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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M&A playbook

엉뚱한 기업인수를 피하는 새 M&A 전술

클레이튼 크리스텐센(Clayton M. Christensen),리처드 앨튼(Richard Alton),커티스 라이징(Curtis Rising),앤드루 월덱(Andrew Waldeck) | 90호 (2011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3월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교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동대학원 성장과 혁신 포럼 수석 연구원 리처드 앨튼, 하버드 스퀘어 파트너스 관리이사 커티스 라이징, 이노사이트 파트너 앤드루 월덱의 글 ‘The New M&A Playbook’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 성과 개선, 혹은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CEO에게 M&A는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다. 사실 기업들이 매년 인수에 쏟아붓는 돈이 2조 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M&A가 실패하는 비율이 70∼9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M&A 성공률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은 효과가 있는 M&A의 속성과 그렇지 않은 M&A의 속성을 비교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M&A의 성패를 가르는 원인을 규명하는 탄탄한 이론은 아직 부재하다고 본다.
 
본 논문에서 필자들이 제안하고자 하는 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경영자가 M&A의 전략 목표에 부합하는 피인수 후보를 제대로 골라내지 못하고 현재의 운영 현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M&A와 자사의 성장 목표를 현저하게 변화시킬 M&A를 구분하지 못한 탓에 너무도 많은 M&A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 결과 기업이 잘못된 가격을 지불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기업 인수를 진행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위 이론을 조금 덜 형식적인 방식으로 설명해보자.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이를 혼동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먼저 가장 흔한 인수 이유는 기업의 현재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즉 인수를 통해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인수를 추진할 경우 기업의 사업 영역이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인수를 통해 성과가 개선될 것을 예상하고 실제 성과가 개선되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종류의 인수를 추진할 때 CEO가 예상되는 개선 수준에 대해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인수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통합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두 번째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을 쇄신해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피인수 기업을 어떻게 찾아내고 인수를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하며 인수 후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를 근거로 인수를 감행할 때 투자자를 놀라게 만들고 엄청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경영자들이 피인수 대상을 선별하고 가격을 책정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해 M&A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이론에 관해 상술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다른 기업을 매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서 살펴보는 일이다.
 
기업집단 형성(Conglomeration)을 위한 M&A

본 논문에서 다루지 않는 인수 종류가 있다. 인수기업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거나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수다. 사모투자회사(private equity)의 차입매수(leveraged buyout)가 가장 대표적이다. 많은 차입매수 업체는 포트폴리오 내에 있는 기업의 운영 상태를 개선시켜 기업 가치를 높이려 한다. 하지만 피인수기업이 얻는 가치의 상당 부분은 차입 레버리지의 활용과 이를 통한 세금 절감분을 통해 창출된다. 이런 류의 인수는 전략적 인수라기보다 주식 매입과 비슷하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루카디아 내셔널(Leucadia National)의 이언 커밍(Ian Cumming)와 같은 투자자들도 비슷한 이유로 기업을 매수한다. 물론 이들의 차입 규모는 훨씬 적다.
기존 비즈니스와의 전략적인 적합성보다 인수기업의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GE의 NBC 인수도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필자들이 이런 유형의 인수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아니다. 그 가치가 상당하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M&A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을 인수하는 것인가?
 
인수의 성공과 실패는 통합을 위한 기초를 어떻게 닦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통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상하려면 우선 무엇을 매수하고자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측면에서 피인수기업을 생각해보는 게 이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4개의 독립적인 요인으로 구성돼 있다고 정의한다. 첫 번째 요인은 고객 가치 제안이다. 즉 다른 제품에 비해 고객이 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간편하게, 좀 더 저렴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요인은 이윤 공식(profit formula)으로 기업이 이윤과 현금을 창출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수익 모델과 비용 구조로 이뤄져 있다. 세 번째 요인은 고객 가치 제안을 전달하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자원(직원, 고객, 기술, 제품, 시설, 현금)이다. 네 번째 요인은 제조, R&D, 예산, 판매 등과 같은 프로세스다.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08년 12월 호에 실린 마크 W. 존슨(Mark W. Johnson)과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헤닝 카거먼(Henning Kagermann)의 글 ‘비즈니스 모델 쇄신(Reinventing Your Business Model)’을 참고하기 바란다.)
 
