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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멘토가 되자, 부하들이 스스로 따른다

정동일 | 110호 (2012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DBR 106호와 108호에 게재한 두 번의 칼럼을 통해 필자는 리더로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고객과 시장에 대한 강박관념 수준의 관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21세기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 변화를 대비해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이야기하며 변화에 대한 강박관념 수준의 관찰과 스피드 있는 대응을 끊임없이 요구해 오고 있는 것도 시장과 고객에 대한 통찰력의 중요성을 CEO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이번 호에서는 다시 리더십의 첫 번째 구성요소인 긍정적 영향을 통한 부하들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성공한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하나

 

리더십을 강의하는 교수라는 직업상 필자는 성공한 리더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많이 누린다. 그럴 때마다 학자로서의 안테나가 가동되기 시작한다. 결국 그들은 필자가 연구하는 대상이자 샘플(?)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의 행동과 말에서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기 위해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필자가 발견한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그들의 성공이 단순히 그들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서만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성공 뒤에는 그들이 현실에 안주해 편한 길을 가려 할 때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려 할 때 끊임없이 그들을 도전하고 자극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려 노력했던 훌륭한 멘토 내지는 스승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성공한 리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긍정적 영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긍정적 영향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단어가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나는 지금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리더로서 나의 모습이 매일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운칠기삼(
運七氣三)에서 말하는 운칠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스탠퍼드대 졸업 연설에서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내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도 오늘 하려고 계획했던 일을 나는 여전히 하려 하겠는가? No!라는 대답이 계속 된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고 이를 통해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발견해 나간다면 결국 리더로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까지 만난 성공한 리더들을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게 혼자의 의지와 노력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우리가 흔히 사용 하는 운칠기삼(運七氣三)이란 표현에서 7할의 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좋은 멘토나 선배를 만나 지속적으로 도전과 자극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 내가 받은 긍정적 영향은 결국 내가 누군가에게 되돌려줘야 할 빚이다

 

그런데 여기서나는 지금 멘토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하나 있다. 그건나는 지금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있는가란 질문이다. 이건 꽤 부담스러운 질문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의 머릿속에 멘토란 존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삼겹살에 소주 몇 잔을 가지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받은 긍정적 영향은 반드시 이를 필요로 하는 부하나 후배에게 내가 되돌려줘야 하는 빚과 같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지금 이끌고 있는 회사나 부서에서 일하는 부하들 가운데 나를 멘토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멘토라는 존재로 자리잡는다는 게 내가 능력이 있고 잘나가는 임원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혼자만 역량계발하고 성공하겠다는 태도보다는 부하에 대한 관심과 애정, 더불어 성공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부하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 있다고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한 가지 필요한 게 있다. 바로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보여주고 알려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부하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일을 해왔는지 회상해 보자. 생각나는 거라곤 업무와 관련한 지시와 명령만 내리던 모습이라면 나를 멘토로 생각하고 기꺼이 내가 가진 긍정적 영향의 대상이 되길 원하는 부하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노력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다면 누군가는 나를 멘토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어깨 위의 계급장이 떨어져도 그들은 나에게 자발적인 추종을 할 것인가? 필자는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만나는 많은 리더들에게 도전을 주기 위해 칠판에 이런 문장을 써 놓는다.

 

Why should anyone be led by me?”

 

