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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stainable Economy

지속가능? 건강한 생태계에 달렸다

이본 추이나드 |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10월 호에 실린 이본 추이나드, 집 엘리슨, 릭 릿지웨이의 글 ‘The Sustainable Econom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지속가능 경영의 필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업 이익만 추구하고 지구의 운명 따위는 개의치 않는 사람이라도 깨끗한 물과 공기, 생명력 넘치는 생태 다양성과 비옥한 토지 등 건강한 생태계가 안겨주는 자연 자원과 공정 사회의 안정성에 기업 생존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다행히 우리 대부분은 이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인류가 이뤄낸 성과가 없다. 기업이 지구에 주는 피해는 별로 줄지 않았다. 훌륭한 기업들이 영감을 주는 새로운 계획들을 시작하고는 있지만 기업 활동이 환경에 주는 폐해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환경에 피해를 주는 제품이 친환경 제품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높은 환경 비용이 높은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 기업이 기업 활동의 영향에 온전히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 피해는 대부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각 기업의 책임 비중을 공정하게 밝혀내는 일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 비용은 기업 회계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기업이 배제해왔던 비용을 정량화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가장 저렴한 티셔츠가 지구와 사회에 가장 피해를 적게 주는 제품이라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더 저렴한 제품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의 열망이 건강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업 관행과 완벽히 일치하게 되면서 시장 질서가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이것은 갑자기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니다.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는 이론가들이 이전부터 늘 해오던 말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용으로 계산하는총비용 회계(true cost accounting)’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활동의 성배(聖盃)와도 같다.

 

우리는 지속가능 경영 특화 컨설팅업체 파타고니아와 블루스카이(Patagonia and Blue Skye)를 설립하고 지난 수십 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 왔다. 다행히 과거 어느 때보다 전망이 밝다. 오랜 세월 진행된 3가지 흐름이 하나로 모이면서 성공적 경영과 지속가능 경영이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불가피해졌다. 첫째, 이전에는 가격을 측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대상에 가격을 매기는 일이 가능해졌다. 둘째, 환경 비용을 잘 관리하는 기업 쪽으로 투자 자본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셋째, 관련 지수가 개발되면서 공급 사슬에 속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지속가능 표준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3가지 흐름은 개별적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지니지만 이들 모두 일정 수준 이상 성숙하면서 변화가 가속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각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면서 성공적인 기업 활동에 대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3단계에 걸쳐 발전해 왔다. 초기만 해도 지속가능성은 기업 운영의 한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등 주로 방어적 측면에서 고려됐다. 그 다음 지속가능성은 보다 전략적인 활동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가지속가능성 2.0’ 시대다. 이 시대에는 비용 절감 아닌 혁신이 화두로 떠올랐고 기업들은 가치 사슬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지속가능성은 또 다른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지속가능성의 발전 3단계에서 기업은 모든 의사결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숙고한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 4.0의 시대도 가능한가? 3.0 시대를 보면 그런 용어는 필요 없을 듯하다.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지어떻게 기업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지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곧 이 2개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하나의 경영 방식이 됐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가격 매기기

지속가능성 3.0을 현실화시킨 첫 번째 동인은 생태계, 다시 말해 자연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수많은 혜택의 가치를 달러 기준으로 계산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맹그로브(mangrove) 숲은 토양의 침식을 막아준다. 다른 수단으로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곤충은 꽃가루를 옮기며 꽃의 수분을 돕는다. 이것이 농사에 주는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다양하다. 깨끗한 담수와 청정 공기를 제공하고 탄소를 제거해주는가 하면 다양한 원자재를 제공해 준다.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준다면 우리는 얼마의 돈을 지불해야 할까?

 

