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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Competitive Advantage in Adversity

‘New normal’ 시대, ‘new abnormal’이 살아남는다

바스카 차크라보티(Bhaskar Chakravorti) | 83호 (2011년 6월 Issue 2)
 

편집자주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1월 호에 실린 바스카 차크라보티의 글 ‘Finding Competitive Advantage in Adversi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조너선 부시는 산부인과 병원의 업무 처리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기회를 발견했다. 그는 파트너와 함께 임산부 진료와 통합 진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원대한 목표를 세웠고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그러나 보험사의 보험료 환급이 너무 느렸다. 이 때문에 이들이 세운 병원은 늘 현금 부족에 시달렸다. 부시가 내세웠던 비전은 결국 관료적 의료 체계에 발목이 잡혀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부시는 이 실패를 통해 매우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의료비 청구 및 정산을 자동화한 서비스다. 부시는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의료 서비스 업체 아테나헬스(athenahealth)를 설립했고, 현재 1억89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가는 위기가 오면 몸을 웅크리고 안정 지향적인 경영으로 선회한다. 그러나 부시를 비롯한 기업가들은 “훌륭한 위기가 제공하는 기회를 절대 허비하지 마라”는 마키아벨리의 조언을 충실히 실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든 현재, 장기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특히 기존 사업모델이 더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지정학, 환경, 의료, 교육, 인프라 등에서의 과제와 빈곤, 불평등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0세기가 지평이 확대되는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제약(constraint)과 억제(restraint)의 시대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을 깨는 해결책을 내놓는 데 재능이 있는 사업가들은 극단적 문제와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역경 속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발견한다. 다양한 위기 속에서 설립됐거나 혁신을 추진한 수백 개 기업을 연구한 결과, 이들 모두가 지극히 어려운 환경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적 기업가들이 활용한 기회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격동의 기업 환경에서 시련을 겪고 있는 기업가라면 다음의 네 가지 기회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위기 시에는 어떤 기업 환경이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자.
 
위기 속 기업 환경
새로운 기업이 설립되거나 혁신이 시작될 때는 주로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다. 다우존스 산업지수(Dow Jones Industrial Index)에 편입된 30대 기업 중 불경기에 설립된 기업이 18개에 이른다. 카우프만 재단이 발표하는 창업활동지수(Kauffman Index of Entrepreneurial Activity)에 따르면 최악의 불경기였던 2009년에 일어난 창업 활동이 1999∼2000년 IT 거품이 한창이던 때를 포함한 지난 14년간의 호황기보다 더 활발했다.

