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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통제할 수 있는 힘, 권력

제프리 페퍼 | 76호 (2011년 3월 Issue 1)

1997년 UC 샌프란시스코(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 Francisco) 캐롤 프랑 벅 유방 치료센터(Carol Franc Buck Breast Care Center)의 책임자로 부임한 의학박사 겸 경영학 석사 로라 에서먼(Laura Esserman)은 유방 치료센터와 의학 전반에 기여하기 위한 거창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에서먼은 매력적인 환경 하에서 통합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 센터의 명성을 드높이고 환자 수를 늘리기를 희망했다.
 
에서먼은 여성 환자들이 다양한 진단 절차 및 치료 과정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닐 필요가 없으며,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게 여러 차례 발표가 지연되는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는 센터를 만들고자 했다. 에서먼이 원하는 방식으로 치료센터가 꾸려지면 종양을 의심해 오전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같은 날 치료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병원을 나설 수 있게 될 터였다.
 
에서먼은 유방암 치료를 위한 전반적인 과정이 한층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더 간편하고 신속하게 환자를 임상실험에 등록시키고 다양한 사이트에서 치료 결과에 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정보과학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 모든 노력은 하나의 현명한 전략을 대표하는 것으로, 에서먼의 전략은 기대한 효과로 이어졌다. 현재 캐롤 프랑 벅 유방 치료센터는 과거 에서먼이 책임자로 부임할 당시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신규 웹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더 많은 수의 환자를 임상실험에 참여시킬 수 있게 됐다. 여러 UC 계열 대학병원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테나 프로젝트(Athena Project)도 진행 중이다.
 
이 중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자신만의 의제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상호의존적인 시스템 내에서 움직이는 모든 경영자들이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로라 에서먼에게도 계획을 세우는 건 첫 단계에 불과했다. 에서먼은 캐롤 프랑 벅 유방 치료센터의 책임자였지만 인사 결정에 관한 발언권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에서먼이 결집시키고자 하는 모든 부서들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목표와 걱정거리를 갖고 있었다. 에서먼과 팀원들은 환자의 치료결과 및 서비스 경험에 대해 생각했지만, 센터의 최고 재무 채임자는 예산 및 채권 등급을 걱정해야만 했다. 캐롤 프랑 벅 유방 치료센터는 주에서 운영하는 건물에 입주하고 있었기에 센터를 재단장하기 위해 에서먼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셀 수 없이 많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했고 많은 제약을 받아야 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에서먼은 거대한 조직 내에서 새로운 정보 시스템, 제품 등 여러 기능 부서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에서먼에게는 수많은 책임이 주어졌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할 것을 강요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리더십 스킬이나 감성지능 등을 얘기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작 필요한 요소를 덜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얘기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로라 에서먼에게 필요한 건 ‘권력’이었다.
 
전략을 세워둔다고 해서 저절로 실행이 되는 건 아니다.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입장이 결정된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며, 이런 결정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리더들은 대규모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거부하는 현상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에서먼은 야심 찬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권력을 얻고 행사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했다. 이런 능력은 의료 서비스에 관한 뛰어난 통찰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필자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강의를 할 때 언제나 ‘권력’에 초점을 둔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필자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고, 경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통찰력과 도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사회과학이 인간 행동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지 조사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가장 중요한 관련 원칙 중 일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는 독자 여러분들이 각자의 목표를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원칙들을 활용하기 바란다.

