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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Management Update

다면평가했더니 내 평가가 형편없네...外

에이미갤로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일반적으로 직장 내 피드백은 주로 상사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다른 피드백과 달리 360도 다면평가는 동료, 관리자, 직속 부하 등 당신의 모든 주변인들이 평가자가 된다. 심지어 고객의 평가가 포함될 때도 있다. 이런 종류의 평가 방식이 지닌 가치 있는 특징은 모든 의견들이 익명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평가 참가자들이 그만큼 진솔하게 답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실이 항상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360도 다면평가 결과,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기분이 상하게 마련이다. 특히 여러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놨을 때는 마음이 더 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바른 태도로 접근하면 모든 임직원이 360도 평가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즉 평가 결과 자체보다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훨씬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360도 다면평가를 시작하기 전에 열린 사고방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아무리 노련한 관리자라 해도 개선의 여지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하버드 맥린 코칭 재단의 공동 책임자이자 증거기반 심리학 LLC의 창립자인 수전 데이비드는 최고의 리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최고의 리더란 360도 다면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 리더가 아니다. 최고의 리더는 매우 뛰어난 강점을 갖고 있는 리더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약점, 즉 다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한 항목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조직행동 교수이자 <감정의 사회적 삶(원제: The Social Life of Emotions)>의 공동 저자인 라리사 타이든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변화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보다 한층 강렬한 인상을 남길 때가 많다. 즉, 당신의 평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평가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을 때 고려해야 할 원칙은 다음과 같다.
 
반성 후 반응하라
피드백을 받았다면 먼저 반응부터 보이지 마라. 우선 결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타이든은 “이따금 사람들은 평가 결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기도 전에 지나치게 성급한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특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데이비드는 “피드백을 받으면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취약하고 자기 비판적인 부분이 전면에 드러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질문을 던지고 건설적인 비판을 제공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런 본능에 맞서 싸워야 한다. 데이비드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자신이 갖고 있는 호기심과 이해를 활용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특성 중 진정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듣고, 이해하기를 원하는 특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단 시간을 들여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처리하기 시작했다면 그 피드백에 진실성이 담겨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그 피드백이 과거에 받았던 평가, 업무 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이 들려주었던 평가에 담겨 있던 건설적 비판과 유사한가? 때에 따라 당신의 동료, 관리자, 멘토 등을 만나 추가 의견을 구하는 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마녀 사냥을 피하라
360도 다면평가는 익명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누가 어떤 의견을 내놓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비판적 의견을 내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은 욕구를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가에 참가한 사람들을 찾아가 상대의 평가 내용에 관한 의견을 나누려 해서는 안 된다. 타이든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개별적인 의견에 대해 추후에 답을 내놓을 필요가 없을 거라는 판단 아래 피드백을 제공한다. 따라서 평가에 참여한 개개인이 어떤 의견을 내놓았는지 알아내려 한다면 평가 과정에서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스의 이사회 컨설팅 및 리더십 컨설팅 업무 부문 파트너로서 CEO 승계 계획 및 전환 관리 업무의 일환으로 수백 건의 360도 다면평가를 진행해 온 러스티 오켈리도 익명성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가자들이 솔직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피드백 제공자들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하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외교적인 답만 내놓는 상황이 조성되면 평가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의견에 반응할지 결정하라
평가 결과란 결국 여러 사람들이 내놓은 의견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곧 모든 의견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피드백 내용에 대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360도 평가는 상사가 내놓는 공식 평가와는 차이가 있다. 대신, 360도 평가를 받는 사람은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선택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모든 피드백에 하나하나 대응을 하면 엄청난 시간만 소모된다.
 
데이비드도 선별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누군가가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싫어한다고 해서 당장 달려나가 자동차를 바꿔 오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360도 평가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다고 해서 서둘러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을 개조해야 하는 건 아니다.” 데이비드는 낮은 점수에 대응해야 할 순간을 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3개의 기준을 제시한다.
 
