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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백지선 감독

‘NHL 신화’ 백 감독 ‘존중의 리더십’ 평창 앞둔 아이스하키, 환골탈태 이끌다

장윤정 | 210호 (2016년 10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있다. 올해 4월 열린 2016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선전을 펼치며 아이스하키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했던 백지선 감독이 있다. 백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에서의 명승부, 더 나아가 한국에서의아이스하키 붐을 꿈꾸며 팀을 담금질하고 있다. 백지선 감독은 ‘respect(존중)’가 팀의 변화를 이끈 리더십의 요체라고 강조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노서영(칭화대 국제정치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겨울 올림픽 여자종목의 꽃이 피겨스케이팅이라면 남자 종목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이스하키다. 선수들의 격렬한 몸싸움과 스피드 넘치는 퍽(puck·아시스하키에 사용되는 볼)의 움직임은 관중을 압도한다. 겨울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입장권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아이스하키다.

 

좁은 링크에서 펼쳐지는 속도전, 육탄전을 연상시키는 거친 플레이가 특징인 아이스하키에서 신장과 체격 같은타고난 조건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 그 때문에 한국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은 아이스하키에서는 변방에 머물렀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도 동양계 선수는 전무했다.

 

그러던 NHL 1990년대 초반 검은 머리의 한 동양계 선수가 등장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 캐나다 교포 지미 팩(Jimmy Paek), 바로 백지선 감독이다. NHL 최초의 동양계 선수였던 그는 명문클럽피츠버그 펭귄스수비수로 뛰며 1991년과 1992 2년 연속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그의 유니폼은 NHL 명예의 전당에 남았다. 축구에 비교하자면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차범근과 비견될 맹활약이었다.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하던 ‘NHL의 신화백지선 감독이 한국으로 달려온 것은 2014.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SOS 요청을 받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항상너의 뿌리는 한국이라 말하던 아버지는 비록 돌아가셨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어떻게든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이었다.

 

시기적으로는 좋지 않았다. 2014년 경기 고양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5전 전패를 당해 디비전 1A(국가대항전 2부 리그)에서, 디비전 1B(3부 리그)로 강등당한 직후였다. 평창겨울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끝으로 개최국 자동출전권이 폐지됐기 때문. 하지만 백지선 감독은 그런 상황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한국을 택했으며 그의 부임은 결국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마음도 돌렸다. IIHF한국 남자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지만 이후 백지선 감독을 영입하는 등 발 빠른 대처 능력을 보였다며 올림픽 본선 출전기회를 부여했다.

 

이후백지선 매직이 시작됐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5년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B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그룹A 복귀의 꿈을 이뤘다. 올해 4월 열린 2016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선전을 펼치며 세계 아이스하키의 강호 16개 팀만이 참가하는 아이스하키의월드컵월드챔피언십에 사상 최초로 출전할 기회에 바짝 다가섰었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이탈리아에 한 골 차로 패하며 출전권은 눈앞에서 아깝게 놓쳤지만 세계선수권 디비전 1A에서 34년 만에 일본을 꺾으며 아이스하키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물론 아직 한국에서 아이스하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높지 않다. 한국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팀의 수준은 미국, 캐나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평창에서 만날 팀들은 NHL 스타들이 즐비한 캐나다, 미국 등 세계 최강팀이다. 과연 우리는 평창에서들러리를 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게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섣부른 예단도,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한국대표팀과 백지선호()가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차근차근 2년간 한국 아이스하키 팀을 바꿔오고 있는 백지선 감독을 DBR이 만나 그의 리더십과 혁신의 전술(戰術)에 대해 들어봤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해외에서의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펼치고 있었다.1 이를 다 포기하고 한국에 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뛰어보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당초 선수생활의 막바지는 한국에서 장식하고 싶었지만 어느새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게 됐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이라는 엄청난 기회가 왔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사실 아버지와 항상한국에서 뛰면 어떨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대신 어머니가 아버지 대신 항상 나에게잘해라, 밥 잘 챙겨먹고 잘해”(한국말이 서툰 백 감독이 웃으며 직접 한국어로)라고 응원해주신다. 나는 굉장한 행운아다. 우리 부모님은 어린 시절 내가 하키 선수가 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 자녀를 박사, 의사로 키우겠다며 교육에 매달리는 다른 한국인 이민 가정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남다르고 특별한 일이었다. 부모님의 이 같은 지지가 나를 선수로서 계속 도전하게 만들었고 영광스럽게도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줬다.

