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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ation의 물결, 개인 맞춤화로 접근하라

쇼샤나 주보프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자본주의가 여러 장으로 구성된 책이라면, 우리는 이제 막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소비의 속성은 약 100년을 주기로 근본적인 변화를 거듭하면서 기존 기업들이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가 기존 체제 하에서 여전히 프리미엄 가격을 구가하고 있다면(이 글에서는 이런 조건을 ‘프리미엄 퍼즐’이라고 명칭), 더 낮은 가격으로 신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적 경쟁업체의 전격 등장을 위한 비옥한 토양이 마련됐다. 헨리 포드와 모델T(포드자동차의 모델명)가 등장하기 직전의 자동차 산업이나 스티브 잡스와 아이팟이 등장하기 이전의 음반 산업이 바로 프리미엄 퍼즐의 대표적 사례다.
 
포드 시대에 나타난 소비패턴의 변화는 엘리트 계층으로부터 일반 대중으로 소비 계층이 이동한 것이었다. 반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는 대량 소비의 시대에서 개인화된 소비 시대로의 전환이다. 교육수준, 생활수준, 사회적 복잡성 및 수명의 변화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소비자들은 자신이 중시하는 부분을 스스로 제어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등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욕구를 갖게 됐다. 소비의 주요 축이 제품 및 서비스로부터 쌍방향(interactive)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수단 및 관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시장의 프리미엄 퍼즐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은 아마존닷컴, 애플, 이베이, 유튜브를 들 수 있다. 이머징 마켓의 모바일 서비스기업인 셀바자(CellBazaar), 교육업체인 튜터비자(TutorVisa), 언어교육 업체인 라이브오차(Liveocha)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그런 기업은 훨씬 많다.
 
이들 사례는 단순히 혁신 및 산업재편에 따른 예외적 사례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즉, 이들 사례는 일종의 자본주의의 변종(mutation)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혁신과 변종의 차이는 무엇인가? 혁신은 기업들의 제품 및 서비스 생산, 유통 및 구현 체계가 개선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변종이란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워크의 등장이다. 물론, 새로운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이 활용되기는 하지만, 단지 새로운 기술 차원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변종은 소비자 수요가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목적, 방법, 결과 등 새로운 접근법이 기업들에 요구될 때 혁신을 대체하며 등장해 왔다.
 