적절한 상황이 되면 피인수기업에서 이 요인(자원) 중 하나를 뽑아서 인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투입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자원이 기업과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다. 회사 자체는 인수 다음 날 당장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 기업의 자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들은 이런 방식의 인수를 ‘LBM(Leverage my business model·비즈니스 모델 레버리지)’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다른 요소를 계속 끌어다 쓸 수는 없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윤 공식과 프로세스는 조직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회사가 사라진 후에도 이윤 공식과 조직이 남아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매수해 별도로 운영하며 그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와 성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필자들은 이런 방식의 인수를 ‘RBM(Reinvent my business model·비즈니스 모델 쇄신)’ 인수라 부른다. 지금부터 살펴보겠지만 다른 기업의 자원을 매수하는 때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매수할 때 성장 잠재력이 훨씬 크다.
 
경영자들은 다른 기업의 자원을 사들이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거액을 지불하는 때가 많다. 대신 인수 가격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변화를 몰고 올 잠재력이 큰 인수를 포기하거나 피인수기업이 갖고 있던 성장 잠재력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통합시킴으로써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를 파괴한다. 이런 실수의 발생 빈도가 너무 잦은 이유와 이런 실수를 피하는 방법을 이해하려면 인수를 통해 앞서 언급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목표(현재 성과 개선, 비즈니스 모델 쇄신)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현재의 성과 개선
 
경영자의 첫 번째 임무는 효과적인 경영을 통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단기 결과를 전달하는 일이다. 단기 결과가 좋다고 해서 투자자가 경영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경영진이 기대에 못 미치는 단기 결과를 내놓으면 주식 가치를 통해 가차 없이 벌을 내린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윤 공식의 결과를 개선시키기 위해 LBM 인수를 택한다.
 
LBM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인수 기업은 좀 더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을 누리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척 간단하게 들린다. 하지만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자원을 활용해 이와 같은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매우 구체적인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이 인수가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는 데 도움이 될까?
 
- 제품의 여러 속성 중 고객이 높게 평가하는 중요한 특성은 무엇인가? (속도, 내구성,기능성)
- 해당 속성을 개선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대부분의 고객이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 할까? (좀 더 빠른 속도, 좀 더 긴 수명, 좀 더 뛰어난 성능 등 개선 요소를 추가적으로 돈을 지불할 만큼 가치 있게 생각할까?)
- 피인수기업의 자원이 자사 고객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자 할 정도로 자사 제품을 상당히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원 인수.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발 중인 서비스나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더 나은 성능을 위해 고객이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자사 제품에 좀 더 우수한 부품을 쓰는 것이다. 이런 부품이 없을 경우 사내에서 개발을 추진하기보다 필요한 기술 및 인재(대개 지적 재산 및 지적 재산을 만들어내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인수하면 좀 더 신속하게 제품을 개선시킬 수 있다.
 
2008년에 2억7800만 달러를 주고 반도체 디자인 업체 P.A. 세미(P.A. Semi)를 매수한 애플(Apple)의 인수 사례가 바로 이런 경우다. 애플은 설립 직후부터 P.A. 세미 인수 전까지 독립 공급업체로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다른 휴대용 기기 제조업체와의 경쟁으로 배터리 수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자 애플은 자사 제품의 특성에 맞게 설계된 프로세서가 없어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기가 힘들어졌다. 다시 말해서 애플은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에 반도체 디자인 역량을 가져야만 했고 이를 위해 기술과 인재를 인수해야만 했다. 누가 들어도 타당한 완벽한 대처 방법이다.
 
씨스코(Cisco)도 같은 이유로 인수합병을 택했다. 자사가 갖고 있는 독점적인 제품 아키텍처가 지속적으로 성능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자 시스코는 중소 하이테크 기업을 인수해 피인수업체들의 기술과 엔지니어를 제품 개발 공정에 투입했다. (‘이 인수가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는 데 도움이 될까?’ 참조)
 
 이 인수가 비용 인하에 도움이 되는가?
 
