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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세일즈 뉴노멀

자율성과 권한 위임을 중심으로
성과 지표를 ‘피버팅’하라

민승기,장효상 | 309호 (2020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영업 조직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 변함에 따라 성과지표에 대한 재정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평가 관리하려는 인사, 전략부서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영업 조직 간의 갈등 역시 표면화되고 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영업 조직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성과지표의 측정에 대한 관점, 지표 선정, 평가 방식 등이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업 조직의 성과지표 선정, 측정과 평가, 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미팅 등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는데도 실적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보니 기업 내부에서 ‘영업 무용론’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면 영업의 성과나 결과 측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영업 활동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영업이라는 활동 자체가 개인의 역량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업무이기도 하고 회사 외부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영진이나 회사의 경영지원 부서에서는 영업 직원이 영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었다. 그저 실적이 좋으면 영업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기업이 단순히 실적 이외에 다양한 성과지표를 영업사원들에게 부여해 이들의 영업 활동을 관리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반면에 영업 조직은 “영업은 성과로 말하는 조직인데 관리부서에서 불필요한 통제와 측정을 하려고 한다”고 불만을 표해왔다. 이런 갈등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영업에도 ‘뉴노멀’이 요구되는, 이른바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런 시기에 영업 조직의 성과지표는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맞을까? 선행돼야 하는 것은 성과지표 측정과 평가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그다음 코로나 이전에 설정한 영업 활동을 측정하는 지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영업 조직 대상 평가 및 피드백 방법의 변화이다. 그럼 영업 조직의 성과지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또 어떤 이슈들을 해결해야 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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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ORY
*스토리 구성은 실제 현장 기업 사례를 토대로 하되 일부 세부 내용/정보를 각색한 것입니다.

병원에 의료 장비를 판매하는 C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김 대리는 올해부터 회사가 하루 4번 고객 방문(기존 및 신규 고객)을 의무화하면서 하루 종일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문제는 방문이 매출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요즘은 하루 4번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김 대리의 경우 대형 병원이 주요 고객처이다 보니 무작정 고객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기존 고객을 관리하고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고객의 경우 수시로 장비 점검 등의 병원 관련 이슈로 호출을 해대니 이를 뿌리치고 다른 곳을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 4번 고객 방문’이란 지표가 추가된 이유는 작년부터 경영진이 전략 과제로 영업 조직의 성과지표를 개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지시에 인사 및 전략 조직이 타 헬스케어 업종에 적용되는 일일 방문 횟수를 주요 지표로 선정하면서 이런 결과물이 탄생했다. 영업사원들은 팀장에게 “말도 안 되는 성과지표”라고 항의했지만 “위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지. 요즘 분위기도 안 좋은데 괜히 목소리 내지 말자”고 오히려 질책을 받았다. 결국 무의미하게 고객사를 방문하거나 거짓으로 일지를 꾸미는 경우가 생겨났다. 방문지표는 단순 보상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비용의 할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 그러다 보니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거짓이라도 관리를 해야 하는 지표가 된 것이다.

물론 주기적인 고객 방문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고, 기존 고객 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C사는 고가의 의료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다 보니 무작정 고객을 방문하기보다는 적절한 타기팅을 통해 선별적으로 고객을 방문해 장비 시연 등을 하는 것이 고객 만족도도 높이고 추가 매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평가 및 통제의 툴로서 KPI가 적용된 것이라고 영업사원들은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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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코로나 악재까지 겹치며 더 이상 지금의 성과지표가 목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가중되면서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김 대리는 같은 팀 선배들에게 하소연했다. “아니, 이렇게 고객만 주구장창 무조건 만나면 매출이 오르나요? 요즘 원장님들 잘 만나주지도 않는데… 참 답답하네요.” 선배들은 말했다. “야, 걱정하지 마. 저거 또 한 2∼3년만 지나면 흐지부지될 거야. 적당히 눈치 보고 버텨야지. 그리고 숫자만 채우면 KPI 달성되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냥 영업일지 꾸며.”

