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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가족 경영’ 기업의 다섯 가지 원칙

헬른트피터 엘라트로프,크리스찬 카스퍼,애너카리나 디아스 | 53호 (2010년 3월 Issue 2)

‘가족 경영’은 기업의 소유 형태 중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간주된다. 그러나 동네 어귀의 구멍가게부터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수백만 중소기업들이나 BMW, 삼성, 월마트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가족 경영이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업 경영 방식이기도 하다. 일례로, S&P 500 편입 기업의 3분의 1이 가족 경영 기업으로 분류된다. 또 프랑스와 독일의 250대 기업 중 40%가 가족 경영 기업이다. 즉 이들 기업은 오너 일가가 회사 주식을 막대하게 보유해 최고경영자(CEO)나 회장 선출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창업 초기를 지나 사업이 점차 확대되면서 가족 경영 기업들은 사업 실적 및 지배 구조 측면에서 특유의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경영 역량이나 자질 부족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이 세습되어 후세가 경영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대를 거듭해가면서 오너 일가에 속하는 주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는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라면 오너 가문 사람들이 무조건 헌신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오너 3세까지 경영권이 세습되는 기업은 전체 가족 경영 기업 중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 맥킨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대까지 경영권 세습에 성공한 가족 경영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동종 업체들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 세계 수많은 (다양한 규모 및 발전 단계의) 가족 경영 기업들은 물론 다른 형태 소유 구조를 가진 여타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가족 경영 기업과 오너 일가가 함께 성장하려면 강력한 사업 실적 달성과 오너 일가의 사업 의지 및 역량 유지라는 불가분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 5가지 사항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첫째, 오너 일가 내에서 조화로운 관계가 구축되고 이들 오너 일가가 사업에 어떻게 참여할지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현 소유 구조가 기업 성장을 위해 충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한 수준이면서 오너 일가는 핵심 사업 부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강력한 지배 구조 및 역동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오너 일가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 및 관리하고 가문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지속적으로 물려줄 수 있는 자선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그림1)
가족
가족 기업의 도산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 방만한 경영을 야기하는 족벌주의 경영 체제, 권력 승계를 둘러싼 내분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따라서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주주, 이사회 구성원 및 경영자로서 오너 일가의 역할을 규제해야 한다.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세습 경영에 성공한 대규모의 가족 경영 기업들은 명확한 목표 아래 주인의식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수십 년 동안 이들은 이사회 구성 및 선출 방식, 정족수 이상의 동의 등 이사회의 의사결정 방식, CEO 선임 방식,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허용되는 조건, 기업 및 재무 전략의 한계 등 여러 이슈들의 해결 방안을 정리해 서면으로든지 구두로든지 합의를 도출해왔다. 이런 합의 사항들을 발전시키려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간 토론의 장(場)인 다양한 형태의 ‘패밀리 포럼’이 열리기도 한다. 또 오너 일가의 각 세대나 가족을 대표하는 ‘패밀리 위원회(family council)’가 주요 이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확대된 ‘패밀리 의회(family assembly)’에 보고할 의무를 갖기도 한다. 장수하는 가족 경영 기업들은 대개 능력주의를 택한다. 그러나 기업 모두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원칙은 없다. 오너 일가의 규모나 가치, 교육 수준, 업종에 따라 정책적으로는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창립 이후 4대째 경영권이 승계되고 있는 호주의 투자회사인 ROI그룹은 가문의 일원이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능력이 검증된 후에야 ROI그룹의 고위 경영진에 오를 수 있다. 또 모든 고위 경영진은 오너 일가를 대표하는 이사회와 이사회에 전략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각 사업 분야의 고문들로 이뤄진 자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선임될 수 있다.
 