물론 자연의 혜택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안녕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자연의 은혜를측정 불가능이라고 보는 시각은 오히려 이를공짜로 인식하게 하는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자연 자원은 무한하거나 파괴되지 않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시각은 문제를 낳는다. 자연에 적절한 가격을 매기지 못하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결정하는 데 방해가 된다. 이는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내려야 할 결정이다. 자연 자원과 이것으로 얻게 되는 혜택을 같은 기준(다시 말해 달러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을 때 최적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생태계 가치를 정량화하는 일은 1990년대 초반 그 중요성을 처음 인정받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야 진정한 노력이 시작됐다. 비영리 조직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와 국제자연보호회(Nature Conservancy)는 최근 글로벌 회계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PwC)와 함께 생태계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피터 셀리그만(Peter Seligmann)이 이끄는 국제보존협회는 이전에는 야생 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내재적 가치를 논하다가 요즘에는 야생 지대가 인류에게 안겨주는 가치를 강조하는 쪽으로 전략 방향을 바꿨다. 현재 국제보존협회는 생태계가 인간 생활에 가져다주는 이점을 정량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미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군드생태경제연구소(Gund Institute for Ecological Economics)와 함께 웹 기반 인공지능 생태계 가치측정(Artificial Intelligence for Ecosystem Services·ARIES)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들은 동네·지역·전국·세계적 차원에서 생태계 가치를 신속히 측정할 수 있다.

 

2011년 다우케미컬(Dow Chemical)은 향후 5년간 국제자연보호회 연구팀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생태계 가치측정 방법론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앤드루 리베리스(Andrew Liveris) 다우케미컬 CEO생태 다양성과 생태계가 가져다주는 혜택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전략 계획에 반영하는 기업이 미래 시장에서 가장 유리하다며 지속가능성을 기업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결심했다. 국제자연보호회는 생태계 가치측정 시스템을 기업 운영에 반영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두 조직은 이런 접근법을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 전파하는 데 나설 예정이다.

 

국제연합(United Nations·UN)과 세계은행(World Bank)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01 UN은 밀레니엄생태계평가(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를 출범했다. 전 세계 1360명의 과학자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생태계의 건강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보다 최근인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생태다양성조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에서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세계은행 총재는 신흥 경제국과 개도국이 자연 자본의 가치를 고려해 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도자에게 정보를 주는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졸릭 총재는국가의 자연은 자본 자산으로 파악해야 한다자연 자본은 금융 자본, 생산 자본, 인적 자본과 함께 한 국가의 자산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희망에 그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일부 가치측정 방식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UN 환경계획(UNEP)은 세계 식량생산의 3분의 1이 동물이나 곤충이 매개가 된 꽃가루 수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가치가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세계은행은 2011년 보고서국부의 변화(The Changing Wealth of Nations)’에서 삼림과 강, 습지, 야생 지대, 농경지, 목초지, 광물, 석유 및 석탄, 대양, 생물종의 다양성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자연 자원의 가치가 4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29조 달러는 개도국에 속해 있다.

 

진짜 변화는 고차원적으로 측정한 가치들이 개별 기업 장부에 반영되기 시작할 때 일어난다. 구찌(Gucci),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을 경영하는 프랑스 PPR그룹은 2011 4, 그룹이 보유한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가 생태계에 미치는 모든 경제적 영향을 측정해서 이를 환경 손익계산서에 반영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PPR그룹은 PwC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양사는 다른 기업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 환경 손익계산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크리스 나이트(Chris Knight) PwC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The 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녹색 환경운동과는 전혀 다른 노력이라며이는 냉철한 경제학에 바탕을 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회계 및 가치 측정 노력은 기업이 그동안 외부 비용이라고 무시한 항목을 내부화하도록 할 것이다. 전향적 시각을 갖춘 기업들은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수립하고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완화해줄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제조업이나 농업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켜줄 이런 노력이 대규모로 전개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소매 유통업체, 소비자, 정부 등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체들이 아직까지는 조직적이거나 지속적인 방식으로 이런 활동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지속가능성 3.0의 시대를 이끌 새로운 촉매제가 부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2번째 동인, 바로 자본시장의 움직임이다.

 

지속가능성으로 몰리는 투자금

생태계가 안겨주는 편익을 측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최근의 변화가 바로사회 책임 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SRI)’의 확대다. SRI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투자는 지속가능성과 사회 정의, 지배구조에서 기업이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투자 영향력의 우선순위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SRI는 특정 기업 및 부문의 부정적 영향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실질적 행동주의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때는 바로 1960년대다. 당시 다우케미컬과 유사한 기업의 주주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군수품 생산의 공범자로 간주되는 압박감을 느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연기금이 노동조합의 목표 혹은 가치와 맞지 않는 기업에 투자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뮤추얼펀드가 부상한 후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투자자로 변모하면서 사회의식이 철저한 투자자에게 신념과 어긋나는 기업 활동에 자금을 쓰지 않겠다고 보장하는 니치 펀드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담배와 주류, 도박, 음란 영상물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식, 이른바죄악주(sin stocks)’를 걸러냈다. 나중에는 노동 및 인권 분야에서 명성이 실추된 기업도 블랙리스트에 추가됐다. 아리엘펀드(Ariel Fund)의 경우 환경오염, 담배나 무기 생산, 핵에너지 개발, 다양성 저하 등을 투자대상을 골라내는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영사 핌코(PIMCO)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판매한 토털리턴펀드(Total Return Fund) Ⅲ도박 및 카지노, 의료 보험 서비스 제공, 주류 및 담배, 제약, 음란 영상물 또는 군수 장비 제조관련 기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기도 했다.