계획 중인 인수를 통해 확보할 자원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결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비용 인하에 기여할지 예측하려면 피인수기업의 자원과 프로세스가 자사의 자원 및 프로세스와 얼마나 호환성이 높은지 평가해야 한다.
자원
- 피인수기업의 제품이 아무런 문제 없이 우리 회사 제품 목록과 잘 어우러지는가?
- 피인수기업의 고객이 우리 회사에서 생산한 것과 유사한 제품을 좋아하는가, 혹은 그 반대인가?
- 공급망과 유통망의 조정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피인수기업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가?
- 우리 회사 영업 사원들에게 피인수기업의 제품을 판매할 능력이 있는가? 피인수기업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가?
프로세스
- 우리 회사의 판매 주기에 따라 피인수기업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가?
- 우리 회사 직원들은 피인수기업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가?
- 피인수기업의 제품을 우리 회사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가, 혹은 피인수기업의 공장에서 우리 회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가?
- 조달 및 IT, 품질관리 시스템에 관한 우리 회사의 규칙을 적용할 경우 피인수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질이 향상될 것인가?
피인수기업의 자원이 자사의 자원 및 프로세스와 호환될 수 있다면 인수를 통해 자원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이윤 공식이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인수로 인해 자산 및 고정자산 회전율, 혹은 활용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 절감을 위한 자원 인수.  경영자들은 인수를 발표할 때 거의 항상 인수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원 인수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시나리오는 그리 많지 않다. 인수 기업의 고정 비용이 높을 경우에 인수를 통해 생산 규모를 늘리면 이익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롤업(roll up·기업 쇼핑)’ ‘쇠퇴기 산업 통합’ ‘천연 자원 거래’ 등 무엇이라 불리든 이런 류의 거래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동일하다. 즉 인수기업은 인수를 통해 얻은 특정 자원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투입한 다음 인수한 기업의 나머지를 버리고 중복되는 자원을 폐쇄하거나, 해고하거나, 매각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피인수기업의 자원을 활용하여 성과를 개선시킨다.
 