가문의 성장 및 기업 소유권의 분화에 따라 오너 일가로 이뤄진 협의체나 기구는 가문의 핵심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공헌 활동을 벌여 새로운 세대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 또 이런 작업은 기업 소유권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도 한다. 회사 규모에 따라 소수의 전문가, 혹은 많게는 무려 40명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오너 지원 조직인 ‘패밀리 오피스’를 예로 들어보자. 패밀리 오피스는 대규모 자선 단체와의 제휴를 통해 오너 일가가 사회 공헌 활동 등 공동 이해를 함께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또 정기적인 모임이나 화합의 기회를 통해 젊은 오너들이 양식 있고 생산적인 주주로 성장할 수 있게 교육하고,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표결 기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오너 가족들을 대상으로 투자, 조세 및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역할도 패밀리 오피스의 몫이다.
오너십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나 영향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오너 일가의 현금 수요와 사업 자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규 자금 유치 방안을 가족 경영 기업들이 반드시 고민하게 된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로 경영권이 세습되는 시기에 가족 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오랜 기간 순항하는 가족 경영 기업들은 15∼20년간 유효한 상세한 내용의 주주 합의서를 체결한다. 이 합의서는 오너 일가의 범위 내에서 허용 가능한 지분 거래 방안 등이 매우 자세하게 명시되는 등 소유권 문제를 철저히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업 상당수는 상장된 지주 회사 형태이다. 지주 회사 산하의 계열사는 상당 부분 독립된 상장 기업이고,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은 대체적으로 지주 회사가 모두 갖고 있다. 지주 회사를 비상장 기업으로 유지시켜야 오너들은 단기적인 고수익을 추구하는 기관 투자가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가족 경영 기업의 재무 정책은 오너 일가를 규제하기 위한 게 목적인 경우가 많다. 또 가족 경영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금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신주를 발행하거나 대규모 차입을 해서 투자금을 조달하면 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수도 있다. 이런 방법보다는 이익을 재투자하는 게 지분율 희석 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함으로써 성장을 추진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단 이는 매우 높은 수익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금을 수반한다.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 펀드를 유치하고 거버넌스 문화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사모 투자업체인 KKR은 유럽 시장을 석권한 오스트리아 전문 조명 업체인 줌토벨에 투자했었다(KKR는 그 후 2006년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런 딜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희석시킨다는 단점도 수반한다. 이에 따라 기업 공개(IPO)를 통해 지분의 일부를 유동화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특히 주주가 경영권에서 물러나고자 할 때 경우 IPO는 오너 일가가 공정한 시장 가격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많은 가족 경영 기업들은 주식 거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오너 주주가 지분 매각을 원할 때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우선순위는 오너 일가의 형제자매에게 돌아가며 그다음은 사촌들에게 넘어간다. 또 지주 회사가 오너 일가의 구성원들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매입 정책은 자본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대개 장기적으로 이뤄진다.이러한 지분 매각에 대한 제한과 낮은 수준의 배당금으로 인해 일부 가족 경영 기업들은 ‘세대별 유동성 잔치(generational liquidity event)’를 벌여 오너 일가의 현금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는 지주 회사 내 상장 회사 매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회사 매각 등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그 어떤 경우라도 모든 수익은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 가족 경영 기업의 총수는 “모든 세대에 대규모 유동성 잔치가 있어왔고, 그리고 난 후 다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배 구조 및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가족 경영 기업들은 명확한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사업 전략의 기초로 삼고 있다. 강력한 이사회를 구축하고, 신중하고 역동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시각으로 요약되는 두 가지 핵심 성공 요인을 살펴본다.
 
