 지역인 미국에서는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125개 국적의 850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SCB는 애초에 자사를 위대한 기업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줬던 원칙에 다시 집중해 금융위기라는 어려움을 다양하고 분산돼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접착제를 강화했 던 것이다.

 

불황이 진행되는 동안 SCB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긍정적인 존재로 남아 있겠다는 강력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SCB는 세계 최고의 국제 은행이 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SCB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긴 했지만 다수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엇이 이 은행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SCB 리더들은 자사의 실적은 뛰어난 반면 명성은 그만큼 높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SCB CEO 피터 샌즈(Peter Sands) 2009년에 세계 각지를 방문할 목적으로 대책팀을 꾸렸다. 이후 샌즈는 수천 명의 고객, 자사 직원, 규제기관, 주주, SCB가 영업 중인 지역사회 등을 찾아다녔다. 샌즈가 방문한 지역은 다양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은 SCB가 오랜 시간 동안 운명을 함께해 나갈 윤리적인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은행들이 일부 지역사회에서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SCB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비롯한 악재가 덮쳤을 때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영업을 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SCB오랜 기간 동안 떠나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을 자사의 새로운 브랜드 약속으로 정했다. SCB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히어 포 굿(Here for Good)’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함축적인 브랜드 약속을 내놓았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있겠다는 의미와영원히 이곳에 있겠다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일하는 SCB의 한 고위급 경영자는 자사의 브랜드 약속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현지와의 관계가 매우 깊은 편이다. 현지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다른 다국적 은행에 비해 현지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50년 전에 저희 할아버지에게 대출을 해줬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가 가업을 지켜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줬어요. 우리는 다른 은행으로 옮길 수가 없네요.’라고 말하는 고객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샌즈와 SCB 경영진은 새로운 약속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했다. 이들은 브랜드 약속을 매일같이 실천할 사람들, 즉 직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약속을 소개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했다. SCB는 세계 각지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어 자녀 교육을 위해 대출을 받은 스리랑카의 농부 등 SCB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SCB 직원들에게 감동을 줬으며 직원들을 한데 결속시켰다. 일부 주요 시장에서 이 영상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자 SCB 직원들은 특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 쇄신 활동을 하면 대개 냉소적인 반응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SCB는 자사가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을 근거로히어 포 굿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약속을 제시했기 때문에 SCB의 이미지 쇄신 활동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SCB의 이미지 쇄신 노력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히어 포 굿이라는 약속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접착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고객 입장에서는 SCB의 브랜드 약속이 공정한 거래를 제안하고 파트너로 대우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가나에 있는 코코아 농부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건(SCB 7만 명이 넘는 가나 농부들의 직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럽의 대형 제약회사에 돈을 빌려줄 때건 SCB는 고객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SCB는 각국의 규제지침을 준수하는 고객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다. SCB는 규제기관을 건전한 비즈니스 환경 구축을 위한 파트너로 여기며 이런 방침은 엄청난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즉 자사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생각해 보자. UAE에서 영업하는 수많은 국제 은행들은에미리트화 할당(Emiratisation quota, 아랍에미리트 국민들에게 일정 비율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고 그냥 벌금을 납부하고 만다. 하지만 SCB는 현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이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CB는 나이지리아에서 규제기관들을 상대로 모범 관행을 교육하는 정책을 지지한다. SCB는 해당 지역의 인적 자원과 경제 자원을 개발시킨다는 명분하에 이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

 

SCB자사의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히어 포 굿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혹은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라고 SCB가 믿어야 할 이유에 관해 한 문단을 직접 작성해야 한다. 가령 공장을 새로 짓고자 하는 제조업체라면 대출을 받기 위해 지속 가능한 폐기물 처리 관행을 약속해야 할 수도 있다.

 

SCB의 브랜드와 문화에도 지역사회를 중시하는 정책이 잘 반영돼 있다. 이는 곧 SCB의 약속이 단순한 말 이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다. 인도에서 맹인을 위한 건강 센터를 짓든지, 리버풀 FC(Liverpool Football Club)를 후원하든지, 직원들이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명분을 위해 자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든지(어느 직원은 마구간에서 구조된 말을 돌보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필자들에게 이야기했다) SCB는 자사가 영업을 하는 지역사회의 일부가 된다. SCB 직원들은 동료들이 자선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열정이 생기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새로운 브랜드 약속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SCB 경영진은 자사의 승리를 단언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말한다. (심지어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한 경영자는 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그런 점에 대해 지나치게 요란하게 떠들어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른 은행의 목표물이 되기를 원치 않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실패하기를 기다리는 일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은행이 매우 훌륭한 일을 하는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은 예상치 못한 모든 결과에 대비할 수는 없다. 대출을 신청한 제조업체가 지속 가능한 폐기물 처리를 약속했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화학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하게 될 수도 있다.

