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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리스크와 싸우는 리더의 덕목은 ‘완벽’ 아닌 ‘진실’

위기 때 카리스마가 필요할까?
솔직한 소통 ‘문제해결형’ 리더가 절실

이경민 | 295호 (2020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미국의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의 공통점은 ‘권위주의적’ 리더라는 점이다. 이 3국 정상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상황에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통제하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반면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의 상황 인식을 공유하며 침착하게 대처해 국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위기 상황에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카리스마’가 아니다. 충분한 설명과 정보공유를 통해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완벽 추구’ 리더보다 실수를 인정하고 함께 헤쳐 나갈 의지가 있는 ‘문제해결형’ 리더가 필요하다.


“왜 당신이 리드해야 하는가?
(Why should anyone be led by you?)”

런던경영대학원의 랍 거피(Rob Goffee)와 가레스 존스(Gareth Jones)가 2000년 9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의 도발적인 제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들어선 지금, 많은 사람이 리더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험난한 시기에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당신을 믿어도 되는가?’ 팔로워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을 따라도 될 것인지, 아니면 따르는 것을 중단해야 할지를 마음으로 가늠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둘러싸고 각국의 정상들이 보인 대처 방식을 살펴보는 것은 위기 상황에 어떤 리더십이 효과적일지를 고찰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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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각국의 스트롱맨(권위주의 성향의 지도자)들의 대처 방식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스트롱맨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에서 적을 찾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2월 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야당이 퍼뜨리는) 정치적 사기”라고 했다. 3월20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askforce)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트럼프는 연설문에 적힌 ‘코로나(Corona)’라는 단어를 지우고 펜으로 이를 ‘중국(Chinese)’이라고 고쳐 적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그리고 “(중국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좀 더 일찍 우리에게 말해줬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했을 때까지 우리는 몰랐다”고 전했다. 이는 문제를 외부화하고 자신과 거리를 두어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3월13일에는 검사 키트 배포 지연 등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지적에 “나는 전혀 책임이 없다”라며 책임을 외부로 떠넘겼다. CNN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좌우명과 비교하며 트럼프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외부의 적을 공격하면서 책임을 모면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나 일본 아베 총리도 비슷하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12일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미군이 후베이성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 언론 역시 ‘독감 환자가 대거 발생한 미국이 코로나19 발원지일 수 있다’는 주장을 연일 설파했다. 아베 정권도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명분으로 3월5일 단행한 전격적인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국내 정치 위기 및 외교 실패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받았다. 벚꽃 스캔들, 카지노 스캔들 등 각종 비리,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10월 전후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한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의 은폐를 통해 상황을 통제하려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이로 인해 자국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들 국가와 정상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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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국민에게 피해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고 차분한 대응을 호소했다. 리셴룽 총리는 지난 3월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려 “확산을 막는 것이 더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면 정부는 접근 방식을 달리할 것이고, 그 모든 단계를 알릴 것이므로 공황 상태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충분한 생필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통조림, 화장품 등을 비축할 필요가 없다.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단결되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자”고 호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총리의 호소 이후 사재기 현상이 잦아들었다”고 전했다. 『Twenty-First Century Plague: The story of SARS』의 저자이자 세계보건기구(WHO)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토마스 에이브러햄은 “리 총리의 연설은 싱가포르 국민들이 정부의 능력과 투명성에 높은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에이브러햄은 “리 총리는 어떤 사실도 숨기지 않을 뿐 아니라 상황이 어떻게 나빠질 수 있는지를 얘기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팔로워들은 위기의 상황에서 리셴룽 총리가 보여준 투명한 소통을 기대한다. 리더가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팔로워들은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시진핑 주석이나 아베 총리, 혹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리더가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거나 정보를 은폐하려는 모습을 발견하면 구성원들은 불안해지고 믿을 만한 정보를 찾아 요동하게 된다.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교수는 저서 『굿보스, 배드보스(Good Boss, Bad Boss)』에서 굿보스는 괴로운 사태가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알리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고 했다. 리더의 이러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괴로운 상황이 다가오는 순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하고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경감시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에는 매일 나치의 폭격이 있었다. 한편, 교외에서는 폭격이 뜸해서 1주일에 한 번 정도였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한 궤양 환자는 폭격이 매일 있던 런던이 아닌 교외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이유는 런던의 경우 공습경보 사이렌이 정확해서 런던 사람들은 사이렌이 울리지 않을 때는 아무 걱정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외는 1주일에 한 번꼴이지만 언제 폭격이 일어날지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사람들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조직에서 리더는 이런 공습경보 사이렌과 같은 정확성과 투명함으로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임금 삭감이나 구조조정, 인수합병이나 직장 폐쇄 같은 실제적인 위협이 예상되는 순간에는 리더가 더욱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구성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에서 리셴룽 총리와 같은 리더십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 아베 총리 같은 리더십을 더 자주 목격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왜 위기 상황에서 외부로 책임을 떠넘기고 정보를 숨기거나 통제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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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게 된다. 시진핑 주석도,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도 장기 집권의 야망이 매우 강하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 어떠한 무리수를 써서라도 조기 종결시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 올림픽 연기가 확정된 후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올림픽 개최를 위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거나 정보를 은폐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조직에서도 리더들이 위기 상황에서 조직과 구성원을 위한 결정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결정을 내릴 때 불투명한 정보 처리, 은폐, 조작, 혹은 외부로의 책임 전가가 증가한다.