대량생산이 산업의 궤적을 소규모 공장에서 대형 공장 중심으로 바꿔 놓았듯, 새로운 자본주의는 그간 중요시됐던 규모의 경제, 자산의 집약, 집중화, 중앙화된 관리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로부터의 탈피를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저가 제품을 공급할 때 공장은 개인화된 소비를 가능케 하는 기술과 관련돼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량생산 제품 간의 동질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나이키의 맞춤형 스니커즈 제조 역량을 생각해 보라). 많은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해 새로운 비즈니스 프레임워크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부문에서 협업(collaboration)의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기업들은 협업체계를 통해 개인 소비자들에게 가치 있는 자산들을 직접적으로 유통한다. 또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구매 시기 및 방법은 물론 소비의 대상 및 내용까지도 스스로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변화로 기업 간 경쟁 구도가 재편될 뿐 아니라 업종 간의 경계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심지어 무의미해진다. 음반 산업이나 신문 산업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대수롭지 않게 간주하다가 큰 위기를 맞이했다. 따라서 업종을 막론하고 새롭게 펼쳐지는 자본주의 질서 하에서 진정한 기업 성장을 추구한다면 이에 걸맞은 새로운 방안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새로운 경제발전의 형태가 언제나 거창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시대’가 언제나 베세머강 혹은 방폭형 전동기(explosion motor)와 같은 모습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디어풋(Deerfoot) 소시지의 모습으로도 얼마든지 시작될 수 있다.”1) 그렇다면 ‘디어풋 소시지’처럼 언뜻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오늘날의 변종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 이런 변종들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 체제가 어떻게 변화될까? 많은 경영진들이 이 글을 통해 이를 인식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거나, 적어도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술과 실제 세계에서의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당 산업 내의 프리미엄 퍼즐을 공략해서 현격하게 낮은 가격으로 개인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은 성공할 것이다. 이들 기업은 예전의 비즈니스 모델에 매몰돼 있는 기업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새로운 가치의 원천들을 발굴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변종 및 분산화된 자본주의
20세기 초반에 새롭게 펼쳐졌던 자본주의의 한 챕터는 헨리 포드 및 그가 발명한 모델T로 요약될 수 있다. 모델T가 처음 출시됐을 때, 이는 단지 포드사를 마침내 흑자로 전환시킨 저가 자동차쯤으로만 인식됐다. 그러나 모델T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더 컸다. 모델T는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량생산이라는 전혀 새로운 생산방식의 효시가 됐기 때문이다. 모델T는 당시 자동차 업계에 고착돼 있던 프리미엄 퍼즐을 해결해 자동차 가격을 60% 이상 인하했다. 또 그 결과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모델T는 생산체계 자체를 전적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의 전설적 경영인 앨프리드 슬로언이 현대식 대기업(다수의 부서로 구성,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설립할 수 있는 토대로도 작용했다. 20세기의 부와 경제적 번영이 결국 이런 현대식 대기업을 기반으로 창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역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모델T의 진가는 사실 자동차 자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대량생산이란 그 어떤 부문에도 적용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매스시장의 소비자들 속에 잠재되어 있던 경제적 가치들을 발굴하고, 이를 간파한 선구자적인 기업들이 극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던 제품(자동차 등)들을 대중화시키면서 대량생산과 소비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소규모 독점적 자본주의라는 19세기적 사고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던 기업들은 이와 같은 막대한 부의 창출 가능성을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대량생산의 비즈니스 모델 또한 지난 10년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스 뮤직 서비스의 등장이었다. 아이팟은 (T모델과 마찬가지로) 단지 멋진 기기만이 아니었다. 아이팟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의 소비시대를 연 선구자적 제품이자 규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사실상 최초의 사례다. 아이팟과 아이튠스는 음악 소비자의 개인적 공간에서(이하 I-space) 출발해서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을 전적으로 새롭게 재편했다. 애플은 CD라는 쇠퇴기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음악 관련 자산을 추출했다. 또 음반업계에 만연한 고비용 관행을 우회해서 음악 콘텐츠를 시장에 직접 유통시키는 경로를 개척했다. 사용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음악 파일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은 현재 미국 최대의 음반 유통업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아이팟 성공사례는 음반 산업 자체와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음악 소비의 경험을 재편하되 이를 매우 낮은 가격에 구현해냈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 이는 음반 산업이 이전까지 포착해내지 못한 진정한 가치다.
 
아이팟과 그 후속제품인 아이폰, 아이패드는 바로 ‘분산화된 자본주의(distributed capitalism)’의 첫 물결이다. 이는 분산화된 자산과 정보, 분산화된 인맥 및 관리 체계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가는 수많은 생산 및 소비 방식을 의미한다.2) 분산화된 자본주의는 인터넷, 모바일 컴퓨팅, 무선 브로드밴드, 관련 디지털 및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의 발전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런 기술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는 현격히 낮은 가격에 개인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등 자본주의의 새로운 장으로 기록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이다. 소비자들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수많은 기술역량 및 관련 가치들 간의 컨버전스를 의미한다. 아이팟을 포함해 수많은 업종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런 새로운 생산 및 소비 방식은 이미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를 종합 분석해본 결과,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전적 코드(genetic code)’를 5개 핵심 기능으로 정리했다.
 