한 가지 간단한 사례를 살펴보자. 겨울이 되면 미국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방의 많은 가정이 난방유를 이용해 난방을 한다. 난방유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은 매달 난방유를 배달해 준다. A라는 소매업체가 같은 동네에서 영업하는 경쟁업체 B를 사들인다면 결국 인수기업 A가 경쟁업체 B의 고객을 인수하게 되고 같은 지역에 사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2대의 트럭이라는 중복되는 고정비를 없앨 수 있다. 이 경우 A가 인수한 가장 중요한 자원은 트럭이나 운전사가 아니다. 트럭과 운전사는 A가 새로운 고객에게 난방유를 배달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수를 통해 A가 취득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고객이다. A가 취득한 B의 고객이라는 자원은 A의 자원, 공정, 이윤 공식에 바로 접목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바로 이런 식으로 A가 인수를 통해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난방유를 판매하는 A가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는 난방유 판매업체 C를 인수하면 인수로 인해 새로운 지역에서 A의 지위가 다시 생겨날 뿐 어느 쪽에서도 A의 비용이 줄어들지 않는다. 간접비 효율성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결국 A가 C의 트럭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B를 인수했을 때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제약업체가 다른 제약업체를 인수하고 자사의 고정 비용이 높은 판매 경로를 통해 피인수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같은 지역의 난방유 판매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와 같이 규모 확장에 도움이 되는 자원 인수 사례에 해당된다. 제철 업계에서는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 경쟁 제철업체를 인수한 후 가장 효율성이 높은 제철소의 과잉 설비를 활용하기 위해 생산 업무를 이동시킨 후 중복되는 제철소를 폐쇄한 사례가 있었다. 석유·천연 가스 업체 애너다코(Anadarko)도 2006년에 비슷한 방식으로 커어-멕기(Kerr-McGee)를 인수했다. 커어-멕기가 매력적인 피인수 대상이었던 까닭은 커어-멕기의 유전이 애너다코의 유전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애너다코와 커어-멕기의 결합을 통해 생겨난 회사는 동일한 송유관 네트워크, 유조선, 기타 고정 운영 자산을 활용해 유전을 관리할 수 있었다. 커어-멕기의 유전이 북대서양에 있고 애너다코의 유전이 멕시코만에 있었더라면 애너다코가 북대서양과 멕시코만에 위치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양쪽에서 별도의 고정 자산 네트워크를 사용해야 했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간접비 효율성은 개선됐을지 모르지만 관리의 복잡성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고심 중인 자원 인수가 비용 인하에 도움이 될지 평가하고 싶다면 피인수기업의 자원이 자사의 자원 및 프로세스와 호환 가능한지 살펴본 다음(‘이 인수가 비용 인하에 도움이 되는가?’ 참조), 규모 확대가 기대한 효과로 이어질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고정 비용이 전체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업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인수를 통해 규모를 늘리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난방유 회사가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경쟁업체를 사들여 비용을 절감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시장 점유율만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에서는 그 수준을 넘어서 성장하더라도 비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복될 수 있다. 다른 도시에 있는 고객을 인수한 난방유 업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규모 확대가 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때는 언제인가?’ 참조) 예를 들어, 폴리에스테르 섬유 업계에서 한 업체가 최신 에어 제트 직기(air-jet loom: 공기 분사를 통해 직물을 짜는 직기-역주)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클 경우 판매량을 추가적으로 늘리려면 에어 제트 직기를 1대 더 구매해야 한다. 비용 구조에서 변동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큰 기업이라면 자원을 인수하더라도 이윤 공식이 소폭 개선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제조 비용, 유통 비용, 판매 비용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운영 영역에서 규모를 키웠을 때 가장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구매, 인사, 법률 서비스 등 행정 비용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인수는 이윤 공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령,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를 인수한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별다른 운영 시너지를 누리지 못했다. 필요에 따라서 기자와 인쇄 시설을 분리 운영했을 뿐이었다. 인사, 재무 등 행정 업무가 겹치는 부분이 있었지만 여기서의 효과만 가지고 인수 자체를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LBM 인수가 인수 기업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대개 1년 안에 확연하게 드러난다. 시장이 인수 이전에 2개의 기업이 각각 갖고 있었던 잠재력을 이해하는 한편 통합의 결과 및 발생 가능한 시너지 효과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에 비해 투자자들이 LBM 인수에 대해 훨씬 덜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때가 많다. 그동안의 기록을 보더라도 투자자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BM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결국 주가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고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LBM 인수가 예상치 못했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경영자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살펴보겠지만 LBM 인수는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원스톱 쇼핑의 유혹.  신규 고객을 확보할 목적으로 LBM 거래를 통해 현재의 성과를 개선하려는 경영자에게 한 가지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LBM 인수 방식에서 성공한 모든 기업들은 ‘인수한’ 고객들에게 그들이 이미 구매하고 있던 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차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인수가 성공하는 사례는 가끔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가전제품과 철물을 구매하는 평균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해보자. 가전제품만 판매하는 베스트 바이(Best Buy)나 철물만 판매하는 홈디포(Home Depot)보다 두 가지 모두를 판매하는 월마트(Walmart)가 클레이튼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좀 더 많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가전제품은 생일이나 연휴 직전에 구매하는 반면 철물을 구매하는 날은 집에서 무언가를 수리해야 하는 토요일 오전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일을 해야 하는 시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월마트가 두 가지 제품 모두를 판매한다고 해서 전문 매장에 비해 우위를 갖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여행 중인 평균적인 구매자 클레이튼은 휘발유와 정크 푸드를 동시에 구매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편의점과 주유소가 함께 영업을 하는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고객에게 다양한 제품을 팔기 위한 인수가 성공하려면 고객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서로 다른 종류의 제품을 구매할 필요를 느껴야 한다.
 
시티그룹(Citigroup)의 샌포드 웨일(Sanford Weill)과 같은 야심 찬 경영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 슈퍼마켓(financial supermarket)’을 구축했다. 이들은 한 회사가 신용카드, 당좌 계좌, 재산 관리 서비스, 보험, 주식 거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의 욕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노력은 계속 실패로 이어졌다. 각각의 기능은 고객의 인생에서 각기 다른 시점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일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한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는 별다른 경쟁 우위가 없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교차 판매를 하는 시도는 복잡성을 증대시킬 뿐 판매 비용을 낮추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 쇄신
 
경쟁 심화와 기술 발달로 인해 이윤 창출 잠재력이 약화되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가치가 줄어든다. 따라서 경영자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역할 중 두 번째는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이다. RBM 인수는 경영자가 이 역할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의 기대는 경영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쇄신하는 역할을 수용하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알프레드 라파포트(Alfred Rappaport)와 마이클 모부신(Mauboussin)이 저서 <기대 투자 (Expectations Investing, 하버드비즈니스리뷰출판사, 2003년)>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영자들은 자사 주가의 상승을 결정하는 건 수익 증가 그 자체가 아니라 투자자의 기대치와 비교한 성장률이라는 사실을 재빨리 깨닫는다. 기업의 주가는 예상되는 성과에 관한 수없이 많은 정보를 반영하며 그 정보들이 더해져 하나의 숫자가 되고 그 정보의 내용들이 기업의 현재 가치에 반영된다. 경영자가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만큼 현금 흐름을 증가시키면 회사의 주가는 자본 비용 변동 수준만큼 올라갈 뿐이다. 이는 시장의 기대가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주주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경영자가 투자자들이 이미 고려하지 않은 무언가를 해내야 하며 투자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이 인수가 성장 궤적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가?
 