이 문장을 보고 많은 리더들이 깊은 침묵에 잠긴다. 그리고나의 부하들이 무엇 때문에 나를 리더로 받아들이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기꺼이 동참하려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상사이기 때문에 내가 내린 지시나 명령에 순응하고 있는 부하들은 많다. 하지만 분명히 얘기하는데 나를 리더로 인정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자발적으로 동참을 하는 건 부하들에게 있어서는 선택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부하들에게 나와 같이 동행하고 싶다는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줄 수 있는 노력과 역량이 필요하다.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리더로서의 긍정적인 영향도, 부하의 자발적인 추종도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잠시 시간을 할애해 “why should anyone be led by me?”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보도록 하자. 리더들은 자신의 어깨 위에 붙어 있는 계급장(자신의 직위나 타이틀)을 자신의 리더십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언제까지 기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하면공신(공부의 신)’에 가까운 필자의 학생들 대부분이 날짜에 맞춰 과제를 제출한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필자는한 학기 동안 열심히 강의해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줬더니 이에 감동받아 보고서를 한 명도 빠짐없이 제출하는군이라고 생각하며 착각에 빠지곤 한다. 보고서를 한 명도 빠짐없이 제출하는 이유가 필자의 리더십 때문일까? 물론 그중에는 필자의 리더십에 감동받아 조금 더 열심히 보고서를 쓴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여기에 리더로서의 근본적인 착각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필자와 학생들의 관계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이를 평가해서 학점을 주는 관계에 불과하다면 필자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반드시 긍정적일 수도 없다. 부하들의 자발적인 추종이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상사의 어깨 위에 붙어 있는 계급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리더십에서는 ‘leadership without leverage’라고 한다) 부하들이 여전히 리더의 긍정적 영향권 내에 남기 원하고 리더의 영향력 때문에 부하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용의가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영향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리더로서 내가 가진 긍정적 영향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1. 리더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은 신뢰를 창출한다

 

리더로서 긍정적 영향을 확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화려한 말보다 솔선수범(leading by example)을 통해 부하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솔선수범이 리더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리더가 부하들의 끊임없는 관찰대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개코원숭이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부하 원숭이들은 평균 20∼30초에 한번씩 두목원숭이를 쳐다본다고 한다. 자신의 행동과 앞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있는 원숭이를 관찰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개코원숭이가 그럴진대 이보다 훨씬 더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더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더는 늘 자신은 부하들의 관찰대상이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일종의 메시지와 시그널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리더의 솔선수범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시만 하는 리더보다 스스로 먼저 실천하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더에 대해 부하들은 본능적으로 신뢰를 갖게 된다. 특히 리더가 솔선수범을 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부하들은 이를 통해 감동과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은 리더가 가진 지위를 넘어서 부하들에게 지속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체크포인트 1 나는 말보다 앞장서 실천하는 솔선수범을 통해 부하들을 이끌려고 노력하는가?

 

체크포인트 2 나는 회사/부서/팀의 성공을 위해 나의 이익을 희생하는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하는가?

 

2. 진정성은 리더와 부하의 관계를 투명하게 한다

 

리더로서 긍정적 영향을 넓힐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진정성이다. (진정성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필자가 DBR 75호 칼럼에서 자세하게 기술했으므로 관심 있는 독자들은 찾아보길 바란다) 진정성이 긍정적 영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리더와 부하 간의 관계가 투명하게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있는 리더의 모습에서 부하는 예측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예측가능성이란 리더가 하는 말과 행동에 숨겨진 목표나 정치적 계산 같은 불확실성이 없어서 안심하고 따라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리더의 진정성은 관계의 투명성으로 발전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데 1분 전 필자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시간 나면 전화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가 문자를 통해 보인 친절함과 다정다감함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필자의 인상은 이내 찌푸려졌다. 만약 진심이 통하는 분이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그 내용을 읽으며 필자는 빙그레 웃었을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진정성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얼마나 친근하고 다정하느냐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진정성은 자신의 이익과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인간관계를 계산된 관점에서 보려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진정성은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은행의 계좌에 잔고가 쌓이듯 오랜 기간 동안 노력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리더로서의 자산이다.

