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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 유전자로 시스템을 창조하라

크리산토스 델라로카스(Chrysanthos Dellarocas),로버트 라우바처(Robert Laubacher),토머스 W. 말론 | 59호 (2010년 6월 Issue 2)

구글(Google), 위키피디아(Wikiped-ia), 쓰레드리스(Threadless)는 현재 활동 중인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중 앞의 두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 하나도 유명세를 쌓아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3개의 사례를 살펴보면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도 온라인상에서 놀라울 만큼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의 사례에서처럼 서로 함께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은 수백 만에 달하는 사용자가 웹페이지 링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내린 판단을 수용한다. 또 우리가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는 질문에 놀라울 만큼 현명한 답을 내어놓기 위해 인터넷이 갖고 있는 집단지식을 활용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세계 곳곳에 거주하고 있는 수천 명의 기여자(contributors)들이 놀라울 만큼 질이 우수한 문서들로 가득한 세계 최대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낸다. 위키피디아는 중앙 집중화된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상황에서 발전을 거듭했다. 위키피디아에 수록된 내용에 변화를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의 어떤 것이든 제한 없이 수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변화를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위키피디아에 수록된 내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대략적인 합의로 이뤄진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수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그저 자원 봉사자일 뿐이다.

쓰레드리스에서는 누구든 원하면 티셔츠를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을 주간 콘테스트에 응모해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투표를 할 수 있다. 회사측에서는 득표수가 높은 디자인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티셔츠를 제작하고 해당 디자이너에게 상금과 로열티를 지급한다. 쓰레드리스는 티셔츠를 디자인하고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이와 같은 방식으로 50만 명이 넘는 불특정 다수의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 기반 집단지성 사례들은 고무적이다. 1  뿐만 아니라, 위 사례들은 단순히 영감을 주는 차원을 넘어 마치 경영진의 희망사항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집단지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고, 아주 적은 비용, 혹은 전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군중의 힘을 적극 활용해 보자. 이들이 갖고 있는 힘은 완벽하지만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 보자.
 
사실, 관리자들의 눈에 집단지성은 마치 마법처럼 조금은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얘기하는 관리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법은 근사하다. 하지만, 마법은 똑같이 따라 하기가 너무 어렵다.” 군중의 지혜(crowd wisdom), 위키노믹스(wikinomics)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집단지성이 조직의 업무처리에 그토록 큰 도움이 된다면, 왜 더 많은 기업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하지 않는 걸까?
 
필자들은 기업들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게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고무적인 사례가 대표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눈 앞에 보이는 가능성을 ‘근사한’ 아이디어들이 어렴풋하게 모여있는 집합체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집단지성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관리자들은 이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건 마법이 아니라 바로 그 마법이 뿌리를 두고 있는 과학이다.
 
MIT집단지성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자들은 약 250개에 달하는 웹 기반 집단지성 사례를 수집했다(‘연구 내용’ 참조). 처음 사례를 수집한 후에는 각 시스템이 각기 다른 목적과 방법을 갖고 있으며 사례가 무척 다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각 사례들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결과 각기 다른 집단지성 시스템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 재결합돼 있는 구성요소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단지성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분류하기 위해 필자들은 총 4개의 질문을 활용했다(‘집단지성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질문’ 참조).
-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 누가 그 일을 하고 있는가?
-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어떤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가?
(이 틀은 조직 설계 분야에서 개발된 틀과 유사하다. 2  또한, 전통적인 조직이든 인터넷으로 연결된 새로운 종류의 그룹이든 집단행동을 위한 시스템을 설계할 때에는 이 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자들은 생물학의 원리를 빌려서 이 구성요소들을 집단지성 시스템의 ‘유전자’라고 부른다. 필자들은 유전자를 ‘집단지성 시스템 내의 개별 과제와 관련이 있는 핵심 질문(무엇을, 누가, 왜, 어떻게) 중 하나에 대한 특별한 해답’이라고 정의한다. 유전자가 각 유기체의 근본이 되는 것처럼 조직 유전자도 집단지성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핵심 요소다. 특정한 집단지성 사례와 관련이 있는 유전자 조합을 해당 시스템의 ‘게놈’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들은 이 논문에서 이 시스템을 이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틀을 제안하고자 한다. 필자들이 제안하는 틀 내에서 집단지성 시스템의 중심에 놓여 있는 근본적인 구성요소, 즉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 이 틀은 각 유전자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이 틀은 포괄적으로 군중의 힘을 활용하는 동시에 조직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군중의 힘을 활용하기 위해 유전자를 결합·재결합할 가능성을 제안하는 데서 출발한다.
유명한 게놈에 관한 고찰
지금은 1991년이고 여러분이 헬싱키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리누스 토발즈라고 상상해 보자. 여러분은 지금 막 개인용 컴퓨터에 사용할 기초 운영 시스템의 핵심 내용에 관한 연구를 마쳤으며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 중이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여러분이 머지 않아 내릴 결정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자원봉사 프로그래머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21세기 초에 등장한 가장 중요한 컴퓨터 운영 시스템 중 하나인 리눅스가 개발된다. 그리고, 여러분은 최초의 주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새로운 집단지성의 대표적인 사례)를 이끈 리더로 추앙 받게 된다.

