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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뛰어난 CEO는 직원들 옆에서 영감을 준다

트리샤 그렉(Tricia Gregg),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 | 302호 (2020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제는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창조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어떻게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테크 기업의 CEO 5명은 성공하는 기업의 리더들이 얼마나 회사의 제품 발명과 제작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전문 지식 개발에 헌신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취임 이후 본인 이름으로 더 많은 특허를 내면서 제품의 혁신을 꾀했고, 권위 있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회사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학습했다. 직원들 위에서 일하지 않고 직원들 옆에서 함께 일하며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불어넣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0년 겨울 호에 실린 ‘How Tech CEOs Are Redefining the Top Job’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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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발언에 강의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2017년, 당시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의 대표였던 존 챔버스(John Chambers)가 하버드경영대학원(HBS)의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에서 경고 메시지를 던지자 참석자들은 동요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CEO들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스프레드시트를 보면서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면, 혹은 3∼5년마다 스스로를 꾸준히 재창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여러분은 CEO로서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챔버스는 이렇게 경고했다.

챔버스는 시스코시스템스에서 20년간 재직하면서 눈부신 성장의 시대를 견인했고, 그의 임기 동안 연 매출은 약 10억 달러에서 490억 달러로. 치솟았다.1 그는 HBS 강연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은 시장과 함께 진화해나간 데 있다고 강조했다. 챔버스는 CEO들에게 모든 기업, 심지어 기술이 주력 사업이 아닌 곳도 사실상 디지털 기업이 됐고, 다가오는 혁신을 알아볼 줄 아는 다재다능한 리더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저희 최고위 임원 100명 가운데 5년 이상 요직을 지킨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100명 중 1명만 살아남는다. 챔버스는 이런 압도적인 확률로 본인들도 도태될 수 있다는 청중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2017년에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서 최고경영인들은 본인이 가진 기량이 10년 전보다 두 배나 빨리 평가 절하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2 그러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방법을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면 CEO들은 필요한 기량을 어떻게 연마할 수 있을까? 그들의 에너지와 관심을 어디에 맞춰야 할까? 챔버스는 자신만의 전략 하나를 공유했다. “저는 제 고객 중 다른 어떤 집단보다 새롭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자주 나오는 스타트업들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스타트업들은 선형적 사고가 아닌 지수적 사고를 하거든요.”3

실제로 경영인들이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자기 역할의 핵심적인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필자들은 근래 가장 존경받는 CEO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소수의 파급력 높은 인물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각각 다른 기업을 이끄는 만큼 이들 경영인이 시간을 쓰는 방식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4 우리는 연구 대상들 간에 중요한 유사성을 발견했다. 5명 모두 각자의 함선을 조종하는 중에도 상품을 발명하고 제작하는 일에 직접 관여했다는 점이었다.

이런 실무적 접근이 전략적 사고를 방해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필자들에 따르면 21세기의 가장 유능한 CEO들은 폭넓은 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지식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필자들이 연구한 5명의 리더는 경영학 전문가들과 유명 매체들이 모두 모범 사례로 꼽는 인물이다. 5명 모두 하이테크 분야의 선구자라는 점에서 그들의 습관은 테크 이외의 산업들까지 점점 더 디지털 진보에 좌우되는 시대에 다른 리더들에게 귀중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혁신을 향한 이들의 열정도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는 코닝사의 고릴라 글라스(Gorilla Glass)를 비롯해 아이폰의 주요 디자인 요소들을 본인이 직접 선정했고,5 빌 게이츠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초창기에 회사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코드를 전부 한 줄 한 줄 검토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6 제프 베이조스는 킨들 전자책 리더기를 개발할 때 실질적인 디자인 책임자(designer-in-chief) 역할을 했다. 7 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검색 엔진의 동력이 되는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을 발명한 일을 간과하면 안 된다.8

5명의 CEO는 각각 고객을 대신해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업계에서 기업을 이끌고 있거나, 이끌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보유한 특허 내역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직접 만들었고, 그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개발하는 데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이에 필자들은 미국에 공개된 모든 특허를 바탕으로 이들 회사에서 낸 특허 중 해당 CEO가 발명가로 기재된 것들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CEO라는 직책을 어떻게 재창조했는지를 알게 됐다. 그리고 이런 창조적 속성을 가진 리더들을 제작자-전문가-리더-관리자(Producer-Expert-Leader-Manager), 혹은 PELM이라 부르기로 했다. PELM은 바로 챔버스가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청중들에게 강조한 리더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사 제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회사 제품을 창조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뛰어난 기술 역량으로 고객을 감동시킨다. 또 직원들 위에서 일하는 대신 직원들 옆에서 함께 일하면서 영감을 준다.