1.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가? 과거의 평가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났으며 다른 평가자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는가?
2. 해당 문제가 치명적인 리더십의 결함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해당 문제가 진실성, 확실성, 정직성 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3. 해당 문제가 리더가 갖춰야 할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는가? 일반 직원들이 이상적인 역할 모델로 삼을 만한 리더의 모습과 상충되는가? 데이비드는 “가치관은 닻과도 같다. 자신의 가치관에는 자신이 따르고자 하는 리더십 원칙이 반영돼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360도 다면평가를 진행할 때 직속 부하, 동료, 고객 등 피드백을 제공한 사람의 부류에 따라 피드백을 나누는 사례가 많다. 이때 각 피드백이 어떤 그룹에서 나왔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타이든은 “조직 구조 하부에 속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의견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가 있다”고 설명한다. “부하 직원은 한층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고서 문제를 제기한다. 또 그들에게는 상사와 관련 문제에 대해 얘기할 만한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부하 직원들은 신경에 거슬리는 문제만을 들고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변하기 위해 노력하라
변화를 위한 계획을 세울 때에는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리더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 지금 당장 더 나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즉각 변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접근 방식은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데이비드의 얘기를 들어보자. “나쁜 점을 없애면 단순히 처음부터 좋은 점을 갖고 있을 때보다 훨씬 좋다. 다만 앞으로 발전시켜 나갈 분야를 선택할 때는 점수가 가장 낮은 부분을 택하는 것보다 점수가 평균 수준인 부분을 택하는 게 좋다.”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더라도 당신의 약점, 즉 평가 점수가 낮은 부분을 뛰어난 강점으로 변모시키기는 어렵다. 타이든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응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데이비드는 약점을 고치기를 원하는 리더에게 여러 개의 핵심 분야를 선정한 다음, 새로운 행동 방식이나 존재의 방식을 시험해 보라고 제안한다. 관리자는 자기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중 가장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일단 자신이 생각한 작은 변화가 이뤄졌다면 그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데이비드는 “그 변화가 도움이 된다는 증거 사례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게 바로 개선의 토대다.
 
상사나 팀원과 얘기하라
오켈리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피드백에 관한 이야기를 꺼리고 숨기려 한다”면서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360도 피드백에 참여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변화를 기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리더는 적어도 피드백에 관한 전반적인 견해를 팀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피드백 공유에 관한 타이든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팀원들에게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알려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에 담겨 있는 내용 전반에 관한 내용을 들려주면 도움이 된다.” 관리자라면 동료 팀원이나 상사에게 어떤 변화를 어떻게 추진할지에 관한 약속을 하는 게 중요하다. 동료들에게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충분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때 알려줄 것을 요청하는 일도 좋은 방법이다.
 
소수의 의견에 대응하는 방법
360도 평가의 결과를 확인했을 때 12명의 응답자만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무조건 외면하기보다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응답자들도 같은 의견을 갖고 있지만 두려움 때문에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360도 평가 결과에서 남들과 달리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있을 때 더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그 의견이 합당한지 평가해봐야 한다. 평가를 끝낸 후 데이비드가 제시한 3개의 기준을 적용해 해당 문제에 반응을 보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기억해야 할 원칙
해야 할 일
-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피드백은 리더십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행동 변화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기 전에 관련 행동을 변화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지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 바뀌어야 할 행동을 파악하고 행동 변화를 위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
- 부정적 의견을 낸 사람을 찾아내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 부정적 행동 하나 하나를 모두 변화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 부정적 의견에 지나친 관심을 보여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응답에는 좋은 피드백과 나쁜 피드백이 모두 담겨 있다.
 
사례 연구 1
반응하지 말아야 할 때를 결정하기 위한 노력
에이미가 운영하던 규모가 작은 기업은 대형 컨설팅 업체에 인수됐다. 이후 에이미는 합병 회사의 파트너로 승진했다. 약 6개월간 파트너로 재직한 에이미는 새로운 파트너를 위한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코칭 서비스와 360도 다면평가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았다. 평가 전, 코치를 만난 자리에서 에이미는 코치가 만나보기를 바라는 특정한 인물 몇몇을 직접 지목했다. 에이미는 조직 내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동료들과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직원들이 어떤 의견을 들려줄지 더 궁금했다.
 
피드백 결과는 대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더욱 강력한 팀을 키워나가는 문제에 관한 유용한 조언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에이미의 성격에 관한 가혹한 비판도 있었다. 응답자 중 일부는 에이미의 업무 진행 스타일이 짜증스럽다고 답했다. 코치는 이런 평가를 내놓은 사람이 극소수라고 설명했지만 예전에 이와 비슷한 비판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에이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에이미는 “이는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다르다”고 말했다.
 
