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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 부르는 ‘역기능 모멘텀’ 막으려면...

캐슬린 M 서클리프(Kathleen M. Sutcliffe),미쉘 A 바튼 | 56호 (2010년 5월 Issue 1)

2000년 5월, 뉴멕시코 반델리어 유적지 부근에서 300에이커의 땅 위에 무성하게 올라와 있는 관목을 태우는 작업을 하던 소방관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미 꺼졌다고 생각했던 불씨가 자꾸만 살아나더니, 급기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꼽히는 세로 그란데(Cerro Grande) 화재로 이어졌다. 당시 세로 그란데 화재는 로스 앨러모스 시와 인근 로스 앨러모스 국립 실험실로 번져 무려 1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이 화재로 1만 8000명의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다. 산불은 2주에 걸쳐 4만 7000에이커의 땅을 불태우고 300채의 집과 실험실 건물들을 전소시킨 후에야 비로소 사그러들었다. 1
 
대부분의 재난이 그러하듯이 많은 요인들이 세로 그란데 화재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필자들이 ‘역기능 모멘텀(dysfunctional momentum)’이라 부르는 요인이 특히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진로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잠깐 멈춰서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재조정하거나 재점검하지 않은 채 오히려 원래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기만 할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역기능 모멘텀이다. 뉴멕시코 소방관들에게 벌어진 일들은 이례적인 게 아니다. 역기능 모멘텀은 조직 내에서 매일 발생하며 끔찍한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구성원들은 뒤늦게 지나온 행적을 되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이렇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놓쳤을까?’, (혹 구성원들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포착한 경우라면) ‘왜 우리는 진로를 수정하지 않았을까?’
 
많은 산불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와 관련된 재앙도 작은 문제에서 시작되곤 한다. 관리자들이 문제의 징후를 포착해내긴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작은 ‘불꽃’이 모여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거나 진행 방향이 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사람들이 한창 무슨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 행동에 지나치게 몰두해,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진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경고 신호를 종종 무시한다. 결국 재앙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다음에야 잘못을 알아차린다.
 
기업 관리자들은 매일 복잡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역기능 모멘텀 발생을 예방하여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재앙을 막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화재 진압과 같이 매우 위험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중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만큼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를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들은 역기능 모멘텀이 갖고 있는 힘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들이다. 전 세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만한 귀중한 기술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설사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에도,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교훈을 줄 수 있다.


역기능으로 이어지는 길
조직 및 조직 구성원들은 특정한 행동 노선(대개는 특수한 목표를 위해서)을 걷고 있을 때 모멘텀을 경험한다. 뉴턴의 제1법칙에 의하면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을 경우 물체의 운동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뉴턴이 설명하는 물리적인 모멘텀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모멘텀도 의도적인 방해가 없으면 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필자들은 사람, 혹은 팀이 실패하는 행동 노선을 계속해서 따르거나 제대로 중단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때 모멘텀이 역기능을 한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 하에서 역기능 모멘텀이 발생할까? 황무지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과 관련한 전형적인 사례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한층 이해가 쉽다. 화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삽에서부터 비행기까지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여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각 구성원이 갖고 있는 기술 수준이 다양하며 탈진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화재 진압팀 구성원들은 필요한 순간에 올바른 자원을 올바른 장소로 가져갈 수 있도록 서로 적극 협조해야 한다. 또 소방관들은 음식과 물,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위험한 장소에서 지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요소들은 사람이 통제할 수 있지만 바람이나 날씨 등은 갑자기 바뀔 수 있다. 리더는 전체 사건 중 일부만을 직접 체험한 상태에서 사태의 전모를 파악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역기능 모멘텀이 발생하게 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화재 진압 현장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복잡성과 변동성이 기업 관리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역기능 모멘텀을 야기하는 5가지 원인을 살펴보자.
 
1.행동 중심 미국 문화에서는 행동과 결단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전진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때 보상이 주어진다. 경쟁이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이런 경향이 특히 두드러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내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때 누군가가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며 성가신 문제를 지적하는 걸 전혀 반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들은 멈춰 서서, 재고하고, 재평가하며, 일의 진행 속도를 늦출 만한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칼리 피오리나가 휴렛팩커드(HP)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자 일각에서는 피오리나야말로 HP가 필요로 하는 결단력 있고 강력한 리더라고 생각했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경쟁 위협 등으로 인해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한 순간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건들, 특히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컴팩과의 합병으로 인해 피오리나는 몰락을 맞게 됐으며, 행동에만 지나치게 집중할 뿐 상황 판단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리더로 비춰지게 되었다.
 