- 피인수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단순하고 저렴한가?
- 이와 같은 간결함과 저렴함은 더 많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훌륭한가?
- 피인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급 시장(upmarket) 중심 모델로 발전시켜 지속적으로 고성능 제품 및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까?
- 기존 업체들은 피인수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복제하더라도 충분한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피인수기업이 기성업체들이 외면하는 저가 시장(low-end market)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인가?
- 피인수기업으로 인해 자사가 업계 가치 사슬 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래)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가고 있는가?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 인수.  예기치 못한 매출 성장 및 마진 성장을 안겨 주는 가장 안정적인 원천은 파괴적인 제품 및 비즈니스 모델이다. 파괴적인 기업이란 맨 처음 시장에 진출할 때 기존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보다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기업을 뜻한다. 파괴적인 기업은 저가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다음 조금 더 성능이 우수하고 마진이 높은 제품으로 옮겨간다. 한 단계씩 높은 시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시장 내에서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파괴적인 기업이 제품 개선과 함께 어떤 식으로 상위 시장으로 옮겨갈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은 파괴적인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계속해서 저평가한다.
 
소규모 제철소를 운영하는 뉴코(Nucor) 사례를 생각해보자. 뉴코는 1970년대 당시의 대규모 종합 제철소들에 비해 매우 단순하고 저렴한 제철 방법을 찾아냈다. 시장에 뛰어든 직후 뉴코는 모든 철강 제품 중 가장 단순하고 마진이 적은 콘크리트 보강용 철재만 생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콘크리트 보강용 철재 시장의 규모와 뉴코가 해당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윤을 근거로 뉴코의 가치를 평가했다. 하지만 뉴코는 이윤을 얻기 위해 새로운 역량을 추가적으로 개발했다. 뉴코가 좀 더 가격이 높은 제품군을 공략해 들어가면서 저비용 생산 기법을 활용한 덕에 마진이 점차 높아지자 애널리스트들은 뉴코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 영역 및 뉴코의 성장률에 대한 추정치를 지속적으로 수정하게 됐다.
 
그 결과 ‘파괴적인 비즈니스(Disruptive Business)가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이유’에서 보듯이 뉴코의 주가가 급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뉴코가 활동할 수 있는 시장 영역을 축소 평가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깨달았다. 뉴코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연평균 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4년이 되자 뉴코는 최고가 시장에 진출했고 애널리스트들은 뉴코의 성장 잠재력을 따라잡았다. 상당한 판매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 혹은 ‘할인 가능성(discountability)’으로 인해 뉴코의 주가는 더 이상 높은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안정됐다. 뉴코의 경영자들이 애널리스트의 기대치를 넘어선 수준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기를 바랐다면 지속적으로 파괴적인 비즈니스를 만들거나 인수했어야 한다.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인수한 기업은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IT 부서들이 하나의 기기를 이용해 여러 개의 ‘가상 서버’를 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 저렴한 소프트웨어 하나로 값비싼 하드웨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VM웨어(VMware)를 인수한 대형 IT 업체 EMC 사례를 생각해보자. VM웨어의 소프트웨어는 서버 판매업체들에 파괴적인 존재였지만 EMC에는 상호 보완적인 존재였다. 저장용 하드웨어 판매업체인 EMC가 고객의 데이터 저장 공간에 한층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것이다. EMC가 현금 6억3500만 달러를 주고 VM웨어를 사들였을 당시 VM웨어의 매출은 2억1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던 VM웨어의 성장률은 치솟았다. 2010년에는 VM웨어의 연매출이 26억 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EMC가 갖고 있는 VM웨어 지분의 가치는 280억 달러가 넘는다. 초기 투자액에 비해 무려 44배나 많은 금액이다.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의 의료 기기 및 진단(Medical Devices & Diagnostics) 부서의 사례는 인수를 통한 RBM이 평균 수준의 성장률을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의료 기기 및 진단 부서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연간 3%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평범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 부서는 엄청난 성장을 가능케 한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 4개를 인수했다. 이때 인수한 4개의 사업이 무려 연간 4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덕에 이 부서의 성장 궤적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 인수가 성장 궤적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가?’ 참조)
 
