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reative Facilitation

조직 변화에 불 지피는 퍼실리테이션형 리더

이영숙 | 66호 (2010년 10월 Issue 1)

인재 1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런 얘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인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집단지성의 시대다. 구성원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량을 조직의 목적에 맞게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최근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가 서울 중구 필동 CJ연수원에서 개최한 ‘국제 퍼실리테이션 아시아 컨퍼런스(Asia Facilitators Conference)’를 보면 이를 체감할 수 있다. 행사 첫날 똑같은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9명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싱가포르 국방부에서 온 사람들로 국방부에서 전문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군대 조직이야말로 가장 수직적인 구조로 유명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명령체계가 명확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배우려고 왔으니 말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 위해 매년 관련 행사에 참석한다고 한다. 명령을 따라야 할 때와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야 할 때를 구분하는 지혜가 부러울 뿐이었다.
 
퍼실리테이션은 공동의 작업이 단순한 물리적인 합이 아닌 시너지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 시너지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향해 자신들을 집중할 수 있을 때 나온다. 이게 바로 퍼실리테이션의 힘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나온 퍼실리테이션의 주요 트렌드와 적용법을 소개한다.
 
변화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지금처럼 극도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는 퍼실리테이터형 리더가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리더십 스킬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리더 개인의 내면(being)에 존재하는 것까지도 감안한 개념이다. 퍼실리테이터형 리더십은 리더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과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림1)
 
리더의 내면은 개인의 깊숙한 곳에 있어서 애써 들여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심지어 자신조차도 잘 모르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언어와 행동을 표출시키는 다이너마이트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퍼실리테이터형 리더는 수시로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의 속성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 할 때 어떻게 나타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형 리더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는 크게 4가지 요건을 갖춘다.(그림2)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고 그것을 부하들로부터 요구하는 전통적인 리더와는 달리, 퍼실리테이터형 리더는 자신의 선택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자신을 조율할 줄 안다. 이 조율 과정에서 필요한 게 바로 퍼실리테이션 리더십 스킬이다. 퍼실리테이터형 리더는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려 애쓰고(comprehensive) 지금(here and now) 일어나고 일을 인정(affirm the present)하면서도 결정을 할 때에는 자율적 권한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사이에서 최상의 결정을 내리려 애쓰며(ethical in decision)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용기(being courageous)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요건을 지나치게 사용할 때와 필요한 만큼 발휘하지 못할 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칼에 양면이 있듯이 리더의 행동에도 양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이 지금 어느 면에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 스킬은 ‘차별화하기(Di-fferentiation)’ 와 ‘통합하기(Integration)’를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것이다.(그림3) 시장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대안들을 최대한 다양한 관점으로부터 끌어낸 후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그동안 나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통합해가는 핵심 퍼실리테이션 스킬이다. 이는 마치 예술과 같다. 최대한 관점을 벌렸다가 어느 지점에서(이 포인트가 어디인지 발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다시 하나로 통합해서 가장 핵심적인 한두 가지로 귀결시키는 능력은 리더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전통적인 리더십에서는 결정된 것을 하게 하면 되지만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자신조차도 잘 모르는 것을 결정해야 할 때는 집단지성(collective thinking)이 중요하다. 이를 끌어내서 활용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형 리더야말로 어려운 경영 여건을 뚫고 이전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이 시대의 가장 확실한 리더십 대안이 될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형 리더는 그룹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만한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세부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그래픽으로 표현해 재미를 불러 일으켜라(Graphic Facilitation)
퍼실리테이터는 그룹의 관심과 역동성을 놓치지 않고 목적에 집중시켜야 한다. 디지털 사회의 다양하면서도 재미있는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 단순한 흑백드라마를 언제나 추종하지는 않는다. 한 장만 넘겨도 기억에서 멀어지는 파워포인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플립차트에 그래픽 아이콘을 사용해 그룹의 아이디어를 기록하되 모두 벽에 붙여둬라. 그것은 현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논의할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고, 그때의 핵심적인 논의에 ‘그룹의 기억(group memory)’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그룹의 시너지를 아주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논의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몇 가지의 그래픽 아이콘만으로도 핵심을 알기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사람들은 들은 것보다는 본 것을 더 잘 기억한다는 측면에서 그래픽 퍼실리테이션의 효용성을 잘 설명해 준다.
다양한 컬러 펜을 한 손에 잡는 방법,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내기 위해 퍼실리테이터가 서야 할 위치 결정하기, 논의의 핵심 요약하기, 그래픽 아이콘 그리기, 아이콘에 색깔 입히기 등 재미있으면서도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세밀하게 챙겨볼 수 있다.
 