강력한 이사회 장수하는 대규모의 가족 경영 기업은 강력한 지배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은 이사회에 적극 참여해 실적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오랜 역사를 거쳐 축적된 산업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기업 경영에 기여한다. S&P 500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 경영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중 39%가 기업 내부의 구성원(오너 일가 소속 20% 포함)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족 경영 기업이 아닌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중 23%는 내부 이사였다.1 “오너 일가야말로 경영진에게 진정한 자산이다. 수십 년 동안 해당 업계에 몸담고 있어왔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는 한 CEO는 “그러나 이들은 소유와 경영을 적절하게 분리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오너 일가의 경영 지식은 외부 전문가의 신선한 전략적인 시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오너 일가가 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도 상당수의 사외 이사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례로 한 오너 일가는 이사회의 50%를 해당 사업체보다 3배 이상 더 큰 규모를 경영해봤던 외부 CEO들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 선임 절차는(내부 및 외부 이사 모두 포함)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신규 이사 선임 이후 내부 가족 위원회의 동의와 주주 회의의 공식적 승인 절차를 거치는 형식을 띄고 있다. 공식적인 메커니즘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이사회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최고 경영진과 관련된 사안에 깊이 관여하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적극 관리할 수 있게 강력한 힘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 전사 전략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위해 이사회가 여러 날에 걸쳐 열리기도 한다. 여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사회나 핵심 요직에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가족 경영 기업에 따르는 핸디캡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오너 일가 출신이 아닌 경영진이 있다면 해당 오너 일가의 구성원들이 중요 의사결정을 비공식적으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 또 외부 출신의 인재들이 승진 상의 제약을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특히 개인에 대한 배려 및 충성심 등은 여타 기업들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가치들로, 이를 선호하는 인재들에게는 큰 매력이 될 수 있다.
 
장기적 포트폴리오 시각 성공적인 가족 경영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성장 및 실적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문의 재산과 사업 경영권에 미칠 수 있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장기적인 기업 건전성을 희생시켜가면서 단기적인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유혹(최근 많은 기업들의 도산 원인이 되었던)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장기적인 계획 수립 관행과 리스크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는 금융 회사 등 채권 기관에 도움이 된다. 가족 경영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대체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낮고 이자 비용도 적다.(표1)
이런 장기적 시각은 호황기에는 크게 빛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줄 도산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 생존을 돕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건전한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가족 경영 기업들이 직면하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및 서유럽에서 상장된 가족 경영 기업들의 총 주주 수익률은 MSCI World, S&P 500, MSCI Europe 지수 편입 기업들보다 평균 2∼3%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표2) 물론 그 이유가 가족 경영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통계학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족 경영 기업들은 놀랍게도 지역이나 업종을 막론하고 일관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학계 연구 결과 역시 동일한 결론을 시사하고 있다.2
장기적인 시각에 집중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장기적으로 역량을 구축하고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수반한다. 따라서 핵심 사업에 대한 지나친 다각화는 자제하고 유기적인 성장(organic growth)을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및 서유럽 시장에서 이루어진 5억 달러 규모 이상의 인수합병(M&A)을 대상으로 한 맥킨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은 M&A를 더욱 신중하게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가족 경영 기업에서 성사된 M&A 규모는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가치 창출 효과는 더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경영 기업들이 추진한 거래 규모는 평균 15% 적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창출된 총가치 상승률(공시 후 시가총액으로 측정)은 10.5% 포인트로 다른 기업(6.3% 포인트)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족 경영 기업의 지나친 신중함 역시 때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사업 관련 자산의 상당 부분을 소유한 오너 일가는 재산권 보호를 위해 리스크 회피 성향을 지나치게 많이 보이고, 중대한 의사결정에서 이런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쟁 우위 달성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자산 다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마저 제약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성공적인 가족 경영 기업들은 다양한 사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끊임없이 재편하고 있다. 물론 상호 연관성이 없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더러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 2∼4개 주요 부문에 주력하고, 대체적으로 안정된 현금 흐름을 보유한 사업체와 ‘고(高)리스크 고(高)수익’ 사업을 동시에 보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핵심 사업체들을 벤처캐피털 및 10∼20%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 회사를 통해 보완하는 기업들도 있다. 결국 핵심은 지속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지주 회사가 성숙 부문을 점차 탈피해 성장 부문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데에 있다.
 
