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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리더 vs. 진정한 리더

이방실 | 75호 (2011년 2월 Issue 2)
 
 
 
새해를 맞아 금연, 다이어트, 규칙적 운동 등 ‘새해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담배를 끊고, 식사를 절제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함으로써 얻게 될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치는 사례도 많다. 당장의 흡연이 안겨줄 기쁨, 혹은 금단 현상으로 겪게 될 즉각적 고통, 또는 눈앞에 놓인 달콤한 케이크의 유혹과 복근을 만드는 데 따라 올 고통을 떠올리다보면 “내일부터…”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당장의 행복 때문에 미래에 얻게 될 이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현상은 인간의 본성이다. 심리학에선 이를 ‘과도한 가치폄하(hyperbolic discounting)’에 따른 ‘시간 간 선택에서의 변칙현상(anomalies in inter-temporal choi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조금 더 기다리면 더 많은 보상(rewards)을 받을 수 있는데도, 보상을 받는 시점이 눈앞으로 다가올수록, 보상이 작더라도 더 빨리 받는 쪽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가령, 1년 뒤 초콜릿 한 박스를 받는 것(A)과 1년하고 일주일 뒤에 초콜릿 두 박스를 받는 것(B)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B를 고르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오늘 당장 초콜릿 한 박스를 받는 것(C)과 일주일 뒤 초콜릿 두 박스를 받는 것(D) 중 선택을 하라고 물으면, 상당수 사람들이 C를 선택한다.
 
합리적 경제 이론에 따른다면, 두 제안 모두 똑같이 1주일만 더 기다리면 초콜릿 한 박스를 더 받을 수 있으므로 B와 C가 아닌 B와 D를 선택하는 게 옳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장 초콜릿을 먹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일주일을 더 기다려 얻을 미래 효용(추가적인 초콜릿 한 박스)을 과도하게 폄하해버린다. 그 결과 보상이 작더라도 더 빨리 받는 쪽(C)을 선택하는 ‘비합리적’ 결정을 한다.
 
반면 보상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연(위 사례에서는 1년 뒤)될수록 상대적으로 가치폄하를 덜 한다. 어차피 먼 미래에 벌어질 일이므로 유혹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따라 일주일을 기꺼이 더 기다려 초콜릿 두 박스를 얻는 ‘합리적’ 선택(B)을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물론 이것도 착각이다. 시간이 흘러 실제 보상을 받는 시점이 다가오면, 또 다시 즉각적인 유혹에 흔들려 비이성적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결심이 종종 작심삼일로 그치는 이유다.
 
이처럼 사람들은 실제 그 상황이 벌어지는 시점이 현재인지, 혹은 먼 미래인지에 따라 변칙적인 결정을 한다. 리처드 탈러, 조지 뢰벤스타인 등 행동경제학자들의 수많은 실험 결과 이 같은 현상은 보상의 종류나 크기, 보상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 피험자의 연령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동일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얻을 과실을 이성적으로 분석해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대신 당장 얻을 혜택의 유혹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눈이 멀어 기업의 장기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각종 효율화 작업 및 구조조정을 게을리 한다면, 과도한 자기폄하 본능에 충실한 경영자라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역량 개발이 조직의 장기 발전에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당장의 매출 신장을 위해 직원들을 마냥 쥐어짜기에 급급한 경영자도 본능에 충실한 ‘원시적’ 리더라 하겠다.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차일피일 미루는 관리자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리더라면 당장은 고통스럽고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조직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신속하게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 눈앞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자기 통제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과 실천을 해 나갈 때 진정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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