 
위기의 순간은 혁신을 창출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맨해튼 프로젝트(핵무기 개발을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냈다), 달 탐사, 산업 혁신을 위한 ‘녹색’ 운동은 모두 위기에서 시작된 혁신 활동이다. 역경을 이용해 성공한 기업가들은 무한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던 1990년대 실리콘 밸리 기업가들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 속에서 경쟁 우위를 구축한 기업가와 혁신가, 투자자의 특징은 무엇일까? 연구 결과 이들은 위기 속에서 창출되는 기회에 몰입하는 능력이 있었다. 충족되지 못한 수요와 높은 진입 장벽은 경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는 반드시 위기 속에서만 나타나는 기회는 아니다. 연구는 위기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기회, 특히 성공과 직결되는 기회에 집중했다. 그리고 역경에 강한 기업가들이 신속하게 이 기회를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그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기회 1  잉여 자원을 활용해 그 동안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만족시킨다
중대한 위기, 경기순환과 관련된 위기, 장기적 위기, 시스템 위기 등 위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위기는 개인과 특정 기업에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다수의 조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의 결과는 동일하다. 위기가 닥치면 주요 자원의 활용에 제약이 생긴다. 그리고 이는 공급이나 수요, 혹은 이 둘 모두를 위축시킨다. 그래서 특정 수요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거나 특정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잉여자원으로 남는다. 창의적 혁신을 통해 잉여 자원의 사용처를 바꿔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만족시켜보자. 위기가 주는 기회를 두 손으로 꽉 붙들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조너선 부시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그는 의료 서비스 산업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바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는 응급구조사(EMT)가 돼 구급차를 몰았다. 학교를 휴학하고 이라크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에 군의관으로 참전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꾸준히 돈을 모은 부시는 컨설팅 업체 부즈 앨런 해밀턴(Booz Allen Hamilton)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토드 박(Todd Park)과 함께 160만 달러의 자금을 마련해 1997년 샌디에이고의 한 산부인과 병원을 사들였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이들은 정부와 민간 보험사로부터 보험 급여를 상환받는 데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병원에 협상력은 없었다. 이들은 전국의 모든 의사들이 환자 의료정보를 녹음하거나 서류에 기입해서 보관하는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며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의료 서비스 전달 방식은 의료 산업의 구조와 연결돼 있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비효율적인 관행이라도 쉽게 변화시킬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병원 수입은 늘어도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부시는 병원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시와 동료 파크는 웹 기반 의료 서비스라는 엄청난 기회를 포착했고, 환자 치료 과정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보험 정보를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인 아테나넷(AthenaNet)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1999년 이들은 병원 문을 닫고 병원 수입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보험 개정 내용을 빠르게 반영하는 의료 소프트웨어 아테나넷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테나헬스는 전자 의료관리 사업의 선구자가 됐고, 이미 구축한 웹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의료기록 관리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면서 의료기관의 정보 관리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아테나헬스는 2004년 36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약 1억89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아테나헬스를 이용하는 전문의 수는 2005년 이후 매년 30%씩 늘었고, 고객 보유율은 97%에 이른다. 아테나헬스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는 미국 내에서 최대 규모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보험 청구비 지불 및 승인 거부 규정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는 상시 업데이트된다. 덕분에 아테나헬스는 외래진료 관리 및 청구 일정 등의 분야에서 꾸준히 1, 2위를 차지해 왔다. 인터넷 기반 의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인 아테나헬스는 2010년 50대 혁신 기업(Fast Company’s 5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테나헬스는 위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잉여 자원의 새롭고 독창적인 활용도를 모색해 위기 속에서 드러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켰다. 다른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혁신 사례가 분명히 있다. 한때 공급 초과로 잉여 자원이었던 폴리실리콘은 현재 태양 에너지 산업에 새로 이용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너무 많은 프로그래머가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실업자가 증가했지만, Y2K 위기가 발생하면서 고급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신생 IT 기업이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면서 IT 산업이 발전의 토대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기회 2  의외의 파트너를 선택하라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급 및 유통망, 마케팅 시스템에 필요한 특정 요소가 부족하거나 없으면 위기가 발생한다. 이때 언뜻 보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후보를 창의적으로 엮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면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그러나 상식에 어긋나는 연합으로 이득을 얻으면서 기존 구성원 사이에 평형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투자 은행가 이크발 콰디르(Iqbal Quadir)는 이런 어려운 과업을 이룬 사람 중 하나다. 그가 내세운 목표는 엄청났다. 그는 조국 방글라데시에 전 국민이 사용하는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1993년에 방글라데시에서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500명당 1명꼴에 불과했다. 보유 자원과 인프라는 세계 최저 수준이었고, 인구의 80%가 8만6000개 마을에 퍼져 있어서 인구 밀도도 아주 낮았다. 게다가 방글라데시의 공급 및 유통망, 마케팅 시스템은 형편없었다. 아무리 사업 계획이 뛰어나도 이런 환경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비용에 무선 기술을 구현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선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콰디르는 성공을 위해 전혀 예상치 못한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GSM 디지털 무선 기술을 선택했다. 초기 투입비는 가장 높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저렴한 해결책이었다. GSM 도입을 위해 그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노르웨이의 세계적 이동통신사 텔레노르(Telenor)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서 콰디르는 두 가지 추가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우선 수요 창출이 필요했다. 마케팅 및 유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콰디르는 의외의 두 번째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바로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이다. 그라민 은행은 시골 여성을 위주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이다. 콰디르는 그라민 은행의 사업 모델을 변형시켜 대출을 한 여성들이 소를 키우기보다 전화를 이용해 자영업을 하도록 하고,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그라민 은행의 소액대출을 상환하도록 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통신망 간 상호 접속시설 확보가 필요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에는 통신 기반시설이 없었고 통신망을 서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콰디르가 선택한 파트너는 방글라데시 철도청(Bangladesh Railway)이다. 방글라데시 철도청은 선로를 따라 늘어선 다크 파이버(설치는 됐으나 사용하지 않는 광섬유 인프라)를 이용해 통신망을 연결했다.
 