지표를 기반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해야 하는 영업팀장은 더 답답한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고객 방문이 수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그렇다고 당장 지표를 바꾸자고 한들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조직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사팀과 관련 논의를 했으나 비대면 영업 활동을 하면 되지 않냐며 통제와 관리, 지표 측정의 객관화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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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 in Corona era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는 현시점에 영업 조직은 꼭 통제, 관리를 해야 할까?

위 케이스에서 선결돼야 할 이슈는 영업팀에 대한 관리와 통제의 관점 차이다. 방문지표의 현실성이 떨어진 현시점에서 지표를 재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C사의 경영진이 결국 영업 조직을 통제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일하는 방식이 재택근무, 원격 영업(Remote selling) 등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사실 통제와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지표의 설정은 제일 먼저 변화해야 할 영역이다.

하지만 C사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기업이 영업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의구심을 갖는다. 특히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많다 보니 한국 기업에서 영업 조직은 관리와 통제가 안 된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C사의 인사팀 관계자, 영업팀장과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Q.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성과 측정 지표가 의미가 있을까요?

인사팀: 네.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당장 연초에 세운 성과지표를 바꿔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 영업 조직의 경우 고객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라 하는데도 상반기 매출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영업 담당자들이 제대로 고객 방문도 하고 더 열심히 뛰면 성과가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아무래도 요즘은 고객 방문이 어려운 게 사실인데 이 상황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사팀: 영업 조직에서 불만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꼭 대면 방문이 아니더라도 전화 방문도 가능하고 화상 영업도 가능하니까요. 그래도 고객을 방문하는 지표는 무조건 넣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뭐 하는지, 제대로 고객은 만나는지,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Q. 방문지표가 설정된 이후 코로나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대면 영업이 힘들어졌는데 성과지표는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요?

영업팀장: 결국 이건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영업 조직의 문화도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렇게 틀에 박힌 제도로 통제하는 데 대해 거부감이 크고요. 이제는 영업도 다른 개발 부서나 마케팅 조직처럼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자율적으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상황에 맞게 주기적으로 충분히 논의하면서 목표도 수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 대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회사의 인사팀이나 경영진은 영업 조직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관리와 통제를 해야만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필자들이 이 회사의 경영진을 인터뷰한 결과 경영진은 영업팀을 통제하고 일일 단위로 보고를 받을 때 비로소 영업팀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변했다. 그러다 보니 영업팀은 스스로의 매출 목표 달성보다도 우선적으로 보고를 위한 보고 자료 작성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영업 활동의 원래 목표인 매출액 확대나 고객 만족 등은 자연스럽게 후 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Issue 2 in Corona era
코로나 시대에 맞는 지표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잘못된 성과지표와 보상

코로나19 이후 많은 조직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측정지표의 설정 문제다. 위에서 언급한 C사의 경우도 궁극적인 목표는 당해 연도 매출 목표 및 영업이익 달성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지표에 관리가 용이한 방문지표를 포함하고 있고 이 지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보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C사는 장비 제조업체이기에 단순 방문지표보다는 효과적으로 세일즈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의 설정이 필요하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의 측정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성 측정을 위한 지표가 잘못 선정된 것이 현 성과 관리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에 이 지표가 목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잘못된 성과지표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는 비단 현 코로나 시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표적 케이스가 베트남전쟁에서의 잘못된 지표 설정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지만 베트남전에서는 처참하게 패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전쟁의 목표는 승리다. 이 부분은 두 전쟁 모두 같았다. 하지만 두 전쟁의 다른 점은 성과지표와 이에 따른 보상에 있었다. 2차 대전에서 병사들은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고국으로 돌아가 집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전에서는 복무 기간만 채우면 집에 갈 수 있었다. 이 차이가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로 하여금 조직의 목표 달성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성과지표인 ‘복무 기간 채우기’에만 집중하게 했고 결국 전쟁의 목표인 승리와 실제 군인들이 느끼는 보상인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 사이의 괴리가 패배를 불러왔다. 베트남전에서 명령 불복종이나 상사를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유독 많이 발생했던 걸 보더라도 목표와 보상의 불일치가 얼마나 조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지 알 수 있다. 스티븐 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베트남전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 조직 내에서 이처럼 특정 목표를 바라지만 정작 목표와 상관없는 잘못된 보상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1