 

SCB는 브랜드를 쇄신하는 과정에서 목적과 비전, 목표, 전략 및 운영 우선순위, 브랜드 약속, 핵심 가치, 리더 행동을 통합하고 조정하겠다는 의도를 바탕으로 필자들이 제안한 집단적 열망 나침반의 구성 요소를 모두 활용했다. 이 모든 것들은 쇄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SCB의 캠페인은 적절했다. 샌즈의 이야기처럼 “‘히어 포 굿은 이미 SCB가 실천하고 있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아니라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모두에게 열망과 영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SCB의 캠페인은 직원들에게 매일 출근하는 이유를 일깨워주는 조직결속(접착제)의 역할을 했다.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보면 SCB가 직면한 과제는 자사의 뿌리를 버리지 않고 잘 기억해두는 것이다.

 

윤활유.협력적 참여(접착제)는 체계적인 실행에 도움이 되는 단일화된 문화(생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윤활유)를 형성한다.

 

포시즌스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케이티 테일러는 CEO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CEO가 된 이후 테일러는 가장 먼저 조직결속(접착제)을 튼튼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판단을 내린 테일러는 한 팀을 뽑아 6개월 동안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세계 각지의 고객, 직원, 이해관계자를 만나 자사의 비즈니스 현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임무를 맡겼다. 이 팀은 전 세계를 돌며 파악한 내용을 발표했고 그 결과 고객들이 럭셔리한 경험을 높이 평가하며 직원들이 공통된 목적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하지만 이들이 발표한 내용은 이론적이었다. 한 직원의 표현을 빌리자면지나치게 지적(overly intellectual)’이었다. 직원들은 전혀 감동을 받지 못했으며 이들이 발견한 내용을 일일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지 아무런 아이디어도 얻지 못한 채 발표장을 빠져나갔다. 조직을 묶어주는 접착제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일상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없으면 새로운 약속은 쉽게 버려질 것이다.

 

테일러와 경영팀은 필자들이 제안한 나침반을 활용해 자신들이 찾아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인 틀(포시즌스의 목적 및 가치와 일치하지만 실질적인 행동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틀)에 맞춰 정리했다. 포시즌스는 세계 최고의 호텔 경험을 창조하기 위해 윤활유(회사의 목적과 부합하는 일련의 업무 전략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체계적인 계획)를 만들 준비가 됐다.

 

예를 들어, 포시즌스 경영팀 중 한 팀은누가 여기에서 리더가 될 것인가?’라는 전략을 주도했다. 이 전략의 목표는 예전에는 비교적 비공식적이었던 인재 승진 방식을 좀 더 강력한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직원들의 잠재력과 성과를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승진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인재에게 보상을 제공하며, 인재가 회사에 남아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서 이런 노력이 매우 중요했다. 결국 서비스를 경쟁 우위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테일러가 남긴 말을 떠올려보자. “34000명에 달하는 포시즌스 직원들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고객에게 어제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한다. 우리가 항상 이런 고민을 하는 만큼 언제 어디서든 포시즌스호텔을 찾는 모든 고객에게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브랜드 약속은 헌신적인 포시즌스 직원들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매일같이 그 약속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목적을 가장 우선시하라

자사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자들이 제안한 나침반을 활용하건 다른 도구를 활용하건 필자들은 목적을 가장 중요시할 것을 권한다. 언제든지 목적이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야 하며 비전과 전략, 브랜드, 가치, 리더 행동이 궤도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

 

반드시 이 세계를 구원하는 일과 같은 원대한 목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뛰어난 오락 서비스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개도국의 보건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자사가 이런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목적을 명시한 기업 강령은 차별화와 참여를 위한 출발점과 같다.

 

세계 최고의 미용 소매업체인 세포라가 어떻게 자사의 목적을 고안했는지 살펴보자. 세포라는 도미니크 망도노(Dominique Mandonnaud) 1969년에 프랑스에서 설립한 회사다. 망도노는 화장품 쇼핑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세포라의 매장을 재미있는 곳으로 설계했다.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에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망도노의 아이디어는 적중했고 세포라의 경쟁업체들도 재빨리 세포라의 매장 운영 방식을 모방했다. 세포라는 차별화를 위해 취급 브랜드 수를 늘렸다. 하지만 세포라는 머지않아 자사에서 직접 개발한 브랜드와 더불어 다양한 화장품, 향수, 스킨케어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나가기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포라는 경쟁업체가 모방하지 못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세포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브랜드 그룹 LVMH의 산하 브랜드다. 2003, LVMH는 재정 상태가 좋지 않던 세포라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세포라를 매각하는 대신 자크 레비(Jacques Levy)를 신임 CEO로 앉혀 회사를 회생시킬 임무를 맡기기로 했다. 레비와 고위 경영진은 고객의 선호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끝에 세포라의 경쟁 우위가 매장 배치 방법이나 취급 브랜드가 아니라 자사가 항상 제공해 왔던 즐겁고 유쾌한 쇼핑 경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비와 경영팀은 과거를 참고하고 미래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정하는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강령을 발표했다.: ‘소매업계에서 고객에게 가장 재미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 고객에게 편안하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고객이 자신의 미()를 실험하고 장난할 수 있도록 할 것.’