이제, 다른 상상을 해 보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 논문에 나와 있는 모든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물론, 리누스 토발즈는 이 논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몰랐고 자신의 결정이 그토록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진 사실에 무척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토발즈가 만들어낸 것과 같은 오픈 소스 커뮤니티를 의식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이 논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것 같다. ‘내가 해 내고자 하는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2개의 유전자, 즉 창조(Create) 유전자와 결정(Decide) 유전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러분은 새로운 컴퓨터 운영 시스템에 사용할 프로그래밍 코드를 창조해내려고 할 것이다.
 
여러분이 두 번째로 던지게 될 질문은 바로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 필요한 2개의 기본 유전자는 지배층(Hierarchy) 유전자와 군중(Crowd) 유전자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경우에는 토발즈의 대답)으로 여러분의 노력은 한층 많은 주목을 끌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계급 조직 내에서는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특정한 누군가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의 각기 다른 부분을 맡긴다. 하지만, 여러분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 공개한 다음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소프트웨어에 내용을 추가하거나 소프트웨어 중 일부를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결정한다. 다시 말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소프트웨어의 각기 다른 부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군중이라는 옵션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누스 토발즈 사례에서는 그 외에 선택 가능한 대체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접 모든 일을 해결할 만한 시간이 없거나 다른 사람을 고용할 돈이 없다. 그와 동시에, 적절한 동기가 부여되기만 한다면 이 세상에는 기꺼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할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많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나면 바로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왜 이 일을 할까?’ 여러분은 필자들이 돈(Money) 유전자라 부르는 것을 사용할 만한 능력이 없으므로 사랑(Love) 유전자, 영예(Glory) 유전자 등 다른 동기 부여 방법을 필요로 하게 된다. 가령, 토발즈는 대부분 e메일을 작성할 때 쾌활한 어조를 사용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취미 삼아 리눅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 기쁨을 느끼고픈 마음이 들도록 했다. 또한, 리눅스와 같이 눈에 띄는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는 게 곧 해당 프로그래머가 뛰어난 프로그래밍 기술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들은 적극적인 리눅스 소프트웨어 개발 참여를 통해 사회적인 지위와 영예를 쟁취하기 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이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리눅스 개발자 토발즈와 마찬가지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분도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탄생하게 될 소프트웨어의 구성요소가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실, 각기 다른 구성요소 간에는 중요한 상호 의존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소프트웨어 모듈이 다른 모듈에 어떤 변수를 전달하면, 2개 모듈 모두에서 그 변수의 포맷에 대해 유사한 가정을 하게 된다. 이는 곧 여러분이 필요로 하게 될 ‘어떻게’ 유전자가 바로 협력(Collaboration) 유전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쯤이면 중요한 내용을 한 가지 빠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누구든지 소프트웨어의 각기 다른 부분을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다면 여러분이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설계한 소프트웨어의 한 부분이 제대로 설계돼 있는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또한, 각기 다른 활동의 조각들이 모여 제 기능을 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특성들이 갖추어진 활동 조각들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협력 유전자를 최소한 1개 이상의 결정 유전자와 결합시켜야 한다. 특히, 여러분은 커뮤니티 전체가 소프트웨어의 기본 버전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만큼(다양한 버전을 개발하느라 노력이 분산되는 일이 없도록) 집단 결정(Group Decision) 유전자도 필요할 것이다. 집단 결정 유전자를 활용하면 무엇을 포함시키고, 무엇을 포함시키지 않을 건지에 관한 그룹 전체의 결정이 그룹 내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제, 여러분은 투표(Voting·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이 어떤 것을 사용할지 투표), 의견 일치(Consensus·어떤 것을 사용할지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논의) 등 집단 결정 유전자의 여러 세부 유형을 잠깐 동안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전통적인 조직에서 흔히 사용되며 이번 일에서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단순한 유형의 의사결정 방법을 활용하기로 한다. 그건 바로 지배층 유전자다. 다시 말해, 직접 이런 결정을 내리거나 신뢰할 만한 상대에게 결정권을 위임한다.

