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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ing in the Green Frenzy

녹색혁명의 표준을 직접 만들어라

그레고리 운루(Gregory Unruh) | 82호 (2011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1월 호에 실린 그레고리 운루와 리처드 에텐슨의 글 ‘Winning in the Green Frenz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당신 기업과 관련된 산업 및 사업, 제품에 적용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기준을 멋대로 정의하고 있을지 모른다. 녹색혁명의 초점은 친환경제품 개발에서 친환경 제품의 구성 요인이 무엇이냐는 정의의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섬유, 통신, 농산품, 자동차, 하이테크에 이르는 모든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정의는 산업·사업·제품군별로 다를 것이다. 이 친환경 표준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기준을 따라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거나, 약삭빠른 경쟁업체가 새로운 표준에 따라 모범업체로 공인을 받고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는 걸 멍하니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표준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를 녹색열풍(Green frenzy)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에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거리는 치열한 경쟁과 같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 연구기관, 블로거, 산업 협회, 컨설턴트는 물론 심지어 경쟁업체들까지 자신들의 친환경 표준을 만들어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 산업에서는 수십 개 이상의 업체가 농약 사용, 농장 근로자 숙소, 조류 친화적 농법과 같이 커피 재배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포괄하는 녹색 표준을 정립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열대우림동맹(RA·Rainforest Alliance)의 커피 재배 인증의 경우 무려 100개 이상의 규정을 갖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녹색 표준들은 제각각 ‘친환경 커피’가 무엇인지 정의하려 한다. 오듀본 학회(Audubon Society)나 트랜스페어(TransFair)를 비롯한 비영리단체들이 지지하는 표준이 있는가 하면, 스타벅스나 네슬레 등의 영리 기업이 지지하는 표준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 녹색열풍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필자들은 녹색제품 전략에 대한 연구(HBR 2010년 6월호 Growing Green 참조1))의 일환으로 이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해왔다. 이는 심층 사례 분석 결과와 지속가능성 흐름을 주도하는 이해관계자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내용에 대해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기업들은 기업 역량과 경쟁 구도, 산업 내 친환경 표준의 정도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 이 가운데 산업 내 친환경 표준의 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 결과 산업별 녹색표준에 대한 경영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친환경표준을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로 받아들이고 모든 논의를 회피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친환경표준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현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친환경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녹색기업이라고 주장하면 기업의 신뢰성만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유형은 친환경 기준을 논의하는 절차에 참여하기를 원하면서도 이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경영자들이다.
 
이런 기업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영향력 있는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지배적인 입지를 다진다면 더욱 좋다. 그래야만 친환경표준을 정립하기 위한 싸움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전략을 선택하기 전에는 우선 내·외부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외부평가를 위해 자사가 속한 산업에서 현재 적용되는 친환경 표준과 관련 이슈, 이슈가 논의되는 장, 논의를 이끄는 경쟁업체 및 주요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점검한다. 외부평가의 목적은 현재 산업 내에서 표준 정립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표준에 대한 논의를 이끌고 참여하기 위해 어떤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내부평가는 기술력을 포함한 자사의 친환경 역량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여기에는 제품 및 운영 측면에서 월등한 녹색혁신 수행능력, 녹색기업으로서의 신뢰도, 현재 및 잠재적 파트너십 등이 포함된다. 이때 “우리는 산업 내 친환경 혁명을 이끌고 통제할 만한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핵심적인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
 
4대 전략
외부 상황과 내부 역량을 파악했다면 다음 중 가장 적절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1)이미 정립된 기준을 받아들인다.(adopt) (2)파트너십을 통해 기준을 공동채택하고 자사 역량 및 절차에 맞게 수정한다.(co-opt) (3)산업의 친환경 기준을 정의한다.(define) (4)이미 정립된 기준을 거부하고 자사에 맞는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다.(break away) (그림 ‘가능성 평가’ 참조)
 

 
수용하기(adopt)산업 내 표준이 제대로 정립돼 있으나 기업의 친환경 역량은 부족하다면 기존 규칙을 수용하는 게 현명하다. 건축업계를 예로 들어 보자. 건축 산업의 경우, 친환경표준을 새로 만들 기회는 이제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건축업자 및 비영리 기구, 정부 등의 이해관계자와 시장이 친환경건물인증(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을 공식기준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LEED는 건축가와 설계자, 시공업체, 인테리어 자재 공급업체 등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LED 시스템은 인증(certified), 실버(silver), 골드(gold), 플래티넘(platinum)의 4단계로 운영된다. 건축 자재 및 가구 등에도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자재 협력업체도 최대한 높은 LEED 점수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월마트, 테스코, 맥도널드의 협력업체는 물론 미 정부 납품업체 등도 자사가 제품을 납품하는 핵심 고객사가 설정한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표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2009년 7월 월마트는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모든 물품에 적용할 ‘친환경 제품 지수’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월마트의 협력업체는 세계적으로 10만 개가 넘는다. 월마트 친환경 지수는 제품 관련 에너지 사용량 및 폐기물 배출량을 측정하고 자연자원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한다. 월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판매업자는 월마트 요구에 따라 공급망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를 거부한다면 매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정립된 친환경 기준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그에 따른 전략적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 우위를 점유할 수 있다.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더 피싱 컴퍼니(The Fishin’ Company)는 월마트가 요구한 친환경 어업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신뢰받는 파트너사로 거듭났다. 이 회사는 월마트 최대의 수산물 공급업체가 됐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량을 월마트에 납품했다. 최근에는 장기 구매계약까지 체결했다. 업계 표준을 그대로 수용하면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소외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와는 반대로, 기존 규범을 수용하면 친환경 표준이 변경되는 과정의 논의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
 
