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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ounting

맏이보다 막내가 위험성 높은 경영 활동에 투자

김진욱 | 305호 (2020년 9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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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Born to take risk? The effect of CEO birth order on strategic risk taking” by Robert J. Campbell, Seung-Hwan Jeong, & Scott D. Graffin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19), 62(4), pp. 1278-130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생물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변화를 축적한다는 진화론은 인간 또한 생존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출생 순위와 관련된 적응은 ‘형제자매 간의 경쟁(sibling rivalry)’이다. 이는 부모의 한정된 자원(관심과 애정)을 누가 더 받을 것인가의 형제자매 간 경쟁을 의미한다.

형제간 경쟁에서 부모의 관심을 더 많이 받으려는 자녀들은 각자 다른 행동 전략을 구사한다. 진화론 연구들은 출생 순위가 개인의 행동 패턴을 형성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며 출생 순위에 따른 차별적인 행동 패턴은 성년기까지 지속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 예로, 출생 순위는 개인의 위험선호도에 영향을 준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부터 더 큰 관심과 투자를 받는 출생 순위가 높은 자녀들(예: 맏이, 둘째 등)은 불필요한 기회나 위험은 굳이 선택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인다. 즉, 이들은 위험한 행동을 통한 극단적인 성공으로 부모의 환심을 얻으려는 욕구가 낮고 투자에 대해 보다 안정감 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 태어나 보니 막강한 (최소 한 명 이상의) 경쟁 상대를 가진 출생 순위가 낮은 자녀들(예: 막내 등)은 부모의 투자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화 이론은 출생 순위가 낮은 자녀들이 부모의 관심과 투자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조정하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세계에서 위험 감수는 생존의 기회가 제한될 때 종(種)이 선택하는 일종의 적응이다. 이는 기대수명이 낮을수록 위험 감수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대 정승환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경영자에 대한 연구의 범위를 가족 내 경험으로 확장했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경영자의 출생 순위와 기업의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 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출생 순위가 낮은 경영자들은 위험성 높은 경영 활동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소위 재벌로 불리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표본은 1999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상장기업의 CEO로 재직했던 재벌가(家)의 자손 71명으로 구성됐다. 1

CEO의 출생 순위는 부모에게 태어난 순서대로 서수로 측정됐으며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자본적 지출, R&D 지출 및 기업 인수 관련 지출로 측정됐다. 실증 분석 결과, CEO의 출생 순위는 기업의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에 대한 지출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출생 순위가 한 단위 낮아질수록(예: 맏이에서 둘째로, 혹은 둘째에서 셋째로)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1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생 순위가 낮은 자녀들이 유년 시절 부모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재조정하기 위해 위험 선호 성향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성향은 대표이사실에서까지 지속된다는 연구팀의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그렇다면 CEO의 출생 순위가 위험 투자 활동에 주는 영향은 어떤 경우에 증폭되고 또 감소될까? 연구팀은 우선 유년기에 존재했던 형제자매 간 경쟁의 크기에 주목했다. 유년기에 겪었던 갈등이 클수록 그 시절 생겨난 차별적인 행동 패턴과 위험 선호 성향은 보다 뿌리 깊게 각인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CEO 자신과 가장 가까운 형제자매와의 나이 차이가 유년 시절 형제자매 간 경쟁의 정도를 나타낸다는 이론을 세웠다. 터울이 작은 형제자매는 한정된 자원과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적은 나이 차이로 형제자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해 상호 차별화적인 행동을 찾을 유인은 더욱 커진다.

반면, 터울이 큰 형제자매는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제약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두고 경쟁해야 될 필요성이 낮다. 그뿐만 아니라 손위 형제는 한참 어린 동생을 경쟁 상대보다는 도움을 줄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차별적인 행동을 찾을 유인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연구팀은 CEO의 출생 순위와 위험 투자 활동 간의 관계가 CEO 자신과 가장 가까운 형제자매와의 나이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증 분석 결과, 나이 터울이 적은 CEO의 경우(나이 터울이 평균보다 한 표준편차 낮아지는 경우), CEO의 출생 순위가 한 단위 낮아질수록(예: 맏이에서 둘째로)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3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이 터울이 큰 CEO의 경우(나이 터울이 평균보다 한 표준편차 높아지는 경우), CEO의 출생순위가 한 단위 낮아질수록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9% 증가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현재진행형인 형제자매 간의 경쟁에 주목했다. 현재에도 진행 중인 경쟁이 존재하는 경우 유년 시절 자리 잡은 차별적인 행동 패턴과 위험 선호 성향이 대표이사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발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CEO의 형제자매가 다른 기업의 CEO로 재직하는 경우 현재진행형인 경쟁의 강도가 높을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가족 내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사회적인 비교를 경험했던 유년 시절 경쟁자들이 각자의 기업에서 CEO로 재직하는 경우 유년 시절 생겨난 위험 선호 성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 예상된다. 실증 분석 결과, 표본의 37%에 해당하는 CEO들이 다른 기업에서 CEO로 재직 중인 형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CEO의 출생 순위가 한 단위 낮아질수록(예: 맏이에서 둘째로)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3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형제 CEO가 없는 CEO의 경우, CEO의 출생 순위가 한 단위 낮아질수록 위험성 높은 투자 활동은 15% 증가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경영자의 출생 순위가 그의 위험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실증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경영자의 출생 순위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사전에 직접 관찰 가능한 지표라는 점에서 투자자 및 감독 당국에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CEO의 출생 순위가 위험투자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CEO의 나이에 관계없이 지속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경영자가 성장한 가족 환경에서 가지게 된 위험에 대한 태도는 일시적이지 않으며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경영자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위험선호적인 성향을 가진 경영자들은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지만 큰 성공 일화를 만들 수 있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기업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형제 중 일곱 번째이며 LG의 구본준 전 부회장은 네 번째였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University of Oreg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 교수를 역임했다. 2013년 부터는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세무회계연구 편집위원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 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감사 및 조세 회피이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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