권력과 화해하라
대다수의 관리자들은 이 논의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불편하게 받아들인다. 조직 행동 전문가 조 실베스터(Jo Silverster)가 얘기하듯이 일반적으로 정치는 직장 내 행동의 ‘어두운 이면’으로 여겨진다. 실베스터는 연구 전문가들이 정치에 대해 ‘본질적으로 분열을 초래하며,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반대 의견 및 성과 감소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을 내놓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관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직장 내에서 정치가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직업 만족도와 사기가 약화되며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쏟아 붓는 노력의 강도가 약해지며 퇴사 욕구가 증가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정치적으로 요령 있게 행동하며 권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합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맥클레런드(David McClelland)와 데이비드 버냄(David Burnham)은 관리자의 주된 동기와 성공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일부 관리자들은 주로 소속감을 통해 동기를 부여 받았다. 이런 부류의 관리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선호를 받는 존재가 되고 싶은 근본적인 욕구를 갖고 있었다. 다른 관리자들은 성취감을 통해 동기를 부여 받았다. 이런 부류의 관리자들은 목표를 달성하고 개인적으로 인정을 받는 과정을 통해 만족감을 얻었다. 또 다른 관리자들은 권력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를 원했다. 소속감, 성취감, 권력 중 세 번째 부류, 즉 권력에 만족감을 얻는 관리자들이 가장 효과적이었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03년 1월 호에 실린 ‘권력은 위대한 동기 부여책(Power Is The Great Motivator)’ 참조)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Florida State University)의 제럴드 페리스(Gerald Ferris)가 동료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를 생각해보자. 페리스와 동료들은 18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정치 기술 지수(Political Skill Inventory)를 개발해 학교 행정관 및 미 전역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지점 관리자들에 대한 평가에 이 지수를 활용했다. 정치 기술 지수는 학교 행정관 및 지점 관리자들의 성공을 가늠하는 훌륭한 지표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 기술 지수가 높은 학교 행정관들은 부하직원들로부터 효과적인 리더라는 평가를 받을 때가 많았다. 정치 기술 지수가 높은 지점 관리자들은 성과 평가가 우수했다.
 
지아 유수프(Zia Yusuf)의 사례도 살펴볼 만하다. 유수프는 소프트웨어 기업 SAP에서 기업 컨설팅팀(사내 전략 그룹) 및 ‘SAP 고객 중심 생태계(SAP customer-focused ecosystem: 공급업체, 사용자, 개발자를 연결하는 방식)’라는 이름의 계획을 신설·운영했다. 소프트웨어나 엔지니어링 부문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유수프는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유수프가 조직 역학(업무를 완수하는 능력)에 능수능란했기 때문이다. 유수프의 얘기처럼 성공을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상당한 비즈니스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 지식이 있어야만 무엇을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 기술, 혹은 정치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이 있어야만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조직 구조가 한층 평평해졌으며 여러 기능을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팀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약화된 시스템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면 한층 강력한 영향력이 필요하다. 또 전략의 복잡성이 점차 증대됨에 따라 효과적인 실행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동시에 효과적인 실행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유수프는 SAP의 기업 컨설팅 팀을 운영할 당시 일부 직원 및 그룹으로부터 권한을 박탈하는 구조조정을 완수하는 등 까다로운 전략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유수프는 생태계 기능을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모든 직원들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 유수프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우선, 유수프는 매우 뛰어난 인재를 영입해 높은 기준을 들이댔다. 둘째, 유수프는 데이터 및 분석에 집중하고 한 치의 의혹도 없는 완벽한 분석을 내놓아 직원들 간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셋째, 유수프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이런 능력 덕에 상호 작용에서 비롯되는 감정 온도가 내려갔다.
 
권력을 활용하는 기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권력을 갖기를 주저하는 마음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권력을 피하는가?’ 참조)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이 그랬듯 자신의 권력을 키우고 휘두르는 일을 즐기게 될 수도 있다.
 
한 젊은 여성은 자기 자신이 정치적인 행동을 좋아하지 않거나 정치적인 권모술수에 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경멸했다. 이 여성은 위험이 낮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행동을 시도해보기로 동의했다. 그 여성은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지원자들의 학교 방문을 위해 주말 행사를 계획 중인 학생 자치위원회에 참여했다.
 