코칭에서 만난 한 성숙한 리더는 “후배들이 앞으로 일할 조직을 제가 잠시 빌려 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구성원들이 일할 조직을 지금 잠시 자신이 맡고 있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그 리더는 청지기의 심정으로 구성원들을 위해 좋은 조직이 되게끔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많은 리더가 조직을 자신이 임시로 후배들을 대리해 맡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조직을 내가 세웠고, 내가 곧 이 조직’이라고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해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 위기가 닥치면 후배들, 그리고 현재의 구성원들을 위해 좋은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내가 더 오래 이 조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즉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방향으로 일을 도모한다. 그것은 때로는 조직 내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희생양 찾기로 번지기도 하고,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거나 상부와 아래 구성원들 사이에서 정보를 독점하는 등의 문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로버트 서튼 교수의 표현처럼 굿보스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넘어서서(자신의 안위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고) 조직 전체를 위해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의 전환이 필요하다. 위에 언급한 3명의 정상이나 조직에서 자신이 더 오래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의 경우 자신의 안위 때문에 자리에 집착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아니면 이 자리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집착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비전, 내가 만들고 싶은 조직의 모습을 나 아니면 구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위기 상황에서 자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특정 사람이 아니면 안 됐던 국가도, 조직도 없었다. 내가 지금의 위기를 감당하다 같이 흘러가게 된다고 해도 조직은 다음 리더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근시안적인 집착에서 벗어날 때 조직을 위해 진짜 필요한 결정들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나 외의 구성원들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리더는 상황에 대해 투명한 소통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구성원들에게 정보를 줬을 때 오히려 혼란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해 정보를 독점하고 공유하지 않는다. 최근 만난 한 임원은 외부의 기업들이 자금 위기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정보를 조직에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고민했다. 팀원들이 그런 소식을 들으면 우리 조직도 위험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동요해 일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이직을 고민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문제는 사실을 전하지 않는다고 해도 리더의 내적 불안과 걱정은 비언어적 방식으로 조직에 전염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임원은 조직원들에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고 비용 지출을 삭감하는 결정을 자주 내렸다. 그러자 구성원들은 부정적 신호를 감지해냈고, 이로 인해 조직 불안감이 증폭됐다. 그리고 임원이 말을 아끼는 사이 다른 루트로 외부 회사들의 문제 상황이 실제보다 더 과장된 형식으로 소문으로 퍼지게 됐고 구성원들의 동요는 더욱 커졌다.