 

SRI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투자 방향도 바뀌었다. 투자 방법은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변했고 기업 위험은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측정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기업의 수자원 사용량, 탄소 배출량, 노동 문제에 대한 시각, 공급망 관리 방식을 모두 기업 가치에 반영한다. 순전히 정성적으로 보이는 문제도 결국 정량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성 개선이라는 정성적 목표는 결국 비용 절감이라는 정량적 결과를 낳는다. 기업은 이 과정에서 위험을 파악하고 없앨 수 있으며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명성을 높여 뛰어난 인재를 모을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투자자들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기업으로 몰려든다. 이들 기업이 윤리적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용어도사회적 책임(socially responsible)’에서지속 가능한(sustainable)’ 투자로 바뀌고 있다.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싶은 기업이라면 규제기관의 의무 보고 기준을 넘어서 자사 운영방식을 자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국제 지속가능 표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전 세계 2000여 개 기업이 사용하는 환경·사회·경제 성과 보고 기준)나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CDP) 등을 이용해 기업 관행과 결과를 파악할 수 있다. GRI CDP는 기업이 주주들과의 논의를 통해 산업 표준에 맞춘 지속가능 목표를 세우고 모범 관행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GRI의 경우 기업 지배구조, 주주참여, 정보 공개, 성과 등 4개 분야에서 지속가능 업체가 하는 200여 개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에 따르면 펩시코 프리토-레이(PepsiCo Fito-Lay)의 애리조나 감자칩 공장에서는 배출 제로에 도전하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IBM은 연간 에너지 및 수자원 비용을 300만 달러 절감하면서 생산량은 33% 늘리는 데 성공했다.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는 브로콜리 재배 농부들이 기존 고랑 관개(furrow irrigation) 방식에서 물 사용량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드립(drip)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해 매년 12억 갤런의 수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또한 의류 소매업체 갭(The Gap)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지나친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도록 운영 방식을 바꿨다. 기업이 GRI와 같은 표준 방식을 사용해 자사의 발전 사항을 보고하면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 성과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개선되면 펀드의 운용 투자수익도 높아질까? 일부 경우는 분명 그렇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준으로 주식을 선정하면 평균보다 낮은 투자 성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믿음은 편견이다. 그 증거가 바로 도미니 소셜 지수(Domini Social Index)에서 이름을 바꾼 MSCI KLD 소셜 400 지수다. 이 지수는 지난 20년간 실제 투자수익 및 위험 조정 투자수익 모두에서 S&P 500 지수를 추월했다. MSCI KLD 소셜 400 지수 개발자들은 포춘500대 기업을 모두 살펴본 후 지속가능성에서 낮은 성과를 기록한 250개 기업을 제외했다. 그리고 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하면서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기업으로 대체했다. 다시 말해 월스트리트의 정량적 평가 기준(현금 흐름, 매출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속가능 투자 방식은 투자 범위를 한정 짓기 때문에 시장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비재무적 기준을 고려할 때마다 지수 안에 남는 기업이 줄어들고 높은 재무성과를 기록한 기업이 명시적으로 제외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출을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환경이나 사회에 지우는 모든 비용을 재무제표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가 높은 기업일수록 지수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또한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혼자 의로운 길을 꿋꿋이 가다 보면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기 쉽다. 법에서 요구하는 범위를 넘어서 직원들에게 생활비를 넉넉히 지급하고 공장을 운영하면서 주변 하천을 오염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기업은 환경 비용을 신경 쓰지 않는 경쟁업체와 비교할 때 부담할 비용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 투자를 실천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수익 최대화와 양심적 투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꼈다. ‘신념에 따른 투자는 자기희생적 이타심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필수 자연 자원을 낭비하는 등 장기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이 이어진다면 굳이 사회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잘못된 관행을 고집하기 어렵다. 특히 요즘같이 시민 의식이 높고 시민 행동주의가 활발한 시대에는 잘못된 결정이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럴 필요가 없다. 요즘에는 애니 레너드(Annie Leonard)물건 이야기(Story of Stuff)’처럼 공급망을 통해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폭로하는 다큐멘터리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다. 클릭 한번만 하면 볼 수 있어서 입소문도 아주 빠르다. 위트니스(WITNESS) 같은 기관들은 무선 통신기기를 갖춘 평범한 시민들이 환경오염 사례를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리도록 독려한다. 덕분에 증거는 빠르게 쌓이고 있다. 위트니스는 이를동영상 권익 운동(video advocacy)’이라 부르며보라, 촬영하라, 변화시켜라(See It, Film It, Change It)’는 문구로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권장한다. 기업 감시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각개 전투를 벌이다가 조직화되면서 현명한 펀드매니저들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투자 위험의 막중함을 눈치 채고 비용 감축에 집중하는 기업에서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을 피해가는 기업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바꿨다.