이와 같은 유전자의 조합을 리눅스 커뮤니티의 기본 ‘게놈’이라고 부를 수 있다(‘리눅스의 집단지성 게놈’ 참조).
 
물론 토발즈가 의식적으로 이 모든 내용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직관, 시행착오, 행운 등이 더해져 토발즈와 리눅스 커뮤니티는 암시적으로 위와 같은 설계 결정을 내리게 됐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자신이 토발즈가 됐다는 가정 하에 리눅스 설계의 간접 경험을 했다. 이 경험과 더불어 본 논문에서 언급하는 여러 사례에서 드러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여러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집단지성을 설계할 때 좀 더 체계적인 접근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3개의 게놈에 관한 이야기’ 참조).
 
집단지성 유전자 그리고,
자신만의 게놈을 구축하는 방법
원하는 일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집단지성을 구축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게놈 접근방법을 활용하려면 다양한 유전자를 종합적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16개의 주요 유전자(새롭게 떠오르는 유전자 및 유전자의 세부 유형도 있다) 및 게놈을 위한 유전자 선택과 관련이 있는 요인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모든 집단지성 게놈 설계자가 던져야 할 4가지 중요한 질문(무엇을, 누가, 왜, 어떻게)을 근거로 결정된 범주에 따라 유전자를 분류하면, 16개의 유전자를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다(‘집단지성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질문’ 참조).
 
무엇을(What)어떤 활동을 하든 첫 번째로 답을 해야 할 질문은 바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이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사명, 혹은 목표라고 부른다. 좀 더 세부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과제가 된다.
 
이 논문을 작성하는 우리의 목적을 고려했을 때, 집단지성 시스템 내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조직 과제는 크게 다음과 같은 2개의 기본 유전자로 분류할 수 있다.
 
창조(Create)창조 유전자를 활용하면, 시스템 내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코드의 일부, 블로그 내용, 티셔츠 디자인 등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생성해 낸다.
 
결정(Decide)결정 유전자에선 시스템 내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체 방안(alternatives)을 평가하고 선택한다. 예를 들어, 다음 번에 리눅스를 출시할 때 새로운 모듈을 포함시켜야 할지, 어떤 티셔츠 디자인을 생산해야 할지, 특정한 위키피디아 문서를 삭제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기본적인 목표를 정하고 나면 둘 중 어떤 유전자에서 출발할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한 전체 게놈을 고려했을 때에는 창조와 결정 유전자의 세부 유형이 적어도 하나씩은 필요하다. 창조 유전자를 활용하더라도 새롭게 탄생한 품목 중 어떤 것을 유지할지 결정하기 위해 결정 유전자가 필요한 때가 대부분이다. 또한, 결정 유전자를 활용할 때에도 고려의 대상이 되는 선택사항을 생각해내기 위해 창조 유전자가 필요하다.
 
누가(Who)다음으로 답을 해야 할 질문은 바로 ‘누가 그 일을 하는가?’이다. 여기에도 2개의 기본 유전자가 있다.
 
지배층(Hierarchy)전통적인 계급 조직에서는 권한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특정한 개인 혹은 그룹에 과제를 부여할 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가령, 앞서 살펴본 것처럼 리눅스 토발즈와 프로그래머들은 다음 소프트웨어 공개 시 사람들이 제안한 많은 모듈 중 어떤 것을 포함시킬지 결정할 때 지배층 유전자를 사용한다.
 
군중(Crowd)군중 유전자를 활용하면 권한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따로 지정해 주지 않더라도 규모가 큰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 중 원하는 사람이 행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리눅스 소프트웨어에 포함시킬 만한 모듈을 제안할 수 있다.
 
군중은 오랜 기간 몇 가지 일을 수행해 왔다. 선거 시 투표를 하는 행위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저렴한 전자통신 덕에 그 어느 때보다 군중이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누구라도 웹페이지에 링크를 걸 수 있다. 새로 생긴 모든 링크는 구글이 사용자가 검색한 내용에 대한 답을 제공하기 위해 활용하는 데이터베이스의 일부가 된다.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새로운 위키피디아 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미 수록되어 있는 기존의 위키피디아 문서를 편집할 수 있다. 또한, 누구든 원하는 사람은 쓰레드리스에 티셔츠 디자인을 제안하거나 다른 사람이 제안한 디자인에 투표를 할 수 있다.
 
