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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달시 ECOA 사무총장 인터뷰

“소셜미디어 시대… 더이상 비밀은 없다 신뢰와 양심의 기업문화 구축하라”

김유영 | 79호 (2011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키스 달시 사무총장의 인터뷰 내용 검토와 정리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유종기 이사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비밀의 시대는 끝났다. 폭로전문 사이트는 위키리크스(Wikileaks)는 2010년 11월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25만 건의 외교 전문을 빼내 일부를 폭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라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지시부터 미군의 민간인 무차별 학살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위키리크스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가 불씨를 지핀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 혁명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주로 정치 외교 분야에 한정됐지만 기업도 비껴갈 수 없었다. 위키리크스의 창업자인 줄리앙 어산지는 “미국의 메이저 은행을 끌어내릴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 은행 임원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다량의 정보를 빼내 부패의 생태계(ecosystems of corruption)를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은행이 BofA(Bank of America)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것도 ‘즉시’, 그리고 ‘널리’ 퍼졌다. BofA 주가는 단숨에 7% 폭락했다. 다행히 위키리크스가 보유한 BofA 관련 정보는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 사건은 기업 경영진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졌다. 사회가 점차 투명해지면서 기업 역시 투명성을 요구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다. 굳이 위키리크스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이 최근 확산되면서 익명의 제보자가 마음만 먹으면 기업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기업은 이런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기업 윤리 및 준법 감시인 협회인 ECOA(Ethics and Compliance Officer Association) 사무총장인 키스 달시(Keith T. Darcy)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투명성에 대한 높아지는 요구와 소셜미디어 확산 등으로 기업의 명성 리스크(reputation risk)는 전략리스크나 운영리스크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며 “기업 윤리는 법률 규정을 뛰어넘는 기준으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해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시 사무총장은 윤리 및 준법 담당관은 기업의 전략, 운영 등 각종 부문의 리스크를 총괄 운영하며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샅샅이 파악하기 위해 임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공유할 정도로 친화력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명성의 시대에는 자신이 속한 조직, 나아가서는 사회의 윤리적 책임자(moral agent)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하는 존재라기보다 인간적인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OA 는 윤리와 준법 감시 분야의 최대 단체로 전 세계에 13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기업 윤리는 법률 준수 이상의 영역이다
기업 윤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준법(compliance)은 각종 규제와 법률, 조항, 정책 등을 따르는 것이다. 반면 윤리는 선택의 문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접하고 있는 매일 매일의 비즈니스 상황에서 어떤 결정과 반응을 보여야 할지 선택하는 게 바로 윤리다. 윤리는 훌륭한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s)이 되기 위해 선택하는, 법률 규정을 뛰어넘는 기준이다. 기업의 윤리적 결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고객, 협력업체, 환경, 규제기관, 지역사회, 투자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윤리적 기업은 의사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한다.
 
기업 윤리는 비즈니스에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나?
기업 윤리가 수익을 창출하는 동인이 될 수 있는가?
윤리적 기업은 대개 고객 충성도가 다른 기업에 비해 높고 직원 이직률이 낮다. 직원 사기도 높고 협력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조달 비용도 낮다. 정부 등 규제당국과의 관계 또한 다른 기업에 비해 좋다. 자연스럽게 기업윤리가 강한 이들 기업은 브랜드 가치와 명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 대상으로서의 시장 가치 또한 높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최근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명성 리스크(reputation risks)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면서 전략리스크나 운영리스크, 재무리스크와 동일시 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 부정, 부패 행위에 대한 작은 소문이 퍼지더라도 이러한 사실이 즉각(in a nano-second) 시장에 반영돼 기업의 주가는 요동치고 곤두박질한다.
윤리 및 준법 담당관, 컴퓨터 책상에서 탈출하라
최근 들어 비즈니스 윤리가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윤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세계화 (2)기술발전 (3)소셜미디어의 확산 및 높아지는 투명성(transparency)이다. 첫째, 제품 및 서비스의 공급 및 유통 체계가 전세계 곳곳과 연결되는 글로벌 경제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의 윤리 격차는 매우 크다. 특히 부패는 신흥 시장에서 윤리와 관련된 대표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둘째, 새로운 기술의 발전, 특히 의료 분야의 경우 인간 생명에 대해 어느 정도를 투자할지 대립되는 요소 사이에서 금전적 가치와 균형(trade-offs)을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셋째,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고 열린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비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업 관행 및 주요 전략적 의사결정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와 SMS와 같은 문자 메시지, 그리고 위키리크스(WikiLeaks)를 통해 공개된다. 대중의 감시와 주목을 일상적으로 받는 시대가 됐다.
 
윤리적인 기업으로 평가됐던 글로벌 기업들도 뇌물이나 부패, 이해관계 중첩, 반독점 등의 문제로 윤리 위기를 겪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노련한(experienced) 임원 레벨의 경영진을 윤리 및 준법 담당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 담당관은 빠르게 진화하는 윤리경영 리스크의 문제를 이해하고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도입·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윤리 및 준법 담당관은 직원이 불공정 관행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부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내부 의사소통 채널을 여러 개 구축해야 한다. 직원들 또한 회사의 명성을 지키는 의무를 받아들이고 이를 위한 도구와 자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윤리 및 준법 담당관은 인사나 내부 감사, 기업 리스크 관리, 법무, 보안 및 기술팀 리스크 담당자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를 관장하는 업무 장악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소셜미디어 등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팀 리스크 담당자와는 더욱 공고하게 협업해야 한다. 기술팀 리스크 담당자와의 협업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안관이 될 수 있다. 기업 내부의 잠재적인 사이버 리스크를 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화벽(firewall)을 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넷째, 모든 조직은 신뢰(trust)와 양심(in-tegrity)의 기업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기업 문화야말로 직원 행동을 결정하고 바로 세우는 강력한 요소다. 모든 직원은 기업 브랜드와 명성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평생을 걸쳐 구축한 명성이 단 한 번의 사건, 사고로 산산이 부서질 수 있다.
 
