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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ture of Shopping

전통매장, 디지털과 손잡는 생존전략을

대럴 릭비(Darrell Rigby) | 111호 (2012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12월 호에 실린 베인 앤 컴퍼니 파트너 대럴 릭비(Darrell Rigby)의 글 ‘The Future of Shopping’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시카고에 거주 중인 28세의 여성 에이미는 눈이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용 리조트 의상을 구입해야 했다. 카리브해로 떠나는 휴가에서 입을 옷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5년 전인 2011년이었더라면 에이미는 곧장 쇼핑몰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에이미는 집 안에 놓여 있는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쇼핑을 시작했다. 먼저 에이미는 지난 달 2벌의 옷을 구매한 소매업체 다넬라(Danella)의 퍼스널 컨시어지(personal concierge)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컨시어지는 몇 개의 의상을 추천하면서 의상 사진과 에이미의 아바타(avatar)를 겹쳐서 실제로 옷을 입은 에이미의 모습이 어떨지 화면으로 보여줬다. 에이미는 컨시어지가 보여주는 몇 가지 제품은 바로 거절하고 다른 브라우저 탭으로 넘어가 구매자 평가와 가격을 살폈고 다른 소매업체 사이트가 몇 가지 제품을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확인한 후 물건을 주문했다. 에이미는 다넬라의 웹사이트에서 한 가지 물건을 구매한 후 매장에 구비돼 있는 몇 가지 의상을 입어보기 위해 근처에 있는 다넬라 매장으로 향했다.

 

에이미가 다넬라 매장에 들어가자 판매 직원이 반갑게 에이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와 인사를 한 후 에이미가 온라인상에서 선택한 제품들과 그 의상에 어울리는 신발, 칵테일 드레스를 정리해 놓은 탈의실로 안내했다. 직원이 골라놓은 신발이 마음에 든 에이미는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스캔해 다른 매장에서 똑같은 신발을 30달러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장 직원은 재빨리 30달러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며 에이미에게 골라놓은 드레스를 착용할 것을 권했다. 드레스는 값이 비싼데다 디자인이 매우 대담했다. 에이미는 스타일이 좋은 친구 3명에게 영상을 보내 의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친구들은 신속하게 답을 보내왔다. 3명 모두 별로라는 의견이었다. 에이미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집어 들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쿠폰을 찾아낸 다음(추가로 73달러를 할인해주는 쿠폰) 스마트폰으로 결제했다.

 

에이미가 문을 향해 걸어가자 실물 크기 화면이 에이미를 인식하고 뿌리치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인 여름용 상의를 소개하며 특가에 판매한다는 정보를 알려줬다. 에이미는 온라인상에서 예산을 살핀 후 휴대전화를 이용해 맞춤형 QR코드(Quick Response code·2차원 코드)를 스캔했다. 에이미가 구매한 여름용 상의는 내일 아침이면 집에 도착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가상 시나리오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생각만큼 초현대적이거나 공상적인 것은 아니다. 에이미가 사용한 모든 기술은 이미 활용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5년 내에 그중 상당수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흔한 기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꿈의 실현(넘쳐나는 정보, 완벽에 가까운 가격 투명성,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특가 상품)과도 같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소매업체들은 이미 악몽 같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타워 레코드(Tower Records), 서킷시티(Circuit City), 린넨즈앤싱즈(Linens’ n Things), 보더스(Borders)는 다른 업체들보다 앞서 이런 변화에 희생됐다.이들 외에도 희생되는 기업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소매업계는 50년에 한 번씩 이런 유형의 파괴를 경험한다. 150년 전에는 대도시가 발달하고 철도망이 확대되면서 현대적인 백화점이 생겨났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후 자동차가 양산됐고 전문 매장들로 가득한 쇼핑몰이 새로 조성된 교외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 도심에 위치한 백화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1960∼70년대가 되자 월마트(Walmart), 케이마트(Kmart) 등 할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머지않아 전문매장을 특화해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서킷시티, 홈디포(Home Depot) 같은 매장이 생겨났다. 전자 형태의 할인점과 후자 형태의 대형 전문매장들은 모두 구식 쇼핑몰의 기반을 약화시키거나 변화를 초래했다. 변화의 물결이 나타난다고 해서 이전의 소매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고 소비자의 기대치가 새롭게 정립된다. 소비자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새로운 방식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소매업체의 등장으로 기존 고객 중 상당수가 떨어져나가고 남은 고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마저 줄어들면 초기 소매 방식에 의존하는 소매업체들은 변화에 적응하거나 도태된다.