다시 C사의 케이스를 살펴보자. C사의 경우, 원래는 매출과 영업이익, 채권 관리 등의 일반적인 목표만을 KPI로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출 목표를 달성한 영업사원들이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 고객 방문을 하지 않는 점이 늘 대표이사의 불만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고객사 방문 횟수다. 하지만 C사에선 이 같은 제도가 영업사원의 불만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실제 그 효과도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고객사 1일 방문 4회라는 기준 때문에 영업사원들은 의미 없는 고객 방문 횟수를 채우고 있었고 이로 인해 오히려 큰 고객에 대한 관리나 판매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생겨났다. 바라는 목표(매출액 및 영업이익 달성)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지표에 엉뚱한 지표(고객 방문 횟수)가 들어가면서 정작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 맞는 측정지표를 재설정하고 우리 조직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진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Issue 3 in Corona era
이제는 측정지표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디지털화이다. 각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한 것은 CEO도 CTO도 아닌 코로나19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업별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산업별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항공, 여행 등의 산업은 올 상반기 받아 든 성적표와 올 초 세운 목표, 성과지표의 갭이 너무 커서 성과를 측정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기존과 같은 KPI, 성과관리 시스템이 의미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과학적 성과관리라는 이름하에 측정 지표에 대해서 맹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또 성과지표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측정에 대한 맹신은 1910년대 산업 효율화의 일환으로 등장한 ‘과학적 관리법’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미국 엔지니어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lyor)의 영향이 크다. 테일러는 공장의 선철 생산량을 분석하기 위해 생산 과정을 구성 요소별로 세분하고 각 작업의 표준 생산 수준을 정해 생산성을 측정하고 이에 따라 보상을 차등 적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측정이 가능하고 비교적 단순 반복이 가능했던 공정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셈이다.2

문제는 이러한 측정에 대한 강박이 조직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고 현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C사의 경우도 전형적인 케이스다. 이렇게 단순히 성과 측정에 집중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데이터를 날조하거나 성과지표를 쉽게 달성하는 지표만을 다루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증거를 조작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연말에 KPI를 설정함에 있어 전년도의 지표를 그대로 가져가거나 달성하기 쉬운 지표 위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원인은 목표와 연계된 지표를 선정하기보다는 평가를 위한 지표, 보상을 위한 지표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도널드 캠벨이 밝혀낸 ‘캠벨의 법칙’에 따르면 사회적 의사결정에 더 많이 활용되는 정량적 사회 지표일수록 부패 압력에 더 많이 시달리고, 이 지표로 감시하려는 사회적 절차 또한 더 쉽게 왜곡되고 부패한다. 측정지표를 다루다 보면 많이 발견되는 패턴은 아래와 같다.3

측정지표의 대표적인 유혹

1. 가장 쉬운 것을 측정하려는 유혹
2. 복잡성을 띠는 경우 단순화하는 경향
3. 결과보다는 투입량에 대한 측정으로 잘못된 판단
4. 맥락보다는 표준화

우리가 현 코로나 시대에 성과지표, 측정에만 매몰되면 안 되는 이유다. C사의 경우 측정을 위한 지표에 집중하기보다는 영업의 목표와 질적인 성과 평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성과지표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참고자료가 될 순 있지만 단순히 이것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시대의 대안,
영업 조직에 자율성을 허하라