군중 유전자에 대한 의존성은 인터넷 기반 집단지성 시스템이 갖고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사실, 필자들이 살펴 본 모든 사례에는 군중 유전자 사례(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과제)가 최소한 1개 이상 포함돼 있다.
지배층과 군중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 군중 유전자를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군중 유전자를 활용하지 않을 때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성을 활용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군중 유전자는 (a)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을 갖고 있거나 (b)필요한 자원 및 기술을 누가 갖고 있는지 모를 때 가장 유용하다(‘집단지성 유전자 도표’ 참조).

물론 이런 특성들만으로 모든 활동을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조건에 따라 활동의 형태가 달라질 때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어, 영상을 녹화하고 편집하는 기기가 지나치게 고가여서 소수의 대기업에서나 장비를 구입할 수 있었던 수십 년 전에는 영화사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을 전적으로 관리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항상 널리 퍼져 나가게 마련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비디오 카메라와 편집 장비를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유튜브(YouTube)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누구든지 원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미리 정해 둔 몇몇 사람들에게 과제를 할당하는 방법 대신 불특정 다수의 지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해 조직이 다양한 장점을 실현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리눅스와 위키피디아는 무보수로 과제를 처리할 사람을 찾아내기 때문에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은 이노센티브(Innocentive)의 도움을 받아 군중 가운데서 자사만의 힘으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해 줄 인재를 찾아내기도 한다. 리눅스와 같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군중의 힘을 활용한 덕에 한층 더 우수한 결과를 얻게 됐다고 생각한다. 군중의 힘을 활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한층 더 철저하게 프로그래밍 코드를 검토하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에 자신의 지식을 기여하는 사람들은 다른 웹사이트에서 관련 소식을 채 발표하기 전에 위키피디아의 시사 관련 문서에 자신이 알고 있는 최신 소식을 반영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쓰레드리스는 예술적인 티셔츠 제작에 가장 커다란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이 사람들에게 통제감각을 부여한다. 쓰레드리스는 이런 방식을 채택한 덕에 지배층 유전자를 활용할 때에 비해 사람들의 의욕과 에너지를 한층 잘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군중 유전자가 제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한다면 몇 가지 ‘기술적인’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활동은 여러 개의 작은 활동으로 나눠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군중을 구성하는 각기 다른 멤버들이 그 활동들을 만족스럽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작이나 의도적인 시스템 방해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둬야 한다.
 
군중 유전자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면, 지배층(지배층이 ‘경영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고 이미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직접 과제를 할당할 수 있다. 혹은, 군중 속의 누군가가 목표 달성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을 방법을 찾아낼 수 없다면, 군중 유전자보다는 지배층 유전자를 사용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전통적인 지배층 유전자를 ‘디폴트(default)’ 유전자, 즉 군중 유전자를 사용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유전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Why)누가’라는 질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문이 바로 ‘왜’라는 질문이다. 왜 사람들이 그 활동에 참여하는가? 무엇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가? 어떤 인센티브가 작용하는가?
 
인간 동기 부여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 전부를 짧은 글 속에서 제대로 다루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3개의 중요한 ‘왜’ 유전자가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동기를 부여해 집단지성 시스템 참여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돈(Money)금전적인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시장 및 전통적인 조직 내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동기 부여 요소가 된다. 때때로 그들은 급여처럼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대가를 받는다. 미래에 금전적인 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쌓거나 기량을 개선하기 위해 과제를 수행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랑(Love)사랑이 중요한 동기 부여 요소가 되는 상황도 많다. 심지어 금전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을 때조차 그렇다. 사랑 유전자는 여러 가지 형태를 띤다. 어떤 활동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즐거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 자기 자신보다 한층 더 커다란 대의명분에 기여한다는 느낌 등이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랑 유전자의 바로 이 세 가지 변형들로 인해 위키피디아에 글을 쓰거나 편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 참여 동기를 갖게 됐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드러났다.
 
영예(Glory)영예, 혹은 인정(recognit-ion)은 또 다른 중요한 동기 부여 요소다. 예를 들어, 수많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프로그래머들은 동료 프로그래머들로부터 자신의 기여를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왜’ 유전자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방법 3개의 ‘왜’ 유전자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모든 조직에서 이와 같은 동기 부여 요소를 활용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여러 집단지성 시스템이 참신한 이유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돈 유전자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전통적인 조직과는 달리 사랑 유전자와 영예 유전자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단지성 시스템에서는 ‘최우수 기여자(top contributor)’ 목록을 만들어 공개하는 방법,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회원 등급제를 도입해 이베이(eBay)의 ‘파워 셀러(power seller)’, 아마존(Amazon)의 ‘최고 비평가(top reviewer)’ 등과 같은 다양한 지위 등급을 부여하는 방법 등을 활용해 참가자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들의 집단지성 시스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2개의 경험 법칙이 특히 중요하다.
 
