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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의 세상, 코코넛 위기에 대비하라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 | 55호 (2010년 4월 Issue 2)

마치 머나먼 은하계에서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건 2006년이었다. 금융계의 제다이라 부를 만한 우수한 사람들이 고안해낸 AAA 등급의 혁신적인 투자 상품에 힘입어 전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호황을 누리던 경제가 뒷걸음질을 치며 무너지자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왔다.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AAA가 ‘서브프라임’을 나타내는 완곡한 표현으로 변해버렸고, ‘서브프라임’이라는 단어는 ‘부실’이라는 뜻으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은행업계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기업들이 아무런 보너스도 없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많은 기업들이 파산, 인수, 국유화 등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세계 경제가 신용 경색의 제국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위 내용은 영화 <스타워즈>만큼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위기에 관한 이 유명한 이야기가 우리 관심을 끄는 이유는 쉽게 간과되곤 하는 한 가지 사실, 즉 거의 누구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어떤 전문가도, 그 어떤 학자도, 그 어떤 정치인도,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그 어떤 금융 최고경영자(CEO)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 비즈니스 전문가들과 재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정확하게 예측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연구 내용’ 참조) 이와 같은 걱정스러운 부분을 강조하는 동시에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자연 재해에 비유해보고자 한다. 필자들은 지진과 허리케인 간의 비교를 통해 두 종류의 불확실성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고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큰 틀을 제시할 것이다. 필자들은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미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GP TIP 연구 내용


이 연구의 기원에 관한 내용은 ‘단순한 모형이 더 나은 이유’에 설명되어 있다.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는 111개의 시계열을 활용해 예측에 관한 첫 번째 연구를 마친 후 자신의 동료이자 당시 인지 심리학자였던 로빈 M 호가스를 찾아갔다. 마크리다키스가 “정교한 통계 예측 모형이 제대로 작업을 수행해내지 못한다”며 “아마도 직관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자 호가스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호가스는 심리학 연구 사례를 언급하며 까다로운 진단 문제를 해결할 때 단순한 통계 모형의 예측 정확도가 뛰어난 전문가의 판단보다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호가스도 마크리다키스의 방문을 받기 전부터 예측에 관한 연구를 해왔던 터였다. 호가스는 연구를 통해 단순한 모형이 좀 더 복잡한 통계 모형 및 직관적 판단에 비해 놀랄 만큼 정확도가 높다(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말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70년대 후반, 마크리다키스와 호가스는 정확한 예측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 방안을 마련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대륙에서 개인적인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연구에 많은 시간이 걸렸을 뿐 아니라 연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2006년 애닐 가바와 함께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에 진척이 생겼다. 가바가 연구에 동참한 후 3명의 연구진은 이 논문과 공동 집필 저서 <지하철과 코코넛: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운’의 비밀>(원월드 출판사, 2009년)을 발표하게 되었다.
 
사회 과학 분야에서 살펴본 간략한 예측의 역사
필자들이 예측의 결점에 매료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19701980년대에 경영학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당시 경영학 교수들과 다른 사회 과학자들은 우주 이후 시대(post-space-age)의 연산 기술과 정교한 모형의 도움을 받아 물리학자들처럼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들의 희망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대신 실증적인 근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 미래는 과거와 유사한 경우도 종종 있지만 결코 같지는 않다. 이는 곧 과거에서 추론한 패턴과 관계를 미래에 접목하는 방식으로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 과거 데이터에 잘 부합해서 그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거의 완벽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정교한 통계 모형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모형이 반드시 미래도 잘 예측하는 건 아니다.
- 반대로 단순한 통계 모형들은 과거를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복잡한 모형에 비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우수하다.(GP TIP 단순한 모형이 더 나은 이유 참조)

GP TIP 단순한 모형이 더 나은 이유


이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은 1970년대 경영대학원에서 통계를 가르치던 중 경영진이 예측에 심취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영진이 주로 관심을 갖는 분야는 경영 및 경제 데이터였다. 다시 말해서, 제품 판매, 회사 전체의 이윤, 수출, 환율 및 산업 생산에 관한 정보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장 정교한 최신형 모형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예측을 하는 예측 전문가들의 행태를 염려했다. 예측 전문가들은 복잡한 모형보다는 상사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기법을 선호하는 듯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교수는 예측 전문가들에게 한 가지 교훈을 주기로 결심하고 최신 통계 기법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교수와 연구 조교는 다양한 경제·비즈니스 자료를 통해 수많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총 111개의 시계열 자료를 확보한 후 실제 예측 과정을 모방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했다. 각 시계열은 초기와 후기, 두 가지 데이터 그룹으로 구분됐다. 연구진은 후기 데이터 그룹이 보여줄 상황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다양한 통계 기법, 즉 단순한 통계 기법과 정교한 통계 기법 모두를 초기 데이터 그룹에 적용했다.