2.경직된 계획 계획 실행은 조직의 성공에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관리자의 역량을 표출할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바로 이 계획으로 인해 비즈니스 조직이 미리 정해져 있는 행동 방안에 고착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기존 계획에서 벗어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획 자체를 재평가하기보다 이미 정해진 계획에 비춰 사람과 프로세스, 결과를 평가한다. 그러나 상황이 복잡하고 변동성이 클 때에는 어떤 행동 방안이든 조정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크다. 요구 사항이 변화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 계획을 세운 후 그 계획만을 고수하는 조직은 결국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미국 3대 자동차업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기존 계획만을 고집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규모가 작은 기업들, 특히 불안정하거나 복잡한 업계에 속한 중소 기업들은 필요 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미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벤처기업들은 특히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탄력적인 대응이 생존의 열쇠가 된다.
 
3.파급 효과 조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간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부분에서 작은 변화가 나타날 경우 다른 여러 부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다. 2  작은 차이나 변화가 계속해서 작은 규모로 유지될 거라는 가정 하에 무작정 기존 프로세스만을 고수하는 관리자들이 있다면, 아마 그들은 작은 불씨로 시작된 화재가 어떻게 대형 화재로 번져나가는지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사실, 환경이 안정적일 때조차 보편적인 비즈니스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행동들이 시스템 전체에 파장을 일으켜 행동 방안 수정이 요구되기도 한다. 3  따라서, 리더는 문제 발생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 진행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야 하며,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4.합리화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 강화될 때 기쁨을 느낀다. 반대로, 자신의 믿음을 반박하는 근거가 나타나면 불편함을 느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4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가 틀렸음을 입증하는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기존 신념에 끼워 넣어야 할 무언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가령 1986년에 발생한 챌린저 우주선 폭발사고를 분석하던 중 사회학자 다이안 본은 우주선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정상화(normalize)’하려는 경향이 포착되었다고 발표했다. 5 보조 로켓의 여러 부분들을 연결하는 오링(O-ring) 부위에서 불에 탄 흔적이 포착되자 관리자들은 수용 가능한 위험의 정의를 수정, 개스킷을 통한 가스 유출을 수용 가능한 위험에 포함시켰다.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기존 신념 중 일부로 포함시켜 예정된 계획을 그대로 진행했고, 모멘텀은 방해를 받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었다.
 
5.지각된 전문성에 대한 맹종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 특히 자신보다 권력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 상황을 감시해 필요 시 상황 변화를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할 책임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모멘텀에 더욱 박차가 가해진다. 직위가 낮은 사람들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나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우려하는 바에 대해 질문하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두려움이 없을 때조차 경험을 전문성과 동일시하여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좀 더 경험이 많은 동료가 ‘어떤 것이 최선인지’ 알고 있다고 믿는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증권거래위원회 직원들이 자신이 벌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폰지 사기를 자세히 검토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지위가 높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주장을 최근 펼쳤다. 하지만, 설령 정직성과 선의가 바탕이 되더라도 누군가가 경험이 많다는 것이 곧 현 상황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상황이 역동적이고 복잡하면 아무리 우수한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상황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특정한 사람이 모두 갖고 있기란 쉽지 않다.

리더 방해하기
화재를 진압하려는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사례도 많다. 혹은, 과정을 떠나서 적어도 결과만큼은 바람직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 하지만 세로 그란데 화재 사건이 그러했던 것처럼 화재 진압을 위해 노력했지만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필자들은 소방관들이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중요한 신호를 놓친 탓에 역기능 모멘텀이 발생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앞을 내다보는데 실패해, 즉 미처 포착하지 못한 여러 사건들이 누적돼 수많은 재앙이 발생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 위기에 관한 수많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들은 위와 같은 추론을 하게 되었다. 6 분석 결과,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필자들의 예상이 틀렸음을 증명해 보이는 근거들이 훨씬 많았다. (‘연구 내용’ 참조.)


