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애자일 조직과 리더십

리더는 지시자가 아닌 조율자! 신뢰-자율의 ‘애자일’로 변신하라

248호 (2018년 5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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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 위계적 조직 문화를 혁신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은 기존 관행이나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만든 관료적 위계 구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히려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 일하는 방식과 인사 체계 모두에 변화가 요구된다. 일하는 방식과 인사관리 체계, 리더십 등 모든 분야에서 유연성과 적응성을 강조하는 애자일 구조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리더는 지시자가 아닌 조율자로서, 또 조직문화의 설계자로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이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과 트럼프 대통령의 아마존 비판 등 악재로 다소 줄어들기는 했으나 2018년 4월 초 기준 4개사의 시가총액은 총 1조9650억 달러(알파벳 7000억 달러, 페이스북 4600억 달러, 아마존 6800억 달러, 넷플릭스 1250억 달러)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회사들 대부분이 2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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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통계를 보자. 미국 워싱턴대 올린경영대학원(Olin Business School)의 연구에 따르면, 2025년까지 포춘 500대 기업 중 40%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10년 동안 40%의 기업이 사라진다니 현재의 포춘 500대 기업에는 공포에 가까운 예언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20년 전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들이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그 영향력을 막대하게 키우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연구 결과가 터무니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2017년 초만 해도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실체가 없다’ ‘한국만 호들갑이 심하다’ 등의 비판적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 환경의 변화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섰다. 위에서 언급한 회사들의 시가총액은 미국 경기 호황세를 타고 최근 1∼2년간 4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들의 성장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인재와 데이터를 독점하는 압도적인 사업기반, 즉 ‘플랫폼’에 있다. 이들 기업은 초연결, 초지능, 초경쟁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독점하고 닥치는 대로 회사를 사들이며 그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여전히 전통적 사업을 영위하는 몇몇 대기업에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공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만한 현상일지 모른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의 성장을 가능케 한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많은 기업이 위기의식을 갖고 디지털 변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위계적 조직문화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문화와 관련한 담론이 최근 자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체로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분위기, 또는 인재 정책이나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 등에 국한돼 있다. 많은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 방안을 고민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번 기고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시야를 가져야 할지 구조화하고, 영역별로 대안을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조직

조직문화를 논하기 전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현재와 같은 기업조직의 형태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짚어보자. 이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많은 국내 기업이 현재의 위계적/피라미드 형태의 조직(조직구조뿐만 아니라 이에 기반한 조직운영방식을 모두 포함)을 전제하고 기업 문화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함이다.