초기 데이터를 ‘과거’로 간주한 후,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 방법을 모두 활용한 다음, 편안히 앉아 실제 발생한 일과 ‘예측’되어 나온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놀랍게도 예측 전문가들이 사용한 단순한 기법이 연구진이 사용한 정교한 통계 기법보다 더욱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i

비교 결과에 당황한 교수는 단순한 모형이 예측한 결과가 더 정확한 이유를 찾아나섰다. 그 결과 복잡한 모형은 과거 데이터에서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반면 단순한 모형은 이런 ‘패턴’은 무시하고 추세만을 뽑아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수는 좀 더 우수한 컴퓨터와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여러 해 동안 수차례에 걸쳐 과거 데이터를 초기 데이터와 후기 데이터로 나누어 예측하는 실험을 반복했다.ii 하지만 실험을 거듭해도 매번 결과는 같았다. 단순한 통계 모형을 사용할 때가 복잡한 모형을 사용했을 때보다 예측의 정확도가 높았다.


- 실증적인 증거를 통해서도 미래 예측 능력을 비교했을 때 통계 모형이 인간의 판단보다 낫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실, 전문가라고 해서 적당히 정보에 밝고 똑똑한 행인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아니다.
- 사람들은 종종 자신들이 내어놓는 예측 실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고선 경악하곤 한다. 통계 모형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통계 모형들도 모형 활용 결과 발생하는 오류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고서 놀랄 것이다.
- 좀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자면, 여러 개인(전문가와 비전문가 포함)이 내놓는 독립적인 예측의 평균치를 산출하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1
 
한 가지 이상의 모형에서 도출한 예측 결과를 평균하는 것으로도 정확성이 높아진다.
 
위와 같은 실증적인 결론들로 인해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는 모든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불확실성이 높고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고위 관리자들이 제대로 된 전략(계획은 말할 필요도 없다)을 수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망할 것도 끝나버릴 것!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이번 위기와 관련된 최악의 날이라고 볼 수 있는 2008년 10월 10일금요일로 되돌아가보자. 2008년 10월 10일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단 하루 만에 무려 679포인트나 하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날인 동시에 수많은 기업의 주가가 폭락한 날이기도 하다.
 
6개월 전,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긍정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미국의 자본 시장 및 금융기관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미국의 금융기관, 은행, 투자은행은 강하다. 미국의 자본 시장은 회복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본 시장은 효율적이고 탄력적이다.2
 
그해 여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겉보기에는 즐거워 보였다. 2008년 7월 15일, 부시 대통령은 긍정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미국 경제는 성장을, 소비자들은 지출을, 기업들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출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의 생산성은 탄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기반을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략) 기본적으로 시스템 자체가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3
 
하지만 9월 말이 되면서 어조에 변화가 나타났다. 폴슨은 다음과 같이 경고를 했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시장 혼란이 미국 납세자들에게 커다란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금융 시스템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미국인들의 저축, 그리고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 투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 조달 능력 모두 위협받게 된다.4
 
부시 대통령은 폴슨 장관보다 좀 더 과격한 말을 남겼다.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으면 이 망할 것(this sucker)이 끝장날 수 있다.”5
 
정치인들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하자. 그렇다면 예측 전문가들은 어떨까? 예측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더 나은 건 아니었다. 같은 기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7년 4월:최근에 나타난 금융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여전히 2007, 2008년에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6

2007년 10월:신용 시장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이제 첫 단계는 끝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중략) 지금 현재로는 2008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7

2008년 4월: “2008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7%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략) 뿐만 아니라, 2009년에는 전반적인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략)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의 주기가 상호 강화 효과를 나타내면서 2008년 미국 경제가 가벼운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09년이 되면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면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다.”8

2008년 10월: “1930년대 이후 성숙한 금융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금융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세계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접어들고 있다. 2008년에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2009년 하반기가 되어야 약간의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9