 

펀드매니저들이 지속가능 투자에 집중하게 만드는 또 다른 동인이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상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한 기업은 경영진도 그만큼 더 훌륭하다는,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이 아주 복잡해서 진정한 재능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지속가능 경영은 분명 많은 방법으로 기업에 혜택을 안겨준다.

 

요즘 기업에 투자되는 8달러 중 1달러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으로 향한다. 투자자들은 지속가능 경영이 비용을 증가하게 한다는 믿음이 잘못됐다는 사례를 많이 접하고 있다. 협력업체와 고객, 가치사슬에 속한 다른 주체와 긴밀히 협력하는 기업은 업계를 막론하고 환경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 비용을 아껴줄 방안을 찾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다른 기업에 전가하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 전체에서 발생하는 비용 및 폐기물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제 지속가능성의 첫 번째 흐름으로 돌아가 보자. 외부로 배제했던 비용을 내재화하는 흐름이다. 투자자의 각성 또한 이와 함께 시작됐다. 이전에는 외부 비용으로 인식하던 실질적 생산 비용을 기업 대차대조표에 반영하면 더 좋다는 사실을 많은 투자자가 인식하게 됐다. 동시에 생태계가 우리에게 주는 편익을 정량화하는 노력도 중요해졌다. 투자자들은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기업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 세 번째 흐름이 시작된다.

 


 

 

가치사슬 지수

지속가능성의 마지막 흐름은 바로가치사슬 지수(value chain indices·VCI)’를 산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흐름이다. VCI는 서로 다른 기업의 동일 상품을 비교해서 상품이 생산, 소비되고 폐기되는 모든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지수다. 산업 내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공동 개발한 VCI는 상품의 생명주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토지 사용 및 수자원, 에너지, 탄소, 유독 물질, 사회 복지 등의 다양한 카테고리를 모두 포함한다.

 

기업과 대학, 정부 기관으로 이뤄진 지속가능성 컨소시엄(Sustainability Consortium)은 공급사슬 전체를 조망하는 생애주기 평가 자료를 위한 방법론을 개발 중이었다. 이들은 공급망 속에서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단계를 규명하기 위해 VCI 같은 도구가 필요했다. VCI는 그런 데이터를 이용해 각 카테고리에서 현실적인 범위를 설정하고 상호 비교를 통해 가장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피해를 파악해서 여기에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 이런 방식으로 VCI는 기준치와 비교해 특정 상품의 환경 순위를 매기고 이 상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켜줄 대안을 제공한다.

 