 
탈일상재화(Decommoditization)를 위한 인수.  RBM 인수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일상재화(commoditization)에 대한 방어책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과거 필자들이 HBR에 발표했던 다른 논문에 나와 있는 내용처럼 일상재화의 역학관계는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마이클 레이너, 매트 베를린든, ‘돈이 이동해갈 곳으로 옮겨가라(Skate to Where to Money Will Be)’, HBR 2001년 11월 호) 시간이 지날수록 고유성을 띠며 통합돼 있는 제품들이 모듈식의 비차별화된 제품으로 변하기 때문에 가치 사슬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지점 또한 이동한다. 부품을 공급하는 혁신 기업이 가치 사슬 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수익성을 올리기 시작한다.
 
이런 방식의 일상재화가 진행되면 인수합병은 이윤 공식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상황에 처한 기업은 ‘이윤이 생길 곳(가치 사슬 내에서 미래에 최대의 마진을 얻게 될 지점)’으로 옮겨가야 한다. 지금 현재 대형 제약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들은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수행 역량 부족, 의사에게 직접 접근하는 판매 모델의 진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이자(Pfizer), GSK, 머크(Merck) 등 업계 선두기업들은 경쟁 제약업체의 제품 및 개발 중인 제품을 매수하거나 통합함으로써 어려움에 처한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이자의 주가는 40%나 곤두박질쳤다. 가치 사슬 내에서 탈일상재화되고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방법이 훨씬 더 나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탈일상재화되고 있는 부분이란 임상 실험 관리를 의미한다. 임상 실험 관리는 제약 연구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따라서 제약업체의 중요한 역량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약업체는 코밴스(Covance), 퀸타일즈(Quintiles) 등 계약 연구 조직에 임상 실험을 아웃소싱해 결국 임상 실험 전문업체들이 가치 사슬 내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임상 실험 조직, 혹은 닥터 레디스(Dr. Reddy’s Laboratories)와 같은 파괴적인 제약업체 등을 인수하면 대형 제약업체의 무너져 내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쇄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적절한 가격 지불
 
RBM 인수가 주주를 위한 가치 창출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필자들의 주장을 떠올리면 인수기업들이 이런 류의 인수를 추진할 때 실제 가치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고, LBM 인수를 할 때에는 과도한 돈을 지불하는 현실이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M&A 지침서를 보면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경고로 가득하다.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M&A를 해야 한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비용 시너지를 통해 정당화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LBM 인수에 쏟아붓는 경영자가 너무도 많다. 이런 류의 인수를 추진할 경우 피인수기업이 이윤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인수기업이 이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면 주가가 올라간다. 하지만 보통 약 8% 수준인 가중평균 자본비용(WACC)을 나타내주는 완만한 상향 곡선을 그리며 약간 높이 올라갈 뿐이다. 반대로 상장 이후 10년 동안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 37개 기업의 평균 주가와 주가수익률을 표시해놓은 ‘시장이 파괴적인 기업에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표본 집단의 주가수익률은 과거의 일반적인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기업의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상장 당시 주식을 매수해 10년 동안 보유하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무려 46%라는 놀라운 연수익을 실현했다. 이는 주가수익률이 높은 수준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들 기업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었다는 뜻이다.
 
기업 주식의 적정 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적절한 비교 대상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LBM 인수의 경우 적절한 비교 대상은 유사한 업계에서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하지만 RBM 인수의 경우 유사한 기업과 비교를 하면 파괴적인 기업의 주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는 기업들이 쇄신을 위해 필요한 인수를 추진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 사실 파괴적인 기업과 비교하기에 적절한 대상은 유사한 업계의 기업이 아니라 어떤 업계에 속하건 파괴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기업이다.
 