그 여성은 자신이 자치위원회를 통제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기로 결정한 후 자신의 성공(예: 자신을 통해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비율 및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정이 내려지는 비율 추적)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다. 놀랍게도, 위험도가 낮은 실험은 기대한 효과로 이어졌으며 다른 위원회 회원들은 그 어떤 반감도 표출하지 않았다. 다른 회원들은 누군가가 앞장선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지원자들이 도착할 무렵, 다른 사람들의 인정 및 칭찬을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그녀는 자신이 권력을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요한 의제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권력 기반을 모으지 못하도록 막고 있을까? 무엇이 권력 다툼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방해가 될까? 여러분이 필자가 상담을 해본 수많은 학생 및 경영진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면 여러분 앞에는 다음과 같은 3개의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장애물:이 세상이 공평한 곳이라는 믿음 수십 년 전, 이 세상이 공평하다는 믿음(심리학자들은 이런 믿음을 ‘공평한 세상 가설’이라 부른다)이 만연해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한 사람은 멜빈 러너(Melvin Lerner)였다. 러너는 사람들이 이 세상이 예측 가능하며, 이해 가능하며, 따라서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자기자신을 설득한 다음에는 좋은 일을 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면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필연적인 결과를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적절하거나 과장돼 있거나 한계를 넘어선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통해 아무 것도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 즉,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 순간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2개의 중요한 이유 때문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 첫째, 이런 믿음은 모든 상황, 모든 사람,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무언가 배우려 하는 의지를 약화시킨다. 둘째, 세상이 공평하다는 믿음은 적극적으로 권력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세상이 공평한 곳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력을 망가뜨릴 수 있는 지뢰를 못 보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장애물: 리더십에 관한 서적 유명한 경영자가 집필한 대부분의 서적,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강연 및 수업에는 ‘주의: 본 내용은 조직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음’이라는 경고문을 붙여 두어야 한다. 자신의 경력을 모방해도 좋을 모델이라고 떠벌리는 수많은 리더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벌였던 권력 다툼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대한 가르침은 내면의 나침반을 따르고, 진실되게 굴고, 감정을 드러내고, 겸손하게 굴며, 자신을 내세우지 말고, 상대를 괴롭히거나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한마디로, 권력자들의 과거 행동 방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를 반영한 내용들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급급해하지 않고 진실하고, 겸손하며, 정직하게 행동하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염려를 잊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틀림없이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했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없다.
 
세 번째 장애물 : 쉽게 손상되는 자부심 자기 자신이 최악의 적이 될 때도 많다. 비단, 권력 문제에서만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자부심을 유지하는 주된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의도적으로 장애물을 놓아두는 것이다. 자기 불구화(self-handicapping)라고 알려진 이런 현상에 대한 연구 자료는 방대하다. 하지만 그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사람들에겐 자기 자신과 자신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려는 성향이 있다. 실패를 경험하면 자부심이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성과를 저해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여긴다.
 
곧 치를 시험이 지적인 능력을 매우 정확하게 진단하는 시험이라는 얘기를 들은 피실험자 중 일부는 관련 자료를 공부하거나 연습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그 결과, 성과가 저조해지지만 그 성과가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변명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권력을 추구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권력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실패로 간주할 필요가 없다.
 
권력 행사
권력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간단히 말해, 권력이란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업무 처리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노력을 기울이는 당사자들이 제각각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영향력이 필요하다.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자원 할당 돈, 장비, 공간, 정보 등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면, 권력을 키우기 위해 그 권한을 활용할 수 있다. (‘금을 가진 사람이 규칙을 만든다’는 것을 새로운 황금률로 생각해 보자.) 항상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상대를 돕기 위한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도움을 주는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분명하게 설명해둘 필요가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호혜주의(호의를 되갚아야 한다는 거의 보편적인 원칙)를 일깨울 수 있다. 또 상대로부터 도움을 얻는 능력이 외부의 개입 없이도 지속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쪽에 서고 싶어 한다.
돈이 있으면 항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유일한 권력의 원천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 두는 게 중요하다. 정보나 중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한층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경제학 및 공학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1970년대 초 스위스 소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클라우스 슈왑(Klaus Schwab) 교수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슈왑 교수가 학자의 삶을 살아가는 데 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슈왑은 회의를 조직했다. 슈왑이 조직한 회의는 곧 유럽의 경영 리더들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이 미국의 경제적인 성공에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유럽경영포럼(European Management Forum)으로 발전했다. 회의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관찰한 슈왑은 세계적인 경제 조직에 얼마나 커다란 가치가 있는지 깨달았다. 슈왑은 전 세계의 정·재계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당면한 경제 사회 문제를 논의한다면 단순히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회의는 언론 매체들이 엄청난 기삿거리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동시에 비즈니스 거래를 위한 무대가 될 터였다. 유럽경영포럼 참가자 중 누군가가 얘기한 것처럼 접촉은 결국 계약을 의미한다.
 
