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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회사를 바꾸는 것은 미션보다 팀워크

롭 크로스(Rob Cross),에이미 C. 에드먼슨,웬디 머피(Wendy Murphy) | 299호 (2020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흔히들 회사의 뚜렷한 미션, 목적의식이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목적의식이 아니라 개인 간 협업의 수준과 질이 직원 참여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적극적인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1) 리더가 심리적 안전과 신뢰를 강화하고 2) 신뢰가 쌓이면 목적을 주입하고 3) 목적이 생기면 직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단계적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리더가 이렇게 안전과 신뢰를 확립하고, 목적의식을 고취하고, 활력을 창출하는 활동을 많이 할수록, 혹은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칭찬할수록 조직의 협업 수준은 향상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0년 겨울 호에 실린 ‘A Noble Purpose Alone Won’t Transform Your Company’를 번역한 것입니다.

두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회사는 전 세계에 수백 개 지점을 가진 소매 체인이다. 혁신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판매 플랫폼에 속한다. 두 번째 회사는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인 암을 치료하는 병원이다. 이 중 어떤 회사에 더 능동적인 직원이 많을까?

생명을 구한다는 가치에 비추어 후자를 택했다면,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이 당신 혼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필자들이 두 회사 모두에서 시간을 보낸 결과, 병원의 근무 환경은 생각과 달랐다. 실제로는 두려움으로 가득했고, 직원들의 사기가 낮았으며, 이직률도 높았다. 반면 소매 체인에는 분명한 동지애가 있었고, 직원들은 활기차고 열정적이었으며, 고객들은 서비스에 매우 만족했다. 얼추 봐도 소매 기업에 능동적인 직원들이 더 많았다.

기업체는 물론 많은 경영 관련 책과 기사들은 직원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목적의식’을 꼽는다.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 관심 많은 리더 다수는 더 큰 선을 행하거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만큼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건 없다고 믿는다. 이들은 회사의 미션, 일의 의미라는 더 숭고한 미덕을 찬양한다. 그러나 이는 흔한 오해다. 1

필자들이 지난 20년간 300여 개 기업과 과제를 수행하고, 특히 ONA(조직 네트워크 분석, Organizational Network Analysis)를 활용한 연구와 기업 임원 대상 인터뷰를 한 결과, 목적의식은 직원 참여를 이끄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했다. 실제로 참여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개인 간 협업의 수준과 질인 것으로 나타났다.2 이 글은 협업이 왜 그런 효과를 갖고, 이를 촉진하려면 어떤 행동을 채택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탐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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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이 갖는 힘

그간의 모든 성공 이력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워크데이(Workday)가 ‘가장 고무적인 미션’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하면 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재무관리, 인적자원, 기획 업무를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8억 달러 규모의 매출, 1만1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이 회사에 막상 가보면 그런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다. 워크데이는 필자들이 연구한 기업 중 능동적인 직원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최고위직 임원부터 최일선의 직원까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인터뷰한 결과, 이 회사에는 아주 고귀한 미션을 가진 다른 많은 기업에 없는 높은 활력과 열정이 있었으며 기업형 소프트웨어를 재창조하겠다는 일관되고 분명한 의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워크데이의 리더들은 협업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 회사에서 사람과 성과라는 가치 전도사 역할을 하는 그렉 프라이어(Greg Pryor) 전무는 이렇게 말했다. “이는 우리 회사가 직원을 고용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동료와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자신을 기꺼이 바칠 만한 사람들을 찾거든요.”

워크데이에서 직원들 간 협업을 끌어내려는 노력은 출근 첫날부터 시작된다. 이 회사에서는 새로 직원이 입사하면 워크메이트(workmate)라 불리는 베테랑 직원 한 명과 짝을 맺어준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기술적으로 관리된다. 워크메이트가 담당하는 임무 중 하나는 신입 직원이 ‘자기 부류를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즉 본인과 비슷한 가치와 관심사를 가진 다른 직원들을 찾아 연결해주는 식이다. 필자들의 연구는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사람들이 조직을 아우르며 연결되도록 돕는 이런 노력이 직원 보유 가능성을 상당히 높이는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협업을 높이기 위한 워크데이의 노력이 단지 신입 직원을 양성하는 기제만은 아니다. 이런 노력은 관리자를 비롯해 모든 직원의 근속기간 내내 이어진다. 워크데이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은 회사 전체적으로 연결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촉진하고, 관계 네트워크를 육성하도록 고안돼 있다. 가령, 이 회사의 연례행사인 피플 리더십 서밋(People Leadership Summit)에서 임원들과 관리자들의 자리는 평상시 잘 만나지 못한 다른 부서원이나 다른 직급의 직원 옆으로 의도적으로 배정된다.