 

필자의 지인 중 한 분은 정말 능력이 뛰어난 리더다. 작은 조직으로 출발해 그분이 하고 있는 분야에서 대표적인 기업을 만들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업 수완, 그리고 열정과 네트워크까지…. 도무지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없는 리더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는 진정성이 없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가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중요한 인물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로 나뉘게 됨을 느낀다. 그래서 그분을 만나면 항상 머릿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모든 행동이 치밀한 계산하에 이뤄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분의 회사에는 유난히 떠나는 직원들이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리더임이 분명하지만 과연 그분의 인생이 속이 꽉 찬 옥수수마냥 뿌듯하고 보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욱 중요한 건 그분이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래서 직원들이 자발적 추종을 하고 싶어하는 리더가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체크포인트 3 나는 관계의 중요성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내가 가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지는 않는가?

 

체크포인트 4 나는 일관된 가치와 행동을 바탕으로 부하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3. Enabling 하는 리더십을 실천하면 부하들은 나의 추종자가 된다

 

내가 진정으로 따르고 싶은 리더는 누구일까. 몇 년 전 LG경제연구원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존경받는 리더의 유형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를 읽어본 적이 있다.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4가지 리더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 부하의 성장을 돕는 리더

- 부하를 배려하는 리더

- 부하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리더

- 공을 부하에게 돌릴 줄 아는 리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부하들이 자발적 추종을 하고 싶어하는 리더란 나를 성장시켜주고 내가 성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필자는 부하들의 역량 계발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내주는 리더를인에이블러(enabler)’, 이런 리더십을인에이블링 리더십(enabling leadership)’이라 부른다.

 

인에이블링 리더에게 자발적 추종을 하고 싶어지는 이유를 부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지극히 간단 명료하다. 어느 누군들이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되면 나도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리더와 일하기를 주저하겠는가. 부하들의 역량향상과 성장이 이렇게 그들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리더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필자는 안타깝기만 하다.

 

왜 나는 부하들의 성장에 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부하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리더가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부하들이 성장하고 두각을 나타내면 내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조직 전체의 문화나 리더에 대한 평가 기준이 부하의 역량 계발에 맞춰져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미국의 GE 같은 기업은 임원들에 대한 평가에서 얼마나 부하 직원들의 역량 향상과 성장을 위해 다양한 도움을 줬는가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인재육성의 책임이 단순히 교육부서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리더 개인이 실천해야 할 책임이란 걸 강조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다.

 

미국 금융계의 대표적 인재사관학교로 꼽히는 골드만삭스도 인재 육성이 조직의 문화로 정착되고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가 되도록 하기 위해 임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 70%는 업무 관련 결과를 보지만 나머지 30%는 부하직원들을 얼마나 잘 길러 냈는지를 따진다. 부하들을 성장시키는 게 리더로서 내가 성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시각 변화와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조직차원의 리더에 대한 평가 기준의 변화가 있다면 리더들이 부하직원들의 역량 계발과 성장에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리더들이 부하들의 성장에 관심을 갖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하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방법론에 대한 부재와 경험 부족이다. 부하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별도의 칼럼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지만 리더의 지속적인 참여는 부하들의 역량 계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지만 있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도전을 줄 수 있다면 부하를 키우는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나의 리더십에 따라 부하는 subordinate에서 follower로 변하게 된다

 

영어로 부하는 ‘subordinate’이라 한다. 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면 부하란 뜻 외에 하급자, 졸개, 아랫사람이란 뜻이 있고, 동사로 쓰이게 되면 종속되다 혹은 경시하다는 뜻을 가진다. 이렇듯 부하란 재능 등이 열등해 상사에게 종속돼 상사의 명령과 지시를 받아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같은 부하란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follower’에는 자신의 판단과 의지를 바탕으로 추종할 만한 가치가 있는 리더를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부하들이 일이나 조직에 몰입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아무 생각 없이 하려고 해서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리더들을 필자는 종종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리더들이 독자들 가운데에도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부하를 subordinate으로 만드느냐, follower로 변화시키느냐는 오로지 리더인 당신의 책임이자 능력이지 그들의 탓이 아니라고!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jung@yonsei.ac.kr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올해의 유망한 학자상을 받았다. 2010년 리더십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The Leadership Quarterly>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매일경제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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