위 내용을 감안할 때, 헨리 폴슨과 조지 부시, IMF는 신용 경색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신용 경색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비즈니스 예측 전문가를 대상으로 연간 조사를 실시하여 2007년 12월 20일10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경제학자들은 2007년 4분기부터 2008년 말까지 경제가 평균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2007년 경제 성장률은 2.6%) 총 54명의 경제학자 중 단 2명의 전문가만이 불황이 올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가 ‘검은 백조(black swan)’일 수도 있는 걸까? 검은 백조란 전혀 예상치 못했을 뿐 아니라 상상하지도 못했던 희귀하고 독특한 일을 일컫는 용어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자신의 저서에서 이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11 만일 이번 위기가 검은 백조에 해당된다면 위기 예측 실패를 얼마든지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책임을 피하려 들기에 앞서 경제학과 비즈니스 부문에서 얼마나 훌륭하게 예측을 해왔는지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예측 기록은 그리 좋지 않다.

거품, 거품, 예측 문제
일본의 기적을 기억하는가? 1980년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일본의 성공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생산성 및 품질 개선이 바탕이 된 일본의 경제 호황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었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의 닛케이 225 주가지수는 6500에서 3만 9000으로 무려 6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1989년 말 일본 주식시장은 장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03년 4월 무렵 일본 주식시장이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일 당시 닛케이 225 지수는 최고 수준에서 80.5%나 폭락한 상태였다.
 
20세기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18세기 남해회사 거품 사건(역주: 18세기 초 영국 남해회사의 주가를 둘러 싼 투기 사건), 17세기 암스테르담 튤립 투기 사건 등의 사건을 통해 그 누구도 거품이 터지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 회사나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예측은 어떨까? 1968년, 거대 구리 생산업체로 35년간 구리 가격 인상을 주도한 카르텔 가맹 기업 아나콘다의 당시 사장 C 제이 파킨슨은 “이 회사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아니 500년이 지나도 건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5년이 채 지나기도 전 아나콘다는 몰락했으며, 광섬유의 등장으로 통신 업계에서 더 이상 구리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구리 업계 전체가 사양길을 걷게 되었다.12
 
오늘날 베어 스턴스, 리만 브라더스, AIG 사태에 난리법석을 떠는 와중에, 이 모든 일들이 이미 일어났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쉽다(심지어 대공황 발생 이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곤 했다). 1998년, 2명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투자 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는 은행과 정부 기관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덕에 파산을 면할 수 있었다. 그 원인을 알고 나면 오싹할 정도로 기시감(旣視感)을 느낄 수 있으리라. 당시, 미국 정부는 금융계 전체를 구한다는 명분하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LTCM을 파산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냈다.
 
공평하게 말하자면, 전문가들이 비단 비즈니스 부문에서 발생할 재앙만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예측 전문가들이 비즈니스 부문의 성공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1990년대 말, 구글 설립자들은 특별한 검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구글을 160만 달러에 매각하려 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구글이 2300억 달러(2008년 중반 구글 시가총액)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다면, 좀 더 높은 가격을 불렀을지도 모른다. 구글 설립자들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그 가격에 구글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야후를 비롯한 여러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
 
지진만큼 강력한 비유
물리학자들은 대개 예측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예측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대형 지진이 발생할 시간과 위치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실 지진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 밝혀진 사실들을 조합해볼 때 그 누구도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할지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진의 강도 및 발생 빈도에는 놀라울 만큼 일관적인 패턴이 존재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리히터 6.06.9 규모의 지진이 약 134건, 7.07.9 규모의 지진이 약 17건, 8.0 이상의 지진이 1건 발생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통계적인 규칙성이 예측 가능성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 35년 동안 리히터 7.5, 7.6 규모의 지진이 약 44건 발생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학자들은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날지 그 어떤 단서도 없는 상황이다(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나타날 지진 및 여진은 논외로 한다). 지진 발생 가능 지역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인가 아닌가? 쓰나미가 일어날 것인가? 대규모 인명 피해와 파괴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그 어떤 과학자도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예측에 의존하기보다는 대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운이 좋아서 지구상의 부유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 기술자들이 강력한 흔들림도 견딜 수 있는 건축물을 지을 것이다. 하지만 빈곤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지진의 여파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카트리나와 같은 허리케인도 대형 지진만큼이나 많은 피해를 남길 수 있다. 지진의 경우와는 반대로 기상학자들은 허리케인 발생 며칠 전 미리 어느 지역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 안전한 항구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항해를 하고 있다면 조기 경보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육지에서는 대비가 중요하다. 경보가 떨어지면 실내에 머무르면서 창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 잠궈야 한다. 대규모 대피를 위한 시간과 자원이 충분한 경우도 있다(2008년 8월 허리케인 구스타브가 몰아쳤을 당시, 180만 명의 사람들이 루이지애나 남부 연안 지역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구스타브가 그랬던 것처럼 허리케인의 경로가 바뀌기도 한다. 이는 다시 한 번 예측의 부정확성을 강조하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비유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새로 시작하거나 문을 닫는 수많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생각해보자. 정확한 수치는 매년 달라지지만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했다가 떠나는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실패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초창기에 끈기 있게 역경을 이겨내는 일부 기업들은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보다 더 많은 기업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지만 살아남는 데 성공한다. 계속해서 자연재해에 비유해보자면 중소기업의 실패는 금융 구조에서 나타나는 작은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 리만 브라더스, 엔론, 월드컴 등의 몰락은 보다 규모가 큰 흔들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불황은 서구 자본주의를 뿌리째 뒤흔들고 전 세계에 충격의 여파를 몰고 오는 대형 지진에 비유할 수 있다.
정상으로 복귀
물론, 지진에 비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형 지진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조차 드물게 발생하는 극단적인 일이다. 비즈니스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예측하기 힘들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예측하기 힘든 특성을 모형으로 만들 수는 있다. 다시 말해서, 두 부류의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필자들은 두 부류의 불확실성을 각각 ‘지하철’과 ‘코코넛’이라 부른다. 다음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고자 한다.