다섯째, 윤리 및 준법 담당관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만 들여다보지 말고, 직접 현장에 나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전자적인 성(electronic castle)’에서 탈출하라는 뜻이다. 인간관계가 좋고 넓은 사람들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남들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경우 자신이 아는 정보를 숨기지 않고 터놓고 말할 수 있다. 조직 내에 대화와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참가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
 
무엇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인 존재가 되라
현재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CEO를 대상으로 기업 윤리와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 윤리와 관련해 경영진에게는 어떤 덕목이 요구되는가?
윤리적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델포이의 신탁(Oracle of Delphi)처럼 “너 자신을 알아야(know thyself)” 한다. ‘양심(integrity)’이라는 단어는 ‘온전한(whole)’ ‘완성된(complete)’이라는 뜻의 라틴어 ‘integer’에서 유래했다. 이는 보다 심오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온전한 혹은 완성된 사람이란 누구인가? 자신을 안다는 건 무슨 뜻이며, 나의 가치와 신념은 무엇인가? 매일의 행동과 결단 속에서 그 신념을 온전히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기업 경영진에게 이러한 점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가슴(heart-life)과 소통해야 한다. 머리(brain)는 그 다음이다. 우리를 이끄는 것은 바로 마음이기 때문이다. 가치와 신념, 감정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일깨워 주고 이를 의식하도록 해야 한다. 삶은 단순히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노자는 “무엇을 하기 위해선 먼저 그 존재가 되라(The way to do is to be)”고 말했다. 리더십 프로그램에서는 경영진이 단순히 무엇을 ‘하기(human doing)’보다 ‘인간이 되도록(human being)’ 도와주고 있다.
 
 
판단하기 애매할 때 ‘위키리크스가 당신의 행동을 폭로해도 괜찮은가’를 자문하라
위키리크스의 위협은 내부 고발자(whistle-blowing) 사이버 공격과 소셜미디어 채널의 폭로 등과 결합돼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오늘날 ‘뉴욕타임스 테스트’를 ‘위키리크스 테스트’로 바꿔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 테스트는 판단하기 애매한 그레이 존(gray ambiguous area)에 있을 때 자신의 행동이 뉴욕타임스 1면에 나오면 어떨지 생각하면서 대처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1면에 나올 법한 일들은 비윤리적인 행동, 자금 횡령, 부하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다.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경우에는 리스크에 취약하지 않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1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 매니저들이 해야 할 일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doing right things)이다. 모든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는 한, 기업은 투명성 문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정보화 시대이고, 비밀도 없고 숨길 곳도 없다. 윤리 및 준법 담당관은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한다.
 
자료:http://www.theecoa.org/iMIS15/ECOAPublic/NEWS/ECOAPublic
/NewsContent/Articles/WikiLeaks_and_Transparency.aspx
http://www.eliinc.com/insights/blog/Ethics-and-The-New-York-Times-Test
앞으로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나 시스템 붕괴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금융위기는 월가에서 시작돼 평가기관, AIG(신용파산스왑),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을 요구했던 투자자로 퍼져갔다. 성공과 높은 수익에 도취된 월가는 부동산 거품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피라미드 사기로 확대됐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1)대출기관은 담보물을 기반으로 무책임한 대출 상품을 남발했다. 소득이나 자산, 직업 유무를 따지지 않는 무담보·무서류 대출과 닌자론(No Income No Job or Asset의 약자로 일자리나 자산, 수입도 없는 고위험 채무자에게 이뤄진 대출을 뜻함)이 아무에게나 제공되면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일어났다. 2)월스트리트 증권사의 돈을 받은 신용평가기관 사이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했다. 3)기형적 보상 제도는 탐욕과 무제한적 이기심을 부추겼다. 4)실패 뒷감당은 정부가 하고, 성공 수익은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향후 10∼20년간 금융위기의 손실을 갚아나갈 사람들은 전세계 납세자들이다.
 
위키리크스의 등장으로 경영 환경이 바뀌었다. 기업은 결정을 내릴 때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받게 될 영향과 위험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 이제 기업은 밝은 태양빛에 노출돼 있다.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각자는 삶이라는 위대한 시에서 조금씩 운율을 보태야 한다. 어떤 시를 만들 것인가?
 
위기가 다시 발생한다면 그때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구제금융을 지원할 정부 예산이나 자원이 충분치 않다. 기업 이사나 중역, 윤리 및 규제 책임자, 중간관리자, 상점 직원 모두가 자신이 속한 조직, 나아가 사회의 윤리적 책임자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인터뷰이 소개
키스 달시는 30여 년간 E*Trade bank와 New York National Bank, Marine Midland Bank 등 금융회사에 근무하면서 비즈니스 윤리와 기업 지배구조, 리더십 등의 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ECOA 사무총장을 지내고 있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경영자 프로그램에서 윤리 및 리더십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Global Redesign Project 회원이며 조지타운대 맥도너스쿨의 부학장을 지냈다. <HR’s role in Corporate Governance>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인명사전인 <명사록(Who’s Who·후스후)>의 금융 및 교육 분야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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