 

대다수 소매업계의 파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소매 기술도 출발은 불안했다. 아마존닷컴(Amazon.com), 펫츠닷컴(Pets.com), 에브리싱엘스닷컴(everythingelse.com)을 비롯해 1990년대에 등장한 인터넷 기반 소매업체들은 스스로온라인 쇼핑(online shopping)’ 혹은전자상거래(e-commerce)’라 칭하는 새로운 거래 방식을 받아들였다. 문제가 있는 전략, 투기성 짙은 모험, 경기침체가 더해져 닷컴버블(dot-com bubble) 붕괴 전까지 신흥 인터넷 기업들은 제멋대로 성장했다. 결국 인터넷 시장의 거품이 터지자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활동하는 소매업체 중 절반이 설 자리를 잃었으며 비합리적인 윤택함이 사라지고 냉정한 경제적 현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급작스런 변화가 뒤따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경제적 실리가 확고히 자리잡았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Forrester)는 미국에서만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매출 기준 2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5년 전 전체 소매 판매에서 5%를 차지했던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9%로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추정한다. 다른 시장을 살펴보면 전자상거래가 전체 소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영국에서는 약 10%,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3%, 남미에서는 2%에 이른다. 세계 시장 전체를 따져보면 부문별로 커다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디지털 소매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디지털 소매업체 중 상당수가 매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할인 매장과 백화점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6.5%에 불과하지만 아마존의 5년 평균 투자수익률은 무려 17%에 달한다.

 

오늘날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전자상거래의 시장 규모를 측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전자상거래를 정의하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매장을 찾은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일시적으로 품절됐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매장 내에 있는 단말기를 통해 다른 매장 측에 해당 제품을 집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면 이 거래를 전자상거래 판매로 볼 수 있을까? 고객이 어느 매장에서 쇼핑을 하다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을 하던 중 다른 매장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선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물건을 주문한 다음 매장을 방문해 해당 제품을 찾아가기로 약속한다면 전자상거래가 되는 것일까? 다른 사람으로부터 웹사이트에서 주문한 물건을 선물로 받은 후 근처에 있는 매장에 들러 제품을 교환하는 방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정보가 이미 매장 판매의 약 50%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숫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소매(digital retailing·디지털 리테일링)는 새로운 이름을 필요로 할 정도로 기존 소매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형태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이를전방위적 소매(omnichannel·옴니채널)’라 부른다. 전방위적 소매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앞으로 소매업체들은 웹사이트, 물리적인 형태가 있는 매장, 키오스크(kiosk), 광고우편과 카탈로그, 콜 센터, 소셜미디어, 휴대기기, 게임기, 텔레비전,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전제품, 홈 서비스 등 셀 수 없이 많은 경로를 통해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전통적인 형태의 소매업을 하는 상인이 완전히 새로운 관점(다양한 경로를 하나의 완벽한 경험으로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날로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산업

디지털 소매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디지털 소매가 조만간 정점에 달하거나 10여 년 전 인터넷 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터넷 쇼핑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면 선택의 범위가 방대하지만 원하는 제품을 찾아내기가 정말 쉽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격 비교도 쉽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 쇼핑은 편리하다. 굳이 기름을 낭비하거나 주차 전쟁을 벌이지 않고도 가정이나 직장에서 얼마든지 쇼핑을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구매된 상품 중 절반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배송된다. (지난 2년 동안 무료배송 상품의 비율이 10%포인트 상승했다.) 무료 반송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 제품 리뷰와 추천 정보도 무한하다. 아마존(87포인트)을 비롯한 온라인 소매업체의 평균 미국 소비자 만족지수(ACSI·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가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할인 매장과 백화점의 만족지수보다 11포인트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디지털 소매 시장에 혁신이 넘쳐나면서 디지털 소매의 강점 또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이미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결제를 끝낼 수 있는 원-클릭 체크아웃(1-Click checkout) 시스템, 소비자가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을 선물로 받게 됐을 때 배송을 받기도 전에 제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교환 시스템 등 이미 자사의 핵심적인 혁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디지털 소매업체들은 최고의 기술 전문가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채용, 급여, 성과급에 많은 투자를 해 혁신을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소매업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진입 비용 및 운영 비용을 급격하게 낮춰주는 기법) 활용, 소셜네트워크 및 온라인 광고를 통한 마케팅 효율성 개선에도 앞장섰다.