하이테크 기업의 4분의 1 정도는 발명가라는 이중 명함을 가진 CEO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9 업종을 막론하고 CEO의 미래는 그래야 하며, 그런 미래가 이미 우리 발등에 떨어졌다.

특허가 말해주는 것들

세상에서 제일 바쁜 CEO들도 발명과 제작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5명 중 특허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잡스로 총 62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2위는 155개의 특허를 가진 베이조스였다. 더웬트 이노베이션(Derwent Innovation)의 특허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잡스는 대부분의 특허에서 팀의 리더나 ‘제1 발명가’로 등록돼 있었다. 베이조스는 단독 발명가로 등록된 특허가 11개로 다른 4명의 CEO를 훨씬 앞선다는 점에서 두드러졌다. 회사의 전체적인 특허 포트폴리오에서 CEO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니 여기에서도 잡스와 베이조스가 각각 3.2%와 1.3%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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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CEO들이 단순히 발명을 좋아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혁신이 그저 자신의 뿌리와의 끈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자 단순 취미였다면 회사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이들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 수는 비슷하거나 감소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 5명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많은 특허를 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를 보면 잡스가 1985년 넥스트(NeXT)를 창업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애플에서 낸 특허는 딱 한 개였다. 1997년 그는 임시 CEO로 애플에 복귀했고 마치 새천년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을 미리 듣고 온 사람처럼 매년 특허를 내기 시작했다. 그의 생산성은 87개의 특허를 낸 2010년에 정점을 찍었다. 잡스는 자신의 비범한 삶에 걸맞게 고인이 된 이후에도 본인 이름의 특허 219개를 등록했다. 특허 등록 과정이 평균 2년 가까이 걸린 것도 있었고10 잡스가 착수했던 일이 그가 작고한 뒤 팀원들에 의해 완결된 것도 있었다. 잡스의 이력은 여러모로 이례적이지만 베이조스와 페이지, 브린, 게이츠도 비슷한 궤적을 따르며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특허를 냈다. 베이조스의 절정기는 각각 20개와 18개의 특허를 등록한 2009년과 2017년이었다.

분명한 것은 5명의 CEO 모두 시간이 흐르면서 특허의 중요성을 더 크게 절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잡스가 애플 복귀 후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등록한 400개의 특허를 보면 그에게 특허가 최우선 순위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머지 CEO들도 수적으로는 잡스에 밀렸는지 몰라도 전문 지식과 혁신이 CEO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라는 교훈을 똑같이 얻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논문 게재라는 또 다른 지표

필자들에게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업계 전문지에 글을 게재하는 것도 특허 못지않게 제품 제작과 전문 지식에 대한 CEO의 지속적인 헌신을 입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가령, AMD(Advanced Micro Devices)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CEO 자리에 오른 리사 수(Lisa Su)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2017년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엔지니어라는 배경 덕분에 리더로서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직관이 솟구치는 곳이거든요. 더 이상 저를 엔지니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저는 엔지니어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직관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11 또한 리사 수의 엔지니어 경력은 자신이 배운 것을 곧바로 남들과 공유하는 것이 가치 있음을 가르쳐줬다.

리사 수의 출판 이력을 살펴보면, 그녀가 직장 생활 초기에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Institute of Electronics and Electrical Engineers)와 관련된 여러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자체 가열 실리콘-온-인슐레이터형 N-채널 모스펫의 측정 및 모델링(Measurement and Modeling of Self-Heating SOI nMOSFET’s)’이라는 논문은 150번 이상 인용됐다. 반도체리서치(SRC)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 100번 이상 인용된 논문은 전체의 2%밖에 안 된다.12 SRC는 리사 수의 논문을 인용한 사람 중 35%가 반도체 관련 저자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곧 그녀의 동료들이 연구 내용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연구에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녀가 단순히 학술적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다른 연구를 기획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었다. IEEE는 이런 리사 수의 기여를 인정하고 2009년 그녀를 올해의 인물 후보로 지명했다.