에이미는 속이 상했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시간을 갖고 몇몇 응답자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다음, 과거 경력 전환에 도움이 됐으며 솔직한 조언을 들려주었던 고위급 파트너에게 도움을 청했다. 고위급 파트너도 에이미의 업무 스타일이 짜증스럽다는 평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고위급 파트너는 에이미에게 과연 그 같은 부정적인 평가가 사실인지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들려주며,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 그냥 잊어버리라고 얘기했다. “피드백은 이따금씩 영수증이 함께 딸려 오는 선물 같다.”
 
에이미는 반응하지 않는 게 몹시 힘들었다. “나는 피드백의 진실성을 믿고 이 과정의 중요성을 믿는다.” 결국, 에이미는 보고서에 담겨 있는 내용 중 자신의 진정한 약점이라고 여겨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선택했다.
 
사례 연구 2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2004년 미군 포대장 토레이 케이디는 이라크를 시찰하고 있었다. 피드백과 지속적인 개선을 중요시하는 군의 전통에 따라 토레이는 약 100여 명으로 이루어진 조직의 분위기를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거의 20여 년간 군 복무를 해 왔던 토레이는 과거 여러 차례 지휘관 분위기 평가를 실시해 본 경험이 있었다. 군대의 지휘관 분위기 평가는 기업에서 실시하는 360도 평가에 견줄 만한 평가 방법으로 이를 통해 모든 병사들에게 사기, 리더십, 성과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평가 결과를 받아 본 토레이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병사들은 대개 토레이가 접근하기 힘든 사람이며 이라크의 정부 관료 및 지방 촌장들과 대화를 나누느라 병사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토레이는 이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웠다. “나는 밑바닥에서부터 군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다가가기 쉽고, 쉽게 말을 붙일 수 있고, 일반 병사들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게 내가 갖고 있는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처음 평가를 받아 본 토레이는 충격을 받았지만 곧 병사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토레이는 병사들을 데리고 매일같이 순찰근무를 나가 이라크의 정부 관료와 함께 이라크 재건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토레이가 이라크 정부 관료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밖에서 대기하는 토레이의 병사들은 안전을 위해 해당 지역을 순찰했다. 토레이는 회담이 끝나면 바로 지프에 올라타 병사들을 이끌고 부대로 복귀했다. 병사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병사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자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부대로 일찍 복귀하면 병사들이 그만큼 빨리 식사를 하고 가족과 전화를 하는 등 자유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 결과 토레이의 병사들은 토레이가 회담에서 어떤 얘기를 주고 받는지 궁금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 결과를 받아 본 토레이의 얘기를 들어보자. “병사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나는 지나치게 과업과 임무에만 집중하느라 임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사람들을 무시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피드백을 받은 후, 토레이는 팀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이라크 관료들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토레이는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에서야 자신의 행동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토레이는 순찰근무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회담 내용 및 진척 사항을 상사뿐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알려주기 시작했다. 토레이는 자유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병사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3개월 후, 토레이는 또 다시 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는 지난 번 평가와 판이하게 달랐다. 병사들이 토레이의 변화를 환영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략 부문의 연구를 하는 동안 나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일이 뛰어난 전략의 최종 목표라고 가정하는 경영진, 학생, 학자들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났다. 원래 전략 부문은 ‘비즈니스 정책’의 문제로 여겨졌다. 즉, 총괄 관리자가 다뤄야 할 문제가 바로 전략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략이 ‘전략 관리’의 개념으로 변모하면서 전략의 세계를 정확하고, 과학적이며, 분석적인 깊이가 있는 세계로 변모시킬 것을 약속하는 수많은 도구, 틀, 분석적 접근방법이 등장했다.
 
이런 목표를 뒷받침하는 논리는 흠잡을 데가 없다. 안정적인 산업 경계의 맥락에서 매력적인 입지를 찾아내고 오랜 기간 우위를 지켜내기 위해 경쟁업체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사실, 자동차에서 철강, 산업장비에 이르는 수많은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은 오랜 기간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오랜 기간 경쟁 우위를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실,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여러 전략에도 이런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사람들은 그 동안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순현재 가치분석을 활용하는 금융모형에서부터 특정한 비즈니스 활동이 오랜 기간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추정하는 투자모형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사업이 지속될 거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수많은 운영의 틀을 구축해 왔다. 사업이 지속될 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을 거라고 가정하는 사례도 많다.
 
