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과 당근은 동물을 길들이는 방식

243호 (2018년 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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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서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여럿이 모여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어떤 리더가 이끄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국가의 흥망도, 기업의 성쇠도, 집안의 부침도 여기에 직결돼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와서는 불안해하는 구성원의 힘을 한데 모으는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기업의 CEO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어떻게 구성원의 힘을 한데 모으느냐다. 리더는 스스로의 역량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보다 많은 수의 구성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이른바 채찍과 당근이 예부터 유력한 수단으로 이용돼 왔지만 이러한 물리력과 금력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동물을 길들일 때의 방식을 가지고는 인간의 마음을 언제까지나 움직일 수 없다. 그러니 구성원들이 리더를 존경하며 자발적으로 따라오도록 하는 길을 진지하게 찾아야 한다.

현대경영학에서는 21세기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제시하고 있다. 리더가 아랫사람들을 섬기듯 대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상명하복과 위계를 중시해오던 한국 조직, 한국 기업 문화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국인은 우리 DNA에 맞는 사고방식과 그에 맞는 리더십을 찾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통적 리더십은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결코 권위만 내세우고 아랫사람을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니었다. 전통사회 리더 선비들이 동양의 고전에서 찾아 공부하고 실천함으로써 존경받았던 길이 있다. 그걸 되찾아야 한다.

먼저 그들이 공부하고 실천한 유학의 밑바탕에는 ‘나와 상대는 하나다’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수평적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상대가 누구든지 나와 하나라는 정신이다. 나에게 내가 가장 소중하듯 상대에게는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 내가 아무리 조직의 리더라고 해도 어찌 그를 존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대 존중이 결코 처세의 방편이나 실적 올리기를 위한 편의적인 수단이 아니다. 누구나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동양적인 진리의 실천이다. 세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요즘 더 절실히 요청된다.

리더가 먼저 해야 한다. 공자는 “리더가 바르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子帥以正 孰敢不正)”라고 말했다. 좋은 조직문화를 위해서 리더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말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영조 때 명재상인 이태좌(李台佐, 1660∼1739)는 “몸으로 가르치면 따르며(以身敎者從), 말로 가르치면 대든다(以言敎者訟)”라고 했다. 도산서원과 선비수련원을 찾는 관람객과 수련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학자 퇴계의 높은 학문이 아니다. 인간 퇴계가 수직적인 위계질서의 사회에서도 나이 어린 제자나 종에게까지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보듬은 현장에서 보고 들은 스토리 때문이다.

리더는 궂은일은 먼저 하고 즐거운 일은 나중에 하는 것(先憂後樂)이 가장 효과적이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것은 리더가 먼저하고 모두가 먼저 즐기려 하는 일은 양보하고 나중에 할 때 존경심이 샘솟아 오른다. 생명력 있는 리더십이 활짝 피어난다.

임진왜란 때 관군은 패퇴하고 도망쳤다. 이때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의병은 백성이었지만 리더인 의병장은 하나같이 글 읽는 선비였다. 어째서 목숨 걸고 이런 일을 했을까? 선비들은 평소 배운 대로 ‘올바른 길’을 찾아 나섰던 것이고 백성들은 선비들이 보여줬던 ‘선우후락의 삶을 존경’하고 따랐던 것이다. 전통시대에는 목숨까지 걸고 따라나섰는데 오늘날 리더가, CEO가 아랫사람을 아끼고 선비처럼 솔선한다면 존경하며 어디든지 따라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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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필자는 서울대 사학과와 행정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치고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30년 넘도록 경제 관료로 일했다.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차관, 금융통화위원, 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거쳤다. 2005년 퇴직 후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2008.2∼)과 한국국학진흥원장(2009.8∼2014.8)을 맡으면서 선비정신의 확산과 국학의 진흥을 위해 힘써왔다. 주요 논문으로 ‘조선왕조 청백리에 관한 연구(1976)’, 주요 저서로는 『고객을 위한 변화는 아름답다: 연설문집』(2000), 『퇴계처럼: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만난다』(2012), 『선비처럼』(201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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