2.물리적 장소를 조금만 바꿔줘도 관점이 바뀔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공간 활용도 다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회의실 공간 속에 앉아 있는 위치, 좌석 배치, 자세 변화 등을 통해서도 참석자들의 시야와 관점에 대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말로만 퍼실리테이션 하는 것은 말한 만큼만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오감을 자극하는 퍼실리테이션은 다양한 감각 기관을 자극하면서 참석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참여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 참석자가 최대한 자신의 오감을 동원해 목적에 집중할 수 있게 공간과 프로세스를 디자인하고 그 과정들을 퍼실리테이션하는 다양한 기법들이 소개됐다.
리더와 직원들이 서로 이해의 폭을 줄이지 않고 있어서 핵심변화가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는 상태를 가정해보자. 답보 상태에 있는 한 팀의 리더가 이해의 폭을 좁히기 위해 팀을 모아 놓고 퍼실리테이션 하는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을 말로만 얘기하면, 그다지 큰 자극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떨어져 서게 한 다음 무작위로 두 사람(한 사람은 리더, 다른 한 사람은 부하 직원)을 나오게 해서, 뒤돌아 보지 않고 자신의 앞만 보면서 대화하게 해보라. 그리고 나머지 참석자들은 관찰자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참가자 모두 변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자신들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때 연기했던 두 사람의 느낌을 이야기하게 하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그들 각자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창의적인 퍼실리테이터는 억지로 끌고 가려 하지 않고 스스로 자각할 수 있게 주어진 공간마저도 최대한 활용한다.
 
3.긍정심리(Appreciate Inquiry)를 활용하라
긍정심리(Appreciate Inquiry) 기법은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추진하는 퍼실리테이션 기법이다. 사람이나 조직 안에, 혹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안에 존재하는 최고와 최선의 것을 찾기 위한 상호 협력적인 탐구다. 개입이 아닌 질문과 상상의 혁신을 통해 변화를 이루게 된다. 변화를 추진할 때 기존의 문제 해결 기법이 문제를 규정하고 원인을 분석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AI는 조직의 강점과 최고 상태 등 긍정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참석자로부터 답을 이끌어낸다.(그림4)
 
퍼실리테이터는 우선 참가자들에게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Discovery)하게 한다. 이후 발견한 것의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을 상상(Dream)하게 하고, 미래가 어떻게 구현될지 동료들과 대화(Design)하게 한다. 또 이를 실제 얻기 위해 구체적으로 해야 할 행동(Destiny)을 만들어보게 하는 단계로 프로세스를 진행해간다. 이 방법은 그 동안의 문제 해결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이미 자신이나 현재의 조직 안에 있는 것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내게 하는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방어적인 태도가 아닌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워크숍에 임하게 할 수 있다. 이런 긍정성이 팀 활동에서 최고의 것을 끌어낼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AI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룹토론을 긍정적이면서 핵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개발하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참가자의 생각을 자극하게 되고, 자극 받은 참가자들은 자신들에게서 최고의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된다.
 
4.그룹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라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고 아이디어를 촉발시킬 수 있는 대화 방법, 생각의 차이를 장려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룹의 의견을 통합(integration)시켜가는 기법, 팀원들이 내놓은 의견에서 합의를 이뤄가는 방법, 중대한 사안에 대해 집중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 창의적 리더십을 가능하게 하는 5감을 동원한 퍼실리테이션, 함께 모이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한 온라인 퍼실리테이션, 과거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어 새로운 패턴을 바꿔가는 방법 등 변화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퍼실리테이션 기법이 있다.
 
편집자주 많은 기업들이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해 조직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직 창조성(organization creativity)은 개인의 다양한 통찰력과 경험, 에너지를 결부시킨 집단적 산출물이기 때문입니다. 조직 내에서 개인과 그룹의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기법을 연재합니다.
  • 이영숙 | - Aligned & Associates 대표
    - 한국베링거인겔하임
    - 한국HP -한국MSD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부회장
    - 국제인증퍼실리테이터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