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Succession

“일회성 이벤트는 No! 승계시스템을 구축하라”

98호 (2012년 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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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CEO가 바뀌는 이유나 과정은 다양하다. CEO가 임기를 다 마치고 자연스럽게 정해진 절차에 따라 후임자로 교체되는 경우도 있지만 불의의 사고나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 도중에 사퇴할 수도 있다. 심각한 위기나 문제에 책임을 지고 퇴임하거나 해임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종류의 CEO 교체를 모두 CEO 승계(CEO Succession)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승계란 장기적 관점에서 미리 명확한 기준과 절차, 계획에 따라 발굴되고 양성된 후계자에게 CEO의 역할을 원활하게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CEO 승계는 조직경영의 연속성과 지속적 발전을 이끌고 나갈 리더의 후보군을 미리 발굴해 육성하고 이 중에서 최적의 인물에게 최적의 시기에 CEO의 역할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넘겨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CEO를 교체하거나 갑작스럽게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활동은 체계적 승계와 개념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계획적 승계든 예상치 못한 교체든 CEO가 바뀌는 것은 그 조직의 운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은 물론 대학이나 병원, 종교단체, 정부조직 등 비영리 공공조직, 심지어 국가 전체에 이르기까지 CEO의 승계, 즉 원활한 교체는 조직 전체 역사에서 단연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한 나라 대통령의 교체가 그 사회 전체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면 CEO 승계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유고로 CEO가 교체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계가 애플의 미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교체됨에 따라 북한이 어떻게 바뀔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모두 CEO 교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어떤 CEO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그 조직의 비전, 전략, 구조, 시스템, 제도, 문화 등은 모두 달라진다. 어떤 CEO가 조직의 수장을 맡게 되느냐가 궁극적으로 해당 조직의 성과와 경쟁력, 생존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영리나 비영리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들은 CEO의 정상적 은퇴는 물론, 건강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부재 상황에 적시에 적절하게 대응해 원활하게 후임자로의 승계를 완수할 수 있는 계획과 시스템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CEO 승계는 조직의 운명에 정말 중요한가?

 

CEO와 같은 리더가 조직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경영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전반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기존 리더십 이론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조직에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실행을 주도하는 CEO는 조직 성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 발전된 새로운 리더십 이론(: 리더십 대체이론) 가운데에는 다양한 조직시스템들로 CEO의 리더십 효과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우월한 존재로서 구성원들을 이끄는 전통적인 CEO의 이미지를 탈피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리더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끔 권한을 위임(empowerment)하는 것이라는 관점들(셀프리더십이론, 슈퍼리더십이론, 오센틱리더십이론 등)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관점들도 리더가 조직이나 집단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한다.

 

더구나 그 조직의 CEO, CEO의 리더십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중요성을 가진다. CEO 리더십의 대가 햄브릭(Hambrick) 교수는 CEO의 리더십은 일반 임원이나 중간 관리자들의 리더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전략적 리더십(strategic leadership)’이라고 불렀다. 햄브릭은 CEO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환경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조직 전체의 비전과 전략을 결정하며 조직 구조와 시스템, 제도를 설계하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CEO는 다른 임직원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조건과 환경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CEO가 전략 수립이나 조직설계를 잘못하면 다른 임직원들이 아무리 출중하고 열심히 노력해도 조직은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CEO의 교체는 단연 가장 중요한 조직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CEO 승계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CEO 승계와 조직 성과 간 관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매우 복합적이다. 먼저 ‘CEO교체-위기이론에서 CEO의 교체는 조직의 일상적 업무 활동(routines·루틴)과 권한 관계를 교란시키고 구성원의 불안정성을 증가시켜서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해넌(Hannan) 교수를 필두로 한 조직생태학자들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이와 반대로 ‘CEO교체-적응이론에서는 CEO 승계란 조직이 변화된 외부 환경 조건에 적응하고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조직 변화에 대한 조직의 강력한 의지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기 때문에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가지 이론 모두와 다르게 와익(Weick)이나 페퍼(Pfeffer) 교수 등이 주장하는상징적 리더십이론에서는 CEO가 실제로 조직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수행한다기보다는 내·외부에 조직을 대표하는 상징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CEO 승계와 성과 간에는 그렇게 중요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CEO 승계에 대한 위의 세 가지 각기 다른 이론에서 볼 수 있듯이 CEO 교체와 조직 성과 간 관계는 일방적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상황 요인들과의 적합성(fit), 즉 얼라인먼트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는 상황적합성이론(contingency theory)적 관점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CEO 승계에 대한 보다 실천적인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주요 상황 요인들에 적합한 승계 전략의 유형을 파악하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실제 조직들에서 CEO 승계가 진행되는 현황은 어떨까?