지금까지 현시점에서 C사의 성과지표와 측정, 평가의 문제의 원인과 실체에 대해서 살펴봤다.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시점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사고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앞서 인터뷰에서 나온 의견처럼 통제와 관리의 관점보다는 자율에 기반한 업무 방식이 더 보편화돼야 할 것이다. 또한 측정에 함몰되기보다는 피드백을 통한 본질인 목표 달성을 위한 변화와 조정(일종의 피버팅4 )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첫 번째 솔루션 : 지표의 현실성을 고려해 성과지표를 피버팅하라

C사의 성과관리 문제점 중 하나는 실제 성과목표 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 방문이라는 행동에 집중하고 있는 점과 현 코로나 시대에 맞는 성과지표가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 궁극적인 영업팀의 목표인 매출과 신규 고객 확보, 신제품 판매 등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레버리지 지표에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단순 통제와 관리를 위한 지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현실성을 고려해 현시점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영업 활동의 혁신을 얼마나 했고, 이러한 활동이 영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온라인 콘퍼런스나 고객과의 짧은 미팅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 콘텐츠 제작, 프레젠테이션 자료 제작 등이 더 중요한 활동이다. 또한 단순 정량 지표로 영업사원을 평가하는 양적 지표에만 집중하기보다 영업사원이 효율적으로 마케팅 활동 등 온라인 영업 활동을 벌이는지 등의 질적 영역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성과관리가 될 것이다. 여기서 질적 영역은 제작한 마케팅 콘텐츠가 고객친화적인지, 이 콘텐츠가 고객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등을 말한다.

이렇게 영업사원별로 질적 영역에 집중해 커뮤니케이션하려면 정량 지표로 모두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팀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질적 지표로 영업팀의 상황에 맞는 코칭과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해야 한다. 결국 C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과지표가 단순히 측정과 통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 설정(방향성 제시), 업무 수행(행동 기준), 진단 피드백(수행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써 활용돼야 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범하고 있는 실수 중 하나가 모든 영업팀을 똑같은 잣대로 성과관리하는 것이다. 영업이라고 해도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 각자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접근 방법은 다 다르기 마련이다. 마치 각자 몸의 크기는 다른데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혀 놓고 똑같은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다. 자신의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특히나 코로나 이슈로 각 영업 영역, 지역별 성과의 차이, 그리고 변화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이슈가 부각되기 마련이다.

물론 매출 증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져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동일한 잣대로 성과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성 있는 세부 지표를 각 영업팀(지역별, 영역별 상황을 고려)의 상황에 맞게 관리한다면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현 상황과 조직의 전략에 맞게 각 개인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솔루션: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을 바꿔라