만약 리사 수가 AMD의 CEO로 취임하면서 이런 연구 및 논문 작업을 포기했다면 활동의 진정성에 당연히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2013년에는 IEEE 국제반도체회로학회(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s Conference)에서 이기종 컴퓨팅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고, 2017년 IEEE 국제전자기기학회(International Electron Devices Meeting)에서는 멀티 칩 기술에 관한 논문을 공개했다. 13 또 2018년에는 SOI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국립공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 회원으로 선정됐다. 잡스와 게이츠 같은 인물들의 기여도를 확인할 때는 특허 활동을 지표로 삼아 당대 최고의 CEO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자기 전문 지식을 확대하고 제품 제작에 기여했는지를 파악했다. 한편 리사 수 같은 인물의 기여도를 파악할 때는 논문 발표 내역이 특허와 맞먹는 중요성을 갖는다. 그녀 역시 회사에 더 관여하기 위해 CEO에게 전통적으로 요구되던 덕목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역할을 재창조했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CEO로 재임했던 존 마틴(John C. Martin)도 마찬가지다. 마틴은 CEO로 재직하는 동안 회사의 HIV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여러 생화학적 주제에 대해 방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14 그는 2019년 국립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서 수여하는 ‘사회에 기여하는 화학상(Award for Chemistry in Service to Society)’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존 마틴이 20세기에 걸맞은 전통적인 관리자가 아니라 틀에서 벗어난 업계의 선구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존 챔버스가 하버드에서 던진 메시지처럼 21세기에 CEO가 살아남으려면 본인의 역할을 재고해봐야 한다. 우리가 연구했던 경영인들의 성공은 리더십을 바라보는 그들의 폭넓고 실용적인 비전과 결코 분리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존 스컬리(John Sculley)를 애플의 CEO로 영입하기로 했던 결정을 돌아보면서 그 판단이 잘못이었음을 이렇게 시인했다. “영업직들이 회사를 이끌게 되면 제품을 만드는 직원들의 위상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들 다수가 회사 일에 신경을 끄게 됩니다.” 15 그리고 이렇게 부연 설명을 했다. “물론, 수익을 낸다는 건 아주 좋은 일입니다. 수익이 창출돼야 뛰어난 제품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수익이 아니라 제품이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스컬리는 그런 우선순위를 뒤집고, 오직 수익 창출을 목표로 삼았죠. 미묘한 차이지만 그 차이가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당신이 누구를 고용하고, 누구를 승진시키고, 회의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 같은 작은 차이가 말이죠.”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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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짚고 가자. 잡스의 관점에서 스컬리는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만한 CEO가 아니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기업 환경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제프 베이조스가 어떤 식으로든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그의 전문 지식으로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했다면 아마존 직원들은 벌써 몇 년 전 우르르 회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일하기 즐거운 직장이라는 잣대로 보면 그동안 아마존은 다른 하이테크 경쟁사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브래드 스톤(Brad Stone)의 저서인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무료 음식, 사내 스포츠 시설, 직원 자녀들을 위한 탁아소 등 호화로운 특혜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아마존은 어떤가? 아마존 직원들은 “아직도 사내 주차비와 식사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조스는 이 글에서 확인한 덕목들로 직원들을 달래고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책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상처와 병치레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전직 직원들은 종종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그들의 경력에서 가장 생산적이었다고 여긴다.” 18 구글의 래리 페이지도 같은 주장을 했다. “상사로부터 깊이 있는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방면으로는 제 능력이 꽤 괜찮은 편입니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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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이 산업의 지형을 계속해서 바꾸는 가운데 우리가 이 글에서 논의한 리더십 트렌드는 더 이상 하이테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아직 DVD 회사이던 시절 리드 헤이스팅스는 CEO로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실상 발명에 기여했다. 부연하자면 그는 넷플릭스 DVD를 저렴하고 안전하게 배송하는 데 사용된 빨간 봉투의 특허권 보유자 중 한 명이다.20

일론 머스크는 2008년 테슬라모터스의 CEO가 된 후로 5개의 특허를 냈고 이 모든 특허에서 제1 발명자 역할을 했다. 삼성SDI의 CEO인 전영현 사장 역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활약상을 보였다. 전기공학 박사인 그는 SDI의 CEO가 되기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업부장을 지냈다.21 그가 삼성SDI에서 등록한 특허는 총 145개에 달한다. 특히 가장 최근에 낸 특허는 그가 CEO로 취임한 2017년에 등록됐다. 이 같은 혁신의 역사는 전영현 사장을 의심할 것 없이 조직 내 최고 직책에 걸맞은 특별한 후보로 만들었다.

CEO는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을 팔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진 기량을 가져서도 안 된다. 혼자서 애플의 모든 직무를 소화한 스티브 잡스 같은 CEO가 될 필요는 없지만 CEO라면 기본적으로 회사 제품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 사실 이런 측면은 현직 CEO뿐 아니라 후임자 승계 계획을 짤 때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이사회는 제작자와 전문가라는 측면에서 CEO 후보의 이력을 고려하고, 이런 이력으로 단련된 근육들이 어떻게 더 강력한 미래의 지도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 트리샤 그렉
보리스 그로이스버스(Boris Groysberg)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과의 리차드 채프먼(Richard P. Chapman) 후원 교수로 마이클 슬린드(Michael Slind)와 『Talk, Inc.』를 공동 집필했다. 트리샤 그렉(Tricia Gregg)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연구원이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1203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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