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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쇼크를 이기는 리더 심리학

패닉에 빠진 리더여, 불안에 떨지말라
파국적 비관론 거두고 멈춰서 생각하기

이경민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가 경영 현장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리더들도 불가항력적인 위기상황으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리모트워크에 당황하며 실시간 온라인 회의를 주도하는가 하면 당장 생산 가동이 중단되면서 납품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에 좌절하기도 한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리더들은 유사한 스키마(Schema)를 보인다.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자신의 내적 요인을 찾는 비율이 높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 심하게 자책하기도 하며 △상황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사고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리더는 스스로 불안 심리를 그대로 표출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감정을 합리적으로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리더에게과도한 책임과 역할이 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실행해야 한다.


“하루 종일 화상으로 회의가 잡혀 있어서 이건 뭐, 평소보다도 더 힘듭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사가 재택근무를 하게 된 회사의 직원과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재택근무 동안 밀린 업무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그 기대를 접었다. 재택근무 동안 일을 느슨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부서장들이 화상회의 스케줄을 빼곡히 잡아놨기 때문이다. 아침 10시부터 6시까지 한 시간도 비우지 않고 채워진 화상회의 때문에 그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필요한 회의 주제도 있었지만 단지 직원들이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급하게 잡힌 불필요한 회의도 많아 결과적으로 바쁘기만 하고 제대로 된 일은 할 수 없는 재택근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와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깊다. 더불어 조직마다 리더들의 불안도 높아졌다. 평소에도 회사를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인식하는 리더들인데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은 그야말로 위기 그 자체다. 그러다 보니 위의 사례처럼 재택근무를 하는 구성원들을 불신해 불필요한 회의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시간마다 업무 보고서를 내라고 닦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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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하락하는 성과지표를 방어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ing)을 하면서 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사하는 리더들도 있다. 예상치 못한 위기의 상황에서 리더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도한 불안은 조직 전반에 확산되고, 구성원들의 동기를 더욱 저하시켜 성과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렇게 의도하지 않았던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불안을 잘 다스려 조직의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불안에 대해 의학적, 생리학적으로 살펴보자. 불안은 개체가 생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보호 반응이다. 흔히 뇌의 한가운데 있는 편도(Amygdala)가 공포나 불안과 같은 감정을 관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편도 자체는 불안의 느낌을 만들지 않는다. 편도와 관련된 일련의 회로(circuit)는 위협을 감지하고 방어 반응을 조율해 생물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돕는다.

불안심리의 권위자인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는 『불안(Anxiety)』이라는 책에서 이를 방어 생존 회로(Defensive survival circuit)라고 불렀다. 생물의 안락(安樂)이 잠재적으로 도전을 받거나 향상될 때 이 생존 회로가 활성화된다. 이를테면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뉴스에서 이에 대한 보도가 반복되면 우리의 뇌는 위협이 되는 상황을 인지한다. 우리 뇌의 방어 생존 회로가 활성화되며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감각적 환경에 대응하고 눈앞에 있는 명확한 위험에 집중하는 한편 다른 잠재적 위해 요소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처럼 생존회로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를 과거의 유사한 기억과 연결해 불행한 사건이 ‘나 자신’에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우리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즉, 불안은 우리가 개체의 연속성을지속하기 위해 발동하는 생존 회로를 나와 연계해 해석할 때 생기는 정서이다.

그러므로 불안은 개체가 생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불안이 잘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개체는 위험에 노출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대처 전략을 세울 수 없다. 그 결과 생존이나 개체의 안락은 크게 위협을 받게 된다.물론 모든 사람이 불안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기질이다. 기질적으로 불안에 덜 민감하거나 더 취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정신과 의사 로버트 클로닝거(Robert Cloninger)는 외부 환경에서 오는 자극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기질을 4가지로 나누었다. 위험 회피, 새로운 자극 추구, 보상의존, 지속성이 그것이다. 그중 위험 회피 기질(harm avoidance)이 높은 경우에는 작은 리스크에도 행동이 억제되거나 위축된다. 이런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코로나19처럼 돌발적인 위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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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불안이 증폭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편도 자체가 불안을 만들어 낸다기보다 편도 회로에서 생존을 위한 보호 반응이 활성화되면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이 이 상황을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불안이나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사람마다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은 자라온 환경과 과거의 경험, 학습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인지적 틀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데 심리학적으로 ‘스키마(schema)’라고 지칭한다. 인지치료 창시자인 아론 벡(Arun Beck)은 스키마를 ‘행동을 지배하는 구체적 규칙으로 자신, 세계, 미래를 보는 개인의 습관적인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사람마다 자라온 배경이 다르고 겪은 경험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 다른 스키마를 형성하게 되고, 동일한 생활사건의 의미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이를테면 가족을 감염질환으로 잃은 사람은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볼 때 ‘질병에 대한 취약성’과 관련된 스키마가 활성화돼 더욱 위협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리더들은 어떨까. 불행히도 위협에 과도하게 압도되는 유형의 리더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내부가 아닌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적인 외부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유형의 리더들은 작은 자극도 쉽게 파국적 사고(catastrophic thought)로 진행된다. 모든 것이 다 끝장날 것 같고, 이번 일로 조직도, 자신의 부서도, 자신의 커리어 자체도 모두 망칠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갖는다. 그 불안감은 이성적 사고의 틀을 넘어 진행되고, 주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부정적 심리를 전가해 같이 불안해지도록 만든다.