 

고객은 이와 같은 전방위적 소매 혁신에서 앞장서고 있다. 2014년이 되면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폰이 미국 내에서 사용되는 휴대전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이패드(iPad)와 같은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미국인이 전 국민 중 약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이 기술 중심적인 소매 방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 공공장소에 비치돼 있으나먹통이 돼 작동을 하지 않는 영상 장치에 가까이 다가가 얼마나 많은 지문이 찍혀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화면에 찍혀 있는 무수한 지문은 사람들이 상호적인 터치스크린 경험을 기대한다는 증거다.

 

반면 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은 몹시 뒤처지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월마트와 타깃(Target)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은 모바일 쇼핑, 콜 센터 등 비전통적인 경로에서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지 않을 뿐 아니라 자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로인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런 기술을 매끄럽게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소매업체들이 변화에 뒤처지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컨설턴트인 필자는 오프라인 소매에 대해 인상적일 만큼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고위급 소매 책임자와 함께 매장을 둘러볼 때가 많다. 이런 분들은 각 장치가 어떤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하는지, 조명이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각의 장소에 어떤 색상이 어울릴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 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미약하다. 소매 부문에서 활동하는 경영자 가운데 e메일을 출력하기 위해 여전히 비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다. 온라인에서 그 어떤 것도 구매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다. 기술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확산돼 있는 대형 소매 조직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소매 조직은 투박하고 오래된 IT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컴퓨터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런 조직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전통적인 소매업체의 발목을 잡는 것은 비단 컴퓨터 사용 능력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소매업체를 힘겹게 하는 또 다른 4개의 요인을 살펴보자.

 

소매업체들은 인터넷 닷컴버블 기간 동안에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피해를 입었다.당시 많은 소매기업들이 가치 평가 극대화를 위해 별도의 온라인 조직을 설립했다. 별도의 조직들은 기존의 고객과 다른 부류의 고객을 목표로 삼고, 협력을 방해하고, 심각한 갈등과 질투심을 조장했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지배적인 영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던 인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조직들은 의기양양해하며 자축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소매 매장과 디지털 사업부 간의 진정한 협력은 여전히 드문 실정이다.

 

디지털 소매는 기존의 스토어 경제학, 측정 시스템, 인센티브를 위협한다.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은 동일 매장 매출, 노동 시간당 점포 매출, 이런 지표를 바탕으로 하는 보상 시스템 등의 변화와 생사를 함께한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불과할 때는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 비중이 15∼20%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이런 지표만을 중요하게 여기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다.

 

소매업체들은 수익폭(profit margin)이라는 잘못된 재무 지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변화로 인해 마진이 줄어든다면 그것은 애석한 일이다. 하지만 베인의 연구 결과 소매업체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는 수익폭이 아니라 투하자본수익률(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실제 생산활동과 관련된 일부 자산, 즉 투하자본만으로 계산한 수익률)과 성장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마존의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에 불과하다. 할인점과 백화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재고회전율이 빠르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기 때문에 아마존은 전통적인 소매업체보다 2배 이상 높은 투하순자본수익률을 자랑한다. 따라서 아마존의 시장 가치는 무려 1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타깃, 베스트바이(Best Buy), 스테이플스(Staples), 노드스트롬(Nordstrom), 시어스(Sears), J.C.페니(J.C.Penney), 메이시스(Macy’s), 콜스(Kohl’s)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은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정도로 과감한 혁신이 주는 놀라운 이점을 직접 느껴본 적이 없다.전통 소매업체들은 점진적인 개선을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소매업은 곧 디테일이다(Retail is detail).’ , 소매업은 세부적인 부분을 꼼꼼히 다뤄야 하는 사업이라는 격언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대대적인 홍보를 곁들여 도입한 매장 변신 프로그램이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좀 더 참신한 접근방법을 제시하면 소매업체들이그토록 좋은 아이디어라면 다른 기업들이 그 아이디어를 따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질문을 던질 것이다.

 

소매업체들은 고객이 항상 같은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전방위적 쇼핑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 환경에 대한 인내심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판매 직원을 찾기가 힘들다. 설사 판매 직원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직원이 제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재고가 없는 경우도 많고 계산을 하려면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며 반품은 성가시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전방위적 소매는 전통 소매업체들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고객들은 전통 소매업체들을 지나쳐버린다. 반면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점차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통 소매업체들이 온라인 업체를 따라잡으려면 전방위적 소매 전략을 수립하고 변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처음부터 쇼핑을 재설계하라.