그 결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탄생했다. 현재, 세계경제포럼을 진행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직원 수만 300명이 넘는다. 슈왑은 세계경제포럼의 총재직을 맡고 있으며 포럼 참가자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슈왑 총재가 갖고 있는 권한이 막강한 자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다보스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상벌을 통한 행동 교정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방해가 되는 사람에게는 벌을 준다. 커먼 코즈(Common Cause)의 설립자이며 기품이 넘치는 존 가드너(John Gardner)는 매력적이고, 온순하며, 매우 솔직한 사람이다. 그런 가드너조차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 가드너는 필자에게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 시절 보건·교육·복지부 장관을 맡았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미국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존슨 대통령이 정책 이념으로 내건 민주당의 목표)라는 기치 아래 보건·교육·복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모든 사람이 정부 정책을 환영한 건 아니었다. 가드너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사회 정책에 반대할 권한이 분명하게 있다고 일러주었다. 하지만 가드너는 실제로 정책에 반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를 거라는 사실 또한 주지시켰다.
 
한 의료기기 업체의 보상위원회는 CEO에게 주가 정체 현상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판매는 늘어났지만 이윤 폭은 예상보다 낮았다. CEO는 전문 협상가를 외부 고문으로 앉히는 등 이미 좀 더 넉넉한 연봉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으며 결국 이사회의 묵인을 받아냈다. 연봉 인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CEO는 실망스러운 주가를 둘러싼 대립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 CEO의 연봉 인상에 반대하던 사람은 위원회 의장 자리 및 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우연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사회 구성원들은 그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자신을 도와주면 보상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를 떠안게 될 거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한다. 미국 지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San Francisco Examiner)>의 정치부 기자이자 <맥클래치(McClatchy)>의 칼럼니스트인 존 제이콥스(John Jacobs)는 젊은 시절 주 의회의 새로운 대변인 윌리 브라운(Willie Brown)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을 때 개별 기자들의 국회 출입이 금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물론, 국회 출입이 금지되면 기자들이 업무를 수행하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반면,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했을 때에는 선물 바구니가 배달돼 왔다고 한다. 제이콥스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 혹은 접근을 허락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시선에 미묘한 영향을 끼친다고 얘기했다.
 
다양한 측면 공략 로라 에서먼의 계획은 여러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계획이 진전 없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에서먼은 장애물에 부딪히면 다른 측면을 공략했다. 에서먼은 UC 샌프란시스코에서 별다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기간 중 과학·임상 부문에서 명성을 쌓고 전국적인 차원에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국립암협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정보과학 책임자와 협력을 하기도 했다.
 
에서먼은 미국 전역에서 명성을 얻으면 차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에서먼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환자, 치료를 받은 환자의 수를 늘려나갔다. 에서먼이 치료한 환자 중 일부는 엄청난 부와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에서먼은 체계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가장 심각하게 좌절됐을 때조차도 한 번에 한 명씩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방암과 인도의 크리켓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랠릿 모디(Lalit Modi)의 일화를 통해서도 다양한 측면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부유한 인도 가문 출신 모디는 미국 듀크대(Duke University)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학업을 마치고 인도로 돌아온 모디는 디즈니(Disney) 상품을 인도에서 판매하기로 계약을 했다. 그런 다음, 모디는 인도에서 외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크리켓 경기를 개최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크리켓 경기에 관한 아이디어는 인도에서 새로운 크리켓 리그를 만들고자 하는 모디의 꿈이 반영돼 있었다.
 
모디는 각고의 노력 끝에 미국의 오락·스포츠 채널 ESPN을 설득해 크리켓 토너먼트를 중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크리켓 조직 인도 크리켓 조정위원회(Board of Control for Cricket in India)가 모디의 의견에 반대를 표시했다. 모디는 조정위원회의 요지부동에 상처를 입기보다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활용해서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했다. 모디는 크리켓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인도의 정치인 샤라드 파워(Sharad Pawar)를 비롯해 여러 관련 인물들과 인맥을 쌓았다. 10년이 흐른 후 모디는 파워와 힘을 더해 인도 크리켓 조정위원회 내에서 권력을 잡고 그 동안 자신이 꿈꾸어 왔던 인도 프리미어 리그(Indian Premier League)를 탄생시켰다.
선제 공략 파워와 모디가 인도 크리켓 조정위원회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얻기 위해 활용한 특별한 방식은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그 사실은 바로 상대의 예상을 뒤엎는 행동을 취하면 상대를 방심하게 만들고 상대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기도 전에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05년 인도 크리켓 조정위원회의 회장 라비르 싱 마헨드라(Ranbir Singh Mahendra)는 재선에 출마했다. 마헨드라는 인도 크리켓 조정위원회 전 회장 재그모한 달미야(Jagmohan Dalmiya)와 막후 실세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다. 난데없이 라자스탄 크리켓 협회(Rajasthan Cricket Association) 회장이 되어 등장한 모디는 여러 변호사를 고용해 달미야에게 부패, 경영실패 등의 혐의를 제기하며 마헨드라를 축출하려고 누가 봐도 명백한 정치전을 벌였다.
 