임원 코칭을 진행해 보면 불안도가 높은 리더들은 몇 가지 비슷한 양상의 스키마를 보인다. 살펴보기에 앞서 이러한 스키마가 일부 ‘나쁜 상사’에게 국한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리더에게서 조금씩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자신의 내적 요인을 과도하게 많이 찾는다. 즉, ‘상황은 나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 라고 믿는다. 리더십 검사 중에 통제 소재에 대한 질문이 있다. 성공이나 실패가 나의 능력이나 노력과 같은 내재적 요인에 달려 있는지, 운이나 주변 사람들, 기회 등과 같은 외재적 요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대부분의 임원은 내재적 요인과 관련된 항목에 높은 긍정응답률을 보인다.

이런 생각을 강하게 할수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노력한다면 개척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불굴의 의지를 발휘한다. 그러나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한다. 또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이런 리더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개인으로서는 예상할 수도, 막아낼 수도 없는 돌발적인 상황조차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여기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주변으로 투사해 구성원들을 더욱 독촉한다. “불안은 흔들의자와 같다. 뭔가 계속 하게 만들지만 결국 제 자리다”라고 작가 조디 피콜트가 말한 것처럼 이런 리더들은 부단히 무언가를 하지만 결국 불안으로 인해 상황은 나아지는 것 없이 그저 분주하기만 할 뿐이다.

둘째, 처벌(punishment)에 대한 인지도식이다. 심리도식치료의 창시자 제프리 영(JefferyE . Y o u n g )에 따르면 처벌과 관련된 도식(schema)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다. 그러한 실수는 의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관련된 것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떠한 상황이건 간에 잘못했다면 책임지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수반한다. 이런 믿음을 가진 리더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상황에 대해서 조차 자신 혹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여긴다.

이런 상황을 잘 참지 못하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처벌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럴 경우 때로는 희생양을 찾기도 한다. 그 희생양은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조직 내의 다른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 상황을 악화시킨 사람, 그 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몰아서 단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는 리더는 불필요할 정도의 자책을 보이며 모든 일을 자신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과도하게 낙담한다. 반면에 조직 내의 다른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게 되면 리더는 불가피하게 생긴 조직의 손실과 매출의 감소 등을개인적인 문제로 치환해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조직에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셋째, 흑백논리 또는 이분법적 사고다. ‘도 아니면 모’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발달한 경우 문제 상황에서 유연하게 생각하기보다는 파국적 사고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로 인해 이번 분기에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 올해는 모두 망쳐버렸다. 나의 경력과 조직은 이제 가망이 없다’는 식으로 비관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고를 가진 리더들은 지금은 비록 상황이 좋아 보이더라도 이는 일시적이며 결국에는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을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경직된 인지도식을 가진 리더들의 경우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직 전반에 높은 긴장감이 흐르게 한다.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조직을 다루는 데도 여유가 없다.