 

CEO 승계의 현황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CEO 승계가 조직 성과에 미치는 높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외를 막론해 체계적 CEO 승계프로그램을 보유,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가족소유 기업의 경우 단순히 언젠가 자녀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다는 정도의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누구에게 승계를 할 것이며, 또 이를 위해 필요한 준비에는 무엇이 있는가 등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도 포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계적인 CEO 승계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실제로 CEO의 교체가 진행되는 패턴은 천차만별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전자산업에서 현재의 애플 못지 않은 위세를 떨쳤던 일본의 소니가 급격히 쇠락의 늪으로 빠진 이유는 절대적 영향력을 가졌던 아키오 모리타 회장의 후임자 선임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비해 GE는 잭 웰치가 자신의 후임자 후보군 검토를 퇴임 9년 전에 이미 시작했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CEO 승계프로그램이 잘 확립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사실 효과적 CEO 승계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GE의 잭 웰치 회장은 후임 CEO를 선발하기 위해 1993년부터 GE에서 2250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 중에서 CEO의 잠재력을 가진 20명의 후보들을 각 분야와 직급에서 파악했다. 그리고 그 이후 7년간 이들 20명에 대한 다양한 검증과 평가 과정을 거쳐 최종 3명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이 세 명에 대해 수많은 평가와 토론을 거쳐 마침내 제프리 이멜트를 후임 CEO로 선정했다. 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효과적 CEO 승계를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CEO 승계프로그램은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 할까?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간 선택

 

CEO 승계 의사결정 과정에서 맨 먼저 선택해야 하는 사안은 차기 CEO를 조직 내부에서 물색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 즉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간 선택의 문제다. 이 사안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슈다. 어느 편이 우월한 방안인지 절대적 정답은 없다.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모두 그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기준에 따라서 그 상대적 장단점마저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선 CEO 교체 결과 조직이 위기에 빠지거나 성과가 그 이전보다 더 악화되는 등 승계실패의 위험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CEO로 아웃사이더를 기용한 경우가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거시조직이론의 조직생태학에서 해넌 교수 등이 주장하는 구조적 관성(structural inertia)에 따른 급진적 변화의 위험 때문이다. 해넌 교수는 조직이 전략이나 구조, 사업분야 등과 같은 핵심 요소들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급진적 조직변화를 시도할 때 높은 생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때까지 조직운영의 핵심 기반이 돼온 내부 루틴과 권한관계가 교란될 뿐 아니라 외부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에도 타격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급진적 변화를 시도하는 대부분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고 반대로 기존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직들이 살아남는 구조적 관성이 발생하게 된다. 외부 CEO의 영입은 바로 이런 급진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내부 충원에 비해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즉 기존과 다른 새로운 비전과 가치관, 역량, 전략, 경영진 팀, 경영스타일 등으로 무장한 아웃사이더가 CEO로 조직에 들어오는 경우 그 조직은 지속성과 오퍼레이션 효율성, 기존 사업과 프로젝트들의 추진력 등에 심각한 교란이 발생할 뿐 아니라 조직의 기존 문화와 가치관, 루틴 등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웃사이더가 그 조직의 내·외부 현황과 환경의 특성을 단기간 내에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인사이더 출신 CEO로의 승계 역시 그 나름대로의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 인사이더의 경우 조직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고 또 많은 인간관계를 조직 안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 자질 검증 과정 자체가 엄밀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진행되기 힘들다. 즉 인사이더 출신들로 후보군을 구성할 경우 후임 CEO 후보들에 대한 평가가 경영역량에 대한 객관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기보다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주관적 호불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인사이더 CEO로의 승계는 조직의 혁신이나 변혁을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즉 인사이더들은 기존 조직의 성공과 실패, 성취와 한계 모두에 공로와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조직 내 기존 네트워크와 연대의식으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조직이론적 관점에서 인사이더의 이런 장단점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이론은 바로 네트워크이론의 거장 그라노베터(Granovetter)가 강조한배태성(embeddedness)의 양면성이다. 그라노베터는 양자 간의 일회성 거래로 끝나는 시장관계와 달리 어떤 행위자들 간의 관계가 여러 행위자들 간의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관계 속에서 배태돼 진행될 때 이들 사이에는 정보 교환이 정확해지며 기회주의적 배신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대신 신뢰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자간의 장기적 관계 속에 배태된 관계는 변화와 혁신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제재 또한 어렵게 만드는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CEO 승계에 있어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간 선택은 둘 중 어느 한쪽이 언제나 최선의 답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환경-전략-조직 사이의 적합성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론(contingency theory)적 관점에서 기업이 처한 전략적 상황에 따라 새로운 경영진으로 인사이더를 채택할지, 아웃사이더를 채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상황이 좋을 때(고성과 조직)에는 그 성공 공식을 지속, 강화하는 데 유리한 인사이더가, 저성과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반전(turnaround)시킬 아웃사이더가 각각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상황이 좋을 때는 이미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경영진 개발을 위한 투자에 필요한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고성과 조직은 대개 아웃사이더가 빠른 기간 안에 적응하기 어려운 강력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경우 인사이더가 CEO직을 승계하는 게 더 유리하다. 반면 위기 상황에 있는 조직의 경우 인사이더는 조직을 위기로 빠뜨린 바로 그 조직 문화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아웃사이더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접근법과 가치관, 참신한 관점을 통해 새로운 조직 변화를 보다 더 용이하게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EO가 바뀌는 시점에서 그 기업의 전략적 사이클도 인사이더-아웃사이더 선택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CEO의 임기는 그 전략적 역할에 따라 1)문제해결/부여임무 완수기 2)신성장동력 구축기 3)고성과 실현기 4)쇠퇴기로 구분된다. 만일 CEO 승계가 쇠퇴기나 문제해결/부여임무 완수기에 발생한다면 새로운 관점을 가진 아웃사이더가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성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야 할 신성장동력 구축기나 고성과 실현기에 발생한다면 당연히 인사이더가 더 유리하다.