 
 
권력이 있으면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영국 공무원의 사례를 연구하던 역학자 마이클 마못(Michael Marmot)은 공무원의 직급이 낮을수록 연령 조정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수많은 공변인이 이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사망한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를 얼마만큼 통제할 수 있었는지를 측정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업무 통제권이 5년 후의 심장병 발병 및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의 변화에서 업무 통제권한 및 직위가 생리적인 요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결과에 놀랄 필요는 없다. 환경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무기력한 기분을 느끼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수 차례 발표됐다. 따라서 권력이 적게 주어지거나 직급이 낮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건강이 위협을 받게 되는 반면 권력과 통제 권한을 갖게 되면 생명이 연장된다.
 
스포츠 전문 기자 톰 루비손(Tom Rubython)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달미야는 자신의 정적들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믿을 수 없었다. 달미야는 정말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다.” 결국, 파워는 인도 크리켓 조정위원회 회장으로 당선됐고 모디는 부회장이 됐다. 모디는 신속하게 텔레비전 방영권 및 관련 상품 후원권을 확보해 사람들에게 자신과 같은 편에 서면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사와 CEO 사이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이런 종류의 역학 관계가 발생한다. CEO가 이사회에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면 CEO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CEO가 다른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거나 휴가 중일 때 이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더하면 CEO가 반격을 준비하기 전에 CEO를 몰아내기 위한 표를 모을 수 있다. 권력 다툼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망설이는 동안 상대가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힘을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 세력 흡수 정적을 팀의 일원으로 만들거나 정적에게 시스템의 지분을 주는 방법을 통해 정적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정적의 에너지를 얼마나 철저하게 전용할 수 있는지 제대로 깨닫는다면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몇 해 전, 미국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의 여성 교수진, 직원, 학생들은 대학 내에서 여성 직원들이 비슷한 기술을 갖고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학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리노이대 행정부는 매우 현명하게 대처했다. 여성 지위향상위원회(Committee on the Status of Women)를 신설해 사무용 집기, 예산, 적정한 수준의 사무실 공간(합법성과 일부 자원)을 제공한 다음 관련 사실을 연구하고 제안을 하도록 했다. 이런 대응 방안은 학교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외부인이 아니라 학교의 일부로 느끼게 만들어 사실상 반대 세력을 흡수하는 방법이었다. 스스로를 학교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자 터무니없는 요구도 줄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곧 교내 여성 직원들의 지위에 관심을 갖는 만큼 위원회의 다음해 예산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경쟁자 제거(가능하다면 우호적으로)정적을 대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상대에게 우아하게 떠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정적에게 더 근사한 일자리를 찾아주어 ‘전략적으로 재취업을 알선’하는 일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처리한 정적은 더 이상 굴복시킬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주선해준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동료 민주당 의원 하워드 버만(Howard Berman)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캘리포니아 의회 대변인이 된 윌리 브라운은 바로 이 전술을 활용했다. 10년에 한 차례씩 이루어지는 구획 변경 작업이 끝난 후 브라운은 버만, 캘리포니아 의회 내의 또 다른 2명의 라이벌 멜 레빈(Mel Levine), 릭 레먼(Rick Lehman)이 미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브라운의 전기를 집필한 제임스 리처드슨(James Richardson)은 브라운이 다른 민주당 의회 라이벌들이 주 상원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자세하게 묘사했다. 브라운은 정적들에게 응징을 가하는 대신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다.
 
