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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utation Warfare

21C형 평판 전쟁, ‘뉴미디어 스나이퍼’를 조심하라

레슬리 게인즈-로스(Leslie Gaines-Ross) | 84호 (2011년 7월 Issue 1)
 

Idea in Brief

기업들은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특정 기업에 반감을 가진 소규모 세력의 공격을 받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은 불만고객일 수도 있고,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 직원일 수도 있다. 컴퓨터 1대만 갖고 있으면 회사에 앙심을 품고 있는 누구나가 적대적인 감정을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군대는 정보 기반의 공격(information based attacks)을 경험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습득했다. 기업도 뉴미디어 저격수(New-media snipers)에 맞서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활용할 수 있다.
- 비대칭적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 관료적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신속하게 대응한다.
- 회사 입장을 전달하는 권한을 일선 직원에게 부여한다.
- 과감해져라. 뉴미디어는 적이 아니라 동지다.
- 자신의 편이 돼줄 제3자를 찾아 ‘전력승수(force multipliers)’1 로 활용한다.
- 미래의 전투에서 쓰일 수 있는 신망을 축적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2월 호에 실린 레슬리 게인즈-로스의 글 ‘Reputation Warfar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들은 요즘 지뢰밭에서 작전을 하는 군대와 같다. 이 지뢰밭에는 기업 평판에 치명적인 위협들로 가득 차 있다. 덩치 큰 경쟁기업과의 싸움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이런 생각지도 못한 작은 복병, 즉 예상치 못한 강력한 뉴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의 포화에 걸려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로그, 트위터, 문자메시지, 온라인 청원, 페이스북 사회운동 사이트, 디지털 동영상 등이 그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피해를 입었다. 특정 기업에 매우 비판적인 한 개인이 컴퓨터를 통해 쏟아낸 불만이 일파만파로 퍼져 타격을 입힌 것이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석유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의 폭발로 곤경에 처했을 때 르로이 스틱(Leroy Stick, 가명)은 BP 글로벌 홍보부서의 대표로 가장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원유 유출로 멕시코만 지역 생태계와 경제가 파괴되고 있을 때 스틱은 트위터 계정(@BPGlobalPR)에 부서의 점심메뉴 등과 같이 어처구니 없는 글들을 올렸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그를 팔로잉하며 새로 올리는 글을 읽었다. 이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 숫자는 BP 공식 트위터보다 더 많았다. BP가 원유 유출을 막고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스틱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미국인들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했다.
 
기업 명성을 지키기 위한 교전수칙이 달라졌다. BP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비판자들은 더는 제도권 기관의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대기업과 개인 활동가 사이에 있었던 자원 격차가 사라진 것이다. 기업에 대한 비판 가운데 사실에 근거한 것도 많다. 하지만 모든 비판이 진실한 건 아니다. 부분적으로 진실일 때도 있고, 명백한 거짓일 때도 있다. 공격을 하는 사람 또한 평정심을 잃고 있을 때가 많다. 혼자서 대기업을 상대하는 사람들이 비이성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매우 감정적일 수 있다. 기업 경영자들은 사건이 터지기 전 정보를 얻거나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과거에는 기업 평판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기업은 최소한의 경고를 받을 수 있었고 사태가 진행되는 방향을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스타일의 저격수 공격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공격에 효과적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려는 기업이라면 유사한 위협에 대처해온 기관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 무장단체 헤즈볼라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미 육군대학원 산하 전략적리더십센터(Center for Strategic Leadership)와 캐나다 시크데브그룹(SecDev Group)은 ‘정보전쟁(informational warfare)’이라는 새로운 교전 방식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자원과 훈련 면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이를 군대용어로는 ‘비대칭적(asymmetric)’ 군사력이라 말한다. 그러나 전투결과는 군사력 차이와는 상관이 없었다.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물리적 표적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었다. 전통적 군사력에서 열세에 놓인 헤즈볼라는 뉴미디어를 활용해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켰다.
 