GP TIP 연구 내용

조직 내에서 수많은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조직 내 모멘텀이 역기능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필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현장’에서 실제 화재 관리와 진압 활동을 펼치는 이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들은 총 28명의 소방관을 인터뷰했으며 동료들이 작성한 보고서, 화재 진압 지침서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추가 자료를 수집했다. 응답자들은 미국 산림국, 토지관리국, 인디언 사무국, 국립공원 관리공단,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소속 소방관들이었으며 응답자들의 화재 관리 조직 내 직위도 다양했다.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 필자들은 응답자들에게 특정 화재 사건에 관한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해줄 것을 부탁했다. 필자들은 사례 분석 방법 i 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서, 사례 분석이란 종합적인 상황 전체를 여러 개의 개별 사례로 나누어 독특한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을 뜻한다. 인터뷰를 통해 필자들은 화재 규모(영향을 받은 지역이 몇 에이커에 불과한 화재에서부터 수만 에이커에 이르는 대형 화재까지), 정례성 수준(화입(火入·불놓기)에서부터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길을 잡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까지)이 매우 다양한 62건의 화재 사건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각 사건의 결과도 매우 다양했다. 몇몇 소방관들이 예로 든 화재는 사람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망치거나 휴대용 ‘방염 텐트’에 몸을 숨겨야 할 만큼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방염 텐트 배치는 극단적인 방안이다. 방염 텐트 배치는 생명 손실과 맞먹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화재 관리에 대한 공식적인 대규모 조사가 뒤따른다.) 계획된 구역 내에 불길을 통제했던 사례, 신속하게 화재가 진압된 사례 등 놀라울 만큼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묘사한 화재 사건 상당수는 양 극단의 중간쯤에 위치했다. 계획된 구역 내에 불길이 머문다든가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던가 하는 식의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소요되거나 운영상의 실수가 발생했던 것이다. 혹은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참담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불길이 번져나갔지만 결국 진화됐거나 또는 거의 놓칠 뻔했던 화재 사건, 즉 매우 위험했지만 소방관이 잘 대처했거나 순전히 운이 좋아서(폭우 등) 제시간 내에 불길을 잡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소방관들이 이야기한 총 62건의 화재 중 24건은 그 결과가 좋았던 반면 36건은 결과가 저조하거나 나빴으며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결과를 판단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그런 다음, 필자들은 진화 활동 진행상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었는지를 따져가며 당시에 벌어졌던 행동을 기준으로 사건들을 분류했다.(여기서, 변화란 직접적인 화재 진압 방식에서 간접적인 방식으로의 전환, 화재 진압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는 방법, 화재 진압의 책임을 상급팀에 넘기는 방법 등을 포함한다.) 행동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7건의 화재 사건은 추가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충분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례를 제외하고 나니 총 55건의 화재 사건이 남았다. 그중 행동에 변화가 있었던 경우는 22건(이 중 19건은 좋은 결과로 연결), 기본적으로 동일한 행동이 지속된 경우는 33건(이 중 29건은 나쁜 결과로 연결)이었다. 그런 다음, 필자들은 55건을 모두 분석하여 진화 활동 중 행동 변화, 혹은 기존 입장 고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소방관의 처신, 믿음, 태도에 어떤 패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소방관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잠시 일의 진행을 멈추고 새롭게 관찰된 신호를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와 대처 방안에 반영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데이터 분석 결과 역기능 모멘텀은 반드시 중요한 신호를 포착하는 데 실패한 탓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감지된 신호를 해석하고 반영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도중에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지 자기 자신과 이야기한다. 현재 진행 중인 계획과 활동에 강렬하게 사로잡혀 있을수록, 우리가 그 이야기를 재평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모멘텀의 위력은 더욱 커진다. 이런 모멘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해 요소를 직접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적절한 순간에 자기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전과 같은 이야기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바뀐 것인가?’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가?’
 
이론적으로 생각했을 때 재평가 과정은 합리적으로 느껴지지만 현실적으로 재평가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인터뷰 응답자들이 언급한 사례 중에는 응답자 자신, 혹은 같은 팀에 속해 있는 다른 소방관들이 위험한 상황이나 잠재적인 문제를 암시하는 정보를 발견하고서도 접근 방법을 재평가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소방관은 동료들이 비화(飛火)에 대응하지 못한 사례를 언급했다. 비화란 예정된 지역을 벗어난 불꽃을 뜻하는 것으로 비화가 발생한다는 것은 불길이 지나치게 왕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방팀 리더는 화입(火入·불놓기) 작업을 중단하고 소방관들을 해당 지역 밖으로 이동시키지 않은 채 마치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예정된 순서대로 작업을 진행했다. 안타깝게도 소방관들이 한쪽에서 비화가 진화할 때마다 또 다른 곳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비화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나타나는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기는 점차 악화됐다.
 