1990년대 초에 이 모든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의 동료인 이안 맥밀란, 맥밀란과 함께 저서를 공동 집필한 리처드 다베니 등 수많은 학자들이 ‘초경쟁(hyper-competition)’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홉스의 말을 빌리자면 ‘초경쟁 환경 하에서 경쟁 우위의 수명은 끔찍하고 야수 같으며 매우 짧다.’ 다시 말해, 경쟁 우위는 오랜 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경쟁 우위를 가지더라도 머지 않아 경쟁업체의 시장진입, 모방, 필적할 만한 상대의 등장으로 경쟁 우위가 사라지거나, 고객이 경쟁업체로 옮겨가거나, 경쟁 우위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환경이 변하게 된다. 많은 부문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초경쟁 환경의 등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그 중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조직의 전략을 수정하는 능력이 기회를 찾아내고 그 기회를 거머쥐기 위한 노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전략을 노련하게 활용하는 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전략을 내려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P&G는 미국에서 맥스팩터 라인을 철수시키겠다는 매우 힘든 결정을 내렸다. 맥스 팩터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분장사였으며 그의 이름을 딴 화장품 회사 맥스팩터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P&G는 1991년 맥스팩터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미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맥스팩터와 경쟁 구도에 놓여 있는 P&G의 브랜드 ‘커버걸’이 미국의 화장품 시장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듯했다.
 
반대로 맥스팩터는 영국,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영국과 러시아 시장의 매출이 10억 달러를 상회하는 맥스팩터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였다. 미국 내의 저조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P&G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P&G는 맥스팩터의 미국 시장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맥스팩터가 미국 시장에서 확보하고 있었던 시장우위는 점차 약해지기만 했고 결국 P&G는 철수 결정을 내렸다.
 
자사의 경쟁 우위가 점차 약화될 때 결단력 있는 철수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생각해 보자. 우선, 오늘날 가장 부족한 경영 자원으로 여겨지는 시간과 관심을 더 이상 비효율적인 전략에 묶어두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으며, 잠재력 있는 전략에 할애되는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약화되고, 과거 중요했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온 직원들에게 탈출구를 제시할 수 있다.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 때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너무 오랜 기간 하락세에 접어든 사업을 고집한 기업의 사례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GM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 기업들이 많다.
 
하락세를 보이는 사업 부문에서 인재와 자원을 빼내 좀 더 전도유망한 부문에 투입하는 것이 옳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채용 방식, 승진 방식, 인재 양성 방식, 자산 평가 방식 등 경쟁 우위의 취약성이 반영되지 않은 수많은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해고와 동시에 채용을 하는 기업(Many Companies Hire as They Fire)’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성장 중인 사업 부문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성공과 관련된 사람을 해고하고 기업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는 기업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실, 기업들은 일시적인 우위 현상에 적응하기 위한 비용을 직원들에게 부과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기업의 경쟁 우위가 지속 가능한 것이라는 판단 하에 입사를 결정할 때가 많다. 결국, 기대의 부조화와 부담의 불균형이 생겨나는 셈이다.
 
어쩌면 경쟁 우위가 일시적이라는 현실을 인재를 채용·육성·할당하는 방식에 반영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의 경쟁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 직원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 더 이상 회사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직원들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대량해고라는 충격적인 경험과 공개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찾아야 한다는 불확실성을 피하는 게 좋다. WSJ 기사에서도 점차 많은 기업들이 외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래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경쟁 우위 약화로 인한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 정책, 혹은 공공부문 정책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로 덴마크를 생각해 보자. 덴마크는 경쟁 우위가 약화되고 있는 기업이 아닌 강화되고 있는 기업에 매력적인 인재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공공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즉, 경쟁 우위가 약화되고 있는 부문에서 과감하게 손을 떼고, 해고를 당한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힐 위험을 최소화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일을 좀 더 잘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바로 앞으로 리더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딜로이트 LLP 에너지 센터의 공동 회장인 존 하겔 3세와 존 실리 브라운은 공동 저서 <‘풀’의 힘(원제: The Power of Pull: How Small Moves, Smartly Made, Can Set Big Things in Motion)>을 출판했다. 그들은 책에 담긴 일부 아이디어가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공감을 얻어냈으며, 현대 직장에서 일어나는 6개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요약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Red Queen 효과 경영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레드 퀸(Red Queen) 효과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표현은 루이스 캐럴이 발표한 <거울나라의 앨리스(원제: Through the Looking 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 동화 속에서 붉은 여왕은 ‘제 자리에 서 있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각 종(種)은 경쟁자와 함께 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진화론 가설은 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대표한다. 장기적인 노동 생산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의 평균 총자산 이익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1965년에 비해서는 무려 25% 수준으로 급감했다. 조직들이 점차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역전 현상은 고사하고 장기적인 하강 곡선이 평평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영 관행 및 기업이라는 조직이 근본적으로 와해되고 있다’는 결론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2020년이 되면 총자산 이익률 곡선이 0에 가까워질 것이다.
 