거꾸로 보기 부의 창출과 관련한 구시대의 로직은 조직의 관점 및 효율성, 원가 절감, 매출, 성장, 주당순이익(EPS), 투자수익률(ROI) 등 조직에 필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현재 성공하는 기업들은 갖고 있는 게 무엇이며, 소비자들에게 이를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소비자들이 누구이며 그들은 어떠한 필요를 가지고 있는가 및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이전과는 다른 정반대의 시각을 취해서 소비자 각 개인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 바로 이런 자산들로부터 현금흐름 및 수익성이 창출된다.
핵심자산을 추출 가치있는 자산들이 무엇인지 파악됐다면, 기존 체제의 고비용 구조로부터 이를 추출해야 한다. 지식, 음악, 서적, 의학적 진단 및 치료, 교수, 정보, 스킬 및 인재와 같은 자산들은 모두 조직 내부에 집중적으로 구축되어 있고, 조직의 목표, 절차 및 목적 달성을 위해 관리된다. 따라서 이런 체계로부터 가치있는 자산을 추출한다는 것은 최대한 I-space의 사용자들에게 저비용으로 쉽게 유통될 수 있는 형태로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회 변종적 성격의 많은 새로운 생산/소비 방식들은 기존 제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영역 밖에서 등장했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 및 새로운 소셜 장치들을 통해 기존의 제도적 구조(인적, 물리적, 조직적, 기술적 혹은 재무적)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 개개인을 그들이 찾는 자산들과 직접 연결시킨다. 손상된 혈관을 우회해서 다른 혈관을 통해 목표지점까지 혈액이 운반될 수 있게 하는 관상동맥 우회술과 비슷하다. 아이튠스나 원격 학습도 불필요한 비용, 구시대의 가정, 가치 파괴적인 관행 등을 우회해서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한다.
재구성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확보한 뒤, 자신의 가치, 관심, 편의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요일 오후 부엌 식탁에 앉아 아이팟터치나 판도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적으로 개인화된 라디오 방송국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수천 마일 떨어진 위치의 중국 교사로부터 온라인 중국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지원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게 이를 지원할 디지털 툴, 플랫폼 및 소셜 네트워크 등을 제공해야 한다. I-space 내에서 경제적 가치의 새로운 원천을 발견하고 구현하려면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 의견 개진의 기회, 자유로운 소셜 네트워크 구축의 가능성들을 소비의 경험을 통해 강렬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분산화된 자본주의에서는 최종 소비자들의 관심에 따라 사업방식을 조정하는 기업들이 승리한다. 반면, 기업의 입장과 필요 요건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최종 사용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물론 사용자 정보보호와 관련한 페이스북의 실책에서처럼 이런 공통적인 유전 요인들이 언제나 다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의 모든 성공적 사례들은 기업의 시각에서는 결코 짐작할 수 없었던 개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개개인이 매우 중요시 여기는 자산들 중 디지털화가 용이한 자산들을 발굴해 이를 공략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분산화된 자본주의의 다음 단계
그렇다면 분산화된 자본주의는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정보로 환원될 수 없는 물리적 자산 및 지원의 경우, 즉 물리적 접촉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까지 거의 디지털 세계만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분산화된 자본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해서 가상 및 실제 세계의 자산을 모두 이용한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디지털 세계를 넘어 경제의 핵심적 부문까지 공략하는 제2의 물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의료보건 산업의 초기 사례
프리미엄 퍼즐은 의료 및 보건과 관련한 대부분의 경험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의료보건 서비스 부문에서 개인이 재정적으로 부담 가능한 범위와 실질적으로 원하는 수준이 일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특히 미국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에서는 최근 30년간 보건의료 지출 증가율이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을 추월했다. 반면 의료보건 서비스의 품질 및 실적은 하락세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비단 미국뿐 아니라 인구 노령화로 정부의 의료보건 부담이 증대되어 가는 모든 국가에서 이는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많은 사람들은 전문적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기 앞서 스스로 및 가족 차원에서 먼저 정보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의료보건 사이트인 웹MD(WebMD)는 이런 니즈의 의료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등장했다. 의료계에만 철저히 머물러있던 정보들을 포착해서 해석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사이트는 고액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결코 의료진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없던 정보는 물론 고액을 지불하고도 결코 얻을 수 없는 신뢰도가 높은 정보들을 담고 있다.
 
