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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큰 꿈을 가지십시오

이치억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왕께서는 꿈을 크게 가지십시오!” 제나라 선왕이 외교정책에 대해 묻자 맹자가 대답한 말이다. 제선왕은 천하의 패권을 차지해서 다른 나라를 자기의 영향력 아래에 놓고 싶었다. 이를 위해 왕은 힘을 키워야 했고 충분히 그럴 자신도 있었던 듯하다. 맹자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상은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힘이 강한 자가 힘이 약한 자를 섬겨야 할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세상의 이치대로 사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樂天者]은 천하의 평화를 위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제선왕은 맹자의 설교에 탄복했다. 그러나 용맹을 좋아하는 단점이 있다는 핑계로 맹자의 제안을 거부했다. 용맹의 피가 끓어 넘치니 힘없는 작은 나라를 섬기는 짓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제선왕은 여전히 패권으로 천하의 중심에 서고 싶었다. 그러나 맹자의 눈에 패권주의는 위험한 것이었다. ‘만이 강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궁극적인 질서와 평화를 가져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맹자는 말한다. “임금님의 용맹은 검을 손에 쥐고감히 나한테 맞서?’라고 하며 상대방을 노려보는 것과 같은, 겨우 한 사람 대적할 정도의 필부의 용맹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군대를 막아 그 백성을 보호해 준 문왕(文王)의 용맹이나 학정(虐政)을 일삼는 폭군 주()를 정벌하고 백성을 도탄에서 구해준 무왕(武王)의 용맹을 배우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키우십시오.”

 

맹자는 타인 위에 군림하고자 힘을 키우고 경쟁하는 것은 단지찌질한 용맹[小勇]’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진정한 용맹[大勇]’은 그런 것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서 부득이한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다. 힘은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죽이기 위해 사용할 것은 아니다. 만일 왕이 그런 큰 용맹을 지향한다면 백성들이 오히려 임금이 용맹을 좋아하지 않을까 염려할 것이라고 맹자는 말한다.

 

제선왕에게는 이것 외에 또 다른 단점이 있었다. 재물과 여색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맹자는 재물과 여색을 좋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하고, 자기가 독차지하려 하는 것이 나쁠 뿐이다. 백성들도 모두 살기 위해서 돈을 좋아하게 돼 있고, 남녀가 서로 끌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오히려 그 마음을 미루어 백성들이 풍족하게 살고 남녀가 서로 편안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즉 백성과 함께 더불어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단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원하는 것을나만 잘살기에 묶어 두지 말고함께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기업에도 꿈과 목표가 있다. 대개 그것은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것에 집중돼 있을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으니 과연 그럴듯하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그 정도의 꿈으로 족할까? 매출과 이익의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거나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는 정도로 괜찮을까? 아마도 맹자는 그런 꿈을작은 꿈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회장님께서는 꿈을 크게 가지십시오!”

 

어떻게 가지는 것이 큰 꿈일까? 제자 한 명이 공자에게선생님의 꿈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내 꿈은 노인들이 편안히 삶을 마무리하고, 젊은이들은 마음껏 희망을 품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네.” 공자의 꿈은만이 아닌전체로 시선이 향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은 막대하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실 이윤만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다. 물산과 서비스를창조하고 사람을 살게 해주며 나눔을 실천하는 집단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가지고 있는 물건, 먹고 있는 음식,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기업에서창조된 것들이 아니든가? 그러니 이윤을 추구한다고 하는 기업의 반쪽짜리 정의는 무시하도록 하자.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기업은 사기업이 아닌 공공의 기업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기업의 책임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사회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으니 그 짐의 무게는 무겁지 않을까? 이러한 책임감에서라도 기업은 꿈을 키워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매출과 규모 확장이 아닌 사회 전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꿈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작은 꿈[小志]’에 머물지 않고 진정으로큰 꿈[大志]’을 품기를 희망해 본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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