가치가 생성되는 원천이 과거와는 다르다 시장이 혁신을 장려한다고 믿는다면 다음과 같은 어려운 질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왜 기업들은 아직도 좀 더 성공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는 걸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와 동시에, 경쟁으로 인해 가치 창출의 원천이 주식에서 지식 흐름으로 바뀌고 있으며 가치 창출의 방법도 ‘푸시(push)’에서 ‘풀(pull)’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마음가짐과 접근 방법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진은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하강하는 성과 곡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아시아는 새롭게 떠오르는 세계의 혁신 중심지다 혁신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여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과 경영진이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 가지 나쁜 소식이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최첨단 기업과 경영진이 중국과 인도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서구인들은 혁신을 매우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혁신이라 하면 참신한 기술, 제품 혁신 등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제품, 공정, 경영 혁신 등만을 중요시하는 편협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 이제 수많은 기관(institution)의 역할 및 관계를 재정의하는 ‘기관 혁신(institutional innovation)’의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의 개방형 생산·설계 모형, 인도의 열린 유통 모형 등에서 가장 선진적인 형태의 기관 혁신을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서양의 경영진들은 대부분 기관 혁신의 개념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협력 곡선은 경험 곡선을 대체한다 협력 곡선이 경험 곡선을 대체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경험 곡선에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즉, 한 업계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을수록 성과 개선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쟁의 강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 내에서 참가자 간의 관계 및 상호 작용을 늘려나가는 일도 가능해지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성과 곡선, 즉 협력 곡선이 등장했다. 협력 곡선에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 세심하게 설계하고 육성한 환경에 참여하는 참가자의 수가 늘어나고 참가자 간의 상호 작용이 늘어날수록 성과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협력 곡선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크라우드소싱 등 네트워크 중심 활동이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거의 모든 집단 활동에서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통해 참가자의 업무 속도가 빨라지면 성과 개선 속도도 한층 빨라진다.
딜버트 역설’이 관건이다 협력 곡선의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딜버트 역설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딜버트 역설은 다음과 같다. 최우선 순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CEO들은 누구나 인재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업무 환경이 인재를 바보로 만드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더 오피스’와 연재 만화 ‘딜버트’의 놀라운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즉, 경영진이 인재 확보 및 유지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정작 사내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게 딜버트 역설의 원인이다.
 
경영진들은 인재 육성이란 인재 육성 속도를 가속화하는 업무 환경을 재고하는 일이 아니라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경영진이 직장 내 인재 육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면 좀 더 신속한 인재 육성을 장려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전략, 영업, 조직, 정보 기술 플랫폼 등 회사의 모든 측면을 재평가할 것이다.
 
열정이 전부다 경영진은 갖고 있는 열정만큼 성취해낼 수 있다. 사실,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 모두에게는 열정을 업무로 연결시킬 책임이 있다. 잠재력을 실현하고 최고의 성과 개선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을 발견하면 단순한 만족감을 넘어서 열정을 갖게 되고 주어지는 급여 수준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낸다. 하지만 경제 성과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2009년 변화 지수’를 보면 미국 내 모든 업계에서 열정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업계에서 업무에 열정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직원의 비율이 20% 미만이었으며 같은 대답을 한 직원의 비율이 25%를 상회하는 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열정의 수준은 회사의 규모와 반비례한다. 다시 말해,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직원들의 열정 수준이 낮아지는 셈이다.
 
열정이 이토록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근로자들은 오늘날의 업무 환경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하고 예기치 못한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열정은 직원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동기부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열정이 있으면 그만큼 관계도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변화 지수’ 내용을 살펴보면 열정적인 직원들이 가치 창출의 새로운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지식 흐름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직원들이 좀 더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도록 도울 수 있는 관리자는 역경 속에서도 얼마든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편집자주 DBR은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발행하는 뉴스레터 <Harvard Management Update>의 주요 아티클들을 게재합니다. <Harvard Management Update>는 경영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도 실천적 조언들을 제공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관점의 인사이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2010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판(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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