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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명사 초청 특강: 아라리오그룹 김창일 회장 예술인의 자기경영

성공을 부르는 향기를 간직하라

DBR | 10호 (2008년 6월 Issue 1)

들국화의 ‘행진’을 외치는 김창일 회장은?
 
백화점과 터미널, 영화관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이자 개인전을 여는 현직 미술작가, 한국은 물론 중국, 미국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미술계의 큰손. 호(號)는 매사 정면 돌파하자는 소신을 담은 ‘정면(正面)’. 술자리에서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마이크나 반주 없이도 들국화의 노래 ‘행진’을 소리 높여 부른다. 사무실에는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야’라는 노랫말을 써놨다. 바로 김창일(57) 아라리오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1989년 충남 천안에 종합터미널을 개장한 이후 인근에 야우리백화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야우리시네마를 잇달아 열며 아라리오그룹을 키웠다. 2002년 아라리오갤러리를 열며 화랑업계에 본격 진출했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 이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가인 미국 뉴욕 첼시에 대형 갤러리를 개관하며 국제 갤러리 체인을 구축했고, 한국 갤러리들의 해외진출 흐름을 이끌었다. 세계적인 컬렉터로 떠오른 그는 2005년과 2006년 독일 시사전문지 ‘모노폴’이 뽑은 ‘세계 컬렉터 100인’, 2007년 세계적 권위의 예술전문지인 영국 ‘아트리뷰’가 선정한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잠재력 있는 인재를 찾아라
“외국을 다니면서 아시아, 한국 미술이 왜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작가를 직접 배출해 시장을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다.(김 회장은 작가를 뽑아 생계와 제작, 전시를 전폭 지원하는 전속 작가 시스템을 도입하며 국내 미술시장에서 전속 작가 시스템을 활성화한 장본인이다.) 그러다 4년 전 갤러리를 열고, 본격적으로 미술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속 작가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 전속 작가제도를 하겠다고 했을 때 다른 화랑에서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가는데 왜 전속 작가를 뽑아 돈을 대주냐’며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나는 작가와 그 작가를 도와주는 딜러를 자전거라고 생각했다. 딜러는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그림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가 혼자서 작품 활동만 하면 외발 자전거가 되지만 딜러가 도와주면 두 바퀴 자전거로 안정되게 굴러갈 수 있다. 나는 4년 전에 이를 깨닫고 전속 작가제를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한국, 중국, 인도의 작가 33명이 아라리오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잘 나가는 작가라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는 말아야 한다. 미래에 잠재력 있는 작가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회장은 전속 작가들을 위해 제주도 하도리에 수십억 원을 투자해 대형 작가 스튜디오와 전시장을 지었다.)”
 
습관이 본능을 만든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 보는 눈을 갖지 못하면 나쁜 사람의 꾐에 빠지고 사기를 당한다. 사람 보는 눈은 바로 자기를 보호하는 눈이다.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실패할 확률이 적어진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을 얘기할 때 항상 본능을 얘기한다. 사람들은 관상(觀相)이나 수상(手相)을 보면서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데 나는 미래를 보는 눈도, 사람을 보는 눈도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여러 가지 습관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 습관을 되풀이할 것이다. 바로 자기도 모르게 하는 습관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을 만든다. 28세에 사업을 시작해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갔더니 은행장이 전부 오케이 했다. 내가 밥 먹는 모습, 눈동자 굴리는 모습 등 사소한 습관을 보고서 내가 돈을 꼭 갚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내가 작가를 선택할 때도 이런 본능을 보고 뽑는다.
 
나는 ‘good, better, best’라는 말을 자주 쓴다. 최선을 다했을 때는 ‘good’ 수준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여기에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good에 더해 ‘better’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운까지 좋을 때가 있다. 이 경우가 바로 ‘best’다.
 
운은 좋은 습관을 갖고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나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나 언제나 좋은 생각을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이를 행동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가질 때 운은 찾아온다.”
   