 

 

 

 

백지선 감독은 아이스하키계의 차범근으로 통한다. 동양계로서는 최초로 NHL 무대를 밟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NHL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며 217경기에서 총 34포인트(5 2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피츠버그 펭귄스 시절에는 1991·1992년 스탠리컵(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은퇴 후 NHL 최고 명문팀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산하 마이너 팀에서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2014년부터 한국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2년 전 한국 국가대표팀의 첫 인상은 어떠했나.

당시 세계선수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3부 리그로 강등당한 상황이었는데 팀을 바꾸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했는가.

 

내가 대표팀에서나 프로팀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뭐가 잘못됐다기보다는 조직이 하키에만 집중할 수 있게프로페셔널(Professional)’ 하게 굴러가지 않았다. 마치 주니어클럽이나 마이너리그팀 같았다. 스태프도 부족했고, 조직 자체의 분위기도 그랬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일단 라커룸에 태극기를 걸고, 모든 장비와 유니폼을을 잡아 정리하도록 했다. 국가대표팀 지원 스태프도 늘렸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하면 바로 링크로 나가서 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다. 또 경기장 이동 시에는 짧은 거리라도 반드시 정장에 넥타이를 하도록 했다. 선수들도 스스로 국가대표팀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하니 말이다. 규율도 강조했다. 코트 밖에서 담배피고, 술 마시고 망나니처럼 생활하며 흐트러지면 코트 안에서도 플레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제 모든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자존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자리를 원하고 또 자랑스러워한다. 물론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제일 큰 과제는 팀의 믿음을 얻는 일이었다. 나를 지지하고 따라주면성공을 거둬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줘야만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나를 믿고 잘 따라와줬다. 우리 선수들은 마치 스펀지 같았다. 그들은 더 잘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 내가 어떤 전술을 전달하든 바로바로 흡수했다.

 

3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도약하고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최근 활약이 적지 않았다. 한국팀이 지난 2년간 거둔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2년간을 돌이켜볼 때 2부 리그로 복귀한 것이 가장 기쁜 성취였다. 올 세계선수권에서 국가적인 라이벌인 일본을 이긴 것도 짜릿했다. 각 단계마다 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적인 목표가 있지 않나.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28회 평창겨울올림픽이다. 따라서 무엇이 그날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인지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우리 팀이 많은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며 발전해왔다고 믿는다. 다만 남아 있는 것은 경험을 얻는 것이다. 높은 디비전의 선수들은 수백 번의 게임, 다양한 코치,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한 선수들이다. 우리 한국 선수들은 그와 같은 경험을 쌓지 못했다. 어떻게 국제적 수준의 게임을 경험할 것인가가 우리에게는(key)’. 실전에서 하나의 게임이 펼쳐지는 동안 많은(Up)’ ‘다운(down)’이 찾아온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은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낼 수 있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의 선전의 비결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나.