파트너사들은 기존 시설과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으려고 콰디르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세 개의 업체가 동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사업의 불확실성 때문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 파트너의 이해관계는 서로 정교하게 얽히며 합치되는 면이 있었다. 상식을 깬 파트너십을 구축한 콰디르는 벤처 회사 그라민 폰(Grameen Phone)을 설립했고, 그라민 폰은 방글라데시 최대의 통신업체로 성장했다. 이제 방글라데시 국민 3명 중 1명은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
 역경은 기업 혁신을 가져오는 파괴적 힘이다
중견 기업이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성장을 위한 시급한 조치와 집중,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필요하다. 캐드버리(Cadbury)와 P&G 사례를 살펴보자.
 
인도 캐드버리 사례:초콜릿 수입사 캐드버리는 남아시아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후덥지근한 기후 때문에 초콜릿이 너무 쉽게 녹았던 것이다. 그러나 캐드버리는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초콜릿은 안에 넣고 겉은 쉽게 녹지 않는 사탕으로 감싼 캐드버리 바이츠(Bytes)와 초키(chocki)를 기존 제품 에클레어(Eclairs)와 함께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제품은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세계 시장으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미스터 클린 세차(Mr. Clean Car Wash)
2008
년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P&G는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P&G는 의외의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로 전향한 사람들이다. 이들 인적 자원을 활용하면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불경기를 맞아 합리적 가격으로 여유를 즐기길 원했고, 노인층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는 힘든 일을 외부에 맡기고 싶어했으며, 지역사회에서는 수자원 절약을 외치던 시기였다. P&G는 이러한 요소를 모두 합쳐 51년의 역사를 가진 미스터 클린 브랜드를 세차장 체인점으로 바꿔 전국에 매장을 열었다. 작게 시작한 혁신이 성공하면서 P&G가 자랑하는 다른 브랜드 또한 체인점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의외의 파트너를 찾아 당연했던 기존 틀을 벗어난 기업은 이 밖에도 많다. 이들은 그라민 폰과 다른 방식을 사용했는데, 대표적 예가 바로 R.P. 에디(Eddy)다. 컨설턴트였던 그는 이라크처럼 접근이 어려운 시장에 대한 실제적 지식을 얻으려는 고객들을 만나게 됐다. 위험 지역에 애널리스트를 보낼 수 없었던 에디는 이라크 현지 전문가로 팀을 구성하고 이들을 ‘오픈 소스’ 애널리스트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획기적인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설립된 컨설팅 회사가 바로 에르고(Ergo)다. 에르고가 현지 전문가를 활용해 접근 불가능한 시장에 대한 차별화된 지식을 제공한다면 다른 컨설팅 업체들은 경연이나 상금 수여 방식을 통해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전문가 집단의 지식 자원을 활용한다. 이런 식으로 이들은 무척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믿기 어려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맥킨지 컨설팅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35년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모전에서 수여하는 상금이 15배 늘어나 총 1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 이전만 하더라도 상금의 98%는 특정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수여됐지만 지금은 상금의 78%가 문제를 해결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기회 3  복잡한 문제는 단순하게 해결한다
위기가 심각할수록 현상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광범위한 해결책은 많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어렵게 시작했다가 중도에 사라져 버리기 십상이다. 야망이 큰 기업가라면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엄청난 변화는 작은 혁신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이유는 첫째, 작은 혁신은 비용이 적게 든다. 초기에 큰 돈을 쓰지 않고도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둘째,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조치로도 충족되지 못했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 셋째, 환경적 영향이나 기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해결책은 그만큼 규모가 작고 단순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정만으로 현재 모델과 쉽게 통합될 수 있다. 트렌드워칭닷컴(Trendwatching.com)은 미래 소비자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4가지 특징이야말로 향후 기업이 지향할 방향이라고 설명한다. 합리적 가격과 단순성/편의성, 지속 가능성, 제품사용법을 반영한 디자인이야말로 미래 트렌드를 결정짓는 요소다. 이 같은 요소를 반영한 단순한 해결책들이 향후 엄청난 기회를 창출해줄 것이다.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는 캐머런 파월(Cameron Powell)이 그 좋은 예다. 다른 모든 산부인과 병원처럼 그가 운영하는 병원도 출산 과정에서 전문의와 간호원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의료 과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산부인과 진료 특성상 전문의는 진료실에서 응급실이나 다른 병원으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진통을 시작한 환자 곁을 의사가 지속적으로 지키도록 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자가 평가
위기 속 기회
다음의 5개 질문을 통해 위기로 얻게 될 경쟁 우위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1. 위기 이후 고객의 어떤 잠재적 필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가? 위기 때문에 새로운 필요가 등장했는가?
 