또 다른 임원은 성과 보상의 형평성 문제로 필자에게 코칭을 의뢰했다. 그는 새로 부임한 부서가 작년까지의 실적이 높았음에도 다른 부서들에 비해 매우 낮은 보상을 받아 구성원들이 크게 불만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자신이 작년부터 있었다면 보상에 대해 상부와의 조율을 어느 정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자신으로서는 부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져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선, 그에게 임원으로서 파악하고 있는 정보를 모두 솔직하게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도록 권했다. 그리고 섣부르게 상황을 자신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과잉 약속하기보다는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계속 공유하겠다는 약속을 구성원들에게 해주라고 조언했다.

그는 즉시 e메일로 전체 구성원에게 자신이 현재까지 파악한 전후 사정에 대해 솔직히 적고, 상부와의 추가적인 조율을 앞으로 할 예정이며,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을 다시 공유할 것임을 밝혔다. 구성원들은 e메일의 내용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반기며 새로운 임원에 대해 높은 신뢰감을 표현했고 사태는 빠르게 진정됐다. 구성원들이 정보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신뢰한 리더는 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했고 그것만으로도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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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투명한 소통을 막는다. 앞서 살펴본 세 명의 정상은 모두 스트롱맨으로 유명하다. 약점을 잘 인정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행동한다. 많은 리더가 조직에서 이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 잘 모른다는 것을 시인한다는 것, 해낼 수 없다는 한계를 공식화한다는 것은 이런 리더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야 하는 상황이 오면 외부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상황을 외면해 자신의 부족함을 가린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심리학적 기제가 작동한다.

하나는 구원자 신드롬(savior syndrome)으로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구원하겠다는 무의식적 욕망이다. 메시아처럼 나는 완벽한 사람이고, 그래서 모든 문제의 답을 내가 가지고 있으며, 나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리더 스스로 가지는 것이다. 자기애성 인격 성향(Narcissistic personality trait)을 가진 리더들이 특히 이런 내적 환상을 가진다. 다른 하나는 대중, 혹은 구성원들이 구원자에 대한 환상을 리더에게 투영해 완벽함을 바라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리더라면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유능해 어떠한 문제에서건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전지전능의 환상(omnipotent wish)을 리더에게 투사(projection)하면 리더는 그 기대에 자신이 부응하지 못할 때, 즉 자신의 불완전함이 노출될 때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완벽을 가장하게 된다.

두 가지 심리 기제가 동시에 발현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가 특히 그러하다. 대중은 문제를 단칼에 해결해 줄 메시아를 원하고, 나르시시즘을 가진 리더는 그 욕구에 부응해 자신을 부풀려 대중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투명한 소통은 요원한 길이 된다. 또는 취약한 자존감을 가진 리더가 구성원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면 실망하고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완벽함을 가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리더란 모든 것을 잘 알고, 모든 것을 잘 해내며, 인성도 훌륭한 슈퍼맨이 돼야 한다는 가정을 근간으로 리더십 교육을 한다. 과거 엄청난 위기를 극복한 위인들의 사례가 많이 공유되기도 한다. 이순신 리더십이나 세종대왕의 리더십, 처칠의 리더십 등이 그러하다. 이런 위인들의 사례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자 함이지 그들처럼 우리가 완벽해야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실제로 그들이 완벽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러한 리더십 교육이나 글을 접한 리더들은 마음속으로 ‘나만 이렇게 문제인 건지, 나 말고 다른 리더들은 다 저렇게 훌륭한 건지’ 고민하고 ‘앞으로는 나도 겉으로만이라도 더 훌륭하게 보여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더욱 약점을 감추고자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는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처럼 역사에 남을 위인이 전혀 아니고 그들과 비견해 성품이나 역량을 견주기에는 매우 부족한 존재다. 그것은 나뿐 아니라 지금 조직을 이끄는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왜 당신이 리더가 돼야 하는가”라고 던진 질문에 랍 거피 교수는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더 ‘나’다워져라,더 많은 역량과 능력을 겸비하고 헌신하는 리더십을 갖춰라”라고 답을 내렸다. 완벽한 누군가가 되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진짜 모습에 더 가까워지는 것, 약점도 한계도 인정하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가 구성원들과의 투명한 소통에는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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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 조직의 리더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 극한의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 책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을 쓰고 이라크전쟁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부대를 이끈 조코 윌링크(Jocko Willink)는 미 해군 특수부대의 탁월한 리더들이 가진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으로 극한의 오너십을 꼽았다. 자신의 임무뿐만 아니라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실수로 임무가 실패로 돌아가도 남을 탓하지 않는다. 변명도 하지 않는다. 위기나 장애물을 만나면 불평하는 대신 대안을 궁리해 문제를 해결한다. 맡은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자산, 인간관계, 자원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자존심을 억누르고 임무와 부하들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는 이러한 태도를 극한의 오너십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의 시간에 우리가 리더에게 바라는 투명한 소통도 이러한 책임감에서 출발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위험이 예상될 때 리더가 책임감을 가지고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구성원들은 리더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쓴 세계적인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도 위기의 결과와 관련된 12가지 요인 중 1, 2번을 ‘위기 상태의 인정’과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의 수용’이라고 설명한다. 정확한 상황 판단, 그에 대한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상부와 구성원들에게 솔직히 공유하는 태도, 그것이 투명한 소통의 시작이다.