피에르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피에르는 프랑스의 유명 공과대학 에꼴 폴리테크니크 졸업생으로 현재 파리에 거주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피에르는 매일 아침 우수한 효율성을 자랑하는 파리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 소요되는 시간을 기록하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기 시간은 일반적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고 기껏해야 몇 분의 편차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파리 지하철에서는 일일 파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파업으로 인해 상당한 시간 동안 열차 도착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어쩔 수 없이 회사로 걸어가야 할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지하철 승강장이 관광객으로 넘쳐나 지하철을 놓치기도 한다.
 
피에르의 통근 시간 그래프는 널리 알려진 정규 분포의 종 모양 곡선과 일치한다. (그림1) 피에르는 통계 수업 시간에 정규 분포 내의 거의 모든 값은 평균의 표준 편차 내에 위치하며 95%는 2개의 표준 편차 범위 내에 위치한다고 배웠다. 양쪽 끝에 위치하는 값은 거의 없다. 피에르의 통근 시간은 평균치인 43분 주위에 밀집되어 있다. 통근 그래프는 필자들이 ‘지하철 불확실성’이라 부르는 것을 나타낸다. 이 그래프는 피에르가 평균보다 일찍 혹은 늦게 사무실에 도착할 불확실성과 더불어, 피에르가 매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피에르는 통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개연론에 의거한 예측을 해보기 위해 이 그래프를 활용했고 자신의 예측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만족감을 느꼈다. 피에르의 모형은 몇 가지 중요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우선, 과거에 관찰된 것과 동일한 분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전체 지하철 시스템의 장기적인 폐쇄, 파리의 전력 공급 문제, 파업 등 중대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이 가정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연속성이 존재하는 한 이 모형은 신뢰할 만하다.
 
피에르는 믿을 만한 통근 방식을 좋아할 뿐 아니라 이국적인 휴가도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피에르는 태국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 그늘을 찾아 야자수 아래에 앉아 있던 중 코코넛이 머리에 떨어진 것이다. 피에르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 필자들은 이 사건을 ‘코코넛 불확실성(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기이한 일의 일종)’이라고 부른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진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지하철 불확실성과 코코넛 불확실성이 혼재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코코넛 불확실성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서, 코코넛 불확실성의 경우 정규 분포를 이용해 통계 모형을 만들 수 없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드물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형화가 가능한 코코넛 불확실성의 경우에도 여러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규칙성을 찾을 수가 없다. 비단, 탈레브의 ‘검은 백조’, 즉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매우 이상한 사건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거품, 불황, 금융 위기 등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드물고 비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도 있다. 필자들은 코코넛에 해당되는 상황의 발생 빈도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드물다고 생각한다. 코코넛이 반드시 엄청나고 아슬아슬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작고 골치가 아프며 사전 경고 없이 발생하는 일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친척이 남긴 유산, 복권 당첨, 부유한 고객이 전해준 요트 초대장 등 코코넛이 긍정적일 수도 있다.
 