시크데브 소속 연구자 데어드레 콜링스(Deirdre Collings)와 라팔 로호진스키(Rafal Rohozinski)는 전쟁 후에 작성한 특별보고서 ‘총탄과 블로그(Bullets and Blogs)’에서 “100달러짜리 디지털 카메라와 PC만 있다면 누구나 스필버그나 리펜슈탈(Riefenstahl)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효과적 반격을 위한 7대 원칙을 설명했는데 이 원칙은 ‘평판 전쟁(reputation warfare)’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BP
의 시련
저격자:르로이 스틱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BP 홍보부 직원을 가장한 트위터 계정이 만들어졌다. BP의 미숙한 대응을 패러디한 글들은 무절제와 무능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블랙 유머로 큰 인기를 끌었고, BP 공식 트위터 계정보다 더 많은 팔로어를 만들었다.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가상의 BP 홍보 직원이 가지는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계정을 만든 사람은 코미디언 지망생 조시 심슨(Josh Simpson)으로 밝혀졌다.
 
@BPGlobalPR
 
과학자에게 고함:걸프 해역에서 채취한 샘플이 폭파한다면 연구 결과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BP가 환경 연구 결과에 대해 계속 ‘확정적이지 않다(inconclusive)’고 주장한 것을 패러디)
 
 
기업이 명성을 지키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한 원칙이 무의미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전통적 매체는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사람들은 계속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시청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구매한 제품의 사용 소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닐 것이다. 그러나 기존 전략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업의 명성을 땅에 떨어뜨리는 저격수의 급작스런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전략을 숙달해서 적절히 배치할 필요가 있다.
 
불공평해 보일 정도로 강한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평판 전쟁에서는 아무리 많은 자원을 가져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강력한 힘을 가진 쪽은 오히려 더 많은 짐을 짊어질 수가 있다. 덩치 큰 골리앗은 다윗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자기 방어에 나설 때조차도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인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1994년 7월 11일의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그린피스 환경 운동가들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타임-라이프 건물을 기어올라갔다. 그리고 염소(鹽素)가 들어간 종이 사용을 규탄했다. 건물 중간층으로 올라간 이들은 타임지 표지를 본뜬 커다란 현수막을 펼쳤다. 이 현수막에 그려진 타임지 표지 헤드라인에는 ‘염소는 독이다(chlorine kills)’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러자 기자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5층 사무실 창문을 깨고 들어가 이들 환경운동가를 연행했다. 공교롭게도 그 곳은 내 사무실이었고 그 일이 있은 후 몇 주간은 파일 폴더나 서랍을 열 때마다 깨진 유리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은 불법 침입을 이유로 3명의 그린피스 운동가를 체포했다. 하지만 타임사는 해당 사건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타임사는 환경운동가들의 불법 침입을 규탄하는 성명도 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들의 항의를 완전히 묵살한 것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회사의 대변인은 염소의 환경 및 건강 유해성을 검토하는 특별대응팀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환경단체의 지적을 신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강경 대응을 자제한 타임사는 그린피스에 향했던 약자에 대한 동정을 차단할 수 있었다.
 
시카고 아파트 임대 및 관리업체 호라이즌그룹 매니지먼트(Horizon Group Management)는 이와 정반대의 대응을 해 수렁에 빠졌다. 2009년 7월 호라이즌은 전 입주자 아만다 본넨(Amanda Bonnen)에게 피해보상액으로 5만 달러를 요구했다. 그녀가 “곰팡이가 핀 아파트에서 자는 게 건강에 나쁘다고 한 사람이 누구지? 호라이즌은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비교적 온건한 메시지를 20여 명의 트위터 팔로어에게 전했다는 이유였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해당 메시지는 본넨의 변호사가 시카고 주택법령 위반을 근거로 호라이즌에 집단 소송을 제기한 후에야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호라이즌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 회사는 본넨이 “악의적으로 명예 훼손에 해당하는 잘못된 정보를 트위터에 올려 전세계에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기껏해야 20여 명의 사람들이 읽은 메시지에 5만 달러의 피해 보상을 청구한 건 과민 반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대서특필됐고 구글 뉴스와 디그(Digg), 테크밈(Techmeme) 등의 각종 뉴스 사이트에서 조회수 1위를 차지했다. 재판 결과 법원은 호라이즌의 고소를 기각했다. 호라이즌이 얻은 것이라곤 엄청난 기업 이미지 손상뿐이었다.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직감으로 신속히 대처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신중히 움직이며 조직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조직의 관계자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잡고, 모든 참석자들이 합의하는 방어 대책을 찾는 동안 공격에 따른 피해가 커져간다. 필자가 아는 포춘 200대 기업의 한 간부는 트위터에 올라온 비난 글에 대해 제한된 글자수 내로 반박문을 작성하는 데 일주일을 보냈다. 신중하게 작성한 140자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는 논란을 진화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한 뒤였다.
 