재택 진단, 모니터링 및 테스트 부문 역시 이와 비슷한 많은 시도와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기존 정보 수집 프로세스를 뒤집었다. 그간 의료계에만 머물러있던 핵심 진단 역량을 추출해서 이를 필요로 하는 개인들에게 직접 연결해주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하고 적합한 때 피드백을 해주는 사용자 지원 체계까지도 갖추고 있다. 테스트는 혈압에서부터 마리화나 복용 그리고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을 망라한다. 또 휴대전화를 통해 혈당 수치 및 심박동수 등을 모니터링한다. 뿐만 아니라 유사시 핫라인과의 연결, 치즈 버거 섭취시 칼로리 알람, 애견과 산책시 소모되는 칼로리 표시 등의 기능까지 있다.

 
노인 요양 관련 급진적 사례 연구
오늘날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프리미엄 퍼즐 중 하나는 바로 노인 요양 부문이다. 미국의 노인요양원 관련 연간 평균 비용은 8만 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가진 미국인들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고,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재정은 점차 줄고 있다. 또 요양원들도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비용 압박으로 인한 인력 부족 및 저임금 등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욕창, 의료 사고 및 노인 학대 등 노인요양원의 실상을 고발하는 암울한 뉴스를 접하면 노인케어는 저가의 인적 창고관리를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것에 그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노인헬스케어 기업인 엘더파워(Elder Power·EP)는 노인케어 프리미엄 퍼즐에 대한 직접적 대안을 제시한 미국 메인 주의 신생기업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지원은 물론 직접적 대면을 통한 지원까지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초기의 성공사례는 물리적 세계의 프리미엄 퍼즐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EP는 노인요양의 경제적인 장벽을 무너뜨렸다. 메인 주의 전반적 노인요양 비용은 높은 수준이다. 월 평균 노인요양원 비용은 7000달러(미국 평균은 6500달러), 간병인 고용시의 비용은 4000달러(미국 평균은 3100달러), 24시간 홈케어 비용은 2만4000달러(미국 평균은 1만6200달러) 등으로 모두 미국 평균 수준을 웃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EP는 노인들이 월 378702달러의 기술 지원 비용과 월 평균 324달러의 맞춤식 지원 하에 자택에 기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EP는 노인들이 안전하고 사회적으로 풍요로우며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비용은 메인주의 일반적 홈케어 평균 비용의 불과 3%에 해당한다. 이는 요양원 평균 비용의 10% 및 간병인 평균 비용의 18%에 그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이러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첫째, EP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필자가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의 남편이자 협력자인 짐 맥스민이 그 설립의 기초를 구축한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짐 맥스민은 EP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EP는 영리 목적의 커뮤니티 네트워크로서 그 수익은 모두 가장 도움이 필요한 구성원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네트워크에 전적으로 재투자된다. 둘째, EP는(2010년 3월 기준) 회원 수가 아직 56명에 불과한 매우 작은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원들은 경미한 수준에서부터 중증까지 다수의 치매환자들을 포함, 케어가 쉽지 않은 증상의 노인인구들로 구성돼 있다.
 