공동 채택하기(co-opt)건축업계의 친환경표준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지만 대다수의 산업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다. 친환경표준 수립 과정에 참여한 비영리 이해관계자들은 표준을 자체 개발하고 최대한 많은 조직에서 이를 수용하길 바란다. 이들에겐 새로운 친환경표준을 널리 알리고 수익 활동에 적용할 기업 파트너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신뢰할 만한 후원업체가 정한 표준을 공동 채택하고 자사 사업 환경 및 사회·환경적 영향을 반영해 이를 수정할 기회가 중요하다.
 
새로운 표준 정립 시 유의점
 
기업이 자체 친환경 표준을 수립해서 적용할 때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비난을 받을 위험이 있다. 환경에 폐해를 주는 제품 및 관행을 환경 친화적인 것처럼 꾸며 거짓말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색표준을 수립할 역량 및 의지를 보여주고 신뢰를 얻을 자신이 없다면 현재 표준과 다른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는 게 낫다.
 
다국적 농업 기업 몬산토는 1990년대 뼈 아픈 교훈을 얻었다. 당시 몬산토는 혁신을 통해 농약 및 비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자원을 절약하는 지속가능한 농법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1996년 로버트 샤피로 몬산토 CEO는 유전자 조작 곡물이 “굶주린 이들의 수요와 식량 공급 간의 엄청난 간극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후 환경운동가들은 유전자 조작 기술이 환경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우려하며 전세계에서 몬산토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몬산토는 한 걸음 물러서야 했고, 이후 생명공학 사업의 성과에 대해서 항상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바나나 재배업체 치퀴타(Chiquita)는 비정부기구 RA와 친환경 기준 공동 수립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RA는 치퀴타와 경쟁업체 돌(Dole), 델몬트 등의 바나나 재배업체들이 사회·환경적 폐해를 가져오는 경영관행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1990년대 초반 RA는 열대 우림 바나나 농장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표준을 개발했고, 이를 주요 바나나 재배업체에 알렸다. RA의 접촉에 응한 바나나 재배업체는 치퀴타뿐이었다. 치퀴타는 친환경표준을 시험 적용하는 데 동의하고, RA 규정을 자사 농장에 적용하기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 RA 위원과 치퀴타는 협업을 통해 친환경 규정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기업의 수익 창출을 방해하지 않는 혁신적 방안을 찾아냈다. 이 결과 기업은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이익을 얻었다. RA가 요구한 운용 규정 및 사업 기준을 경영에 적용하면서 치퀴타 농장의 생산성은 27% 증가했고 비용은 12% 줄었다. 직원 만족도도 개선됐다. 2004년에는 OAS 아메리카기업시민상(Corporate Citizen of the Americas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친환경표준 전략을 추진하는 스타벅스도 공동채택 방안을 적용한 경험이 있다. 친환경 매장 운영 방법을 고민하던 스타벅스는 LEED 규정이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기존 건물에 적용되는 기준은 LEED 만큼 상세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기존 건물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스타벅스는 LEED와 파트너십을 맺고 친환경 개선을 위한 건물 개축 규정을 만들어 이를 적용했다. 스타벅스는 이런 노력을 통해 친환경적 기업이란 평판을 얻었고 LEED 기준을 확대 적용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규정하기(define)정립된 규정이 아예 없거나 상이한 여러 표준이 난무할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적절한 역량이나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직접 업계 표준을 정립할 수 있다. 이 과제를 달성하려면 관련 지식, 지속가능성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역량, 표준을 함께 적용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특히 비정부기구(NGO)와 대학, 유명기관과의 파트너십이 효과적 전략을 위한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다.
 