사랑이나 영예, 혹은 둘 다를 활용하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사용자가 서평을 작성한다고 해서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사용자들은 인정받기 위해서, 혹은 서평을 작성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서평을 쓴다.
 
하지만, 사랑과 유전자에 의존하는 방법이 항상 먹히는 건 아니다. H.J. 하인즈는 새로운 케첩 광고를 선보이기 위해 대중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광고 응모전을 홍보하고 밀려드는 응모작을 검토하느라 엄청난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도움을 얻으려던 하인즈는 ‘하인즈의 웹사이트 포럼에 하인즈가 태만하게 굴고 값싼 노동력을 얻으려고 한 것뿐이라는 비방을 늘어놓은’ 3  일부 소비자들과 척지게 됐다.
 
돈과 영예는 군중이 한층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군중이 움직이는 속도나 방향을 통제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염두에 두고 있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돈이나 영예를 제공해 군중이 한층 신속하게 목표를 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IBM에서도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했다. IBM은 개발자들을 고용해 자사에 특히 중요한 리눅스 특징을 개발해달라고 요구했다.
 
동기 부여를 위해 유전자를 선택하고 조합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된 적은 없다. 하지만, 필자들은 잘못된 동기 부여 요소야말로 새로운 집단지성 시스템을 출시하기 위한 노력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How)어떤 활동과 관련해 답을 해야 할 마지막 질문은 바로 ‘어떻게 그 일이 진행되고 있는가?’이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조직 구조 및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많은 집단지성 시스템에서 여전히 일부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층 유전자를 활용한다. 하지만 신기한 점은, 집단지성 시스템에서 군중 유전자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살펴볼 ‘어떻게’ 유전자의 사례는, 군중의 창조 혹은 결정과 관련된 과제 수행 방식을 중심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군중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혹은 구성원들의 기여 간에 강력한 의존성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와 같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군중(Crowd)을 위한 ‘어떻게’ 유전자를 모음, 협력, 개인 결정, 집단 결정 등 크게 4종류로 나눌 수 있다.
 
창조 과제와 관련이 있는 2개의 ‘어떻게’ 유전자는 모음과 협력이다.
 

모음(Collection)군중이 기여한 내용들이 서로 독립성을 갖고 있을 때 모음 유전자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은 대개 독립적으로 제작된다. 따라서, 유튜브는 하나의 모음이 된다. 이 유전자를 활용하는 다른 흔한 예로는 새로운 이야기의 모음인 디그(Digg), 사진 모음인 플리커(Flickr) 등이 있다.
 
모음 유전자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군중 유전자를 활용하기 위한 전반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에 더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하나의 활동을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하며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작은 단위의 활동을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력 유전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모음 유전자의 하위 유형 중 한 가지 중요한 유형을 꼽으라면 경쟁(Contest) 유전자를 들 수 있다. 쓰레드리스, 이노센티브처럼 경쟁 유전자를 활용할 때에는, 모음의 일부인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응모작이 최고로 꼽히며, 최고로 선정된 응모작은 상, 혹은 다른 형태로 인정을 받게 된다.
 
넷플릭스(Netflix)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넷플릭스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넷플릭스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 좋아할 만한 DVD 추천 시스템’보다 최소 10% 이상 우수한 성과를 내는 최초의 알고리즘 개발자에게 상금을 주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학자와 컴퓨터 과학자 상당수가 약 3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이 도전 과제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했다. 최종적으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팀은 여러 팀의 구성원과 알고리즘을 통합한 팀이었다. 이 팀들이 개별적으로 내놓았던 해결방안들은 모두 다 그럴 듯 하긴 했지만, 독자적으로 우승을 하기에는 부족했었다.
 