 

이처럼 CEO는 때로는 아웃사이더가 갖는 참신함과 새로운 통찰력으로 과감하게 조직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인사이더의 조직에 대한 정확하고 심층적인 이해와 통솔 역량에 기반해 기존 조직 인재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면서 조직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최대화해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바우어(Bower)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경영 교수는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가졌지만 조직 내부에서 양성된 인사이더(inside-outside leaders)가 가장 바람직한 승계 대상자라고 주장한다. 즉 양수겸장(ambidextrous)적 관점에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장점들을 절묘하게 결합한 사람이 최적의 CEO 승계 대상자라는 설명이다.

 

Succession is a Process, Not an Event”

 

CEO 승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하나만 선택하라면 필자들은 바우어 교수가 강조한승계는 일상적 과정(process)이지 결코 일회성 이벤트(event)가 아니다는 선언을 꼽고 싶다. 성공적인 CEO 승계는 CEO가 교체돼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닥치고 나서야 허겁지겁 후임자를 고르느라 연일 밤새 회의를 하는 태도로는 결코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없다. 평소에 항시적으로 적절한 후보군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상적 프로세스가 뒷받침될 때에만 제대로 된 CEO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기업들은 항상 적절한 CEO 후보군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효과적인 CEO 승계프로그램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CEO 승계프로그램은 조직의 핵심 제도 중 하나로 시스템화돼야 한다.

 

CEO 승계프로그램이 조직 내에 체계적으로 제도화돼 있을 때 조직은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는 불상사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우리는 강력한 카리스마적 리더의 갑작스러운 부재 시 오히려 그 강력한 카리스마로 인해 조직이 위기 상항에 직면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해 왔다. , 조직 내부 구성원들은 기존 카리스마적 리더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조직 외부의 시장이나 투자자들도리더=조직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것을 즉각적인 위기로 인식해 조직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조직이 일상적으로 체계적 프로그램에 따라 미래 경영진을 발굴하고 육성해 왔다면 조직 내부와 외부 모두 리더의 부재 시에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영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CEO 승계프로그램이 일상적으로 시스템화돼 있다면 기존 CEO 역시 복잡한 조직 내 정치적 역학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승계를 준비할 수 있다. 승계프로그램이 체계화돼 있지 않은 경우 기존 CEO는 후보군과 이들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 집단들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로비와 압력을 받을 뿐 아니라 조기 레임덕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사실상 대다수의 CEO들은 CEO 승계를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비해 CEO 승계프로그램의 일상화와 시스템화가 이뤄진 조직에서는 이른바고통스럽지 않은 레임덕또는원활한 승계(smooth succession)’가 가능하게 된다. 바로 현대 관료제 조직의 성격을 규정함으로써 조직사회학의 기초를 놓았던 거장 베버(Weber) 100여 년 전에 주장했던카리스마의 일상화(routinization of Charisma)’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CEO 승계프로그램하에서 체계적으로 새로운 CEO를 육성해낼 수 있다면 누가 새로운 CEO가 되든 조직 내·외부에서 그 조직의 리더로서의 역량과 자질에 대해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게 된다.