미 인구조사국은 이보다 훨씬 신속하게 위기에 대처했다. 2010년 2월 인구조사국이 제44회 슈퍼볼 경기에 광고를 내보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 광고는 조사를 위해 설문지를 작성해 회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인구조사국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비판이 나온 이유는 비싼 광고료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비판에 나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70만 명 이상의 트위터 팔로어에게 “인구조사는 애리조나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도리토스(과자 이름)와 경쟁하는 데 혈세 250만 달러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보수파 블로거 미셸 몰킨(Michelle Malkin)은 인구조사국 광고를 ‘뚜쟁이짓(pimping)’이라 표현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외부 감시단체 마이투센서스(My Two Census)는 몰킨의 발언을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인구조사국은 강한 비난을 받았다.
 
다행히도 인구조사국에는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었다. 인구조사국장의 블로그와 트위터 계정, 페이스북 페이지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이 도구들은 설문지 제출을 권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공격이 시작되자 곧바로 명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글에 대한 반박문은 바로 다음날 마이투센서스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스티븐 조스트(Steven Jost) 홍보 부국장은 슈퍼볼 광고로 국민 세금이 절약된다고 반박했다. 설문 우편의 응답률이 1%씩 증가할 때마다 8000만∼9000만 달러의 예산이 절약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날 로버트 그로브스(Robert Grovers) 인구조사국장은 조스트 부국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인 일요일, 슈퍼볼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중 광고가 방송될 때에도 인구조사국은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의 가치를 알렸다. “광고는 각 가정을 방문하는 데 지출하는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절약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인구조사국은 다양한 채널을 조율한 신속 대응을 통해 슈퍼볼 광고에 대한 비난을 잠재웠다. 몇 주 뒤에 마이투센서스에는 인구조사국 관련 글이 다시 올라왔는데, 이번에는 어떤 비난 내용도 없었다. 설문지를 우편으로 인구조사국에 보내라는 권고사항만이 있었을 뿐이다.  

공격자:나딘 블로크(Nadine Bloch), 케이시 오키피(Kathy O’Keefe), 존 말렛(John Mallett)
두려움을 모르는 열정적 그린피스 운동가 3명이 록펠러 플라자 타임 본사 건물을 기어올라가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항의하며 염소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이들은 건물 한가운데에 가로 9m, 세로 15m 크기의 현수막을 펼쳤다. 타임지 표지 모양으로 제작된 현수막에는 “염소는 독이다. 종이에 독을 넣지 마라”는 기사 제목이 쓰여져 있었다.
이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준비의 중요성이다. 기업은 뉴미디어를 미리 숙지하고 훈련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히 활용해야 한다. 필자와 동료들은 고객들이 뉴미디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시킨다. 그리고 위기관리팀이 실시하는 훈련처럼 실제 상황과 비슷한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기업 명성을 흠집 내려는 저격수들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등에 실시간으로 부정적인 글을 올리는 상황을 재현하는 ‘파이어벨(Firebell)’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다.) 이런 훈련을 받다 보면 기업은 집단 소송이나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동,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동영상 유포, 제품 회수, 안전 사고, 문서 유출 등의 다양한 가상 위기에서 기업의 역량을 시험할 수 있다. 실제 상황과 유사한 훈련을 받으면서 기업은 내부 의사소통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다 효율적인 직원 의사소통 체계를 마련한다.
 
일선 직원에게 대응 권한을 준다
정치권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유권자들이 친근한 후보, 다시 말해 맥주 한 잔 같이하고픈 후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중은 높은 곳에 있는 경영진보다 일선 직원을 더 친밀하게 여긴다.
 
