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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데이터 리더의 길, 준비되셨나요

김현진 | 305호 (2020년 9월 Issue 2)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회장은 데이터를 ‘21세기의 원유’에 비유했습니다. 지난 20년이 정보를 먼저 접했던 이들이 부를 독점했던 정보 중개 시대였다면 향후 50년은 본격적인 데이터 거래 시대가 열릴 것이기에 데이터 산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데이터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미 ‘21세기의 원유’는 세계 경제를 가동하는 핵심 원료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윤리적으로 관리만 잘 된다면 호혜적 자원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합니다. 전통 경제 이론의 생산 요소인 자본, 노동과 달리 아무리 써도 고갈되지 않고 개별 데이터보단 남이 가진 데이터와 통합해서 사용하면 더 크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추진체로 자리매김하며 각국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때, 국내에서도 최근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란 이름의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이 8월, 금융권을 시작으로 제도권에 첫걸음을 내딛게 됐습니다.

마이데이터란 각종 기관과 기업에 산재하는 신용 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인 개인의 동의하에 수집해서 관리하고 활용하는 서비스를 뜻합니다. 즉, 개인이 요청하면 기업은 보유 데이터를 개인 또는 개인이 지정한 제3자에게 개방해야 합니다. 마이데이터 제도가 제일 먼저 도입되는 금융 분야에서는 벌써 금융회사와 비금융 기술 기업 간의 진검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톱3’에 속하는 현금 없는 사회로, 신용 및 체크카드의 민간 소비 지출 비중이 96%에 달하는 한국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돼 고객들의 금융 정보를 모으게 되면 고객 개개인의 금융 활동을 거의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고객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자산가들이나 누릴 수 있었던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을 통해 정밀하게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고객이 이용하는 마이데이터 플랫폼의 챗봇은 내가 사는 지역과 내 자녀가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 등을 예측해 “당신의 자녀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교의 총학자금은 얼마이고, 이에 맞춰 지금부터 어떤 소비, 저축 패턴을 유지해야 합니다”라고 정확하게 읊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개인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한 소비, 저축, 투자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메가 플랫폼이 완성되면 금융업계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이동에 따른 은행 영업점 축소,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로 인한 펀드매니저의 역할 변화 등한국 금융 사상 최대 폭의 변화를 한꺼번에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제도와 기술 수준이 퀀텀 점프하는 순간에도 마이데이터 논의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은 소비자가 돼야 할 것입니다. 불편했던 인감증명제도를 폐지한다는 명분으로 2010년 도입한 전자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의 발급률이 또 다른 불편함 탓에 5%에 그치는 것처럼 소비자 중심의 사고 없이는 제도나 시장 변화에 따른 절호의 찬스마저 외면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넓고 데이터는 이미 많은 시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요리해 소비자들 각각의 입맛에 맞출지가 결국 관건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애드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비공식적 사훈이 “에이∼모르겠고”라는데, 장난 같은 이 사훈 속에 데이터 활용에 대한 핵심 노하우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도 이를 해석하는 데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담긴 의학 분야에서의 마이데이터 활용, 데이터 이동권 관련 법적 해석, 고객 경험의 혁신 사례 등도 고객 지향 관점의 데이터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윈은 은퇴 연설에서 “지식에 의존했던 IT 시대는 나 자신을 위하는 방향이었다면 인류의 지혜가 발휘돼야 할 DT 시대는 플랫폼 철학에 맞춰 타인을 위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혜적인 데이터 속성에 맞춰 소비자와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진정한 데이터 리더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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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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