정적들이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다른 조직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다른 사람들이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사회와 최고 책임자들이 쫓겨 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하곤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1.자원 할당
2.상벌을 통한 행동 교정
3.다양한 측면 공략
4.선제적 공략
5.반대 세력 흡수
6.경쟁자 제거(가능하다면 우호적으로)
7.불필요한 비난 방지
8.인간적 면모 발휘
9.지속
10.중요한 관계 활용
11.매력적인 비전 제시
 
물론 돈을 이용하면 정적을 한층 수월하게 몰아낼 수 있다. 한 대형 인사 컨설팅 업체에서는 파트너들이 모여 투표로 사장을 뽑았다. 그 동안 많은 고객을 확보했으며 업계 매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한 파트너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투표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투표에서 이긴 사장은 그 파트너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회사에 많은 가치를 기여하고 있긴 하지만 회사를 떠나달라고 요청했다. 사장은 파트너가 느낄 퇴사의 고통을 달래주고 파트너가 조용히 회사를 떠나도록 1년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넉넉한 금액의 퇴직금을 주었다. 정적이 쉽게 회사를 떠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상대도 굳이 전쟁을 벌이지 않고 조용히 회사를 떠날 것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이런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더 이상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상황이 되면 그는 치열하게 싸움을 걸어올 것이다.
 
불필요한 비난 방지 전략 실행 방법을 생각할 때 자기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승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승리가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지 않으면, 우선순위를 망각한 채 다른 전투에 정신을 팔기가 쉽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결국 불필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로라 에서먼은 거대한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었으며 가능한 한 많은 도움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에서먼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합병(UC 샌프란시스코 병원과 스탠퍼드 병원 간의 합병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에 관한 청문회에서 UC 샌프란시스코의 행정팀에 불리한 증언을 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청문회의 의장을 맡았던 주 상원의원은 에서먼의 지인이었다.) 에서먼이 청문회가 열리는 곳으로 들어가자 당시 UC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총장을 맡고 있던 마이크 비숍(Mike Bishop)은 에서먼을 알아보고 에서먼이 증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언급하고 넘어갔다.
 
에서먼은 당시 패널 앞에서 증언을 한 건 현명한 대처 방안이 아니었다고 최근 밝혔다. 병원 간의 합병은 유방암 치료에 변화를 주기 위한 에서먼의 노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었으며 UC 샌프란시스코의 행정팀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은 에서먼이 원하는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이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SAP 수석 부사장 지아 유수프는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며 싸우려 들지 않았다. 유수프의 지휘를 받는 팀원들은 몹시 화를 냈지만 유수프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수프는 “다음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상사나 동료들을 지나치게 강하게 압박하지 않은 탓에 유수프는 감정 섞인 회의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또 상대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유수프는 때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결정을 얻어낼 수 있었다.
 
불필요한 반목이나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기술은 바로 집중력이다.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그 곳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중요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 길에서 반대에 부딪히면 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 자신이 추진하는 의제와 약간 관련이 있을 뿐인 문제, 혹은 사람과 뒤엉킨다면 시간을 낭비하고 불필요한 문제를 얻게 될 뿐이다.
 
인간적 면모 발휘 고(故) 잭 밸런티(Jack Valenti)는 30년이 넘는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단체 중 한 곳으로 알려진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의 협회장을 맡았다. 밸런티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일 무렵 미국영화협회가 원하는 것보다 콘텐츠 공유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하이테크 업계의 허를 찔렀다. 발렌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 요인은 2001년 <뉴요커(New Yorker)>가 발표한 밸런티 프로필의 제목 한 줄에 잘 요약돼 있다. 당시 <뉴요커>가 선택한 기사 제목은 ‘인간적인 면모’였다.
 
밸런티는 의회 직원, 보조 직원, 비서(의원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사람들 및 법안의 초안을 작성하는 보좌관) 등 모든 사람들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친절하게 대했다. 밸런티는 e메일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기보다는 직접 만남을 갖거나, 만나기 힘든 상황에서는 전화통화를 했다. 걸려 온 전화를 받지 못했을 때에는 언제나 신속하게 다시 전화를 걸었으며 상대의 기분을 능수능란하게 맞추었다. 밸런티는 영화업계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지속 로라 에서먼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절대 포기하지 않는 과학자들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과학자들과 같은 불굴의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에서먼이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 본 사람들은 에서먼이 타고 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필자는 투자 은행가 겸 자금 관리자로 활동 중이며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섭정위원회(Board of Regents)의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Feinstein)의 남편인 리처드 블룸(Richard Blum)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블룸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에서먼이 추진하는 데이터 수집 계획인 아테나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는 자리에서 블룸을 보게 된 필자는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블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내 아내나 로라가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청할 때는 무조건 들어주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거절을 하더라도 머지 않아 그 일을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시간도 절약하고 관계가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동의하는 편이 낫다.”
고집은 바위를 뚫는 낙숫물과도 같다. 끈기 있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진해나가다 보면 결국 상대가 나가떨어진다. 적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뀔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 적수들이 언젠가는 실수를 하거나, 새로운 일을 찾거나, 은퇴를 하게 될 테니 말이다. 환경이 변화하면 힘의 균형도 바뀌게 마련이다.
 