경쟁 유전자가 유용한 때는, 모음 유전자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서 동시에 하나, 혹은 소수의 해결책만이 필요할 때다. 예를 들어, 이노센티브의 고객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대체 방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하나, 혹은 소수의 해결방안을 필요로 할 뿐이다. 또한, 경쟁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나 영예와 같은 ‘왜’ 유전자가 강력해야 한다.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 참가자들이 경쟁에 참여하고픈 욕구를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 유전자를 활용하면 경쟁을 후원하는 측에서 경쟁 참가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길 수 있다. 가령, 이노센티브에 해결을 원하는 문제를 공개한 기업은, 어떤 누구도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을 제안하지 못한다면 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협력(Collaboration)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군중의 협력이 요구되며, 군중이 기여한 활동 사이에 중요한 의존성이 존재할 때 협력 유전자가 등장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는 협력 유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기여자가 제안한 모듈 간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여러 명의 기여자가 하나의 위키피디아 문서 편집에 참여할 때 편집된 내용 간에 강력한 상호 의존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위키피디아의 개별 문서는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협력 유전자를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2개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모음 유전자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덩치가 커다란 하나의 활동을 독립된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눌 만한 만족스러운 방법이 없을 때다. 둘째, 군중 구성원들이 기여한 개별 활동들간의 의존성을 관리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방법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작은 단위로 나눠진 여러 활동 간의 의존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결정 유전자를 적절하게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결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유전자로는 집단 결정 유전자와 개인 결정 유전자가 있다. 그룹 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결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집단 결정 유전자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개발팀의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사양에 관한 제품 개발 업무를 진행해야 할 때다. 모든 사람의 동의가 필요치 않거나, 구성원들이 매우 다른 취향, 관점을 갖고 있을 때에는 개개인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결정을 내려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유튜브에 올라 와 있는 동영상 중 어떤 것을 볼지 결정하는 사례가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개인 결정 유전자를 사용하는 게 더욱 적절하다.
 
집단 결정(Group Decision)군중이 내놓는 의견을 조합해 그룹 전체에 적용할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는 그룹 결정 유전자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쓰레드리스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집단 결정에 따라 군중이 기여한 활동 중 어떤 활동이 최종 산물에 반영될 지를 결정할 수 있다. 집단 결정에 따라 군중이 기여한 활동의 순위가 집단 결정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다. 디그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예측 시장의 사례도 있는데, 이 때에는 개개인의 의견을 종합해 수량을 공개적으로 추정하는 데 집단 결정이 연관돼 있다.
 
집단 결정 유전자의 주요 변종으로는 투표, 의견 일치, 평균, 예측 시장 등이 있다.
 
투표(Voting)신기술 덕에 과거에는 실용성이 떨어졌던 여러 상황에서도 투표 유전자가 유용하게 쓰이게 됐다. 예를 들어, 디그 사용자는 어떤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운지 투표를 하고, 득표수가 가장 높은 이야기들이 디그 웹사이트 전면에 공개된다.
 
투표의 여러 변종 중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암묵적인 투표(implicit voting)를 들 수 있다. 제품 구매, 제품 평가와 같은 행동이 암묵적인 ‘득표’ 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아이스탁포토(iStockphoto)는 각 사진의 다운로드 횟수를 집계해 순위대로 사진을 배열한다. 또한, 유튜브는 시청 횟수에 따라 동영상의 순위를 매긴다.
 
투표의 또 다른 중요한 변종으로 가중 투표(weighted voting)가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검색 결과 순위를 매길 때 해당 사이트에 링크돼 있는 다른 사이트의 개수를 부분적으로 감안해 랭킹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때 구글은 좀 더 인기 있는 사이트에서 링크를 해 올 때 가중치를 적용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의견 일치(Consensus)의견 일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곧 전체, 혹은 사실상 모든 그룹 구성원이 최종 결정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에서 문서 내용이 수정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이는 곧 해당 문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내용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그룹의 규모가 작거나 구성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적절한 시간 내에 의견 일치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의견 일치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크거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에서는 완전한 의견 일치에 도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따라서, 이런 때에는 투표가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결과를 수긍하고 결과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면 투표와 의견 일치, 둘 모두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평균(Averaging)특정 숫자를 고르는 결정을 해야 한다면, 군중이 제안한 수치를 평균 내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황소 무게를 추정4)하는 경우에서처럼 단순히 평균을 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도 있다.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에서도 평균을 계산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사용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책이나 CD가 5점 만점 중 몇 점에 해당되는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개별 사용자들이 매긴 점수의 평균치가 각 제품의 총점이 된다. 비슷한 시스템을 활용해 익스피디아(Expedia) 사용자들은 호텔을 평가하고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Internet Movie Database) 사용자들은 영화를 평가한다. 평균을 사용한 놀라운 예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을 들 수 있다. 미 항공 우주국은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인터넷에 화성 표면 사진을 공개, 누구든 원하는 사람은 분화구로 추정되는 지점이 몇 개나 되는지 헤아려 볼 수 있도록 했다. 아마추어들이 내놓은 답을 모아 평균을 산출했더니 놀랍게도 전문가들의 대답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일반적으로, 군중이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추정하기를 바랄 때 평균 유전자를 활용할 수 있다. 군중이 내놓은 추정치에는 일부 일관성 있는 정보(신호)와 일부 무작위 오차(잡음)가 모두 포함돼 있다. 오차에 일관성이 없고 특정한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편향돼 있지 않다면 평균을 활용할 수 있다. 오차가 서로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차가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된 경우에는 평균 산출을 통해 얻은 추정치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참가자가 이후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혹은 참가자 그룹의 구성이 모든 타당한 시각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지 않을 때 편향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s)군중이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만들기 위해 예측 시장 유전자를 활용할 수 있다. 예측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미래의 일에 관련된 예측 ‘주식’을 사고 판다. 올바른 예측을 내놓은 사람들은 현금, 혹은 현금이나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 등을 얻게 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베스트 바이(Best Buy) 등도 조직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사용하기 위해 예측 시장 유전자를 활용했다. (예측 시장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거나, 기업들이 예측 시장을 비롯한 여러 유전자를 활용한 사례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원하는 분은 sloanreview.mit.edu에 접속해 ‘The Collective Intelligence Genome(집단지성 게놈)’을 참고하기 바란다.)
 