최근 임원들과 워크숍 중에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임원들이 자신들도 마이크로 매니징이 구성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조직원들에게 권한 위임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이 전시(戰時)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쟁 상태인데 어떻게 느긋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보장해 줄 수 있겠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상황을 이렇게 인식하는 리더들에게는 창립 이래로 전시(戰時)가 아닌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의 심리상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선, 멈춰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방어동기 상태는 비의식적, 비인식적 과정이다. 이에 대한 전전두엽의 해석이 감정의 색채와 정도를 결정한다. 보통 이 과정은 매우 순식간에 일어나고 평소 하던 방식으로 자동적으로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에 개인은 그 과정을 인지할 새도 없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 순간 리더는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미리 손을 쓰지 못한 자신 혹은 부하 직원에 대한 분노, ‘앞으로 장기화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 위에서 자신에게 책임을 추궁할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게는 ‘뭐 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다’는 슬픔 등등 그 순간에 떠오르는 해석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의 조합과 강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감정에 따라 이후의 행동이 달라진다. 분노를 느낀 리더는 자신 혹은 부하 직원에게 화를 낼 것이고, 불안을 느낀 리더는 안절부절 못하며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두려운 리더는 패닉에 빠져 얼어붙을 수 있고, 슬픔을 느끼는 리더는 자포자기하고 낙담할 것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경직된 사고방식이 많은 리더일수록 상황을 정도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해석(‘다 나 때문이야. 내가 다 해결해야 해. 잘못이 생겼으니 내가 벌을 받아야지. 상사가 나를 질책할 거야. 이 일로 나는 완전히 무너질 거야’ 등)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후 행동도 상황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하게 된다. 이럴 때 멈춰 서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합리적인지, 상황에 대한 다른 가능한 해석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부정적 감정과 행동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이기 때문에 리더인 내가 예상할수도 없었고, 불가항력의 상황이기 때문에 나나 부하 직원이 책임을 지거나 추궁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조직이 일정 기간 생산량 감소로 인해 완전히 파산하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불안이나 두려움,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져서 당분간은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다른 원자재 수급 루트를 찾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시간이 없어 해보지 못한 생산방식의 혁신을 시도해 현재의 원자재만으로 생산량을 맞춰야겠다고 계획할 수 있다. 이처럼 역기능적인 사고가 나의 판단과 생활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멈춰 생각을 바라보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메타인지(Metacognition) 혹은 mentalization이라고 한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상황을 맡기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며 합리적인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위기 상황에 빠진 리더에게 특히 중요하다.

임원 코칭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제언이 ‘멈추어서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정말 지금이 전시 상태인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잘못되면 전쟁처럼 모든 것을 잃고 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내가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상황과 나의 해석을 분리하도록 돕는다. 생각을 멈춰 서서 찬찬히 바라보면 생각 사이의 논리의 부조화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보다 합리적인 해석으로 전환하면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상황을 이끌 수 있는 힘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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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으로서는 리더들이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현실적으로 KPI를 조정해야 한다. 위기 상황임에도 조직이 원래의 목표만을 고수하면 개인과 리더는 몸을 갈아서라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기 쉽다. 그리고 그럴 경우 원하는 목표 달성을 이루기보다는 예견되는 실패에 대한 자기방어, 부서 이기주의, 상호 비방, 희생양 찾기 등으로 조직이 균열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명확한 역할과 책임(Role and Responsibility)과 이에 따른 공정한 성과 관리를 해야 한다. 구성원부터 리더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무엇이고 그에 대한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의 돌발변수에 대해 개인이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일은 적을 것이다. 리더들이 어떤 일이건 잘못이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과 구성원들을 몰아세우는 경우도 막을 수 있다. 명확한 역할과 책임이 공정한 성과관리를 통해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을 미리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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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불안을 낮출 수 있는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제도화해야 한다. 조직의 불안은 리더에게 전가되고 리더의 불안은 구성원에게 확산된다. 조직이 외부의 위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위협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며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어떤 노력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명시적 메시지와 비명시적 문화를 일치시켜야 한다. 조직이 이 상황을 우리가 극복해낼 수 있다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믿는다고 명시적으로 말하면서 실제로는 근태를 믿을 수 없어 시간별로 업무 현황을 관리하려 한다면 구성원들의 불안은 가중될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의 대가인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보나노(George A. Bonanno)에 따르면 자연재해나 자녀의 사망 등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 중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는 빈도는 3분의 1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어떤 경우든 나머지 사람들은 회복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회복력을 발휘하는 개인은 많은 능동적 대처 방법을 갖고 있고, 특정 맥락에 가장 적절한 대처를 고르는 데 능숙하며, 환경과의 되먹임을 이용해 필요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조정하는 데 뛰어나다고 했다. 조직도 리더도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유연한 대처를 통해 회복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불안 속에 잠재해 있던 문제들이 더욱 심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할 것인가. 조직과 리더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 kmlee@mindroute.co.kr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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