둘째,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정확한 상황 판단을 바탕으로 단순하고 쉬운 언어로 반복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충분히 조직에 설명해야 한다. 한두 번의 설명으로 구성원들이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복해 여러 매체를 이용해 리더가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 간결한 언어를 사용해 설명해야 한다. 특히 책임을 모면하는 방식이나 모호한 언어, 주어를 알 수 없는 화법으로 상황을 설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왜 벌어지는지를 신중하게 설명하면 그로 인한 피해(구성원의 동요, 이직 의도의 증가, 업무 몰입도의 저하 등)를 줄일 수 있다.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 등이 예상될 때 사람들은 루머에 휩쓸린다. 조직에서 정확한 정보의 공개를 늦출수록 조직 내에 소문은 더 증폭되고 사람들은 업무보다는 업무 외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므로 불가피한 손실이나 예상되는 부정적 상황 등 전하기 껄끄러운 주제라 할지라도 충분히 반복해 설명해야 한다. 또한 필요 시 언제든지 리더나 조직에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구성원들에게 주어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그들의 입장에서 공감하며 소통해야 한다. 리더들과 팔로워 사이에 소통과 관련해 종종 가장 큰 견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이 공감과 관련된 부분이다. 많은 리더는 자신들이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나 지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넘어 그 사실이 영향을 미치는 대상의 상황과 심정에 대한 공감이 같이 이뤄질 때 구성원들은 리더와 투명하게 소통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와 관련, 저명한 심리학자인 제럴드 그린버그(Jerald Greenberg)는 2006년 평균 10% 정도 임금 삭감을 당한 322명의 간호사를 40주에 걸쳐 연구했다. 처음 몇 주 동안 간호사들은 불면증을 호소했다. 그린버그는 간호사들의 절반가량을 감독하는 수간호사 19명에게 커뮤니케이션, 공감 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받게 했다. 수간호사들은 이를 통해 부하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다가서고, 걱정거리를 들어주며 공감하는 방법을 배웠다. 교육을 받은 수간호사팀에 속한 간호사들은 한 달 내에 수면 문제가 두드러지게 줄어들었고 6개월 후에는 거의 감봉 전 수준까지 수면 문제가 개선됐다. 그러나 교육을 받지 않은 수간호사팀의 간호사들은 수면 문제가 지속됐고, 사표를 낸 간호사들(44 대 20)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리더가 구성원들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한 2차적인 피해를 줄이고 구성원들과 진심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위기는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이 시기에 우리는 리더들이 보였던 모습으로 그들의 리더십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리더에게 완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기를 바란다. 부족한 정보,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 통제할 수 없는 여건들, 그 모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힘이 나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믿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리더를 팬데믹 시대의 구성원들은 바라고 있다.


필자소개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 kmlee@mindroute.co.kr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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