맥킨지(McKinsey)는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 ‘애자일 조직의 5가지 특징(The 5 trademarks of Agile Organization)’에서 전통적인 위계조직을 ‘구시대 패러다임(old paradigm)’이라고 규정했다. 1900년대 초반 많은 자동차 생산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던 포드자동차가 10여 년 만에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60%를 점유할 만큼 놀라운 성장을 기록한 데는 조직을 ‘기계화’해 노동생산성을 극도로 높인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은 이후 100년간 ‘관리의 시대(the management century)’를 주도해오다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의 흐름 속에서 그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 맥킨지 리포트의 분석이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가 ‘애자일(Agile)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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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조직은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탄생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미래 조직의 운영 방식을 대변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이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애자일 조직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애자일 조직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애자일은 과거 조직 패러다임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첫째, 인력 관리 방식에 대한 철학의 변화다. 과거의 위계적 조직이 ‘명령과 통제’에 기반해 사람을 관리했다면 애자일 조직은 ‘신뢰와 자율’에 기반한다. 즉,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조직을 ‘기계’로 보고 사람을 그 ‘기계’에 속한 자원으로 봤다면, 미래에는 인공지능(AI)이 단순한 업무를 대체하는 가운데 인간 개개인이 가진 재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설계될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조직구조의 영속성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한번 조직구조가 정해지면 최소 1년 정도는 고정된 부서에서 정해진 업무를 수행했다. 이른바 ‘상시조직’ 형태다. 하지만 앞으로의 조직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organism)로서 기본 기능을 담당하는 플랫폼만이 상시적으로 존재하고 나머지는 수시로 이합집산, 재조직화하는 형태가 보편화할 것이다. 빠른 시장 변화 및 고객 대응을 목적으로 서로 다른 배경의 구성원들을 한 조직으로 묶었다가 풀고, 또 다른 조직으로 묶는 과정이 반복된다. 마치 아메바처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형태로 단순히 회사 내의 타 조직뿐만 아니라 회사 경계를 넘어 생태계 내의 외부 이해관계자들과도 수시로 이합집산을 거듭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의 상시화와 지속성을 전제로 하는 조직 내 계층이나 서열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책임과 권한의 이동이다. 애자일 조직은 신뢰와 자율의 철학에 기반해 책임과 권한을 조직의 하부로 대폭 위임한다. 과거 조직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위로 올리면서 결국 의사결정자와 실행자가 상당 부분 분리되고 그 결과, 고객과 의사결정자는 매우 멀어지고 말았다. 반면 애자일 조직에서는 고객과 맞닿은 단위조직이 대부분의 E2E(End to End) 의사결정 권한 및 책임을 보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실행자와 의사결정자가 대부분 일치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처한 가장 큰 위협은?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마주하는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 구글과 페이스북,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일까? 이미 은행을 비롯한 다수 산업이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확장을 통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기존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쟁자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고 이 과정에서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위협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위기는 조직 내부에 있다.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수행한 ‘2016 Digital Business Global Executive Study and Research Project’에 따르면 대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조직 자체의 ‘관성’이다. ‘관성과 관행’이 조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이러한 관성이 깨지기 어려운 이유는 ‘성공 경험’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포드자동차 이후 100년 가까이 많은 기업이 위계조직을 기반으로 성공해왔기에 이러한 관성은 거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에는 이러한 관성, 관행 중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미래 조직으로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을 저해할까?

첫째, 리스크에 대한 태도와 의사결정 프로세스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리더들이 실험을 장려하고, 실패를 질책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 임원 입장에서 이런 조언이 달갑지만은 않다. 실패가 나중에 성공을 가져온 원천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당장은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이 투명해지고, 경쟁우위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 한 번의 실패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1 따라서 리더들은 실패를 용인하면서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한국 기업이 실패 용인과 리스크 관리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좀 더 솔직하게는 책임을 분담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의사결정자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거버넌스 체계가 옥상옥(屋上屋)일수록, 경영상의 위기가 커질수록 심화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리스크를 줄이려는 기존 관성이 시장에서의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만든 관료주의적 조직이
4차 산업혁명 환경하에서는 가장 큰 리스크에 노출된 조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핀테크 기업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시장을 내어주고 있는 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조직 간 장벽(Silo)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독식하거나, 협업하지 않는 습관이다. 지난해 말 조직문화 진단을 위해 만난 한 기업 직원은 “우리 회사의 전략은 전략팀의 기밀이다. 회사가 해외에 공장을 짓는 데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는 것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정보의 단절이 업무 몰입도를 심각하게 저하시킨다고 전했다. 필자는 여러 기업을 진단하면서 위계적인 조직일수록 정보가 피라미드의 상층부에서만 집중되며 임직원들이 이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례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만났던 또 다른 기업의 직원은 CEO의 의중을 구조적으로 빨리 파악할 수 있는 특정 부서에서 한발 앞서 성과분석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다른 부서와 공(功)을 나누고 싶지 않아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른 부서가 비슷한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등 극심한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CEO가 회의 중 물어본 사안에 대해 모든 임원이 (자신의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를 각자 따로 만들어 지참하고 다음 회의에 들어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 번째 장애 요인은 바로 상사(Boss) 중심의 조직문화다. 국내 기업치고 ‘고객 중심’이라는 단어가 회사의 미션이나 목표에 들어가지 않은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은 ‘고객’을 섬긴다기보다는 ‘상사’를 섬기고 지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상사’가 고객가치를 증대시키는 통찰력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줄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계 조직에서 상사는 고객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얼마 전 만났던 기업의 한 생산관리직 엔지니어는 공장 현장에서 고객 가치와 직접 관련된 업무를 하는 시간은 한두 시간뿐이고 오히려 사무실에서 상사가 요구하는 보고서를 쓰거나 상사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이 전체 업무의 70%를 차지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고객이 공장을 방문하는 중요한 상황에서도 엔지니어들끼리 상사에게 보고할 자료를 만드느라 미팅 참석을 서로 미루다가 고객과의 약속을 깰 뻔한 경험도 했다고 한다.