이를 인식한 미 육군은 군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프로그램(ArmyStrong Stories.com)을 개발했다. 군인들이 쓴 글은 최소한의 검열(보안상 민감한 정보만 삭제)을 거쳐 대중에게 공개된다. 해당 커뮤니티를 방문하면 군인과 참전 용사가 올린 수백 개의 동영상과 1400여 개의 검열을 받지 않은 블로그 게시물 등을 볼 수 있다. 공유 기능과 동영상 통합 기능을 제공하며 고아미닷컴(GoArmy.com), 페이스북, 다자 간 채팅, 아이폰 앱스 등의 다른 소셜미디어와도 링크를 지원한다. 일반 사병이라면 누구나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다. 미 육군 모집훈련 본부(Army Accessions Command)를 총괄하는 벤자민 프리클리(Benjamin Freakley) 중장은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군인들에게 총을 주고 해외 부대에 배치한다. 그리고 동료와 지역 주민, 적의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내리게 한다. 소셜미디어 역시 믿고 맡겨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육군 모집훈련 본부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브루스 재서다(Bruce Jasurda)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군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국민과 이들이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열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불안과 불확실함을 느꼈던 군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 작전 본부의 입장이 아닌 군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기업의 비전과 가치에 공감하는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기업의 동맹군이 되고 믿을 수 있는 우군이 된다. 프랭크 엘리어슨(Frank Eliason)은 콤캐스트(Comcast) 디지털 사업부장으로 일할 때 트위터 계정 @ComcastCares를 만들었다. 트위터 활동을 통해 엘리어슨은 미숙한 고객 서비스로 비판 받았던 콤캐스트에 인간적 면모를 입히는 솜씨를 발휘했다.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승무원 팀 슈바르츠(Tim Schwartz)는 규격 초과 가방에 왜 50달러 요금이 부과되느냐는 트위터 글을 보고 항공기 공간이 제한돼 취급 수수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회사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런 전략이 성공하려면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국방부는 육군 관계자가 준수해야 할 소셜미디어 지침서를 발간했다. 기업도 이와 유사한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정보를 공개하거나 개발 중인 상품을 논의하는 행동은 금지해야 한다.
 
약삭빠른 전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고서 ‘총탄과 블로그’에 따르면 뉴미디어는 종종 “활용 가능한 자산이라기보다는 위협”으로 다뤄진다. 그러나 비윤리적이지만 않다면 뉴미디어는 얼마든지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2009년 도미노피자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지점 직원인 크리스티가 유튜브에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배달될 음식에 더러운 짓을 하는 다른 직원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었다. 삽시간에 퍼져나간 동영상은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도미노피자의 전국 매출이 급감했고, 노스캐롤라이나 지점은 문을 닫았다.
 
도미노피자가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지도 모른다. 이 동영상을 알게 된 도미노피자는 불량 직원들이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다.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 미국 사업부 사장은 직원의 더러운 행동을 사과하기 위해 정식 성명서를 언론에 배포하는 대신, 크리스티와 똑같은 경로를 이용했다. 동영상이 올라온 후 이틀 뒤 대국민 사과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것이다. 그가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문제의 동영상을 접한 사람들에게 바로 사과할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다른 이점도 있었다. 기업의 고위간부가 유튜브를 통해 사과한 사건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됐고,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직원의 잘못된 행동에서 회사의 적절한 대응으로 넘어갔다.

공격자:미셸 몰킨
블로거 미셸 몰킨은 “슈퍼볼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내려고 돈을 낭비하는 바보가 누구인가?”라고 질문한 후 이렇게 답했다. “미 인구조사국이 슈퍼볼 광고에 250만 달러의 예산을 낭비한다. D급 유명인 에드 베글리 주니어(Ed Begley Jr.)가 출연한 30초짜리 광고, 게임 전 2번의 안내 방송, 사회자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12초 설명에 엄청난 세금을 쓰는 것이다.” 연방 정부의 예산 낭비에 민감하던 시기에 몰킨이 적은 글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인구조사국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공격자:크리스티 햄몬즈(Kristy Hammonds), 마이클 셋처(Michael Setzer)
“약 5분 뒤 이 피자 치즈는 누군가의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사람은 맛있게 먹겠죠. 자신이 먹은 치즈가 우리 콧속에 들어갔다 나온 건 꿈에도 모른 채 말이죠.” 아마추어가 찍은 것이 분명한 화면 위로 설명을 덧붙인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도미노피자 직원 2명이 촬영한 동영상이었다. 이들이 도미노피자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싶어서(또 그 과정에서 해고되고 싶어서) 동영상을 제작한 건 아니겠지만 피해는 엄청났다. 짧은 동영상은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도미노피자 매출은 급감했다. 
 