이때 비화를 ‘포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대신 비화를 발견한 후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화재 진압 책임자들은 무작정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 잠깐 멈추어 서서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런 류의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필자들은 역기능 모멘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기 중 가장 꺼려할 만한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방해하는 것을 용납하거나 스스로 방해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관리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방해를 많이 받는 부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방해를 이겨내고 업무를 완성하는 법을 익혀야 하며 애당초 방해 요소가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충분한 방해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특정 기업 역량(점점 커져가는 문제를 감지하고 주위 환경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 행동 변화도 불사하는 역량)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역기능 모멘텀은 상황이 예상대로 진행될 거라는 생각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다. 방해는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방해란 반드시 활동 자체에 대한 방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 방해의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 필자들이 만나 본 응답자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소방관들은 이런 부류의 방해 요소를 직접 만들어내거나 환영한 사람들이었다.
 
지혜로운 태도
필자들은 사례 연구를 통해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소방관들의 행동에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향 수정을 방해하는 역기능 모멘텀을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일 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개개인이 진행 중인 상황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필자들이 ‘의도적인 겸손(situated humility)’이라고 부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둘째,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파괴적인 정보를 만들어내거나 찾아나서야 한다. 다시 말해서,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재평가할 수 있도록 방해 요인을 수용해야 한다.
 
의도적인 겸손 작은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때, 또 상황 자체가 여전히 진행 중일 때,접근 방법을 수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환경 하에서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가정, 계획된 행동, 합리화를 엄격하게 고수하는 것이 특히 위험하다. 역기능 모멘텀을 극복한 소방관과 그렇지 못한 소방관을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위험에 대한 인식이었다. 전자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자신의 판단에 만족하지 않았으며, 오랜 기간 동안 빈번하게 영웅적인 행동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의도적인 겸손을 앞세운 소방관들이 좀 더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도적인 겸손은 개인적으로 확신이 없어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다. 자신의 기술과 능력에 대해 아무리 커다란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상황이 매우 역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해 그 누구도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나오는 태도다. 매우 경험이 풍부한 한 소방관의 얘기를 들어보자. “나는 나이도 많고 대형 화재를 진압해 본 경험도 많다. 하지만 새로운 화재에 투입되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처음엔 감도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물포를 뿜어대며 화재 현장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성공적인 소방관들은 화재라는 건 예측이 불가능하며 본질적으로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결코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자신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직접 검증을 하며 가정 수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방해 요인을 언제든지 환영한다. 이런 관점은 사회 심리학자 칼 웨익이 설명하는 ‘지혜로운 태도(과거에 정확히 일치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기 때문에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는 깨달음)’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7
 
방해 역기능 모멘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겸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도적인 겸손은 방해를 초래하는 행동을 직접 야기하여 신념 수정 및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곤 한다. 이와 관련된 4개의 행동을 살펴보자.
 
1.우려 표시 훌륭한 관리자라면 직원들이 문제나 걱정거리에 대한 의견을 얘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상황이 계획과는 달리 진행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이들은 현장 업무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들은 팀 리더나 다른 의사결정권자에게 새롭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우려를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필자들은 설령 리더들이 이미 정보를 알고 있을 때에도 개개인이 자신의 우려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우려를 소리 높여 표현할 때, 이는 단순한 사실 전달 수준을 넘어 구성원들 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인공 산물을 만들어낸다. 우려가 공개적으로 표출돼 공공연히 드러나게 되면, 우려를 인정하고 실제 조치를 취하는 등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려를 표시했을 때 묵살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려 사항에 이목이 집중되는 효과는 있다. 이런 식으로, 우려를 공공연히 말함으로써 그 상황에 대한 기존 사고 방식을 중단시킬 수 있다. 우려 표현을 통해 그저 ‘지금 일어나는 게 어떤 일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한 소방관은 유달리 크게 번질 것처럼 보이는 화재를 진압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소방관이 속한 팀은 사방에서 나무가 불타오르는 모습(누구라도 놓치기 힘든 신호)을 포착, 화재의 양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경험담을 들려준 소방관이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광경을 직접 말로 표현하자(즉, 상황이 안전하지 않다고) 그제서야 모든 팀원들이 멈춰 서서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을 재평가한 다음 한 걸음 물러서 좀 더 간접적인 화재 진압 방법을 취했다. 이 사건을 회상하던 소방관은 당시 상사가 마치 누군가가 나서서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바랬던 것 같았다고 얘기했다. 새로운 정보가 전달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소방관은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모멘텀을 방해할 수 있었으며 상사와 동료들에게 상황을 재고할 기회를 줄 수 있었다.
 