관성을 뛰어넘는 동력을 만들자

그렇다면 이렇게 뿌리 깊은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문화란 사실 기업의 전략과 성장단계, 성과, 사회적 배경까지 매우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광의의 요인들을 제외하고 1차적인 요인이자 우리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변화의 축은 세 가지로 정리될 것이다.

1. 일하는 방식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변혁해야 한다. 최근 필자가 한 국내 대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우선 말단 직원부터 중간관리자 직급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해 그들이 직접 일하는 시간을 기록하게 하고 단위 업무마다 고객가치 창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일주일 동안의 업무를 분석한 결과 고객가치에 기여하지 못하는 활동이 전체 업무시간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분석해봤더니 위에서 언급한 관성이 그대로 데이터에 드러났다. 즉, 리스크에 대한 태도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 문제가 전체 원인의 20%를 차지했다. 또 조직 간 장벽(Silo)으로 인해 불필요한 중복 보고나 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10%, 마지막으로 상사(Boss) 중심의 업무 진행 때문에 생겨나는 과다한 보고서 작성이나 보여 주기식 보고 등이 20%를 차지했다. 이 셋을 합하면 50%가 넘는다. 거기다 불명확한 업무 지시나 불필요한 초과 근무 등의 리더십 이슈를 포괄적으로 포함하면 고객가치 생산을 저해하는 요인 중 리더십 관련 요인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많은 기업이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모색했지만 회의문화 개선 등 단순하고 쉬운 대안 마련에 그치는 경향이 강하다. 앞서 사례처럼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면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일하는 방식에서 과거의 관성을 끊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지금까지 이뤄지던 표면적인 수준의 협업을 매우 적극적인 형태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는 내부 조직 간은 물론이고 조직 외부의 생태계 파트너들과도 상시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협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딜로이트컨설팅이 발간한 보고서2 에 따르면 디지털화 및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원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협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역할(role), 규칙(rules) 및 관계(relationships) 등 3R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대안을 제시한다.

역할(role)은 직원이 자신의 업무가 더 큰 목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대부분 명확한 단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쿼드(squad) 형태의 프로젝트 조직이 지속적으로 형성됐다가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역할은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된다. 일반적인 지원/플랫폼 조직에서 상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역할이 더 명확히 규정돼 있을 것 같지만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AI와 자신의 업무 간 경계, 업무의 결과에 대한 귀속 문제 등이 모호해 지면서 명확한 역할 부여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애자일 조직에서는 역할이 생길 경우 바로 조직을 구성하고, 그 역할이 사라지면 조직 구조도 없어지기 때문에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된다. 특히 미래에는 조직원들의 역할을 경영자가 규정하기보다 직원 스스로 설정하거나 함께 일하는 동료(peer)들과 협의해 결정하는 사례가 더 보편화할 것이다. 다수의 홀라크라시(holacracy) 기업들은 이미 이를 경험하고 있다.3 업무 환경에서 상호 의존성이 더 높아지고 있으며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직원들이 스스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규칙(rule)은 과거 전통적인 조직에서의 통제적 규율이나 지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옳은 것’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상호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규칙은 조직원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조직원들의 자발적 몰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시대 패러다임의 관행에 대한 자기반성이나 제어가 여기에 포함된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지금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가’라는 규칙을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지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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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관계(relationships)는 개인 간의 신뢰와 연결을 의미한다. 협업을 위해 참여한 직원들의 강점을 서로 이해하고 팀원들이 서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가질 때 관계는 공고해진다. 여기서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개인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이 의미가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 책임을 기꺼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 및 감정적 연대 역시 향후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수동적 협업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협업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 연대감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최근 조직의 심리적 연대 및 안정감에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하는 방식을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고, 역할, 규칙, 관계의 3R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협업의 질을 높이는 것은 관성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이제 그 기반 위에 어떤 방식으로 평가, 승진, 보상 체계를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인 인사 제도와 프로세스가 뒷받침되면 새로운 조직문화의 내재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2. 평가, 승진, 보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평가, 승진, 보상 제도는 구성원을 부품으로 간주하고 생산효율성을 강조했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직원의 재능과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개개인의 가치 실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애자일 조직에서 직원들은 1년에도 몇 번씩 소속 조직과 과업이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평가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오히려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과거에는 오랫동안 동일한 조직과 동일한 팀에 머물다 보니 객관적인 성과 외에 개인적 혹은 정치적 고려 사항에 따라 평가 결과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에서는 단기간에 나타난 성과 위주로 동료들의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객관성이 높아질 수 있다.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매번 팀이 변경될 때마다 다양한 협업관계에 있었던 동료, 혹은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이 평가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역할 조정 및 확대가 결정된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강제 등급 배분 방식의 상대평가도 큰 의미가 없다. 또 새로운 목표는 개인이 동료와 합의를 통해 결정하게 되며 대체로 개인의 성장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잘 연계된다.