EP는 막강한 기술 요소를 보유하고 있다. 각 노인의 자택에는 ‘디지털 스파인’이 장착된다. 그 내용은 각자 선택할 수 있다. 기본 툴(응급시 알람, 한 대의 웹캠 장착, 비디오폰 및 컴퓨터 인터페이스)에서부터 다수의 웹캠과 센서 및 24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포함한 정교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 웹사이트는 커뮤니티 캘린더, 로컬 서비스, 소설 및 시 코너, 동영상, 상담, e메일 및 EP의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또 웹 기반의 자체 TV 서비스인 엘더 파워 TV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지역 내 상연중인 연극 및 교회의 주일예배 실황 등을 방송하기도 한다. 이런 기술을 통해 가족들은 노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유사시 지원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다.
분산화된 자본주의 제2기의 특성에서와 마찬가지로, EP의 모델도 디지털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EP는 멤버, 가족, 친구, 이웃, 자원봉사자, 직원 및 전문가들을 총망라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각 회원에게는 네트워크 내 EP 서비스 사용을 지원하는 담당 지원자가 배정되며, 자신의 웰빙을 위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네트워크 내 타 회원들을 도울 수 있도록 독려한다. 예를 들어, 부분적 장애로 인해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회원에 대해서는 일일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P 모델을 통해 창출된 수익은 자원봉사자들의 비용 처리 및 식사권, 주유권, 영화 티켓 등의 형태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보상에 쓰이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유/무료 지원 서비스를 적절히 혼합해서 EP 고용 간호사 1명 당 60명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EP는 1000명의 노인들을 위한 간병에 약 4050명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급진적 사례를 위한 전략
EP는 디지털 세계뿐 아니라 실제 세계의 자산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문에서의 성공을 위한 4개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첫째, EP는 연대 구축을 통해 운영된다. 즉, 개개인을 위해 많은 관련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케어를 지원한다. 지역가스 공사의 경우 EP 회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가정용 전기 및 난방 시스템의 모니터링 및 긴급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둘째, EP는 이전까지 충분히 활용되지 않던 커뮤니티 및 네트워크 리소스(서비스, 공간, 인력, 역량 및 재화)를 발굴, 활용 및 증대시킨다. 즉, ‘평범한 눈에는 드러나지 않을’ 만한 네트워크 내부의 자산을 발굴해낸다. 어떤 지역 노인들의 경우 인근 고등학교의 카페테리아를 모임 장소로 발굴해서, 학교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에 모여서 함께 식사한다. 또, 자택 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침실을 퇴원 후 회복기의 다른 노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노인들도 있다. 셋째, EP는 업무를 분산해서 가용 자원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매일 2회의 전화 통화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나 회원이 있는가 하면, 주 1회 노인들을 위한 차량 지원을 담당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인근에 거주하는 3명의 노인들을 위한 저녁식사 준비를 담당하는 이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EP는 수요자의 경험, 가치 및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관행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이른바 ‘아이-메트릭스(I-metrics)’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EP에서 I-metrics는 ‘나는 집에서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나는 스스로 필요한 존재라고 느낀다’, 혹은 ‘나는 봄꽃을 보기 위해 뒤뜰까지 나가볼 수 있다’ 등과 같은 주관적인 평가들을 반영한다.
 
EP는 이러한 전략들의 중요성(및 어려움)이 매우 잘 드러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EP외에도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은 매우 많다. ‘연대’ 전략의 예를 들어보자. 애플은 아이팟 사용자들의 상호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애플은 ‘통신은 우리의 사업 영역에 해당하지 않으니, 다른 곳에서 휴대전화를 하나 장만 하십시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제공 상품의 범위를 확대해 아이팟을 아이폰으로 진화시켜 매번 새로운 파트너십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또 아이폰에 각종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을 적용할 수 있게 해서 이런 프로세스는 더욱 가속화했다. 그 결과, 이제 아이폰은 점차 확대되어 가는 지원 업체들의 ‘프로토페더레이션’에 대한 포털 이미지로 재구축됐다.
 
그러나 효과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애플도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과의 관계를 정립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두 회사 모두 처음에는 구시대 방식으로 어플리케이션을 단지 호스팅을 하는 거래 대상으로만 간주했다. 그러나 어플리케이션이야말로 최종 사용자들의 경험을 끊임없이 확대한다는 사실을 점차적으로 깨닫게 됐다. 페이스북과 애플은 자신들이 해당 연대(federations) 체계의 코디네이터로서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행사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아마존닷컴은 마켓플레이스 참여사들이 의무적으로 고객 기준을 준수하고 게시된 고객평가 내용 등의 ‘신뢰도 엔지니어링’ 방법을 수용하게 해서 통제력을 행사했었다. 바로 이런 유형의 관계는 지원 네트워크 연대를 구축할 때 초기의 구성요소로 작용한다.
분산화된 자본주의의 수용
EP가 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노인케어 부문의 프리미엄 퍼즐을 해결한 방식은 21세기 경제의 핵심적 특성을 매우 잘 설명해준다. 즉, 최종 사용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새로운 소셜 및 엔터프라이즈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서, 각 개인이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영위해갈 수 있도록 툴, 플랫폼 및 관계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의 많은 사례들에서 관찰되는 지원 범위는 매우 넓다(도표 참조).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세계에서 기업 성장을 추진하는 경영진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경쟁전략의 근간을 형성하던 로직과 어휘에 대한 문제제기다. 예를 들어, 최근 필자는 ‘우리 업종 내에서 향후 어떠한 모습의 변종(mutation)이 나올지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변종이란 특정 산업 내부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별 최종 사용자들의 니즈를 통해 정의된 자산들이 재구성될 때 변종이 등장한다. 이런 과정은 개인의 공간에 뿌리를 두고, 업계, 부문 및 기업 간의 경계를 점차 허물어뜨리며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경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예를 들어, “아마존닷컴이 유통업체인가, 물류업체인가, 웹서비스업체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이러한 변종이 실제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많은 업종 간 경계들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도로 건설이 운송 혹은 지속가능 솔루션의 일부가 되고, 항공사가 레저, 물류 혹은 환경 솔루션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은행이 웰빙과 교육, 노령화 관련 솔루션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인더스트리 간의 대대적 지각변동을 일으킬 사례는 어디에서나 등장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시장분석 및 경쟁 전략만으로 기회를 포착하기란 불가능해질 것이다.
 