2.전문가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 눈앞에 닥친 위험에 대해서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필자들의 예상과 달랐다. 필자들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 즉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이 때때로 우려를 겉으로 드러내길 꺼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8  하지만, 연구 결과 두려움이 침묵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좀 더 전문성이 뛰어난 소방관들이 이미 징후를 포착하고 상황을 평가했을 거라고 가정하고선 잠재적인 문제의 징후를 언급하기를 꺼리는 사례가 있었다. 연구 과정을 통해 살펴본 최악의 화재 중에는 이미 지정된 화입을 진행하다 불길이 커져 대형 화재로 번진 사례가 있었다. 이 사례를 언급한 소방관은 맨 처음 불이 시작된 상황을 설명하며 매우 불편해했다. 당시 이 소방관은 날씨가 너무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그 소방관은 화입을 진행할 장소의 지형에 익숙하지 않았으며 팀 리더는 수년 간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였다. 따라서 인터뷰에 응한 소방관은 고참 소방관도 모르는 것을 자신이 알리 없다고 가정했고,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종결된 후 불길이 번져나간 정황에 대해 점검을 한 결과 다른 많은 소방관들도 날씨에 대해 우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전문성에 모든 것을 맡겨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대로 위 사례에 등장하는 소방관과 마찬가지로 매우 노련한 지휘관 밑에서 지정된 화입 작업을 하던 한 젊은 수습 소방관은 바람이 거세어지고 예상과 달리 불길이 강하게 번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지휘관은 불길이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길이 계획된 통제 범위 밖으로 번져나갈 조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습 소방관은 불길 확산 저지를 위해 자원을 재정비하도록 지휘관을 설득했다. 그 결과, 겉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갈 수도 있었던 불길이 대형 화재로 번지지 않고 무사히 사그라졌다. 수습 소방관은 상사의 풍부한 경험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사건만큼은 자신이 화입 계획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화재와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진압 작업을 하다 보니,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됐다. 다시 말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수습 소방관은 지휘관에 비해 경험이 적었다. 하지만 적어도 특정 상황에 대해서는 지휘관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이 있었기에 수습 소방관은 목소리를 높였고, 역기능 모멘텀으로 발전해 처참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3.다양한 관점 추구 사람들, 특히 리더들이 다양한 관점을 추구하면 자신의 사고 과정 및 행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해 상황을 재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더 효과적인 행동을 취하기 위한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관점이라는 것은 전문성 수준이나 화재 발생 현장과의 물리적인 거리,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화재 관리에 관한 최신 훈련을 경험하는 이들은 종종 신참 소방관들이기 때문에, 팀 구성원 중 신참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고 얘기했다. 신참 소방관들은 자신이나 다른 노련한 소방관들이라면 묻지 않을 질문들을 던지곤 하는데, 이 질문들은 근본적이면서도 때로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응답자는 지도를 활용하고 각기 다른 지점에서 화재에 접근하는 팀원들과 자주 접촉해 공중과 지상에서 화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응답자는 이 모든 관점을 활용한 덕에 화재를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점이 투입될 때마다 상황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인터뷰 중 어느 여름날 화재가 발생해 댐과 중앙 송전선이 자리 잡고 있는 골짜기를 덮칠 기세로 불길이 번졌던 일화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진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은 불길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에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화재 지휘관은 좀 더 많은 정보를 찾던 중, 팀원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 수년 전 수상 안내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 그 소방관은 여름철 오후가 되면 골짜기 온도가 높아지면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불길의 방향이 90도로 꺾여 무방비 상태인 마을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했다. 지휘관은 휘하 소방관들을 재배치했다. 전직 수상 안내원이 예상한 그대로 불길의 방향이 바뀌었을 때, 소방팀은 이미 충분히 대비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마을을 화재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4.활용 가능성·접근 가능성 형편없는 행동이 지속된 수많은 사례를 살펴보면 의사결정권자들이 다른 관점을 찾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다른 관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화재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사례를 언급한 한 소방관은 지휘관들이 의도적으로 다른 소방관들과의 접촉을 피했다고 회상했다. 예를 들어, 이 팀의 지휘관들은 아침 일찍 화재 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칠판에 관련 내용을 적어둔 다음 다른 소방관들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버렸다. 뿐만 아니라, 지휘관들은 본인들만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어 다른 소방관들의 회의 참여 의지를 꺾어놓았다. 이런 방식은 지휘관들의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극단적일 만큼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었으며 화재 진압 현장에서도 상당한 언쟁이 벌어졌다.
 