 

1차전에서 오스트리아에 이기고 있다 23으로 아깝게 역전패를 당했다. 더 큰 위기는 우리의 주전선수 테스트위드가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진료를 받았는데잔여 경기를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궁여지책으로 폴란드전에서는 선수들의 조합을 전부다 바꿨다. 특히 공격라인에 스위프트-신상훈-조민호 선수를 나란히 세웠다. 단 한 번도 실전에서 나란히 서지 않은 데다 3명 다 신장이 작은 편이라 예상하기 힘든 조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팀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조합이기에 더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스위프트(3), 조민호(3어시스트), 신상훈(2어시스트) 세 선수가 맹활약을 펼쳐 폴란드를 41로 제압했다. 그리고 그 다음 경기는 일본전. 아마 다들 저 세 명의 선수가 또다시 나란히 설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또 선수 조합을 바꿨다.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예상을 깨는 조합을 항상 고민한다. 물론 그 같은 조합은 세밀한 상대전력 분석이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평창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외국인 귀화선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신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아는데.

 

귀화 선수를 몇 명이나 둬야 하느냐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뽑고 싶다. 코치진 역시 모두 한국인으로 꾸리지 않았는가. 박용수 코치를 영입하고, 비디오 코치 역시 한국인이다. 문제는 우리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귀화선수들은 우리의 플레이 수준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더 나은 팀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한국의 하키환경이 좋고, 내가 뽑을 수 있는 선수들이 수천 명이라면 기꺼이 100% 한국인 선수로만 대표팀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와 다르다.2 또 현실적으로 평창올림픽까지의 시간이 많지 않다. 세계적인 기류 역시 귀화선수를 중용하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탈리아는 올림픽에서 대표 선수 전원을 이탈리아계 캐나다인으로 채웠고, 일본도 나가노올림픽 대표팀 중 8명이 귀화선수였을 정도로 귀화에 적극적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미국, 캐나다 대표팀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이다.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그들을 키워야 하고 올림픽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팀이 베스트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한국팀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생각하고 있다.

 

외국인 귀화선수들이 현재 6명인데3 하나의 팀을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 국가대표팀으로 뛴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 모두 한국에서 오래 동안 생활했으며,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선수도 있고, 한국을 사랑한다. 김치볶음밥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한국어를 공부한다. 몇몇 선수는 나를 보면 모자를 벗고 인사할 정도로한국사람이 다 됐다. 사실 캐나다에서 왔든, 미국에서 왔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자신을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나 또한 그들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보라든가 그들에게 속아서가 아니라 그들은 진정으로 팀에, 동료선수들에게, 코칭스태프들에게 헌신하고 있다. 또 그들 스스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핏줄보다는 대표팀에 대한 긍지와 헌신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세계선수권 경기를 보면 그들이 다른 한국 선수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뛰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백그라운드(background)가 어떠하든 모든 선수들이 우리 팀을 채워주는퍼즐이며,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 귀화선수들은 다른 팀들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기도 한다. 하키는 매우 클래식하고, 프로페셔널한 스포츠인데 아직도 이런 인종차별적 발언이 이뤄진다는 게 굉장히 실망스럽다.

 

팀 내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없는지.

 

나는 언제나 한국어, 영어가 있고하키랭귀지(hockey language)’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항상 쓰는 하키에 대한 용어들은 이제 한국 선수들이나 귀화선수 모두 바로바로 이해한다. 게다가 정보를 꼭 말로 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가지 방법으로 선수들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한다. 일단 내가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보여주고, 그 다음 우리가 직접 아이스링크 위에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갈등도 크게 느끼지 못한다. 귀화선수들도 한국에 오랫동안 거주해 왔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

 

오히려 내가 리더로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다른 것이다. 바로 선수 한 명 한 명의 임무를 이해시키는 일. 자신의 원래 팀에서 해오던 역할과 대표팀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이 다를 수 있는데, 그 사람의 대표팀에서의(role)’, 그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요체다. 사실 이영준 선수4 에게 굉장히 고마운데 그는 프로하키 팀에서 엄청난 득점 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핵심 공격수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대표팀에서 수비수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그는 그 역할을 수용했으며,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강압적인 스타일의 감독은 아니라고 알려졌는데, 코칭 스타일이 궁금하다.