중요한 관계 활용 1998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비종신 부교수였던 개리 러브맨(Gary Loveman)이 카지노 업체 하라스(Harrah’s)의 최고 운영 책임자로 부임해오자 수많은 내부 인사들이 반발했다. 하라스 직원들은 러브맨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에 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 중 한 명은 최고 재무 책임자였다. 최고 재무 책임자의 지식 및 지지가 정치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러브맨은 최고 재무 책임자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그런 노력 덕에 러브맨은 2003년 하라스의 CEO가 될 수 있었다.
 
러브맨은 시간이 날 때마다 최고 재무 책임자의 사무실에 들러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의사결정 및 회의에 최고 재무 책임자를 참석시켰다. 한마디로,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러브맨은 이런 조언을 들려준다.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특정한 지점에 도달했다면 이제 중요한 관계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일만 남았다. 자신의 기분, 혹은 자신에 대한 상대의 생각 등은 중요하지 않다. 분개, 질투, 화, 등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건 무엇이든 한쪽으로 밀어두어야 한다.
 
매력적 비전 제시 매력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는 목표를 제시하면 권력을 행사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적어도 로라 에서먼에게는 그랬다. 에서먼의 노력에 반대를 표시하는 건 유방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새그라멘토, 타코마, 뉴욕,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의 교육감으로서 권력을 갖고 있던 루드 크루(Rudy Crew)는 언제나 기존 정책으로 뒤처진 수십 만 명의 학생들에 대해 얘기하며 그 학생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서 고심했다. 뉴욕에서 수십 년 동안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왔던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는 1920년대 공원 운영위원으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모지스는 젊은 시절 정쟁에 휘말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공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 천사와 같은 편에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사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도 노골적인 사리사욕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신임 CEO를 앉히면 주주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듯 현명하게 싸우는 사람은 위기와 결정의 순간에 주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개리 러브맨은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의 직책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얘기한다. 러브맨은 모든 사람이 가장 효과적인 사람을 필요한 자리에 앉힐 권한을 갖고 있는 주주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설명한다. 러브맨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으며, 러브맨은 하라스 주주들에게 자신의 말을 실현해 보였다.
 
러브맨이 하라스에 영입될 당시 16달러에 불과했던 하라스 주가는 모기지 시장이 붕괴하기 직전 대형 인수를 통해 하라스가 비공개 기업으로 변신할 무렵 90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러브맨이 주주의 자주권을 언급하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 용인가능하고 바람직한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이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개인적인 목표를 좀 더 포괄적인 맥락에 대입하라는 뜻이다.
 
현실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 이런 세상이 우리가 살아가기를 원하는 그런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바로 현실이다. 권력을 키우고 사용할 수 없다면 이렇게 멀리 갈 필요도, 이렇게 전략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위계질서의 종말과 동등계층 네트워크의 위력에 관한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지위는 여전히 제로섬 게임일 때가 많다.
 
대부분의 조직에는 여전히 1명의 CEO가 있다. 대부분의 전문 서비스 기업에는 1명의 경영 파트너가 있다. 대부분의 학교 시스템 내에는 1명의 교장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는 1명의 총리나 대통령이 있다. 필요한 자격을 갖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조직 사다리 내의 각 단계에 올라서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탓에 경쟁의 강도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경쟁을 하거나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은 정당한 경쟁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규칙 자체를 무시하려 들 것이다. 이런 현상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상황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눈 앞에 닥친 정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히는 것 또한 업무의 일부다. 권력의 원칙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 원칙을 활용할 의향이 있다면 결국 승리할 수 있다.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pfeffer_jeffrey@gsb.stanford.edu)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D. 디 II(Thomas D. Dee II) 조직 행동 교수다. 조만간 하퍼 콜린스(HarperCollins) 출판을 통해 최신작 <권력: 누군가는 갖고, 누군가는 갖지 못하는 이유(Power: Why Some People Have It – And Others Don’t)>를 발표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7-8월 호에 실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페퍼 교수의 글 ‘Power Pla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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