반대로 성공적으로 화재 진압이 이뤄진 사건을 분석해보니 팀 리더와 팀 구성원들 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팀 구성원들 간, 리더들 간의 의사소통도 충분히 이루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한 안전 전문가는 리더가 나머지 팀원들과 얼마나 원활하게 접촉하는지 보기만 해도 전반적인 운영 상태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리더가 다른 팀원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물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수많은 관리자들이 사무실 문을 닫아버리거나 엉뚱한 길로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방해받는 걸 꺼리는 것이다. 하지만,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건, 곧 잠깐 멈춰 서서 지금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질 중요한 기회를 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해를 받으면 자신이 현재의 진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현재 제대로 행동을 하고 있는 건지 재고할 수밖에 없다.
실행
일단 자신이 정한 계획과 활동에 완전히 몰두하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속하려는 경향이 생겨난다. 다시 말해서,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에서도 진로 변경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 존 듀이의 얘기처럼 ‘인생은 결국 방해를 받고 방해로부터 회복하는 것’이다. 9  즉, 방해를 수용하거나 방해 요인을 직접 만들어냄으로써 역기능 모멘텀을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의도적인 겸손을 길러라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주어진 상황은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조차도 얼마나 역동적인 상황이 펼쳐질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우리의 기대와 어떻게 다를 것인가?’ ‘비즈니스의 일부분에서 발생한 변화나 문제가 다른 부분에 어떤 예기치 못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건전한 회의 의식을 갖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균형 추를 달기 위해 회의적 태도를 북돋워라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전문가의 의견을 확인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독자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원래 하나였던 관점이 두 개로 늘어난다. 결국 이로 인해 현 상태에 안주하려는 태도에 일격을 가할 수 있다. 10  좀 더 일반적으로 설명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여, 자칫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거나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자신의 의견을 옹호하려는 목소리만 높아져 분석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세부 사항을 식별하는 능력이 사라지게 된다.
 
적극적으로 나쁜 소식을 찾아 나서고 작은 문제를 시스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기회로 활용하라 부하 직원들이 상사에게 나쁜 소식보다는 좋은 소식을 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묵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나쁜 소식을 찾아 나서고 습득한 정보를 학습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생각하고 큰소리로 의문을 제기하라 자신이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정을 표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필요한 경우 가정을 수정할 수 있게 된다. 또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며 모방할 만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신체적,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여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시키고자 하는 유혹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관리자에게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현장에서 진행중인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 작은 문제를 포착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자주 의사소통하고 필요하면 직접 대화하라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방법은 가장 풍부한 의사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 직접 상대를 마주하면 상대방과 상황에 맞춰 전달 내용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접 마주 보고 대화를 하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여러 신호를 전달할 수 있으며 신속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기회도 생긴다. 11  자주 많은 대화를 나누면 주어진 상황이 갖고 있는 미묘한 특성 및 복잡성을 한층 잘 이해할 수 있다.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다양한 관점을 찾아 나서라 자신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영역에서 발생한 작은 문제로 인해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조직 내 다른 부분과 관련이 있는 사람 및 다른 결과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그룹에 속하는 구성원 개개인이 각기 보유하고 있는 특수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하며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에만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기능 모멘텀이 반드시 사람들이 무지하거나 위험을 선호하고 부주의할 때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 모두는 사람일 뿐이며, 모멘텀을 통제하는 게 관성을 극복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에 역기능 모멘텀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역기능 모멘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복잡한 상황, 즉 편협한 관점과 단편적인 관찰만으로는 충분한 통찰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파괴가 아닌 점검과 정보 갱신을 위해 우리의 사고 과정에 의도적으로 방해 요인을 투입하면, 수정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이야기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0년 봄호에 실린 미쉘 A 바튼, 캐슬린 M 서클리프의 글 ‘Learning When to Stop Momentum’을 번역한 것입니다.
  • 캐슬린 M 서클리프(Kathleen M. Sutcliffe) 캐슬린 M 서클리프(Kathleen M. Sutcliffe) | Kathleen M. Sutcliffe is an associate dean for faculty development and research, Gilbert and Ruth Whitaker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and professor of management and organizations at the Ro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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