 

나는 선수들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하지 똑같이 대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모든 선수들 각각의 성격과 특성이 다르다. 좀 더 혹독하게 다그치고 훈련을 시켜야 움직이는 선수가 있고 칭찬과 부드러운 리드가 통하는 스타일이 있다. 각각의 선수에게 맞는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눈다.사소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선수들에게오늘 기분은 어때?’ ‘요새 가족들 하고 사이는 어때?’ ‘여자친구는 잘 만나고 있냐?’ ‘자녀 교육방식은 어떤지’ 등을 수시로 물어본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그 선수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다가가려고 한다. 한국적 문화에 대해서도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신경을 쓰는데 다행히 한국 선후배 간의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선배가 후배에게 무조건적으로 지시하고, 선수로 뛴 연차가 중요하게 인정을 받았던 반면 이제 중요한 것은플레이.

 

물론 아직까지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스타일의 감독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성격상 그런 리더십이 맞지 않는다. 나란 사람에게서 내 스타일도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 내가 알고, 내가 느끼는 대로 할 뿐 남들의 것을 무조건 따라하고 싶지는 않으며 그렇게 해서는 성공할 수도 없다고 본다.

 

리더십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Respect(존중)’에서 나오는 것이다. 팀 멤버들 서로에 대한 존중, 국가대표팀에 대한 존중 말이다. 사실 팀원들의 사이가 항상 가깝고 좋을 수는 없다. 23명의 팀 구성원이 다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함께 팀으로 나서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리더는 코치의 존중, 선수들의 존중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리더는 일어서야 한다. 속으로는 죽어가더라도 다른 이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

 

과거를 돌이키면 다들 스타일은 달랐지만 언제나 훌륭한 코치들은 선수들을 존중해줬고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다. 나도, 가자” “우리도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다등등을 외치며 계속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계획을 만들고, 내가 원하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애쓴다. 많은 멘토들이 있는데 지금도 그들과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강점을 벤치마킹한다. 특히 선수 시절의 코치, 밥 존슨은 내가 제일 존경하는 스승이다. 그는 언제나 냉소주의를 버리고 긍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라는 가르침을 줬다. 당신이 선수들과 냉소주의적으로 대화에 나서면 그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마이크 밥콕의언제나 동기를 가지라는 말도 항상 가슴에 새기려고 한다.5 어떤 것을 그냥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하는지, 동기를 생각해보고 하면 행동 자체가 달라진다.

 

 

 

반복훈련을 통한 약속된 플레이, 이른바시스템 하키를 강조하는데 그것이 강팀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전략인가.

 

세계적인 강팀과의(gap)’을 단시간 안에 좁힐 수 없다. 내 철학은매일 조금씩만 나아지자(get better everyday)’는 것이다. 매일매일, 연습을 통해 직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하고, 몸에 플레이를 완전히 익혀두면 서서히 다른 팀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아이스링크 밖에서의 오프-아이스 체력훈련과 마인드 컨트롤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체력이 더 강해지고, 더 빨라지고, 자신감이 굳건해진다면 그것이 링크 위에서도 통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상대편에 보이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일례로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우리에게 파란색과 하얀색, 2가지 유니폼이 있었는데 일본전을 제외하고는 하얀색 유니폼을 고집했다. 우리의 신장이나 체격이 유럽 팀에 비해 작은 편인데 하얀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나마 링크에서 커 보이기 때문이다. 링크에서의 상대팀에게 어떤 이미지를 던져줄 수 있는가도 결코 작지 않은 부분이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우리 선수층이 얇아서 혹시나 부상이 발생할 경우 대체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스하키에 있어서차범근과 같은 존재다. 주변의 쏟아지는 기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며 나는 이를 부담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담감 역시 내가 컨트롤해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해왔던 일을 계속하고, 올바르다고 믿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면 아무리 많은 부담과 압박이 쏟아져도 이를 감내할 수 있다. 결국은 모든 게자신감의 문제. 나는 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극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이기는 팀은 한 팀이다. 그게 우리가 되기를 언제나 바라지만 우리가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우리의 최정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 이게 내가 가장 집중하는 포인트다.