DBR mini box I
연구내용

1. 본 기사의 기반이 된 연구는 지난 10년간 선도 기업들이 구성한 두 개의 연구 공동체와 함께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2. 첫 번째 단계에서는 ONA를 통해 협업 패턴을 분석하고 산업 전반의 글로벌 기업 수십 곳에서 관계를 이끄는 동인들을 파악했다. 필자들은 또 관계를 구축하고 직원들의 높은 참여도와 낮은 이직률을 이끄는 데 미치는 신뢰와 목적, 활력의 역할을 지도로 그렸다.

3. 두 번째 단계에서는 20개의 유명 기업에 소속된 200명의 리더(여성 100명, 남성 100명)와 인터뷰를 해서 대인관계에서 신뢰와 목적과 활력을 촉진하는 리더십 행동들을 확인했다.


협업에 집중한 워크데이의 이런 노력은 성과가 있었다. 이 회사의 직원 이탈률이 눈에 띄게 줄었고, 직원 95%가 자기 회사를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크데이는 포천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명단에서 당당히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3 워크데이가 협업의 좋은 본보기인 것은 맞지만, 이런 회사가 워크데이 하나는 아니다. ONA를 이용해 집단 안팎의 관계를 지도로 그린 결과(DBR mini box Ⅱ‘협업의 가시화’ 참고.)를 직원 참여도와 만족도에 대한 인터뷰 및 설문, 직원 이탈률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더니 직원 참여도는 리더가 대인 네트워크 및 협업 문화를 얼마나 잘 육성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이런 결과는 워크데이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및 기업에서 일관되게 도출됐다.

그럼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업과 참여를 어떻게 이끌고 육성할 수 있을까? 이는 단계적 프로세스를 통해 가능하다. 첫째, 심리적 안전과 신뢰를 강화하는 리더십 행위가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채택하고, 보상하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라. 이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일단 신뢰가 확립되면 목적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즉 우리가 끝내야 하는 일의 의미와 영향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목적이 주입되면 직원들의 일상적인 열정인 활력을 창출해야 한다. (그림 1) 네트워크 분석에서 참여에 관한 응답들을 펼쳐 놓았더니 이런 단계들을 밟은 리더들이 그렇지 않은 리더들보다 훨씬 더 높은 직원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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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신뢰 확립하기

신뢰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을 감수하고 협업을 통해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도록 자극한다.4 신뢰가 없으면 사람들은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신뢰가 있으면 의구심이 사라지고 정보가 자유롭게 흐른다. 사람들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제시하며,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리더가 심리적 안전감을 확립하면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 직원들끼리도 더 쉽게 서로를 신뢰하도록 만들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사람들이 집단 안에서 반대, 거절당할 것이란 두려움 없이 건설적인 비판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감정을 말한다. 심리학자인 프레데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는 이런 안전감을 위생 요인(hygiene factor)이라 명명했다.5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고 해서 높은 수준의 협업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6 그러나 심리적 안전감이 없다면 협업을 촉진하는 첫걸음 자체를 내디딜 수 없다.

다시 말해,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면 브레이크를 풀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속 페달을 밟아 사람들이 협업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안에 목적과 활력을 생성해야 한다. 이는 2, 3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세부 내용은 아래에서 논의할 것이다.7


DBR mini box II
협업의 가시화

ONA는 조직의 경계, 위계 수준, 직무 안팎에서 그룹 멤버 사이에 영향력이 어떻게 분산돼 있는지 리더들에게 통찰력을 준다. 이는 일종의 MRI 같아서 협업이 건강하거나 병든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런 상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여준다.

ONA로 다양한 유형의 협업 조력자들을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는 사람들을 한데 연결하는 커넥터, 지식과 기술로 타인을 보조하는 전문가, 경계를 넘나들며 하위문화를 통합하는 브로커, 남에게 열정과 흥분을 불어넣는 에너자이저가 포함된다. 또 ONA를 활용하면 에너지 파괴자, 공포 통치자, 미묘한 방법으로 냉소를 퍼뜨리고 모멘텀의 속도를 늦추는 기타 훼방꾼 등 협업 파괴자들도 파악할 수 있다.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3가지 유형의 신뢰가 꼭 필요하다. 8

• 선의에 기반한 신뢰는 심리적 안전감, 그리고 리더와 동료들이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당신의 이익도 생각해서 행동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믿음에서 비롯된다.