전방위적 소매 전략을 실시하려면 가장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소매업계 경영진은 신기술이 좀 더 빠르고 저렴해질 뿐 아니라 다용도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자사가 활동하는 부문의 디지털화 수준(digital density)을 예상하고 디지털화가 미칠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조만간 디지털 소매가 전체 판매의 20%를 차지하고 전체 판매의 80%가 디지털 소매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매장을 열어야 할까? 만일 그렇다면 기존의 매장과 얼마나 달라야 할까? 가격 투명성이 한층 높아진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고객 유인이 큰 카테고리가 온라인으로 옮겨가 더 이상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 모든 상황은 처음부터 새롭게 전면적인 혁신을 추구할 것을 요구한다. <이상화된 디자인: 내일의 위기를 오늘 해결하는 방법(Idealized Design: How to Dissolve Tomorrow’s Crisis …Today)>의 공동저자 러셀 L. 애커프(Russell L. Ackoff) 1951년에 벨연구소(Bell Labs)에서 등장한 유사한 전환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벨연구소를 경영하고 있던 부사장은 한 그룹의 직원들에게 벨연구소가 전화 통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부사장은 전화 다이얼, 동축 케이블 등 당시의 전화 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적하면서 그것들은 1900년 이전에 고안되고 실행됐다고 말했다.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기존의 전화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는 탓에 처음부터 새롭게 전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부사장으로부터 요구를 받은 벨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고 누르는 버튼(push-button) 전화기, 통화 대기, 자동 전송 전화 서비스, 음성 메일, 화상 회의, 휴대전화의 개념을 생각해냈다. 소매업체들도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전방위적 소매의 설계 요건이 나날이 명확해지고 있다. 고객은 모든 것을 원한다. 고객은 폭넓은 선택, 풍부한 제품 정보, 직접 제품을 사용한 고객이 주는 정보와 실용적인 조언 등 디지털 방식의 이점을 원한다. 그와 동시에 고객은 고객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 서비스, 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능력, 이벤트와 경험하는 쇼핑 등 오프라인 매장이 주는 이점도 원한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고객의 유형에 따라 높게 평가하는 쇼핑 경험의 유형도 달라진다. 하지만 유형을 막론한 모든 고객은 디지털과 오프라인의 완벽한 통합을 원할 것이다.

 

소매업체가 직면한 과제는 이 같은 비전에 활력을 불어넣는 혁신을 실천해 고객을 열광시키고 이윤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실제 사례에 접목해 생각해 보자.

 

구매 경로와 불만요인(pain point).소매업체들은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3개의 간단한 원칙을 바탕으로 소매업을 정의해 왔다. 첫째, 목표 고객이 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준비해 둬야 한다. 둘째, 매장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셋째, 매장 안으로 들어온 잠재 고객이 매력을 느끼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방위적 소매 시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개별 고객이나 소규모 집단의 선호도를 고려해 손쉽게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회사가 직접 개입된 마케팅 노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확인 가능한 전문가 평가,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에서 친구들이 추천하는 내용이 고객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매장 방문뿐 아니라 다양한 판매업체 검색, 가격 비교, 신속하고 번거롭지 않은 반품 등 다양한 것들이 쇼핑 경험에 포함된다.

 


소매업체들은 이와 같은 구매 경로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부분에 다양한 정밀 도구를 적용할 수 있다. 먼저 소비자들의 인식을 고취시킨다고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소매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인식 고취를 위해 대개 대중시장 광고, 홍보의 방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고객의 휴대용 기기에 쿠폰 코드와 특가 판매 정보를 전송한다. 뿐만 아니라 소매업체들은 검색 용어와 장소 기반 홍보를 최적화할 수 있고 포스퀘어(Foursquare)와 같은 외부 플랫폼을 통해 매장에 접속하는 고객에게 맞춤형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가능성은 확대되고 있다.