 

평창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평창에서 엄청난 강팀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여준다면 그것이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하키는 굉장히 재미있는 스포츠다. 평창에서 우리의 플레이가감동을 준다면 하키 붐이 일어날 수 있다. 박세리 선수 이후에 여자 골프 붐이 일어났고,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이 붐을 만들어냈듯이 말이다. 평창에서의 정말 멋진 게임을 펼쳐서 그런 성공신화를 만들어내 보고 싶다. 아이스하키에서의이 일어나면 자연스레 좋은 체격, 우수한 운동신경을 가진 아이들이 하키를 시작할 것이고 하키 링크가 늘어날 것이다.더 나아가 코치와 하키 팀이 늘어나고 하키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아마 우리 국가대표팀도 더 이상 외국인 귀화선수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나 혼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 세대들이 열정을 가지고, 그들이 은퇴한 후에 또 코치로서 같은 열정을 불태우며 어린 선수를 키워야 하는 문제다. 나는 다음 세대 선수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팀의 강점이 뭐냐고 묻자 백 감독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FAMILY(가족)’라고 말했다. 한국팀이 끈끈한 가족이고 형제라는 것이다. 평창겨울올림픽까지 시간은 500일여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백 감독은 남자대표팀 감독 역할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총괄 디렉터 역할도 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 당일에도 그는 고등학교 게임을 관전하며 발굴할 만한될 성 부를 떡잎이 있는지 살펴보고, 여자대표팀 훈련 프로그램을 검토한 뒤였다. 인터뷰 후에는 남자대표팀 오프-아이스 훈련이 잡혀 있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백 감독. 하지만 지난 2년간 결코 작지 않은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낸 그의 에너지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의 비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생각해볼 문제

 

1.백지선 감독은 한국아이스하키대표팀을 탈바꿈시키기 위해작은 것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라커룸을 정리하고, 유니폼의 각을 잡아두고, 태극기를 걸어두는 일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소한 변화가 선수의 의욕과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당신의 조직을 바꾸기 위해 실천할 만한 작은 변화방안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2.한국대표팀은 빠른 전략 향상을 위해 귀화선수 6명을 영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더 높은 성과를 위해 귀화선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또 한편에서는올림픽용 귀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한다. 당신은 성과와 팀의 정체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가.

 

3.당신의 조직에서는 외국인 인력 등 팀 내 다양성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가.

 

DBR minibox

 

백지선 감독 부임 이후 한국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의 성과

 

국제무대 하위권을 맴돌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백지선 감독을 영입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특히 올 4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2016년 국제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디비전1 그룹A)에서는을 거머쥘 뻔했다. 출전 6개국 중 최하위로 사실상 강등 1순위였지만 한국은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폴란드에 승리를 거두고 34년 만에 일본을 이겼다. 이탈리아까지 잡으면 최상위리그인월드챔피언십에 나설 수 있었지만 아쉽게 꿈은 손에서 빠져나갔다. 현재 남자대표팀 랭킹은 50개 국가 중 랭킹 23.

 

2014 7

백지선 감독이 총괄 디렉터 겸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2014 8

남자대표팀 코치로 NHL에서 통산 241포인트를 기록했던 박용수 영입

 

2014 9

국제 아이스하키연맹(IIHF) 집행위원회에서 한국 남녀 대표팀에 2018년 평창 올림픽 본선 출전권부여

 

2014 11

유로아이스하키 챌린지(EIHC) 준우승

 

2014 12

20세 이하 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U20)에서 최종 3위 입상

 

2015 4

41패로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디비전1 그룹B) 최종 우승, 디비전1 그룹A 재진입

 

2016 4

2016년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디비전1 그룹A) 일본, 폴란드에 승리를 거두는 등 23패로 세계선수권 역대최고 성적을 거뒀으나 최종 5위로 1부 리그 승격은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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