다른 사건도 있었다. 2009년 명성이 실추될 위기에 놓인 세계적 석유회사 쉐브론(Chevron)은 약삭빠른 행동으로 위기를 피했다.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이 270억 달러 피해보상 청구 소송에 휘말린 쉐브론 에콰도르 지사의 상황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소송의 쟁점은 쉐브론이 엄청난 면적의 에콰도르 우림을 파괴했는가였다. 이 소식을 접한 쉐브론은 회사의 입장을 먼저 알려야겠다고 결정했다. 쉐브론 경영진은 전 CNN 기자였던 진 랜달(Gene Randall)을 고용해 쉐브론을 보다 우호적으로 표현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60분’이 방송되기 3주 전에 회사 웹사이트와 유튜브에 다큐멘터리를 올렸다. 다큐멘터리는 기존 방송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고, 쉐브론이 제작비를 댔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교활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쉐브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했고, 쉐브론의 입장을 대중에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
 
‘전력 승수’를 통해 기업의 메시지를 전해줄 우방을 찾아서 배치한다
군에서는 첨단기술(GPS 무인 정찰기 등)이나 환경적 이점(우호적 현지 주민 등)과 같이 군의 전투 능력을 배가시켜주는 요소를 ‘전력승수(force multiplier)’라고 부른다. 명성에 대한 훼손이 순식간에 커지는 상황에서는 최고의 자원을 갖춘 기업에도 전력승수가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전력 승수는 자발적으로 기업의 편을 들어주는 독립적 외부 네트워크다.
 
2010년 1월, 세계적 크루즈 선사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Royal Caribbean International)은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전력승수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로얄캐리비안의 크루즈선 인디펜던스 오브 더 시즈(Independence of the Seas)호가 아이티 대지진 발생 직후 라바디(Labadee) 항구에 정착한 사실이 보도된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대지진이 강타한 피해 지역에서 불과 60마일 떨어진 곳에서 초호화 크루즈선이 개인 전용 해변에 정박했다. 승객들은 제트스키와 패러세일링을 즐기고 럼 칵테일을 마셨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를 계기로 공격이 시작됐다. 한 블로거는 CNN.com에 “로얄캐리비안이 관광객을 아이티로 데려가는 역겨운 짓을 저질렀다”고 글을 썼다. 은유적 표현 방식으로 유명한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무덤 귀신의 배(Ship of Ghouls)”라는 기사 제목을 달았다. 모두가 로얄캐리비안의 경영진과 고객을 비난했다.
 
비난 기사 어디에도 로얄캐리비안이 오랜 세월 아이티에 투자했다는 점, 크루즈선을 이용해 100만 달러에 이르는 구호품을 전달했다는 점, 아담 골드슈타인(Adam Goldstein) CEO의 흠 잡을 데 없는 명성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자 로얄캐리비안과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외부 지지자들이 회사를 변호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지진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에 개설된 골드슈타인의 블로그를 무대로 활동을 시작했다.골드스타인은 아이티 정부가 크루즈 여행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했으며, 그래야만 현지 경제회복과 구호품 전달을 도울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로얄캐리비안을 지지하는 유명 인사들의 편지를 함께 게재했다. 그중에는 로얄캐리비안이 지진 환자를 돕고 있다며 칭송한 화상생존자 권익연합(Burn Advocates Network) 설립 이사의 글도 포함돼 있었다. 제3자의 지원은 다른 형태로도 이어졌다. 세계지속가능한여행(Sustainable Travel International)과 유엔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 듀크대 케난 윤리 연구소(Kenan Institute for Ethics) 등 각종 기관 및 단체의 고위 대표들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광 활동이 아이티 복구를 앞당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
 
