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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탐욕스러운 CEO가 기업을 위기에 빠뜨려

임효창 | 314호 (2021년 0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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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CEO Greed,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and Organizational Resilience to Systemic Shocks” by Miha Sajko et al, Journal of Management, online 20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이 속한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관심을 가지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을 꼽으라면 CEO일 것이다. 동시에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 역시 CEO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 CEO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CEO가 사리사욕을 우선시한다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이야기했듯이 이기심이나 사리사욕은 때때로 동기부여의 원천이 된다. 고전적인 경제이론에서도 CEO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원동력이라고 봤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는 오늘날, 이러한 관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헤인즈(Haynes, K.T.) 등의 학자는 ‘지나치거나 특별한 물질적 부의 추가’를 과도한 탐욕(Greed)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적절한 형태의 보상, 같은 회사의 차상위급 임원의 급여와의 비교, 시장에서 통용되는 임금 수준 등 3가지 기준을 적용해 이보다 지나친 수준의 보상 형태나 보상 규모를 따른다면 탐욕이라고 정의했다. 만약 CEO가 단기적인 성과와 그에 따라 자신이 지급받는 단기 인센티브에만 관심이 있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다면, 그는 과도한 사익을 추구하는 또는 ‘탐욕스러운(Greedy) CEO’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CEO의 억제되지 않은 이기심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벨기에 안트베르펜대와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합동 연구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해 CEO의 과도한 사익 추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벨기에 안트베르펜대와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합동 연구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S&P 1500 인덱스에 포함돼 있는 미국 기업을 조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17일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CEO의 과도한 사익 추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투자와 기업의 위기 극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헤인즈 등의 학자가 제시한 탐욕의 개념을 활용해 측정했으며 네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CEO의 지나친 사익 추구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자신이 지급받게 될 단기 보상에만 집중하는 CEO는 당장의 비용 지출이 필요한 중장기 투자를 꺼리며, 직원•고객•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복지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둘째, CEO의 임금 구조는 사회적 책임 추구에 영향을 미친다. 즉, CEO의 보상 중에서 1년 성과 기준으로 보너스 비중이 높을수록 사회적 책임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EO의 임금 구조에서 장기 보상을 강화함으로써 CEO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사회적 책임 활동이 많았던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기업 경쟁력 회복 속도가 더 빨랐다.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 위기 극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넷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과도하게 사익을 추구하는 CEO가 이끌던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 탈출과 기업 경쟁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고객•직원•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잘 관리했던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가?

20세기 초 현대 경영학이 등장하면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 혹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였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은 가치 있는 기업 활동 자원이며, 주주 이익 극대화는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 이러한 단일 목적론은 복수 목적론과 경쟁하게 됐다. 복수 목적론은 기업이 경제적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동시에 사회적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성과가 경제적 성과에 기여한다’는 실용적 관점이든, ‘사회라는 상위 시스템의 하위 시스템인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마땅히 추구해야 한다’는 규범적 관점이든 사회적 성과(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 추구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은 현대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20세기 말 이해관계자 이론(stakeholder theory)은 기업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성장 이전에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연구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의 위기 복원력을 높인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기업의 복수 목적론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 벨기에와 네덜란드 합동 연구팀은 기업의 최고 리더인 CEO가 어떤 가치관과 경영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위기에 빠진 기업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다시 말해, 근시안적인 경영을 하는 CEO는 기업에 위험한 반면, 평소 이해관계자 관리와 사회적 책임 추구를 잘하는 CEO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CEO에 대한 지나친 단기 성과 인센티브 형태 위주 보상 관리가 아니라 기업의 중기 성과 및 지속가능 성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CEO 보상 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hrm@swu.ac.kr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인사 조직이며 인사관리 제도 설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컨설팅학회 회장과 한국서비스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미래전략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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