 
다른 일에 에너지를 뺏기지 말라
“성공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경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일에 에너지를 뺏기지 말아야 한다.
 
대학 입학 후 육군 의장대에 입대해 보초를 설 때의 일이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보초를 서면 사방은 캄캄하고 벌레 소리만 크게 들렸다.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불만이 생겼다. 어느 날 벌레 소리를 들으며 명상할 기회가 생겼다. 지나온 일들을 깊게 생각하고, 세상 이치와 나에 대해 명상하면서 집중력이 생겼다. 눈을 감으면 우주가 보일 정도로 집중력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집중력을 키워 일을 할 때 다른 곳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다. 지금도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명상을 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뺏기지 않기 위해 밤 새워서 일하는 걸 피한다.”
 
향기를 가져라, 욕심을 버려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공을 부르는 향기가 있어야 한다. 또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향기를 가져야 한다. 벌을 잡기 위해서는 잠자리채가 필요한 게 아니다. 아카시아 나무를 심어라.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돌봐주고 관리해야 한다. 아카시아 나무가 자라 꽃향기가 퍼지면 벌이 자연스럽게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꿀까지 얻을 수 있다.
 
높은 산에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높은 산에 오를수록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야 한다. 산에 올라가서 라면 끓여먹겠다고 버너에 코펠에 이것저것 다 싸들고 올라가면 무거워서 올라갈 수가 없다. 경영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심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
“지금까지 천안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항상 천안에만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뉴욕으로 갔다. 세계에서 현대미술의 경쟁이 가장 심한 첼시 25번가에 아라리오 뉴욕을 연 것이다. 그 동안 그렇게 대규모로 신규 개관한 갤러리가 없었다. 오픈 당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망해가는 갤러리가 수없이 많은데 아라리오는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
 
천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베이징과 뉴욕에 갤러리를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하는 본능이 나를 진화시켰다. 나는 그 질문에 지난 30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3000여 점의 작품을 사면서 사기도 많이 당했다. 나는 실패한 수많은 경험이 단단한 벽돌이 됐다고 말했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이 아니라 단단한 벽돌로 지은 집이라고 답했다. 실패한 경험들로 인해 오늘날 뉴욕까지 와서 당당하게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대답했다.”
 
감동을 주고 틈새를 찾아라
“1978년 28세에 천안의 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하게 됐다. 당시 천안 인구는 15만 명에 불과했으며, 터미널은 사양산업이었다. 월 600만 원의 적자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국 제일의 터미널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버스를 타러온 손님들에게 무엇을 해줄지를 고민했다. 당시 우리나라 터미널들은 파리가 꾈 정도로 모두 더럽고 지저분했다. 나는 아름다운 꽃을 심었다. 손님들을 감동시키겠다는 작은 생각들이 쌓이고 쌓였다.
 
꾀죄죄한 터미널의 매점을 직영으로 바꿨다. 매점을 깨끗하게 단장하고 물건도 재배치했다. 매점을 직영하는 것만으로도 6개월 후 바로 흑자가 났다. 당시 고객들이 버스를 타기 전 콜라를 한병 사 마시기에는 양이 많고, 박카스를 먹자니 양이 적다고 불평하는 것을 봤다. 나는 박카스보다는 크고, 콜라보다는 양이 적은 ‘코카스’라는 상품을 찾아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코카스는 매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고, 월 매출은 1억 원대로 올라섰다.

편집자주 KAIST 경영대학원이 올해 봄학기 디자이너, 영화감독, 음악가, 미술가 등 자신의 분야를 창조적으로 개척한, ‘경영학과 상관없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명사(名士) 초청 특강’(담당 교수: 배보경)을 진행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일부 특강을 요약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이들이 전하는 경영에 대한 통찰력을 만나보십시오. 이번 호에는 5월 6일 진행된 아라리오그룹 김창일 회장의 강의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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