 

소매업체들은 구매 경로 중간에 위치한 각 지점에서 이런 도구를 활용해 제한된 매개변수(날이 갈수록 그 숫자가 줄어든다)로 정의되는 목표 고객을 찾아내고 특정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상호작용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올해 초 영국의 소매업체 테스코(Tesco)는 시간에 쫓기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좀 더 많은 식료품을 판매할 방법을 찾기 위해 한국 지사인 할인점 홈플러스(Home Plus)를 연구했다. 테스코가 찾아낸 답은 소비자가 여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매장을 옮기는 것이었다. 홈플러스는 파일럿 테스트로 서울에 위치한 지하철역 내부에 오렌지 주스, 신선 야채, 육류, 기타 수백 개의 제품이 진열돼 있는 실물 크기 슈퍼마켓 진열대 사진을 벽면에 붙여 놓고 사진 뒤쪽에서 조명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식료품 쇼핑을 원하는 고객은 제품의 QR 코드를 스마트폰에 입력해 화면에 있는 버튼을 눌러 가상 쇼핑 카트에 원하는 물건을 담기만 하면 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나면 홈플러스가 몇 시간 내로 구매고객의 집에 실제 물건을 배송해준다. 테스코는 서비스를 도입한 지 3개월 만에 만 명이 넘는 고객이 이 서비스를 활용했으며 온라인 판매가 130%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전방위적 소매 전략을 택하는 소매업체들은 각 목표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 일부 고객군은 과거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도 무방하다. 좀 더 많은 상상력과 혁신을 필요로 하는 고객도 있다. 디즈니(Disney)는 소매 매장을 오락 활동을 위한 장소로 변모시키고 있다. 모든 유형의 가족 고객이 좀 더 자주 방문하고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매료시키고 다양한 상호적인 장치들이 가득한 오락의 허브로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소매업체들은 혁신을 위한 방법 탐색에 자원을 쏟아부을 때 고객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각 고객군에 해당하는 구매 경로와 불만요인을 찾아내야 하며 과거의 소매를 규정했던 천편일률적인 접근방식보다 맞춤형 해결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쇼핑 경험.전통 소매업체들은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소매업체들로 인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커다란 피해를 겪고 있다. 매장 판매량과 단위 면적당 판매가 하락하면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인원 감축, 원가 절감, 서비스 축소를 단행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매장을 차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약화되면 고객은 가격과 편의성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고객이 이런 요인에 관심을 쏟을수록 온라인 소매업체의 이점이 더욱 강화된다.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전통 소매업체는 인터넷 소매업체가 갖지 못한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인 오프라인 매장을 짐이 아닌 자산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은 효과적인 경쟁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연구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판매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령, 유럽의 한 소매업체는 오프라인 매장이 위치한 지역 인근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약 5%를 차지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온라인 매출의 비중이 3%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온라인 경험과 오프라인 경험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매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매장 내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견뎌내야만 하는 따분한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다시 말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매장에서 쇼핑을 해야 하는 일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 방법을 택한다. 매장 방문이 기대되고 재미있고 매력적이라면 어떨까? 쇼핑을 위한 매장 방문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거나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는 것만큼 재미있다면 어떨까?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구입하는 경험을 한다면 어떨까?

 

사실 이런 쇼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뉴잉글랜드 지역에 위치한 가구 체인점 조던스 퍼니처(Jordan’s Furniture)는 매장 내에 조성된 테마 거리, 마르디 그라 쇼(Mardi Gras show, 동성애 축제), 아이맥스 3D 극장, 레이저 쇼, 푸드코트, 젤리빈으로 만든 도시, 동작 인식 놀이기구, 물 쇼, 공중그네 학교, 특별 자선 행사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가구 판매 생산성을 자랑한다. 카벨라스(Cabela’s, 사냥, 낚시, 캠핑 용품 등을 판매하는 업체), 배스프로 숍(Bass Pro Shops, 낚시 용품 판매점)은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동시에 무척 매력적인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한다. 이런 유형의 매장 경험을 만들어내려면 많은 돈이 든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 좀 더 비용 효과적인 방식으로 매장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을까?

 