경영진들의 전략적 사고를 쇄신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은 이런 변종이 업종 간 경계를 어떻게 허물게 될지에 관한 다소 급진적 질문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이 증대되는 상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격상 현재는 소수의 부유층만이 구매하고 있지만, 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음.
2.회사와 고객 간의 신뢰에 균열이 생김.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평균 신뢰도가 최근 30년간 급격히 하락했으며, 현재 비즈니스가 구현하고 있는 것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사이의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음. 이런 문제로 모든 소비자 대면 산업, 특히 금융서비스, 헬스케어, 보험, 자동차, 항공사, 유틸리티, 미디어, 교육 및 제약 등의 업종은 특히 더욱 취약한 상황에 직면해 있음.
3.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집중화되어 있으며, 고정비용이 매우 높은 수준. 이중 상당부분은 분산화하거나 협업 파트너에게 위임, 혹은 가상 세계로 이전 가능한 부분들임. 대부분의 기존 산업들은 여기에서도 매우 취약한 상황임.
4.기존 조직구조, 시스템 및 활동들을 더욱 유연하고 높은 대응력을 갖춘 저가 네트워크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함. 주민 순찰대, 시민기자, 온라인을 통한 피어그룹 지원, 개인간 개인(P2P) 리뷰 및 정보 공유가 그 대표적인 사례들임.
5.제도적 경계 너머에 잠재되어 있는 자산들 중 현재는 비록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으나, 잘 활용하면 고정 비용을 대체, 신규 역량 확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자산들이 존재함.
6.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유형 혹은 무형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
7.최종 사용자들은 기업이 미처 상상하지 못하고, 알아낼 방도도 없는 욕구를 갖고 있음. 전략적으로 개인의 I-space를 고찰하려고 하지 않는 한, 이런 욕구는 사용자들이 모두 이탈한 후에야 깨닫게 됨. 이는 음반, 신문, 방송 뉴스 및 여행 산업의 많은 경영진들이 이미 경험했음.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환이라는 드라마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는 결코 거창한 발표와 함께 등장하지 않는다. 이전의 시기와 명쾌하게 단절을 이루며 한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되기보다는, 여러 부문 간에 서로 중첩 및 연계되면서 나타난다. 이는 전환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매우 큰 혼란과 좌절로 다가올 수 있다. 혁신을 위해 투자한 자원이 엉뚱한 결과만 낳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을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변종의 패턴을 해독하고, 이를 반영해서 21세기 소비자들의 복잡다단하고 개별화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기업에는 무수한 기회와 가능성들로 가득 찬 시기이기도 하다.
 
1) J조지프 슘페터, “The creative response in economic history,”, Journal of Economic History, 1947, Volume 7, Number 2, pp.149-59
Creating Value in the Age of Distributed Capitalism
2)분산화된 자본주의, 그리고 규모의 경제, 자산 집약성, 집중화 및 중앙식 관리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로부터의 탈피는 2002년 출판된 필자의 저서(Jim Maxim과 공저) “The Support Economy: Why Corporations are failing individuals and the next episode of Capitalism”에서 최초로 언급되었음.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9월호에 실린 ‘Creating Value in the Age of Distributed Capitalis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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