2. 자사의 사업 전반을 살피고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부문으로 눈을 돌리자. 위기로 외면 받거나 활용도가 낮은 제품과 인재, 재료, 기술, 지적 재산권이 있는가?
 
3. 1번 질문에서 파악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2번 질문에서 대답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4. 1∼3번을 통해 새롭게 개발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가치사슬과 고객은 최소한 어느 정도의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가? 변화를 시작했을 경우 어떤 결과가 예상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상품을 받아들일까?
 
5. 1번에서 4번까지의 질문을 추가 시장(신규 고객 및 제품)에 적용해서 동일한 성공을 도출할 수 있는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트레이 무어(Trey Moore)는 파월에게 어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는 태아의 심박동과 산모의 자궁 근육 수축을 언제, 어디서든 의사가 추적할 수 있다면 의료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건당 250만 달러에 이르는 소송 배상금을 피할 수 있다면, 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해볼 만한 투자였다. 파월과 무어는 함께 에어스트립 테크놀로지(AirStrip Technologies)를 설립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에어스트립 OB를 첫 상품으로 내놨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의사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 바로 설치될 수 있으며, 의사들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사업장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한 번 설치하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으니 병원은 최소한도의 금액만 지불하면 됐다. 파월은 이 단순한 방식으로 엄청난 문제를 해결했다.
 
에어스트립 OB는 8개 애플리케이션만 엄선하는 2009년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소개돼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그 후 100여 개 병원이 에어스트립 OB를 도입했다. 까다롭게 선정된 의료기술 혁신 사례 중에서 에어스트립 OB는 주목을 받았다. ‘심장의학 분야의 록 스타’라 불리는 에릭 토폴(Eric Topol)과 뉴욕 타임스 I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는 이 앱에 대해 극찬했다.
 
극단적인 시련 속에서도 에어스트립 OB와 같은 작은 혁신 사례들은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들은 점진적 변화를 목표로 삼지 않고, 파격적 변화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끈다. 신흥 시장에서 개발한 저렴하고 공간 효율적인 주머니 포장법, 예산이 한정된 기업을 위한 소액대출 및 온-디맨드(on-demand) 소프트웨어, 주의 집중이 짧은 모바일 사용자를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및 트위터,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아직 한계가 많은 개도국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접근성을 확대시킨 자동차 및 가전, 의료 상품까지 그 예는 다양하다.
 
 기회 4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을 생각하라
일반적으로 특정 위기에서 발생한 제약은 다른 위기에서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해결하는 데 투자한다면 다양한 하위 시장 및 제품군에서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동시에 만족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한 번의 기회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 기업가가 감수하는 위험을 줄이고 신생 벤처기업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성공의 정도는 각기 다르겠지만 새로운 시도의 범위가 넓을수록 창출하는 가치도 커진다. 수익 잠재성은 고객 가치, 비용 관리, 성장 벡터(growth vector) 창출이라는 3개 기준에서 사업모델을 개선하는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프레드 코스라비(Fred Khosravi)와 아마르 소니(Amar Sawhney)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혁신 플랫폼을 연구한 가장 좋은 예다. 저널인 인 비보(In Vivo)는 이 둘을 “역동적인 기계 개발 2인조”로 불렀다. 생물 공학도 출신의 기업가 코스라비와 소니는 인셉트(Incept)라는 벤처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사무실도 없었고 직원이라고 해봐야 두세 명이 고작이었다. 연간 예산은 100만 달러가 채 안 되는 작은 기업이었다. 그러나 기술 면에서 인셉트는 대기업 못지 않다. 인셉트가 모든 법적인 권한을 보유한 ‘비밀 소스(secret sauce)’는 지난 11년간 9개 신생업체 출범을 도운 핵심 기술이 됐다(이 중 실패한 기업은 아직 하나도 없다). 3개 자회사 중 하나인 의료 장비업체 컨플루언트 서지컬(Confluent Surgical)은 세계적 의료용품업체 코비디엔(Covidien)에 2억 4500만 달러에 매각되기도 했다. 비밀소스는 바로 생체 주입이 가능한 다목적 중합체 하이드로젤(hydrogel)이다.
 