사실 이미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무미건조한 매장 쇼윈도를 없애고 그 자리에 진동스크린을 세워둘 수 있다. 진동스크린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화면이 변하며 폐점 시간 이후에 고객을 위해 조언을 하거나 주문을 받는 등 상호 작용을 한다.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이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각종 장비를 원하는 방식대로 조립해 타임스퀘어(Times Square)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공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은 고객의 관심을 끄는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고 고객이 좀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낸 데에 보상을 제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디지털 기술(태블릿PC의 모습을 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판매 직원에게 고객에 관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각 고객이 어떤 대우를 좋아하는지 알려주고 각 고객의 거주 공간과 체형과 동일한 모형을 제시해 완벽한 선택을 돕는다. 디지털 기술이 있으면 고객에게 제시하는 가격 및 홍보 방식을 정확하고 즉각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각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추천을 할 수도 있다. 가상 거울(virtual mirror)은 고객과 신뢰할 수 있는 고객의 친구들을 연결시켜 탈의실 안에서의 경험 속도를 높이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 기술을 활용하면 계산대의 긴 라인을 없앨 수 있고, 거래 영수증을 저장하고, 환불 요청을 접수하고, 신속한 환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콜 센터 응대직원이 고객의 구매 기록과 불만 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모든 가능한 혁신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에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듯이 매장, 휴대용 기기, 콜 센터, 기타 경로를 활용할 때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그 기회를 활용하는 방안이 얼마든지 현실성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는 소매업체들은 이런 경로와 기술을 결합시켜 전적으로 디지털화된 소매 전략보다 뛰어난 전방위적 매장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소매업체는 먼저 고객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일찍, 충분히 자주, 충분히 포괄적으로 이런 혁신을 접목해야 한다. 경쟁업체보다 3년쯤 늦게 성공적인 혁신을 도입하면 상당한 입소문이나 관심을 유도할 수 없다. 물론 디지털 혁신의 상당수는 실패할 것이며 다른 혁신의 효과는 측정하기 힘들다. 소매업체가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검증 역량과 학습 능력을 21세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시대에는 가격 변화, 매장 구성 개선, 신문 광고와 텔레비전 광고의 차이 등을 측정하기가 힘들었다.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는 광고 예산 중 절반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떤 쪽을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유명한 한탄의 말을 남겼다.) 전방위적 세계에서는 이처럼 검증하고 학습하는 일이 무척 간단하다. 오늘날의 소매업체들은 유료 검색, 무료 검색, 인터넷 광고 전단, 디지털 디스플레이, e메일 캠페인, 또 다른 새로운 기법이자 제3자 혁신인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크 게임 SCVNGR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해야 한다. 또한 이런 수단들이 물리적 경로와 디지털 경로(: 인터넷, 휴대기기용 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야 한다.

 

펫스마트(PetSmart), 영국의 약국 체인 부츠(Boots) 등 최첨단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이미 이런 활동에 과학을 접목하고 있다. 펫스마트와 부츠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통제 집단을 만들고 임의 변수 및 기타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등 임상 실험과 유사한 방식을 활용해 디지털 혁신 및 물리적 혁신을 시험하고 있다.물론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소매업체가 이런 활동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전방위적 조직

소매기업이 전방위적 소매 전략을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조직의 기반이 되는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발전시키고 통합하도록 조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은 경영진이 담당하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로 여겨졌다. 파괴적인 혁신을 진행하려면 독립적이고 뛰어난 인재 집단, 차별화되는 지식 기반,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별도의 팀이 필요하다.

 

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주력 사업을 통합하려면 협력과 타협,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위성이 궤도의 중심부에서 너무 멀어지면 우주 공간으로 정처 없이 흘러간다. 결국 돈을 낭비하고 기회를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궤도의 중심부와 너무 가까운 곳으로 위성을 띄워 보내면 위성이 중력의 힘을 이기지 못해 결국 추락하며 불타 버린다. 따라서 조직이 전방위적 소매 혁신을 발전시키고 그와 동시에 통합시키도록 만들기란 무척 힘들다. 하지만 적절한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한 가지 방법은 별도의 공식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고 중요한 결정을 조화롭게 조정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이 디지털화를 위해 최초의 노력을 기울일 때 조화롭게 조정하는 데에 실패했다.) 애플은 인터넷 업계에 거품이 한창이던 1997년에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애플은 2001년이 돼 오프라인 소매매장을 열기 시작하면서 자사의 온라인 채널와 오프라인 채널을 완전히 분리된 조직으로 만들었고 각각의 조직에 잠재적 충돌은 우려하지 말고 판매를 극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사업부 간의 협력 부문이 대개 상품 구색 조정, 신제품 출시 일정, 가격 정책 등에 국한돼 있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과 비할 데 없이 뛰어난 서비스가 부실한 채널 통합보다 두드러져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걸출한 기술 회사를 향한 고객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협력 수준을 강화했고 그 덕에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을 교차 활용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으며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신제품 출시 기회를 활용해 매장의 재고를 점검하거나 온라인에서 제품을 예약한 다음 매장에서 구입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시험해볼 수 있게 됐다. 2011년에 오프라인 매장을 개조한 애플은 전시 제품 곁에 해당 상품에 관한 정보가 적힌 카드 대신 아이패드(iPad)를 배치해 온라인 사이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이 직접 제품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매장을 찾는 고객은 아이패드를 통해 전방위적 지원 방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할 시 매장 내의 전문가를 호출할 수 있다.