• 정직에 기반한 신뢰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 역량에 기반한 신뢰는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는 전문 지식이 그들에게 실제로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리더들은 흔히 이런 신뢰를 쌓아야 할 필요성을 간과한다. 이는 보편적인 맹점 중 하나다. 지난 22년간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450명까지 다양한 집단의 임원에게 신뢰를 쌓는 일, 목적을 심어주는 일, 활력을 창출하는 일 중 개인적으로 가장 습득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물을 때 신뢰라고 말하는 응답자는 고작 전체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리더들에 대한 360도 다면평가를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하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리더에 대한 불만, 정보의 통제, 자기 잇속만 챙기는 행위 등 조직에 불신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불평이 전부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직원은 리더에게 직접 맞서거나 그들의 의도를 해명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9 그렇게 신뢰는 더 훼손돼 나간다.

투자은행에 있는 한 고위 임원은 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뢰를 빠르게 쌓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들을 보면, 저는 신뢰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던 게 확실해 보였어요.” 그녀의 말이 맞고, 그런 임원이 그녀 혼자는 아니다.

신뢰를 확립하고 보조하는 리더십 행동은 아주 다양하다. 조직 안에 신뢰, 목적, 활력을 높이는 27가지 행동은 [표 1]에 정리돼 있다. 가령, 리더들이 자주 듣는 조언 중 신뢰를 쌓으려면 ‘말한 것을 실천하라’는 말이 있는데, ‘실천한 것을 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선의와 정직에 기반한 신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이 어떤 의도로 그 행동을 했는지를 명확하고 애매하지 않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말한 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각종 추측을 하게 되고, 직장에서 추측은 종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한 관리자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제가 하는 일을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오해할 수 있고, 제 의도를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의도에서 그런 일을 했는지 조금만 더 잘 알아도 그런 혼란은 덜 벌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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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리더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역량에 기반한 신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필자들이 인터뷰했던 고위 임원 한 명은 실적 호전이라는 임무를 위해 한 하이테크 기업에 영입됐다. 그는 처음 사업의 기술적 측면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던 임원은 어느 순간 기술적 전문성은 팀의 다른 직원들에게 맡기고, 자신만의 특출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과 팀워크 구축에 집중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편으로는 제 약점을 노출하고 들킬 위험이 있었지만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을 팀에 알렸더니 제 전문 영역과 관련해서는 그들이 저를 더 확실히 신뢰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신뢰받는 리더들은 직원들과 일대일 면담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워크데이에서 일하는 한 관리자는 이런 면담의 절반 이상을 업무 기한이나 실적과 아무 상관 없는 ‘업무 외’ 주제에 할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어떤 일에 관심이 있고, 어디를 가고 싶어 하는지를 알게 되면 그들의 업무를 개인의 의도에 맞춰 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도 그런 의도를 알게 돼 관리자인 저에 대한 벽을 허물게 됩니다.”

신뢰는 개인적인 연결을 통해 더욱 공고해 진다. 이에 워크데이는 아카펠라, 치즈, 가라오케, K팝, 페인트볼, 파워리프팅 등 회사가 후원하는 141개 동호회를 통해 관리자와 직원이 서로 더 연결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또 이 회사는 직원들이 스포츠와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해 서로 교류하도록 독려한다. 이런 업무 외 연결 활동은 신뢰와 동지애를 낳는다.

목적의식 고취하기

일단 사람들에게 신뢰가 생기면 리더들은 조리개를 넓혀 직원들이 하는 일이 조직과 바깥세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훨씬 더 쉽게 보여줄 수 있다. 꼭 사람들에게 본질적으로 의미 있는 임무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협업이라는 맥락을 만들어내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데이비드 실베스터(David Sylvester)는 바로 이 점을 발견했다. 그는 해병대와 여러 비영리 기업을 지휘했으며, 현재는 아마존웹서비스의 신입 직원 성공(new employee success) 담당 이사로 있다. 그는 매출 창출, 생산성 향상 속도, 정보와 결정의 흐름, 협업 과부하, 직원 참여 및 근속 등 사회적 네트워크와 관련된 예측 동인들을 파악하기 위해 다수의 ONA를 실시했다. 이런 작업은 선별적 인재 개발, 리더십 개발, 조직의 효율성 이니셔티브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낳았다. 그중 한 조직은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이 사람과 교류를 하면 그/그녀가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 큰 목적의식을 갖게 되는가?”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도 파레토의 법칙이 작용한다. 조직 내 목적의식의 80%는 20%의 리더들이 심은 것이었으며, 이런 리더들은 직원 근속에 있어서도 다른 리더들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였다.