 

CEO 승계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운영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할 뿐 아니라 기존 CEO와 이사회의 담당 과업들 중에서도 높은 우선 순위에 배치돼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승계프로그램이 조직 전체의 미션, 비전, 전략, 문화와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적합성(fit)이다. 예를 들어 승계 프로그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CEO 후보군의 물색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후보군 선발을 위한 기준과 지표가 제시돼야 한다. 어떤 특징과 자질, 역량 및 전문성을 가진 조직구성원을 후보군으로 선정하느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선발의 기준이 되는 지표는 조직마다 다르다. 조직이 처한 환경과 미션, 비전, 전략, 문화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적 CEO 승계프로그램은 각 조직의 내·외부 상황과의 적합성이 담보돼야 하며 이런 기준과 지표는 지속적으로 재정비되고 진화돼야 한다. 각 조직이 속한 환경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CEO 승계프로그램의 출발점에서부터 우리 조직은 현재 어떤 CEO를 필요로 하며, 또 미래에 어떤 CEO를 필요로 하게 될지에 대해 진지하게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이는 결국 조직 전체의 미션 및 비전, 전략, 문화와의 조화가 성공적 CEO 승계프로그램에 단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CEO 승계의 시스템화를 위해서는 승계프로그램이 조직의 미션과 비전, 전략을 수행하는 실행 과정과도 적합성을 가져야 한다. CEO 후보군을 확인한 후 이들을 개발, 육성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효과적인 CEO 승계프로그램은 후보군을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 후보군이 계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기에 후보군을 확인한 경우에도 이들을 적절히 양성하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후보군을 양성,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다수 조직들은 미션과 비전, 전략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리더십 스킬 양성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적으로 CEO 후보군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조직의 전사적 미션, 비전, 전략 실행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핵심 과업과 보직들을 맡김으로써 반복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들은 CEO 승계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특별한 방향성이나 목적의식 없이 CEO 후보군을 조직 내 다양한 기능 부서들에 순환 근무시키면서 다양한 기능 영역들에 대한 피상적인 수준의 경험만 누리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승계프로그램은 단순히 프로그램으로만 그치게 될 뿐 조직의 전사적 미션이나 비전, 전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

 

따라서 조직은 후보군에게 과업을 주면서 그 과업을 실행하는 과정이 그들에게 새로운 과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주는개발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능력을 검증받는평가의 기능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후보군에게 점차 복잡하고 어려우며 까다로운 과업을 맡기면서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조직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를 검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돼야만 CEO 승계는 단순히 CEO 인사 프로그램으로서뿐 아니라 조직의 미션과 비전, 전략을 실제로 실행하는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서의 위상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CEO 승계프로그램은 조직 내 선택받은 상위 1%만을 위한 고립된 섬과 같은 활동이 아닌 전체 조직 활동과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체 조직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누가 경영진 승계프로그램의 주체가 돼야 하나?

 

CEO 승계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진행하는 주체를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역할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이사회는 회사가 잘하고 있을 때 CEO 승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사회는 대부분 회사가 심각한 위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CEO 승계를 논의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경우이미 너무 교체 시기가 늦어버린 때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누가 CEO 승계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주체가 되는 게 바람직할까? 바로 현재 CEO 자신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더라도 기존 CEO는 조직 내부뿐 아니라 조직이 속한 산업과 환경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조직 내에서 가장 많다. 따라서 현재 CEO는 미래 CEO 후보군을 발굴하고 양성, 선발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지표를 가장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현직 CEO가 자신의 후계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승계프로그램의 주체가 될 경우 승계 과정에 대한 이사회와 주주들, 그리고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무엇보다 승계 프로세스 자체가 전사적 차원에서, 또 대외적으로 정당성을 가지고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직 CEO는 단기적 관점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모든 성과를 실현하고 극대화시키려 시도하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성과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관점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게 된다. CEO의 궁극적 성과 평가에 차기 CEO의 성과까지를 상당 부분 포함시킨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 전체의 연속성과 성과지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들은 전통적인 CEO의 전략적 리더십 역할에 차기 CEO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가장 핵심적 역할 중 하나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리더십 이론 중 하나인 슈퍼리더십 이론에서 리더의 핵심 역할은 바로 모든 구성원들이 스스로 리더가 될 수 있게끔 권한위임(empowerment)하는 역할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즉 추종자(follower)로만 인식돼 왔던 대다수 일반 구성원들을 셀프리더(self-leader)로 만드는 게 이른바슈퍼리더’의 역할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들은 CEO 역시 조직 전체 리더십 승계과정의 주역을 담당함으로써 미래의 CEO를 발굴하고 육성해 조직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확보해내는 슈퍼리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의 CEO가 갖춰야 하는 역량과 자질에 대한 평가 지표(CEO criteria)들을 제시하고 다양한 분야와 레벨에서 CEO가 될 만한 잠재력을 가진 후보군을 물색, 이사회에 후보군에 대한 평가(지표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CEO는 멘토와 코치의 관점에서 파악된 후보군을 개발, 양성하고, 평가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김선혁 고려대 경상대학 교수 bandit75@korea.ac.kr

 

김선혁 교수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조직설계와 변화, 조직행동, 인적자원관리, 전략경영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CEO 리더십, 변화와 혁신, 문화예술경영, 여성리더십 등이다.

 

신동엽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 대표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3호 언더그라운드 정보와 기업 전략 2019년 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