하이드로젤의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기술을 개발한 소니는 하이드로젤이 심장과나 부인과, 신경학과, 정형외과 등에서 복잡한 수술 및 최소 침습성 수술을 시행할 때 생기는 난제를 해결해준다고 믿었다. 현재 하이드로젤은 수술 중 장기와 폐, 뇌, 척수, 혈관 등을 봉합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훼손된 내장이 옆에 있는 장기와 맞닿아 치유가 지연되는 걸 막는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코스라비와 소니는 장기적으로 외과 수술을 개선해주는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활용했다. 하이드로젤 기술은 다양한 장기에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외과 시술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진정한 플랫폼 기술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벤처 투자자나 인수기업들은 벤처 기업의 핵심 기술이 구체적 상품과 결합돼 있을 때에만 해당 기업에 투자한다. 그러나 소니와 코스라비는 이런 기존 관행에 반기를 들고 플랫폼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을 다양한 목적에 적용해 다수의 문제를 해결했다. 소니와 코스라비는 하이드로젤 기술을 특정 용도로만 제한하면 이를 인수한 기업이 제한된 시장에서만 상품을 판매하고 기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은 인셉트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하이드로젤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출원한 후 이에 대한 사용 권한을 인셉트가 지원하는 독립 계열사에 내줬다. 새로운 위험 관리 방법이었다. 공통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서로 연결된 자회사가 각기 다른 상품을 선보여 개별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이 반드시 기술이나 프로세스일 필요는 없다. 블루맨 그룹(Blue Man Group)의 공연을 예로 들어 보자. 공연 예술이 침체됐던 1988년, 이들은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공연 예술의 죽음을 알리는 ‘80년대를 위한 장례식(Funeral for the ‘80s)’을 열고 람보 인형과 베를린 장벽에서 가져온 돌을 땅에 묻었다. 인상적이고 독특한 데뷔 공연을 치른 이들은 그 후 20년간 드럼을 두들기거나 페인트를 뿌리고 풍선 사탕을 씹었다. 화장실 휴지로 관객을 덮어버리는 이색 공연도 펼쳤다. 이들의 가장 큰 임무는 바로 창의적 공연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고 자녀도 생긴 블루맨 그룹의 멤버들은 죽어가는 또 다른 제도를 발견했다. 바로 초등 교육기관이다. 이들은 대안 학교 ‘블루 스쿨’을 설립하고 공연 예술 사업에서 철저히 지켰던 원칙을 다시 내세웠다. 바로 “창의성을 자극하고 사람들의 원초적 풍부함을 개발한다”는 임무였다.
 
역선택의 반전
위기가 가져다 주는 혜택을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서는 마이클 E. 포터의 ‘국가 경쟁 우위(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1 를 인용할 필요가 있다. 진정 중요한 혁신은 앞서 말한 4개의 기회와 필요가 어우러질 때 생겨난다.
 
20세기의 많은 혁신은 우리를 미개척의 신세계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나 그 결과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있었다. 배타적 성장과 스스로에게 한계를 지우는 규정은 수십 년 전에 버렸어야 할 낡은 관행 속 우리를 얽어 맸다. 한때 번영했던 첨단기술 산업과 자동차 산업은 도태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무차별적인 자원 개발과 재생 불가능 자원의 사용으로 환경과 지정학적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혁신은 지속 불가능한 비용 구조와 인구구조학적 불균형, 의약 및 의료 서비스 전달의 한계를 가져왔다. 세계화로 브라질, 인도, 중국 등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사회 불평등이 커지면서 다양한 난제가 등장했다. 또한, 특정 지역의 위기가 전세계로 확대되는 일도 많아졌다. 금융 혁신의 경우 일부 부문에서 통제 불가능한 투기 거품을 일으켰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경기 대침체, 불확실한 경기 회복, 유례없는 유로화 위기, 역사상 최대의 기름 유출 사건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경험했다. ‘뉴 노멀’ 시대에서 많은 시련을 겪은 셈이다.
 
그렇다 해도 기업가 정신이나 혁신이 약화될 것 같지는 않다. ‘뉴 노멀’ 시대를 살아남아 ‘뉴 앱노멀(new abnormal)’이 되고 싶은 기업가라면 위기가 가져오는 비교 우위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21세기는 정체와 제약, 장기적 시련 속에 보물을 감춰두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위기를 기업가와 경영자, 투자자가 허비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바스카 차크라보티
 
바스카 차크라보티(Bhaskar Chakravorti)는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 파트너이자 개발 및 기업가정신을 위한 MIT 레가툼 센터(Legatum Center for Development and Entrepreneurship) 선임 연구원이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됐다.
  • 바스카 차크라보티(Bhaskar Chakravorti) |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 파트너이자 개발 및 기업가정신을 위한 MIT 레가툼 센터(Legatum Center for Development and Entrepreneurship)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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