외부 지원 사격에 힘입어 지진 직후 크루즈선을 아이티에 정박시킨 로얄캐리비안의 결정은 아이티의 비극을 외면한 행동이 아니라 피해자를 돕기 위한 용감하고도 사려 깊은 노력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크루즈 선사를 평가하는 웹사이트 크루즈크리틱(Cruise Critic)이 1월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가 로얄캐리비안이 계속 크루즈를 운행하며 아이티에 구호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웹사이트에는 크루즈 선장들이 구호품을 운반하는 것을 직접 봤다며 크루즈 여행이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신망을 쌓은 후 전투에 임한다
전력승수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선행을 보여주는 성과물을 만들어두는 편이 좋다. 최근 외부기관의 긍정적 평가와 인정을 받았다면 논란이 되는 상황 속에도 의심보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상위 2대 유통업체 타깃은 오래 전부터 성적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GLBT(Gay Lesbian Bisexual Transgender) 정책을 실시해왔다. 타깃은 동성애자 인권 및 에이즈 운동을 지원하고, 결혼 여부와 상관 없이 직원의 동거인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2010년 7월 타깃은 보수 정치그룹 MN 포워드(Forward)에 15만 달러의 정치 자금을 지원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MN 포워드가 동성 결혼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미네소타 주의원 톰 엠머(Tom Emmer)의 주지사 선거 운동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타깃에 대한 보이콧과 매장 시위, 온라인 서명을 통한 비난이 이어졌다. 유튜브에는 타깃 매장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던 여성이 동성애자 아들을 생각하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물건을 다시 가져다놓는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동영상은 수주 만에 27만 건의 조회수를 보였고 5000개의 댓글이 달렸다.
 
타깃의 대응은 매우 모범적이었다. 그레그 슈타인하펠(Gregg Steinhafel)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타깃이 사회 다양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e메일을 보냈다. “분명히 말하건대, GLBT에 대한 회사의 지원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포용성은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입니다.” 그는 나중에 15만 달러의 지원금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었으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메시지를 보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많은 분들에게 예상치 못한 아픔을 주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공격자:조 솔모니즈(Joe Solmonese)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유통업체 타깃이 동성 결혼을 맹렬히 반대하는 주지사 후보의 정치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격렬한 반발이 일어났다. 조 솔모니즈 인권 캠페인 회장은 타깃이 실수를 만회하려면 동성애자 인권 단체에도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깃이 이를 실행하지 않자 격분한 솔모니즈는 다음과 같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선거 자금 기부로 뺨을 때리더니 바로 잡으려는 노력까지 거부하며 마지막 주먹을 날렸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타깃의 과거 행적을 기억해줄 것을 요청했다. 타깃은 포용력 있는 정책으로 2009년과 2010년에만 외부기관에서 35번이나 상을 받았다. 기업 다양성 정책을 평가하는 디버시티잉크(DiversityInc)는 타깃을 ‘다양성 지원 상위 50대 기업’으로 선정했으며, 기업 여성 지도자 인터내셔널(Corporate Women Directors International)은 ‘여성 이사 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 10대 기업’에 타깃을 포함시켰다. 이외에도 타깃은 에티스피어연구소(Ethisphere Institute)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에 포함됐으며, GLBT에 대한 평등정책과 높은 기업 평등 지수로 인권단체인 인권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이 발표하는 ‘세계 최고의 직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슈타인하펠 CEO는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인권캠페인의 인정을 받았음을 거듭 강조했다. 논란은 계속되고 실추된 기업이미지는 정확히 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에 이 같은 신임을 쌓지 못했다면 타깃의 상황은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들은 외부기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 포춘과 에티스피어, 디버시티잉크에 심사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신청이 급증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의 종류와 수도 늘었다. 자사 명성을 지키기 위한 기업의 무기고도 더욱 다양해졌다.
 
풍부한 자금이 필요한 기존 도구에 익숙해진 기업들은 중학생도 손쉽게 사용 가능한 매체의 활용을 망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미디어를 멀리하는 기업은 결국 스스로를 속박하게 된다. 상대방이 휘두르는 최고의 무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전장을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이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필자들이 조사한 결과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의 ‘명성 실추율(reputation stumble rate, 명성이 실추된 사건의 발생률)’은 50%에 이르렀다.
 
기업의 이미지를 지키고 싶다면 명성 관리 전략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기업의 통제권이 크게 약화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명성을 순식간에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 미지의 일을 관리해야 한다. 어떤 기업도 명성전쟁에서 확실하게 ‘승리’할 수는 없다. 전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고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며 교전 원칙을 마음 속에 새긴다면 최악의 저격수로부터 기업을 지킬 수 있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레슬리 게인즈-로스
 
레슬리 게인즈-로스(Leslie Gaines-Ross)는 글로벌 홍보컨설팅회사인 웨버 쉔드윅(Weber Shandwick)의 수석 명성 전략가다. 최근의 저서로는 <기업 명성 유지 및 회복을 위한 12단계(Corporate Reputation: 12 Steps to Safeguarding and Recovering Reputation)>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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