개인 결정(Individual Decisions)군중의 구성원이 군중 전체의 의견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전체의 의견과 일치하는 의견을 내리지 않아도 될 때 개인 결정 유전자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개별 유튜브 사용자는 어떤 동영상을 볼지 직접 선택한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시청 순위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과 똑같은 동영상을 시청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개인 결정 유전자에는 시장 유전자와 사회적 네트워크 유전자 등 2개의 중요한 변종 유전자가 있다.
 
시장(Markets)시장에서는 결정 단계에서 공식적인 교환(예를 들어 돈)이 이뤄진다. 군중을 구성하는 개개인은 어떤 제품을 사고 팔지 개인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군중의 일원인 구매자가 내리는 구매 결정은 전체 수요를 결정하고, 수요는 제품 및 가격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군중의 일원인 판매자가 시장에 제시한 제품의 양과 가격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구매 결정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 팔기 위한 시장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왔다. 하지만, 신기술의 발달 덕에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을 활용한 시장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아이스탁포토에서 사진가들은 웹사이트에 판매할 사진을 공개하고 편집자를 비롯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사용할 권리를 구매한다. 이베이에서 판매자들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구매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얻기 위해 경매에 참여한다.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s)사회적 네트워크에서는 군중 구성원들이 관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관계 네트워크는 상황에 따라 여러 단계의 신뢰 수준, 취향 및 관점의 유사성, 기타 공통적인 특성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런 특성에 따라 개개인이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군중의 일원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각 정보의 중요성을 다르게 평가한 다음 개인 결정을 내린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튜브의 ‘채널’ 서비스, 이피니언스닷컴(Epinions.com)의 신뢰 네트워크, 아마존의 개인별 맞춤형 추천 서비스와 블로고스피어 등을 들 수 있다. (온라인 기사에 접속하면 더 많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 결정이 필요할 때, 사람들로부터 노력이나 기타 자원을 얻어내기 위해 돈(혹은 돈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인센티브)을 투입해야 한다면 시장 유전자가 특히 유용하다. 개개인에게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고,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에 관한 정보를 유용하다고 판단한다면, 사회적 네트워크 유전자가 특히 유용하게 쓰인다.
 
집단지성 게놈 - 그 다음은 무엇일까?
인터넷 기반 집단지성에 관한 초기 사례는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연산 및 의사소통 역량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집단지성에 관해 셀 수 없이 많은 사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집단지성과 관련된 모든 유전자, 이 유전자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조건, 유전자 결합과 관련된 제약조건 등을 파악하려면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필자들은 이 논문에서 제안한 유전적인 틀이 유용한 출발점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이 틀을 활용하면 관리자들은 단순히 집단지성 사례를 살펴보고 영감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보다는 중요한 행동을 할 때마다 ‘무엇을’ ‘누가’ ‘왜’ ‘어떻게’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조합할 수 있을지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접근방법을 취한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놀라운 가능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가능성은 이미 구글, 위키피디아, 쓰레드리스의 시스템을 통해 검증됐다.
GP TIP 3개의 게놈에 관한 이야기 : 위키피디아, 이노센티브, 쓰레드리스
 
지미 웨일스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위키피디아의 탄생 기반이 된 커뮤니티를 설계한 방식과 리눅스 사례를 비교해 보자. 리눅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위키피디아도 군중이 사랑과 영예를 위해 무언가(무료 온라인 백과사전)를 창조하는 게 기본 목표다. 하지만, 리눅스와 달리 위키피디아에서는 군중의 참여로 탄생한 각기 다른 부분들이 서로 독립적인 성향을 갖는다. 이는 곧 모음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군중의 일원은 누구든 새로운 문서를 생성해낼 수 있으며, 독립적인 문서들이 모두 모여 백과사전을 구성한다.
 