자산 운용
핵심 지주 회사 외에 오너 일가 구성원들 역시 개인적으로 자산 운용을 위한 뛰어난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유동 자산, 헤지 펀드나 사모 펀드와 같은 반(半)유동 자산, 다른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자산 운용은 오너 일가를 위한 유동성 이벤트와 함께 리스크 분산 및 현금화의 원천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언제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금융위기로 전 세계 많은 재벌 가문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지역별로 손실 규모에 차이가 있겠지만 이들이 2008년 2분기(4∼6월)에서 2009년 1분기까지 입은 손실은 약 30∼60%로 집계된다. 물론 5% 미만의 손실을 입은 기업도 있다. 유럽의 한 재벌가는 머니 마켓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편성하고 부동산으로 주 수익을 창출한 결과 극심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5%만 손실을 봤다. 반면 유럽의 동일한 국가 내 다른 재벌가는 부동산 개발과 헤지펀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의 80%를 구성하고 각각 50%, 70%의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한 결과,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치던 시점에 두 유형의 자산에서 각각 30% 및 50%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이렇게 상반된 결과는 가족 경영 기업들이 창출한 부와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적인 조직의 중요성과 함께 강력하고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자산 규모가 크면 오너 일가의 자산 관리를 담당할 전담 사무 조직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별도 법인으로서 설립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소개한 것처럼 오너 일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밀리 오피스 산하에 구축될 수도 있다. 또 일원화된 전담 자산 관리실 설립 비용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면 여러 재벌 가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이런 자산 관리실 운영과 관련된 오랜 경험을 근거로 도출한 5가지 핵심 성공 요인은 고도의 프로페셔널리즘 및 제도화된 프로세스와 절차, 철저한 투자 및 매각 기준 수립, 엄격한 성과 관리, 강력한 리스크 관리 문화와 총체적인 리스크 측정 및 모니터링, 사려 깊은 인재 관리로 요약된다.
 
재단
사회 공헌 사업은 오너 일가가 해당 사업에 헌신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 오너 일가의 구성원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가문의 가치를 여러 세대에 걸쳐 전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회적 책임 실천 차원에서 부를 나누는 것은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가족 경영 기업이 설립한 재단은 전 세계 자선 활동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최대 규모의 20개 자선 단체 중 13개 단체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마이크로소프트·MS)’ 등 가족 경영 기업이 설립한 재단이다.
 
그러나 돈만으로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자선 사업에 따르는 재무 및 운영 차원의 이슈와 함께 세대 간 사회 공헌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재단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일부 가족 재단은 오너 일가의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이들이 재량껏 지출할 수 있는 예산 항목을 두고 있다. 다른 재단들은 오너 일가의 일원이 이사회나 재단의 일원으로 각종 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접근법은 특히 차세대 구성원들의 참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가족 재단은 예산 집행 방안과 관련해 조직 및 운영 차원의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 비영리 혹은 비정부 기구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오너 일가의 사회적 공헌의 목표를 추구하는 게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는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기업들을 예를 들어보자. 이들 기업은 지역 내에서 파트너 기구가 이미 구축한 입지나 경험을 활용해 공익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이는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이런 가족 재단이 높은 성과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전문성과 열정은 물론, 그 효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 사회 공헌 활동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활동을 더욱 발전시키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러한 모니터링 및 평가 활동은 교훈을 도출하고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재단 운영은 투자자의 마인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운영 원가를 최소화하고 전략과 계획 수립, 평가는 물론 뛰어난 역량의 직원들에 대한 투자 역시 반드시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족 경영의 형태로 시작된다. 오너십에서 빚어지는 특유의 난제(難題)를 극복해낸 기업만이 수세대가 지나도 건재하고 번성한다. 물론 이는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며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해당 오너 일가와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치는 그 영향을 감안할 때 충분히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들이 입증하고 있다.
 
본고 작성에 많은 도움을 준 전 맥킨지 상파울로 사무소에서 일했던 안드레 말도나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2010년 1호에 실린 ‘The Five Attributes of Enduring Family Busines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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