결국 ‘적절한’ 인수 가격이라는 것은 매각하는 측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입찰자에게 매각하려는 투자 은행이 결정할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적절한 인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매수하는 측뿐이다. 피인수기업이 어떤 용도로 활용될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합 실수를 피하는 방법
 
인수 후 통합 방법은 거의 전적으로 인수의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효과를 개선할 목적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라면 피인수기업의 자원을 자사 운영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피인수 모델이 해체된다. 상당수의 기술 인수 사례에 대해 시스코는 이 같은 접근방법을 적용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예를 들어 피인수 공정이 이따금씩 매우 뛰어난 가치를 발휘하거나 뚜렷이 구별되는 차이점을 갖고 있어 인수기업의 공정을 대체하거나 인수기업의 공정이 갖고 있는 가치를 키우는 데 기여하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쇄신하기 위해 인수를 하는 경우라면 피인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피인수 비즈니스 모델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긱스쿼드(Geek Squad)를 인수한 베스트바이가 바로 이런 방식을 택했다. 베스트바이는 기존의 박리다매 운영 방식과 더불어 비용 인상을 감내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긱스쿼드의 서비스 모델도 별도로 운영했다. 마찬가지로 VM웨어의 서버 중심 비즈니스 모델은 EMC의 스토리지 모델과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EMC는 VM웨어와의 과도한 통합을 추진하지 않았다. EMC가 원래 갖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VM웨어의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더해진 덕에 EMC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피인수기업에서 가치가 내재돼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적절한 방식으로 통합을 추구하지 못한 탓에 M&A 역사에서 최악의 재앙이라 할 만한 몇 가지 사건이 등장하기도 했다. 1998년에 360억 달러를 주고 크라이슬러(Chrysler)를 인수한 다임러(Daimler)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자동차 회사가 다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는 일은 전형적인 자원 인수처럼 보이지만 다임러의 크라이슬러 인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크라이슬러는 1988년께부터 1998년까지 자동차를 조립하는 하위 단위 조직을 1차 공급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등 자사 제품을 공격적으로 모듈화했다. 모듈화로 인해 디자인 공정이 단순해져 크라이슬러는 디자인 주기를 5년에서 2년으로 줄일 수 있었으며(다임러는 약 6년), 다임러가 쓰는 간접비의 5분의1 수준에서 자동차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기간 크라이슬러는 매우 대중적인 여러 모델들을 출시했고 매년 시장 점유율을 거의 1% 포인트씩 늘려나갔다.
 
다임러가 크라이슬러 인수 계획을 발표하자 애널리스트들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다임러는 크라이슬러 인수를 통해 ‘중복되는’ 8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다임러가 크라이슬러의 자원(브랜드, 딜러, 공장, 기술)을 자사 운영에 투입하자 인수의 실질적인 가치(크라이슬러의 신속한 공정 및 저비용 이윤 공식)가 사라져버렸고 결국 크라이슬러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원천도 없어져버렸다. 다임러가 크라이슬러의 비즈니스 모델을 별도로 운영했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들은 사내에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의존하려 한다. 하지만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마법과 같은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좀 더 높은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자사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자 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 즉 고객 대다수가 충분히 좋다고 여기지 않고 있는 제품을 개선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원과 공정 부문의 과잉 설비를 활용해 신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도입한다면 인수를 통한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직접 새로운 고객을 찾아낼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인수해 변화와 성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때도 사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인수 여부를 결정할 때 시간과 자원이라는 요소를 고려해 직접 내부에서 구축하는 것보다 인수를 통해 확보하는 게 더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잘못 설정된 목적을 위해 엉뚱한 기업을 인수하고 인수 가격 책정 시에 잘못된 가치 측정 방법이 활용되고 엉뚱한 요소가 잘못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 속에 통합되는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엉망진창인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어느 투자은행가가 일생일대의 인수 기회가 있다며 접근해 금액을 제시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제 독자 여러분이 그 거래가 꿈의 인수가 될지, 참담한 실패가 될지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cchristensen@hbs.edu)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로버트·제인 시지크(Robert and Jane Cizik) 교수다. 리처드 앨튼(Richard Alton, ralton@hbs.edu)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성장과 혁신 포럼(Forum for Growth and Innovation)의 수석 연구원이다. 커티스 라이징(Curtis Rising, rising@harvard2.com)은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위치해 있으며 비유기적 성장 및 리더십 평가 부문에 집중하는 컨설팅 회사 하버드 스퀘어 파트너스(Harvard Square Partners)의 관리이사다. 앤드루 월덱(Andrew Waldeck, awaldeck@innosight.com)은 메사추세츠 워터타운에 위치한 혁신 전략 컨설팅 업체 이노사이트(Innosight)의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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