 

혁신적인 조직이라면 혁신적인 인재(상상력이 뛰어나며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젊은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전통 소매업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와 같은 혁신적인 인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제 전통 소매업체들도 아마존, 구글(Google) 등의 기업과 맞서 싸워야 하는 만큼 채용을 위한 노력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에 깊이 숨어 있는 혁신적인 인재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그 근방의 대학 캠퍼스 같은 창의적인 인재들이 집중돼 있는 곳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게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대형 소매업체들이 혁신적인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을 아칸소(Arkansas), 미네소타(Minnesota), 오하이오(Ohio) 등에 위치한 본사로 데려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자치적으로 운영되는창조적 파괴집단을 만들고 이런 집단을 핵심 업무와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이 별다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방위적 전략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데스크톱PC를 이용한 화상 회의, 휴대 기기용 애플리케이션, 소셜네트워크, 협력을 돕는 그룹웨어, 지식공유 기반, 문자 메시지, 크라우드 소싱 등은 에이미의 쇼핑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기술은 쉘던(Sheldon)과 라제시(Rajesh)(어디에 살고 있건)가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조직의 기존 역량과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쩌면 미국의 백화점 메이시스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09 2, 메이시스는 미국 내에 있는 각종 사업부를 모두 통합해 뉴욕에 배치했다. 하지만 디지털팀은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에 남겨뒀다. 이후 메이시스닷컴(Macys.com)은 기존의 디지털 팀원을 300명에서 700명으로 늘렸다. 메이시스의 디지털팀은 최고의 능력 있는 전문가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입지, 화려한 패션, 기업가적 독창성과 비즈니스 감각이 더해진 독특한 조합 등을 자랑하는 자체적인 채용 사이트를 선보였다. 메이시스 디지털팀은 자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셜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디지털팀은 가장 성공한 자사 임원들의 특징을 연구한 다음 자사가 채용한 인재들에게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시간 관리, 협상 스킬, 재무 지식 등에 관한 전문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기술 기업주, 벤처캐피털리스트, 선두적인 소프트웨어 공급업자 및 하드웨어 공급업자로 구성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재 발굴뿐 아니라 협력 및 신사고를 촉진시켰다.이와 같은 조직 전략은 메이시스가 기술 인재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데 도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직 전략 덕에 메이시스는 이후 2년에 걸쳐 30%가 넘는 연간 전자상거래 매출 성장률을 자랑할 수 있었으며 전문 소매업체를 위한 2011 L2 디지털 IQ 지표(2011 L2 Digital IQ Index)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에 있어 이와 같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조직적으로 너무도 버거운 일이다.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이동하는 바로 이 시점에서 너무 느리게 대처하면 선두 자리와 점유율을 잃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만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다. 소매업체들은 신속하게 시험하고 학습하되 자사가 정확하게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파악할 때까지 중대한 결정은 유보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말한 모든 일들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성공적인 전방위적 전략은 소매업체의 생존을 보장해준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생존 보장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50여 년 만에 한번씩 등장하는 고객 기대치의 혁명과 경험의 혁명을 추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소매업체들은 디지털 영역과 물리적 영역이 서로 경쟁하기보다 상호보완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판매가 증가하고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고객과 직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을 제안하고 그 결과 좀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는 빠르게 흘러간다. 소매업체가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안다면 성공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감수 |곽승웅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이사

감수자인 곽승웅 이사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와 동 대학원을 수석 졸업한 뒤 와튼스쿨 MBA를 우등 졸업했다. 베인 애틀랜타, 베이징, 상하이 오피스에서 근무했고 현재 베인 서울사무소에서 유통/소비재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대럴 릭비(Darrell Rigby)

필자는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 앤 컴퍼니의 파트너로, 동 회사에서 글로벌 소매 및 글로벌 혁신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 대럴 릭비(Darrell Rigby) 대럴 릭비(Darrell Rigby) | -베인 앤 컴퍼니 파트너
    -베인 앤 컴퍼니 글로벌 소매 및 글로벌 혁신 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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