피에르는 공학과 통계학을 공부했을 뿐 심리학은 공부하지 않았다. 만일, 피에르가 심리학을 공부했더라면, 사람들은 드문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발생 가능한 몇몇 사례들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소 한 번은 그런 일(자신이 상상하지 않았던 일까지 포함한다)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과소평가함을 보이는 연구를 접해보았을 수도 있다.13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드문 일로 분류되는 그룹의 크기 자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런 성향으로 인해 심각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예를 들어, 딱 한 가지 부품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탓에 ‘안전 장치’ 시스템이 망가져 기술적인 재난이 발생하기도 한다.
 
코코넛 오일?
그렇다면, 이번에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가를 예로 들어보자. 2008년 유가가 급등하자 전 세계가 그동안 대부분의 서양 경제학자들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렸다. 20년 동안 유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살펴보자.(그림2)
 
언뜻 보기에, 이 그래프는 보기에 그럴싸하고 대칭적인 모양을 띠고 있으며 다른 수많은 경제·비즈니스 데이터의 일일 변동폭과 같은 패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배경으로 깔려 있는 부드러운 곡선 모양의 정규 분포와 이 막대 그래프가 같은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정규 분포 시 기대되는 것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감소하는 날이 많다. 예를 들어, 1990년 6월 2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유가는 배럴당 26달러에서 67.30달러로 160% 증가했다. 1991년 2월 25일 무렵까지 유가는 다시 28달러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 동안 13개 값이 10.41%를 상회하고 21개 값이 -10.35%를 하회하는 등 현기증이 몰려올 만큼 일일 변동폭이 큰 경우가 발견되었다. 반면 나머지 기간(불안정성이 높은 기간 중 일부도 포함될 수 있음) 동안에는,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것보다 소폭 상승하는 날이 많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유가는 보기 좋고 예측 가능한 지하철 불확실성의 형태를 띠지 않는다. 따라서 미래의 유가를 예측해야 하는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예상했을 때보다 더 많은 코코넛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선진국 전체가 이런 잠복해 있는 코코넛 불확실성에 좌우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경제 예측 전문가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잘 알려진 통계 모형을 따르지 않는 불확실성을 모델화하는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몹시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예측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피에르의 방식을 사용해왔다. 사실상, 전문가들은 통계 모형화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1973, 1974년의 1차 오일 쇼크, 2007, 2008년의 유가 폭등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무시해야 할 이상치(異常値)로 취급했다.
 
필자들의 의도를 오해하지는 않기 바란다. 지난 수년간 예측 분야는 실용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훌륭하게 제 일을 해왔다.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하철 불확실성 모델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가능한 가장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모든 종류의 분석을 활용했다. 다만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 볼 수 있는 코코넛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없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앞으로도 예측을 할 것. 다만, 예측 결과를 믿지는 말자.’
 
코코넛 대처를 위한 3A
필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특별히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미래에 발생할 일에 대한 자신의 예측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하지만 인정(accept), 평가(assess), 증대(augment)로 구성된 3A를 이용해 코코넛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불확실성을 무시하고 살아갈 순 없다. 사실, 내일의 유가, 다음 분기의 판매 데이터, 다음 해의 주가, 지진, 정시 출근 중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건, 실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지 않으면 특정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당면한 불확실성의 수준을 평가하라 당면한 불확실성이 지하철 불확실성이라 가정하고 불확실성을 모형화해야 한다.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싶다면 통계 모형을 사용한 다음 코코넛 불확실성이 어떻게 개입할지 고려하면 된다. 얄궂게도 불확실성을 인정하게 되면,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았을 경우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와 평가 내용을 수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명 작가가 처음으로 출판한 소설의 판매에 대해 생각해보자. 독특한 사례처럼 들린다. 하지만 필자들은 출판업자들에게 이런 독특함을 무시하길 권한다. 대신 처음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의 평균적인 판매 기록을 살펴봐야 한다. 자신이 담당하는 신출내기 작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른 신출내기 작가가 속해 있는 환경과 다를 거라고 생각할 근거가 없다. 독자의 피드백(인간의 판단)을 얻기 위해 업계 표준 프로세스를 따른 경우라면 더더군다나 그럴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혹은 적은 수의 책이 판매될지 추정해볼 수 있다. 추정 결과 얻게 된 범위는 아마 모든 발생 가능한 결과의 95%를 포함할 것이다. 추정 범위를 구했다면 그 범위를 늘리면 된다! 그러니 ‘불확실성의 범위를 늘리는 것’이 당연히 다음 단계가 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의 범위를 늘려라 불확실성을 평가할 때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건 불확실성의 범위를 너무 낮게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실증 근거를 통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불확실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상상력이 계산 능력보다 나쁜 것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지만, 창의적이지 않은 분들께는 어림 계산 법칙을 알려주고자 한다.(GP TIP 미래 완료형 사고 참조)

GP TIP 미래 완료형 사고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과거를 설명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미래 완료적 사고를 하면 모든 사정을 알고 난 후 뒤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기법(설사, 완전히 가상에 불과하다 하더라도)을 활용할 수 있다.a

다음 예를 살펴보자.