현재 급부상 중인 VCI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VCI보다 앞서 만들어졌던 다른 지수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측정 범위가 VCI보다 훨씬 제한돼 있었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났고 자신이 속한 공급사슬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고 노력하던 원자재 구매 결정자와 기업 경영진은 이러한 노력을 도와줄 표준과 인증 제도를 찾게 됐다. 이들은 주로 외부 업체의 표준 혹은 인증 제도를 이용했는데 이는 대개 한 가지 분야만 측정하는 인증이었다. 일례로 이케아(Ikea)는 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FSC) 인증제를 사용한다. FSC는 외부 보증기관들로 이뤄진 독립 인증 네트워크로 지속가능 벌목 및 산림 관리를 확인해주는 인증 제도다. 현재 이케아는 FSC 인증을 받은 목재를 자사 원목 제품의 24%에 사용한다. 친환경 목재를 자사 제품에 100% 사용하려는 이케아는 다른 시스템의 인증을 받은 원자재 업체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 및 운송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와 제품의 폐기 처분 등 목재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다른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다른 인증기관이나 표준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잘 관리하고 개선 결과를 고객에게 알리려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수많은 인증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증제도끼리 경쟁을 벌이면서 중복되는 분야도 많다. VCI는 훨씬 단순하고 효과적인 표준을 채택해서 이런 혼란을 줄인다. 다른 기업 지수와 마찬가지로 VCI는 같은 산업에 속한 대부분 혹은 모든 기업에 일관성 있게 적용되는 동시에 한 기업의 상대적 성과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통시적 기준에서 함께 적용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우리가 깊게 관여하고 있는 지속가능 의류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SAC) 2년 전 파타고니아가 월마트(Walmart)에 소매유통산업에 적용할 VCI 개발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을 때 출범했다. 파타고니아는 의류 및 신발 부문의 지속가능 선도 기업뿐 아니라 주요 NGO 및 학계 관계자를 함께 초대해서 이들이 VCI를 개발하고 이행하도록 했다. 이해관계자들이 처음부터 힘을 합친다면 추진력과 파급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8개월 만에 SAC는 전 세계 의류 및 신발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40개 기업을 회원으로 두게 됐다. (자세한 내용은 자료각 업종에 VCI를 개발하는 법참조) 2011년 가을 SAC는 시험 VCI를 완성했고 모든 회원업체는 자신의 공급사슬에 이를 적용해 테스트했다. 최초의 VCI는 정성 지표를 기반으로 특정 제품이 가치사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제품의 사용주기를 따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원자재 부문은 제외됐다. 2012년 하반기에 발표될 두 번째 버전에서는 모든 카테고리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예정이다.

 

SAC가 조직을 정비하고 발전한 속도는 정말 놀라웠다. 일단 모양을 갖추고 나자 VCI가 가진 잠재력 또한 분명해졌다. 특히 브랜드, 공장, 제품 등 3가지 차별적인 기준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한 점이 뛰어나다. 덕분에 의사결정을 내릴 때 모든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3가지 기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감소시켜줄지 살펴보기 위해 캐주얼 의류업체 CEO가 최대 고객사의 수석 가맹점과 회의를 가진다고 상상해 보자. 가맹점은 해당 브랜드의 전체 VCI 점수가 너무 낮아서 유통업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문을 거절할 수 있다. 판매처를 잃을 위험에 처한 CEO는 디자인 부사장에게 다음 시즌에 판매될 모든 제품이 더 높은 누적 VCI 점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디자이너는 면 블라우스 디자인을 시작했다. 디자이너는 전통적 방식으로 재배된 면을 제품 원단으로 쓰려고 했지만 해당 원단의 VCI 점수는 새로운 지속가능성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디자이너는 유기농 면을 제공하는 협력업체를 찾았다. 그런데 점수는 여전히 낮았다. 유기농 면은 중국 서부에서 생산되는데 이곳에서는 강수량보다 더 많은 물을 사용해 토지 대수층을 빠르게 고갈시키는 관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VCI표를 살펴본 디자이너는 자연적 강수량만 활용해 농사를 짓는 인도 남부 지역에서 원단 공급업체를 찾는다. 올바른 원단을 선택한 디자이너는 다시 지속가능 점수를 살펴본다. 이번에는 경영진이 원했던 점수가 나왔다.

 

SAC 소속 기업들은 VCI의 효용성에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들은 자사 경영진과 관리인, 직원들이 VCI를 통해 선택의 결과를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으리라 믿고 있다. 그러나 VCI 개발이 어떻게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시대로 이어질지 명확히 예상하는 기업은 우리가 아는 바로는 거의 없다.

 

지속가능성 3.0 로드맵

앞서 설명한 여러 흐름이 하나로 수렴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5가지의 비약적 발전이 이뤄진다. 오래 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이제야 현실이 돼가는 성과들이다.