 

목적은 집단적 열망을 구성하는 다른 요인들이 솟아나는 원천과도 같다. 7개의 요소를 모두 통합하려면 목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포라는 고객에게 재미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자사의 목적이라면 이례적일 정도로 뛰어난 서비스(전통적인 의미에서 훌륭한 서비스가 아니라 자유, 감성적 연결, 탁월함, 대담함 등 자사의 핵심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자사의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목적, 전략, 가치는 세포라가 하는 모든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원들 자신만의 방법을 활용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세포라대(Sephora University)의 교육 방식을 보자. ‘세포라 경영 방식(Sephora Management Style)’을 설명하는 책자에는 일련의 원칙, 현 직원들이 어떻게 각 원칙을 성공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 교육을 받는 각 직원이 성과를 이뤄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교육을 받는 직원은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자신의 미를 자유롭게 즐기고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고객의 얼굴이나 자신의 얼굴에 제품을 바르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식품업체 중 하나인 다논과 다논의 미국 법인 다논 밀크 프로덕츠(Danone Milk Products)를 통해서도 목적이 한가운데 있는 또 다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설립된 기업 다논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다논이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인 이유는 미국의 1인당 요구르트 소비량이 일부 유럽 국가의 5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저탄수화물 식단을 받아들이면서 다논은 2000년대 초에 꽤 가파른 성장세를 경험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성장률은 다시 떨어졌다.

 

다논은 2009년에 아르헨티나인 구스타보 바예(Gustavo Valle)를 미국 법인 사장 겸 CEO로 임명했다. 바예는 브라질에서 직원들이 비전과 목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회생을 주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논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이 방법을 택했다. 바예가 택한 방법은 과거를 미래에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논이 이미 그 미래에 도달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다논의 강령(‘다논은 우리 제품의 효용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에 기술돼 있는 것처럼 다논 직원들은 다논의 목적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은 부족했다.

 

바예는 문화, 의사소통, 부서 간 협력을 강조해 2014년까지 다논의 사업 규모를 3배 키우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바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다논그룹에서 가장 큰 법인이 되려면 우리가 이미 그렇게 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수십억 달러짜리 기업의 CEO가 되고 싶다면 역시 이미 그렇게 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중략) 이 시장에는 커다란 기회가 있다. 그 기회를 잡고 싶다면 남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후 바예는 다논 리더십 칼리지(Danone Leadership College)를 설립해 다논의 변화를 위해 직원들이 직접 기여할 책임을 강조한 워크숍을 운영했다. 바예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바예는 목적을 중심으로 계획을 정비해 문화적 변화를 이뤄냈다. 예를 들어 다논의 기능 부문 내에서 이미 마음가짐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다논의 공급망 관리 임원은 필자들에게 판매에 도움이 된다면 효율성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며우리 모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논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다른 데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성장하는 방식)을 하기보다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논의 마케팅 노력 또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어린이용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이나 설탕에 대한 고객의 불만을 묵살하는 일방적인 마케팅 방식을 택했으나 지금은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는 소셜미디어 방식을 활용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예는 직원들이 다논의 목적을 고수하고 다논의 목적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협력하는 한 자신의 비전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쉽게 뛰어난 기업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 해도 단 1시간의 강연만으로 뛰어난 기업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다. 결국 경영자 본인과 경영팀의 노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심각할 정도로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출근을 해야 하는 이유, 직원들이 꿈꾸는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방법 등이 담겨 있는 강력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경영팀이 접착제와 윤활유를 적절히 활용하면(거기에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적정 수준의 훌륭한 원칙이 더해지면) 자사의 집단적 열망을 발전시키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필자는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케넌-플래글러 경영대학원(Kenan-Flagler Business School)의 리더십 교수이자 리더십 개발 교수들이 만든 글로벌 네트워크 국제 경영자 개발 연구 컨소시엄(International Consortium for Executive Development Research, ICEDR)의 설립자다.

 

에밀리 트루러브(Emily Truelove)

필자는 전 ICEDR 연구원이었으며 현재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에밀리 트루러브는 리더십과 혁신 간의 관계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출판부가 2012년에 이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 에밀리 트루러브 | - MIT 슬론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
    - (전) ICEDR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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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더글러스 A. 레디(Douglas A. Ready) | -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조직 효과성 분야 선임 강사
    - ‘경영자개발연구 국제컨소시엄(International Consortium for Executive Development Research, ICEDR)’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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