협력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모음 유전자도 군중이 생성한 모든 내용 중 유지해 나갈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결정 유전자를 필요로 한다.
 
리눅스가 그랬던 것처럼 지배층 유전자를 활용해 웨일스를 비롯한 소수의 사람들이 삭제 문서 선택 권한을 갖는 것도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웨일스를 비롯한 소수의 관계자들은 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들이 위키피디아에 관해 한층 강력한 권한과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느끼기를 바랐다(강력한 권한과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위키피디아의 성공에 기여하고픈 강한 욕구를 느끼기를 원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웨일스 본인이나 웨일스가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다른 사람들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엄청난 양의 글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원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들은 2개의 결정 유전자를 차례차례 활용했다. 그 중 첫 번째는 투표 유전자다. 군중 가운데 누구든 삭제해야 할 문서를 ‘지명’할 수 있다. 또한, 군중 가운데 누구든 해당 문서의 삭제 여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지배층 유전자다. 위키피디아 관리자 중 누군가가 투표(를 비롯한 기타 논의)를 검토해 해당 문서의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위키피디아에 새로운 문서가 추가되는 방식에 대해 논의했지만, 위키피디아의 설계 방식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개별 문서가 편집되는 방식이다. 위키피디아의 개별 문서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유전자는 협력 유전자다. 서로 다른 여러 사람들이 입력한 편집 내용 간에는 강력한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어떤 문장을 삭제했다면 그 어떤 사람도 그 문장에 단어 하나 추가할 수 없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관리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지배층 유전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개별 문서마다 기사의 일관성과 품질을 책임질 편집자를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훨씬 더 급진적인 대체방안인 의견 일치 유전자를 선택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거의 모든 문서를 수정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가 수정을 원하지 않는 한 문서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나의 시스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중의 참여를 기반으로 제품 디자인, 문제해결 방안에 관한 조언, 서적 등과 같은 복잡한 지적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은 리눅스와 위키피디아가 개척한 색다른 유전자 조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쓰레드리스와 이노센티브 비교
이런 식으로 게놈을 분석하면 서로 관련이 있는 사례들 간의 중요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강조할 수 있다. 가령, 필자들이 경쟁 유전자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된 2개의 예를 생각해 보자. 경쟁 유전자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군중이 모음을 만들어내면 그 중 일부가 선택을 받게 된다.
 
첫 번째 사례는 쓰레드리스다. 쓰레드리스에서 군중이 만들어내는 품목은 티셔츠 디자인이다. 두 번째 사례는 이노센티브다. 이노센티브에서 군중은 특정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법 등 기업들이 직면하는 까다로운 연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창조한다. 먼저, 기업들은 이노센티브 웹사이트에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에 관한 글을 올린다. 문제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 10만 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 기술 전문가 등이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문제를 검토하고, 그 중 일부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과학자는 솔루션을 제출하고, 문제를 의뢰한 기업은 최고의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에게 최대 10만 달러, 혹은 그 이상의 보상을 제공한다.
 
쓰레드리스와 이노센티브의 기본 게놈은 거의 동일하다. 두 가지 모두 창조 유전자에서 시작해, 군중에 속한 구성원들이 경쟁을 위해 해결 방안을 제안하며, 결국 지배층 유전자에서 끝이 나 회사의 경영진이 응모작 중 어떤 것을 뽑을지 결정한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쓰레드리스에서는 중간에 평균 유전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즉, 군중이 티셔츠 디자인을 평가하고, 이들이 매긴 점수가 경영진이 내리는 최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군중 평가 방식을 이노센티브에 사용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공개한 기업은 군중들에게 응모된 해결 방안 모두가 공개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제안한 해결방안이 실제 도움이 될지에 대한 판단은 군중보다는 문제를 의뢰한 해당 기업 경영진이 더 잘 내릴 수 있다. 그 기업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군중보다 더 잘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쓰레드리스의 목표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티셔츠 생산이다. 따라서, 쓰레드리스처럼 의사결정을 할 때 군중의 선호도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할 때에는 군중의 의견을 구하는 게 좋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0년 봄호에 실린 토머스 W 맬런, 로버트 라우바처, 크리산토스 델라로카스의 글 ‘The Collective Intelligence Genome’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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