그다음으로는 이러한 리더들이 어떻게 직원들에게 더 강한 목적의식을 심어주는지를 살펴봤다. 실베스터는 “모든 게 행동과 관련이 있었고, 누구나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 조직은 실베스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임무의 배경을 더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효과적인 리더의 역량 등 ONA 결과를 임원 및 직원들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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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들은 한 유명 투자은행에서 “직장에서 교류한 사람 중에 당신에게 더 큰 목적의식을 느끼게 한 이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상위 600명의 리더에게 던졌다. 목적의식을 고취한 주인공들을 파악하는 데 ONA 분석을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리더들 중 상위 4분의 1은 평균 16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강한 목적의식을 불어넣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하위 4분의 1은 목적의식을 고취한 사람이 평균 1명도 채 안 됐다. 게다가 상위 4분위에 속한 리더들은 더 유능한 직원들을 자기 산하로 끌어들였다. 직원들의 이탈률은 더 낮았고, 팀의 참여율은 더 높았다.

많은 리더십 행동이 팀이나 조직에 목적의식을 고취한다. 가령, 과제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유’를 강조하는 리더들이 있다.11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장군이 1944년 6월 디데이에 군부대를 대상으로 성명을 발표했을 때 그는 전사들이 “위대한 십자군이고, 전 세계의 눈이 제군들에게 집중돼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망과 기도가 제군들과 함께한다”라는 문맥을 강조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전사들이 수행할 행동이 왜 중요한지 그들 스스로 알기를 원했다. 군대에서는 이런 문맥 설정이 표준 행위다. 특히 군인들이 목숨을 건 위험에 처했을 때는 더욱 중요하다. 감수할 위험이 훨씬 낮은 일반 기업체에서는 이렇게 맥락을 설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기업 관리자들도 이런 접근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확인하고, 의미 있는 일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맥락을 만드는 것이다. 단지 데드라인을 지키거나 예산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일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것은 ‘일하는 방식’의 적어도 한 측면이 목적의식을 고취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가진 목적의식과 영향력이 협업의 질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목적은 단지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방식에 내재돼 있다. 리더는 이런 사실을 직원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컨대, 한 포천 500대 기업에서 일하는 C레벨 임원은 새로 팀을 짤 때마다 각 팀원에게 그들을 왜 그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에 포함시켰는지 아주 명확히 밝힌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서로를 인정하게 되고, 그들 중 누구 한 명이 혼자 할 때보다 모두가 협업했을 때 왜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지 알게 됩니다.”

목적의식을 성공적으로 주입하는 리더들에게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행동은 또 있다. 그들은 초기에 권한을 분산해 멤버들이 처음부터 협업해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성취하도록 만든다. 그들은 또 다른 사람들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필자들이 일했던 제약회사의 한 임원은 매주 금요일마다 한 시간을 정해 협업에 특히 크게 기여한 직원들에게 감사 e메일을 보낸다.

직원들에게 활력 불어넣기

신뢰와 목적이 단계별로 구축됐다면, 이제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쪽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동료들과 충분히 소통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활력은 수준 높은 업무 연결과 협업을 이끄는 핵심 자극제다.12

활력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리더는 직장에서 비교적 찾기 힘든 인재다. 그런 만큼 조직에 굉장히 소중한 존재다. 실제로 필자들의 연구만 봐도 활력을 북돋는 에너자이저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조직에서 최고 성과 등급을 받고 승진할 확률이 네 배 더 높았다. 이들이 경력 변화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가능성도 두세 배 더 높았다. 또 보너스를 포함한 성과급도 평균적으로 20∼30% 더 많았다.