기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승진 제도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4 수직적으로 상위 포지션으로 움직이는 승진(Moving up) 대신 수평적인 역할의 확장, 새로운 역할 부여를 통한 영향력의 확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자발적인 동기를 갖고 다양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면서 그 성과가 누적됐을 때 자연스럽게 조직 내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태를 승진이라고 보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 유통업체인 자포스(ZAPPOS) 등 수평적 조직을 구현해온 많은 기업은 이미 이러한 형태의 승진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승진은 단위 조직의 변경에 따라 수시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즉, 능력만 있다면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조직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것이다.

보상과 관련해서도 상시적이고 유연한 협업 체계가 구축되면 팀 단위로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해주는 형태가 더 보편화할 것이다. 기존 보상 제도하에서는 공정성 시비가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미래 조직에서는 서로 다른 전문성과 역할을 수행하는 개별 팀들이 창출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생태계 내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장기 과제를 수행하는 팀과 기능 고도화 등을 위한 단기 과제를 수행하는 팀의 성과를 각각 어떠한 기준으로 인정할 것인지, 팀의 활동과 조직 재무 목표와의 연관성을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할 것인지 등이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3. 리더십

조직 내에서 관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 제도와 관행을 바꾼다 하더라도 리더가 과거와 똑같은 사고를 하고 행동을 하면 조직 변화는 불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먼저, 생태계의 조율자가 돼야 한다. 내부와 외부의 인재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관계 관리 역량이 필수적이다. 또 지시자(Director)가 아닌 조율자(Coordinator)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적절한 인재를 식별하고 확보해서 이들에게 업무를 전적으로 위임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역량을 갖춘 인재를 파악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둘째, 애자일팀의 코치가 돼야 한다. 리더는 전반적인 가치사슬의 흐름을 모니터링하면서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도 조직 내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자원을 새롭게 배분하는 역할을 과감하게 수행해야 한다.

셋째, 사내 창업가가 돼야 한다. 자신이 맡은 업무나 비즈니스의 성과를 넘어서서 전사 및 에코시스템 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위한 협업 체계를 구성하며 실행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 설계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경계 없는 조직에서 인재들은 수시로 조직을 드나들게 된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인재들을 포용하면서도 이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내는 역량, 조직의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심어주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역량이 리더에게 요구된다. 업무는 신뢰에 기초해 권한을 위임받은 조직원들에게 맡기고 리더는 사람을 확보하면서 조직의 가치와 문화를 지키는 역할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장은지 이머징(Emerging Leadership Interventions) 대표 ejchang@emerging.co.kr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모니터그룹, 액센추어 등 글로벌 전략컨설팅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맥킨지 서울사무소 맥킨지리더십센터장을 지냈다. 국내외 유수 기업 대상 전략 및 조직개발, 리더십/인재육성 관련 프로젝트를 15년간 수행했으며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진행한 한국 100개 기업 기업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보고서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최근에는 기업정신건강 및 리더십/조직개발 컨설팅 전문회사를 만들어 기업을 돕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63호 2018 Business Cases 2018년 1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