 

 

결과 1 생태계 가치평가 결과가 VCI에 통합된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VCI는 환경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제품과 서비스에 점수를 매긴다. 그런데 VCI에서 얻게 되는 결과를 달러 기준으로 표시하면 어떻게 될까? 생태계 가치 산정 결과가 VCI에 반영될 때 우리는 각 제품과 브랜드가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달러 단위로 파악하게 된다. 앞의 사례에서 블라우스 디자이너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유기 면제품의 점수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정이 경제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알 수 있다. 여러 선택 사항이 가진진정한 비용을 달러 기준으로 보게 되면 환경 부담을 줄이라는 최대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환경 손익계산서를 작성·공유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CFO에게 줄 수 있다. 또한 제품 생산의 실질적 비용이 펀드매니저와 은행가의 눈에 보이게 산정되기 때문에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모든 의사결정은 이들의 투자를 유도해 회사에 이익을 주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과 2 투자자가 VCI를 통해 얻는 정보를 신뢰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산업 부문별 VCI가 일반화된다고 생각해 보자. 펀드매니저의 관심을 끌게 될까? 당연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투자자들은 VCI가 제공하는브랜드 차원의 점수를 통해 상장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비교하는 수단을 얻는다. 머지않아 펀드매니저들은 가치사슬의 어느 단계에서든 경쟁업체보다 높은 등급을 받는 기업의 인기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누적 등급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등급이 좋은 업체와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객사들은 등급이 좋은 기업을 물색할 것이고 VCI 등급은 곧 매출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일단 이 단계까지 오면 펀드매니저들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VCI를 이용할 것이다. 영리한 펀드투자자가 앞서 말한 블라우스 디자이너처럼 VCI로 평가하게 되면 아마 디자이너보다도 먼저 해당 회사가 중국 아닌 인도에서 원단을 구매하리란 사실을 눈치 챌 것이다. 이에 더해 VCI를 사용해서 구매 결정을 내리는 업체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될 것이다. 경험 많고 눈치 빠른 펀드매니저라면 이런 정보를 접한 후 바로 행동에 나선다. 그는 즉시 인도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면을 재배·가공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이다. 따라서 친환경 농작법 및 제조 기술을 개발한 업체들은 VCI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과 투자자를 만나게 된다.

 

결과 3 엄청난 시장이 열린다. VCI가 신뢰받는 가치 측정 도구가 되면 은행의 주목도 받을 수 있다. VCI 점수가 높은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이면서 위험을 감소시켜 금리가 낮은 자본을 쉽게 얻게 된다. VCI가 널리 사용되면 금융 서비스업 전체가 새로운 현실에 창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이들은 환경적 이점을 금전적 가치로 전환하고 다우케미컬이나 푸마처럼 환경 손익계산서를 발행하는 기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다. 환경이 가져다주는 이점과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폐해를 측정하고 감시할 수 있게 되면서 J.P. 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등의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관련 금융 상품을 개발하느라 분주해질 것이다. 청정 바다와 하천, 산림의 진정한 가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이를 전 세계 기업이 측정하게 되면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눈앞에 열릴 것이다.

 

일단 이런 흐름이 시작되면 모든 것이 변한다. 환경 부담 비용은 가장 낮으면서 수익성이 높은 가치사슬에 투자금이 몰려들 것이다. 반면 환경 부담 실질비용이 높은 가치사슬은 우려 대상이 돼서 점차 낮은 등급을 받고 자본 차입 비용이 높아질 것이다.

 

 

결과4 포괄적인 제품 등급이 소비자 선택을 바꾼다. 앞에서 우리는 각종 환경 인증 표시가 난무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소매시장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있다.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400개 이상의 인증 및 녹색 마크가 존재하며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증기관 수 또한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아졌다.

 

그러나 등급제도는 하나로 통일될 때 소비자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도 이제는 이 사실을 안다. 가전제품 등급을 매기는 에너지 스타(Energy Star)의 놀라운 성공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에너지 스타의 성공에 고무된 전자산업은 1차원적 성과 분석(에너지 스타는 에너지 효율성만 측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부문의 정보를 보여주는 EPEAT 표준을 2006년 개발했다. EPEAT는 중금속이나 독성 내연재 사용 여부 등 50여 개의 환경평가 기준을 통해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에 등급을 부여한다. 굿 가이드 등급(Good Guide Rating·GGR) 개발 또한 긍정적인 발전이다. GGR은 화학자와 독물학자, 제품 생명주기에 걸친 환경평가 전문가, 그리고 영양학자가 선정한 600개 제품 카테고리의 10만 개 제품에 적용된다. 소비자들은 굿 가이드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검색하거나 스마트폰 앱에서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등급을 볼 수 있다.