에너자이저들은 새로운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지식의 전달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자극을 준다. 이런 점 때문에 그들은 매우 효과적인 변화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런 추진력은 조직이 내부 에너자이저의 존재를 알고 그들의 특별한 능력을 제대로 배치했을 때에만 전략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에너자이저라 하면 항상 팀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넘치거나, 아주 재미있거나, 최고의 이야기꾼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외향적인 사람들이 에너자이저일 것 같지만 그 반대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에너자이저들은 다들 외향적일 것 같지만 내성적일 가능성도 높다. 에너자이저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그들은 자신을 과시해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보다는 타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네트워크 내 교류를 활성화해 정보, 기회, 더 나은 재능, 창의성이 조직 안에서 더 유동적으로 움직이게 함으로써 빛을 발한다.

에너자이저를 성격적 특징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면 기업은 그들을 식별하는 다른 방법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ONA가 또 한 번 활약을 한다. MIT와 하버드가 만든 생의학 연구소인 브로드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인력 분석 이사인 케이트 오브라이언(Kate O’Brien)은 ONA를 통해 두 그룹의 직원 중 에너자이저를 식별할 수 있었다. 전체 1500명 중 약 400명이 에너자이저로 판명됐다. 그들 중 상당수는 암 프로그램과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그룹에 속한 과학자였다.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다. “커넥터, 즉 다른 과학자들의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에너자이저에 속했습니다. 그들은 조직에 정말로 꼭 필요한 인재들이므로, 만약 그들이 이직을 결정하면 열정과 미션 중심의 협업 문화가 조직에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오브라이언에 따르면 이런 분석 결과는 연구소의 고위 임원들에게도 놀라움을 줬다. 에너자이저 명단에는 연구 보조금을 받지 못하거나 기술 측면에서 슈퍼스타로 인식되지 않은 과학자들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다른 귀중한 특징들이 있었다. 에너자이저들은 다른 사람을 ‘개인’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시간을 내서 동료들과 대화를 하고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들은 과학자들이 그런 관심과 도움을 고마워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고, 그런 임무를 자진해서 떠맡았다. 이런 행동은 에너자이저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서 발견되는 주요 리더십 특징 중 하나였다.

유머 감각도 활력을 만들어냈다. 많은 에너자이저는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거나 권위자와 교류할 때 발생하는 자연스런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자기비하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 그들은 직장에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하도록 부추긴다. 한 제약회사의 임원은 팀원들에게 회의를 할 때마다 자신들과 무관한 업계나 회사 관련 웃긴 광고나 동영상을 보면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지시의 골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도록 한다는 데 있었다.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리더들은 종종 활력을 주는 행동의 힘을 과소평가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에너자이저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이들이 이룬 성공은 일을 성사시키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아이디어, 기회, 재능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기회, 재능 등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그들에게 유입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에너자이저가 성공이 유입되는 통로들을 열어 뒀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더들은 어떻게 전진해야 할까?

이런 결과를 리더 집단에 제시하면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럼, 저희 조직의 협업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가 지금 바로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요?” 불행히도 이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은 없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필자들이 분석을 통해 발견한 27가지 행동의 효과는 조직의 역학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긴 해도 27가지 행동은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서로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리더들이 이런 행동을 더 많이 보이고,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칭찬할수록 조직의 협업 수준은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27개 중 어떤 것이든 결핍된 행동이 있으면, 나머지 행동을 얼마나 많이 채택하든 그 간극으로 인해 직원들이 신뢰와 목적, 에너지를 확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이런 행동들을 보여주는 결합 방식과 수준은 리더마다 다르다. 이는 곧 협업 수준을 높이는 해법도 리더마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묘책을 찾기보단 27개 행동 중 당신은 어떤 것들의 귀감이 되고, 또 어떤 것들은 그렇지 않은지에 주목해서 당신의 리더십 행동을 평가해 보라.13 그런 다음 신뢰의 환경을 조성하는 행동부터 시작해서 당신에게 현재 부족한 행동들을 채택하고 나머지 행동들도 계속 연마해 나가라. 이런 체계적인 접근법이 협업과 직원 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롭 크로스(Rob Cross)는 뱁슨칼리지(Babson College)에서 에드워드 A. 매든(Edward A. Madden)의 후원을 받는 글로벌 리더십 교수이자 글로벌 선도 기업 80개의 연구 공동체인 커넥티드 커먼스(Connected Commons)의 설립자다.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노바티스(Novartis)의 후원을 받는 리더십과 경영학 분야의 교수로 있다. 웬디 머피(Wendy Murphy)는 뱁슨칼리지의 경영학과 부학장이자 교수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1207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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