기준을 직접 수립해야 할 이유는 다양하다. 친환경 인증 절차는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둔 환경운동가들이 주도할 때가 많다. 커피산업의 경우, 공정무역 인증(Fair Trade certification)은 커피 농가를 위한 최소 가격 설정에 우선순위를 둔다. 오듀본 학회에서 수립한 인증은 철새 도래지 보호를 목표로 한다. 기업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은 비영리 환경운동가와는 다르다. 이는 사회·환경·사업 목표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환경운동가들은 기업 수익도 고려해 표준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수익 창출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환경운동가들이 특정 기업의 사업 이슈나 역량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스타벅스는 친환경 커피 재배 기준을 직접 수립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 규정이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는 커피 품질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4년 스타벅스는 커피 품질 관리와 공정한 구매 체계를 공동 목표로 내세운 새로운 표준인 C.A.F.E.(Coffee and Farmer Equity)를 만들어 적용했다. 새로 정립된 표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스타벅스는 외부 인증 컨설팅업체 SCS(Scientific Certification Systems)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반면 네슬레는 스타벅스와 같은 시기에 RA와 협력관계를 맺고 AAA 친환경 커피 품질 프로그램(Sustainable Quality Program)을 개발하고 이를 고급 브랜드인 네스프레소(Nesspresso)에 적용했다.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네슬레도 고급 품질의 커피를 구매하는 동시에 커피 재배 방식의 지속가능성 개선을 목표로 세웠다. 두 회사 모두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자사가 개발한 표준을 산업 전체에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네슬레는 국제금융공사(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 코스타리카 중미경영대학원(INCAE Business School), 다수의 친환경 전문 컨설팅 기업, 6개 이상의 커피 공급업체 등을 포괄하는 커피포럼을 만들기도 했다.
 
다양한 표준이 난립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업계 표준으로 지정되려면 파트너십에 대한 투자, 신뢰 구축, 정치적 영향력, 갈등관리 등의 리더십 역량이 필요하다. 스타벅스와 네슬레는 자사 브랜드뿐 아니라 경쟁사 브랜드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대표 기준으로 채택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커피 산업과 달리, 유료 TV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아직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바꾸겠다고 나선 기업이 바로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다. 시장 3위 기업 디시 네트워크는 1위 컴캐스트(Comcast), 2위 디렉TV(DIRECTV)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TV 산업의 친환경 표준을 정립하려 한다. 이를 위해 디시 네트워크는 케이블 및 이동통신 기반시설보다 환경 피해가 적은 위성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 신뢰도가 높은 친환경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이들의 지지를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현상 타파(Break away)이미 정립된 산업 표준이 자사의 강점 및 전략에 합치되지 않고 경쟁력을 저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사에 불리한 기준이 업계 표준으로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적극적 공세에 나선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관자의 입장에 머무르다가 새로운 표준이 수립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의 사례는 특유의 혁신적 방식으로 기존 관행에 도전한 대표적 사례다.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입지를 굳힌 애플은 2006년 지속가능성의 흐름에서 자사가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해 8월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컴퓨터 제조업체 친환경 순위에서 눈에 띌 정도로 하위권에 머문 것이다. 처음에 애플은 “그린피스의 평가 기준과 순위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를 거부했다. 분석가들은 애플의 이 같은 반응을 방어적 행동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오한 전략적 의도가 있었다. 애플은 그린피스의 평가 기준이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히고, 좀 더 환경 친화적인 컴퓨터 생산을 위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그린피스가 만들어놓은 기존 체계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 환경단체보다 더 선진적인 환경표준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애플은 경쟁업체와 그린피스가 컴퓨터의 가장 큰 환경 폐해를 무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바로 컴퓨터의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그린피스 순위에 대해 “담배 회사의 친환경 노력을 사무실이 얼마나 깨끗한지로 평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애플은 기존 규정에서 탈피해 제품 사용 방식까지 지속가능성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자사가 강점을 지닌 에너지 효율성을 새로운 표준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 결과, 투자기업 티 로 프라이스(T. Rowe Price)의 애널리스트가 ‘흑마술(black magic)’이라고 감탄할 정도로 배터리 수명이 긴 아이패드와 같은 에너지 효율적인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애플과 같은 방식은 새로 제안한 표준이 측정 가능하고, 고객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기존 평가기준보다 훌륭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때에만 가능하다. 게다가 새로운 표준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규정은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표준을 제안했더라도 기존 규정을 함께 준수해야 할 때가 많다. 그린피스의 순위를 비판한 애플도 결국엔 이 순위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린피스가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애플이 새로운 규정을 만든 이유는 친환경 평가에 대한 논의를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친환경 기준을 수립하기 위한 경쟁은 각 산업의 경쟁구도와 함께 사회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경영 관행에 대대적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점차 성장하는 녹색시장에서 경쟁에 뒤처지거나 소외되지 않으려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면 돌파를 한다면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명성을 쌓는 동시에 미래의 친환경 표준에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당신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는가?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그레고리 운루, 리처드 에텐슨
 
그레고리 운루(Gregory Unruh)는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Thunderbird School of Global Management) 산하 링컨 센터(Lincoln Center) 교수이자 이사다. 저서로는 <주식회사 지구(Earch, Inc)>가 있다. 리처드 에텐슨(Richard Ettenson)은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부교수이자 급비 설마 키커퍼 연구회원(Thelma H. Kieckhefer fellow)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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