전통적인 평가 보상 방식은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메리트 시스템(merit system)’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메리트 시스템은 저성과자를 판단하고 재배치하거나 퇴역시키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이러한 보상과 저성과자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 보상 중심의 성과관리는 90% 이상의 기업들이 도입해 사용하게 됐다. 90년대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했던 GE의 상대평가제도인 강제배분방식(the forced-ranking system)이 대표적이다. GE는 개인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고, A, B, C 등급으로 직원들을 구분해 A등급 인재는 보상하고, C 등급 인재는 퇴출시켰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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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영향과 경영 환경의 복잡성 증대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기업의 평가 및 보상 시스템도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상대평가가 폐지되고 OKR(Objective and Key Results)6 등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를 택하는 이유는 우선 과거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잘 갖춰진 시스템에 의존한 기존 평가 및 보상 시스템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는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옷이 돼 버렸다. 여기에 경쟁이 과거에 비해 더욱 치열해지고 급변하는 코로나 시대에는 1년 혹은 반년에 한 번 평가해 보상하고 연초에 목표를 설정해 관리하는 시스템은 급변하는 환경에 어울리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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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다수의 기업은 과거의 성과 평가 모델에 머물러 있다. C사 역시 마찬가지다. C사의 성과관리 형태는 전형적인 보상을 위한 정량지표에만 집중돼 있다. 또한 연초에 한 번 설정된 목표로 영업팀을 압박하고 관리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져 있다. 보상도 마찬가지다. C사의 경우 개인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상대평가로 직원을 줄을 세워 등급을 나눠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연초에 세운 목표가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담당하는 지역이나 고객의 상황에 따라서도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영업 조직의 경우도 1년 단위 성과 달성 여부에 따른 개인별 보상보다는 분기 단위 목표 설정과 팀 단위 보상 등의 형태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어도비(Adobe)의 체크인(Check in)을 꼽을 수 있다. 어도비는 클라우드 방식의 제품 환경에서 연간 한 번 진행하는 기존 평가 방식은 너무 느리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한 직원들이 연초에 제시하는 KPI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가 심한데 기존 시스템은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발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3년부터 도입한 시스템이 바로 체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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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의 체크인 방식은 최소 분기에 한 번은 매니저와 팀원의 분기 성과 리뷰 미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더 자주 리뷰 미팅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성과지표 설정을 위한 별도의 양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매니저와 팀원이 협의해 정할 수도 있다.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행되는 업무를 중심에 두고 개선과 성과 향상에만 초점을 맞춰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성과 평가와 달리 등급을 매기거나 성과를 점수화하는 등 정량적 평가가 아닌 개인별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성취도를 측정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도비는 체크인 도입 후 여러 긍정적인 변화와 성과를 거뒀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성과 평가는 평가와 보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부분을 강조하는 부정적인 미팅이 될 수밖에 없었으나 체크인 방식은 실질적인 개인의 성과 개선과 발전을 위한 대화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퇴사율은 30% 감소했고, 무엇보다도 리더들이 성과 평가(평가, 보고서 작성 등) 작성에 있는 8만 시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7

코로나 시대에는 이와 같이 정형화된 성과 측정 방식보다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미래 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춰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의 잘한 점에 대해서는 어떤 점이 좋았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부족한 점과 개선할 포인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나온 개선점을 어떻게 개선하고 향후 미래 전략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는 리더의 ‘코치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단순히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현시점의 이슈, 어려움을 영업팀과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파트너적 자세가 요구된다.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영업 조직에 대한 ‘신뢰’다

C사 사례에서 보듯이 C사의 경영진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신뢰와 위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통제와 관리의 관점에서 성과관리하는 것은 과거에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시스템 내에서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 모니터링하고 표준화된 업무 방식을 적용하면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통제 시스템은 경영진으로 하여금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믿음과 만족감, 관리, 모니터링에 오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에 더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현 코로나 시대에는 경영진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가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원격 영업이 표준이 되는 업무 환경,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고객의 니즈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오히려 직원들을 신뢰하고 적절하게 위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통제와 관리가 아닌 영업팀과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서 현재의 영업전략과 방향이 회사의 전략이 맞는지 판단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영업팀을 선발했다면 그들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코로나 시대의 업무 환경에 맞게 통제의 관점에서 한발 벗어나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해결하기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지표의 현실성을 고려해 성과지표를 유연하게 변형하는 피버팅8 을 하면 된다. 또한 영업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리더들의 정신건강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을 시시콜콜 간섭하고 통제하려 든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신경 쓰고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리더가 먼저 번아웃(Burn out)될 것이다.


민승기 지식 커뮤니티 러닝크루 공동 대표 iammsk@naver.com
민승기 대표는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아주대 경영대학원에서 인사조직을 전공했다. 복수의 기업 및 컨설팅 조직에서 리더십, 영업/마케팅 컨설팅 리더를 거쳐 현재는 리더들의 역량 향상을 돕는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장효상 지식 커뮤니티 러닝크루 공동 대표 mid5543@naver.com
장효상 대표는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GSB MBA, 美 인디애나대에서 경영 전략을 전공했다. 복수의 기업에서 영업, 전략, 마케팅, 해외 사업 등을 경험하고 글로벌 강소 기업의 전략 마케팅 리더를 거쳐 현재는 개인 및 조직의 역량 향상, 조직 개발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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