 

SAC VCI와 유사한 지수를 만들어 점수를 계산하고 이를 단일 등급 체계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스타처럼 꼼꼼하고 굿 가이드처럼 다양한 부문을 분석하면서 특정 산업의 전체 제품을 포괄하는 등급제도가 마련될 수 있다. 등급 산출에 사용된 자료와 계산법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등급의 세부 내용을 살펴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려가며 중요 카테고리 내 세부 등급을 살펴보는 쇼핑객을 상상해 보라. 실제로 그렇게 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이런 자료를 다 공개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등급에 신뢰를 부여한다.

 

결과5 VCI는 규제기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연다. 충분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글로벌 표준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산업과 시장을 막론하고 제품의 진정한 비용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 통일된 등급 제도가 없는 (그리고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담이 실패한) 지금도 흥미로운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탄소 배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에너지 집중도가 높은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해서 이 돈을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배출총량규제 및 환급제(cap and dividend)와 같은 제도는 분명 시장이 주도하는 신속한 혁신을 이끌어갈 것이다.

 

외부로 배제된 비용을 내재화하기 위한 법안도 있다. 2008년 영국에서 제정된 기후변화 법안(Climate Change Act)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4%, 2050년까지 80% 감축하는 구속력 있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6년에 통과된 캘리포니아의 AB 32 법안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그르넬(Grenelle) Ⅱ 법안은 온실가스 총배출량과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2개를 함께 표시하는 라벨을 소비재 제품에 붙이도록 한다.

 

그르넬제도는 2010년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이후 좌초됐다. 해당 법안은 2011 1월에 발효됐지만 힘센 기업들이 거센 로비를 펼치면서 의회가 이행을 연기했다. 법안의 제1단계는 실험 단계이기는 하지만 168개 기업에서 생산하거나 거래하는 1000개의 제품을 포함한다.

 

SAC가 개발한 VCI 지수라면 그르넬법안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의 경우 이미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VCI로부터 든든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현재 SAC는 지수 개발 참여를 프랑스 정부에 부탁한 상태다.

 

자료와 비전, 그리고 의지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는 현재의 69억 명에서 90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나마 지금 이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행동이 분명 변해야 한다. 사업 방식의 급변 여부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언제그리고어떻게변하느냐가 문제다.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가장 낮을 때 진보는 가장 빨리 이뤄진다. 이를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료와 비전, 그리고 의지다. 안타깝게도 과거에는 이 3가지 요소가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 중 1개 이상이 자리를 잡았다. 충분히 정확한 자료를 수집해서 판매 제품의 진정한 가격을 산정할 수 있게 됐다. 의지 또한 강해졌다. 이 기사에서 설명한 변화는 대부분 열정적인 기업인들이 주도하는 중이다. 이제 남은 것은 비전뿐이다. 이 글에서 제시한 지속가능 로드맵이 비전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비용이 상품에 반영되면 이기적인 의지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된다. 최고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결국 가장 책임감이 강한 기업에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성배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재무성과를 가장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개선하는 지속가능성은 이제껏 성취하기 어려운 이상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3가지 흐름이 각자 힘을 얻고 하나로 합쳐지면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외부 요소로만 생각됐던 많은 환경 가치가 정량화돼 경제 효용성 분석에 포함됐다.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는 단순한 네거티브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치 기준이 되고 변화를 향한 긍정적 추진력이 됐다. 각 산업은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통일표준지수를 개발해 전체 가치사슬의 개선을 꾀한다. 한 분야에서 이뤄진 발전은 다른 분야의 발전을 촉진한다. 그리고 기업의 번영과 지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일치하도록 하겠다는 오랜 목표가 달성 가능할 뿐 아니라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본 추이나드 (Yvon Chouinard)

필자는 친환경 스포츠 용품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 설립자이자 회장이며 암벽 등반가다.

집 엘리슨 (Jib Ellison)

필자는 전략 컨설팅 업체 블루스카이(Blue Skye) 설립자이자 하천 가이드다.

릭 리지웨이 (Rick Ridgeway)

필자는 등산가이자 파타고니아 부사장으로 파타고니아 친환경 운동을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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