자신이 대형 항공사의 CEO이며 기업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향후 5년간의 유가를 예측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5년이 이미 지나갔다고 상상해보자. 이제 과거를 돌아보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되돌아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유가가 제법 낮고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덕에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경력에도 커다란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그저 가상의 행운을 즐기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었는지 설명을 해보자. 어떤 경제적·지정학적 사건으로 인해 유가가 안정적이고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이제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5년 후로 두 번째 여행을 떠나보자.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 5년 동안의 유가를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눈에 보이는 건 대혼란뿐이다. 유가가 급등하고 지나치게 불안정해 항공사를 운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다시 한 번 설명해보자. 어떤 경제적·지정학적 사건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였는가?

자신의 경험에 집중하며 위의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각기 다른 다양한 미래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고 모든 시나리오에 타당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러 미래 중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코코넛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타당성(plausibility)을 개연성(probability)으로 전환하는 공식적인 기법은 없지만, 적절한 위험 보호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통찰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래 완료형 사고의 본질이다. 미래 완료형 사고를 할 때에는 미래에 대한 좀 더 생생한 그림을 그려보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서 과거를 돌아보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 방법은 코코넛이 머리 위에 떨어질 가능성을 인정하고, 평가하고, 불확실성의 범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전에 불확실성에 대비할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필자들이 제시하는 방안은 ‘미래를 모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거 데이터를 소량 확보했다면 최대치와 최소치 사이의 간격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확하게 범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양쪽 끝에 위치한 값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래프의 양쪽 끝에 위치하는 값은 발생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사이즈가 작은 표본에서는 실제 그 값을 관측할 가능성이 낮다.14  제한된 수의 과거 데이터에서 확인한 값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좀 더 넓은 범위, 가령 95%의 범위를 추정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면, 유가의 경우와 같이 과거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범위를 두 배로 늘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들은 그런 경우에도 최소한 1.5를 곱해서 범위를 늘릴 것을 권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들은 코코넛 자체의 크기뿐 아니라 잠재적인 코코넛으로 분류되는 그룹의 규모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측에서 기획까지
처참하리만큼 엉망이었던 예측 사례의 횟수를 고려했을 때(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일과 오래전에 발생한 일 모두 포함), 기업이 코코넛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지진과 허리케인을 통해 살펴본 것처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을 기반으로 정확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여 비상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파리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나 하늘에서 위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 방안이 있다. 사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직장 내 화재 훈련에 참여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은 수많은 발생 가능한 재앙으로 인해 야기되는 손해를 보장한다. 화재 발생 시에 대비해 숙지하고 있는 탈출 방법은 폭탄 경고, 홍수, 가스 유출 등의 사고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자신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 위험 분산 전략을 활용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 모델 진화를 위한 제2의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혹은 ‘벤처 캐피털’ 방식으로 혁신에 접근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오직 1, 2개의 방법만이 성공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러 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자신의 예측을 무작정 신뢰하지 말고 신용 경색이든 또 다른 불황이든 미래에 발생할 예기치 못한 사건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코코넛이 그러하듯 이번 경제 위기는 지구 밖 우주에서 보기에도 엄청난 사건이다. 세계적인 자유 시장 자본주의도 실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위대한 정치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고 중요하기도 하다. 결국 자본주의 제국이 반격을 시작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규제로 인해 힘이 약해지긴 하겠지만 금융 부문의 제다이가 다시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는 그저 좋은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실제 세계에서 다시 한 번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무엇을 예측할 수 있고, 무엇을 예측할 수 없는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0년 겨울호에 실린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 로빈 M 호가스, 애닐 가바의 글 ‘Why Forecasts Fail. What to Do Instead’를 번역한 것입니다.
  •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 | - 의사결정론의 석학. 스탠퍼드대, MIT, 하버드대 등을 거쳐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강의.
    - 젊은 시절 그리스 요트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출전.
    - 2009년 애닐 가바, 로빈 호가스 교수와 공저한 <지하철과 코코넛(원제 Dance with Chance: Make Luck Work for You)>에서 ‘코코넛위기’라는 개념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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