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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감성 리더’를 과감히 쫓아내라

DBR | 4호 (2008년 3월 Issue 1)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업이 난세(亂世)의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 성장을 이루려면 구성원의 신뢰, 자부심, 재미와 열정 같은 인간적 감성(感性) 에너지가 충만한 조직 분위기가 절실하다.
 
이런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이 바로 ‘감성 리더십’이다. 리더십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정으로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헌신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감성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성공한 리더와 실패한 리더의 차이는 기술적 능력이나 지능지수보다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80%의 감성지능과 20%의 지적 능력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이 발휘된다.
 
세계적인 인재 스카우트 회사 스펜서 스튜어트의 사장인 토머스 네프도 ‘최고경영진이 주는 교훈(Lessons from the Top)’이란 책에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책에 따르면 성공 리더 50명의 15가지 공통적 자질 중 단지 3가지만이 지적·기술적 능력과 관련이 있다. 나머지 12가지 자질은 대부분 감성지능을 기반으로 한 태도나 의지로 부를 수 있는 것들이다.
 
감성적 요소가 결핍된 리더십은 기업의 실적은 물론 조직원들의 삶까지 파괴한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저서 ‘위대한 승리(Winning)’에서 “훌륭한 상사는 구성원들의 친구요, 스승이요, 동맹군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훌륭한 상사는 직원들의 삶까지 변화시킨다. 반대로 나쁜 상사는 직원들의 신체를 병들게 하고 영혼까지도 파괴하는 주범이다. 리더십은 이 시대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경영 포인트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기업의 모든 리더가 바람직한 리더십을 가진 것은 아니란 점이다. 특히 가부장적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감성지능이 결핍된 ‘무(無) 감성 리더’에 대한 견제가 거의 없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당장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생명을 위협하는 ‘종양’이 된다.
 
F학점의 리더십, ‘이대로는 안돼!’
LG경제연구원이 최근 직장인 8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한민국 직장인 리더십 진단(2008년, LG Business Insight 973호)’ 결과는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상사에 대한 리더십 만족도가 매우 낮으며 리더들은 감성 리더십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직장 상사에 대한 리더십 만족도는 44.1점에 불과했다. 시험성적으로 치자면 F학점이다. 집단별로 볼 때, 부하 직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원·대리 계층이 상사에게 준 점수는 40.8점으로, 하위 직급으로 갈수록 리더십에 대한 불만 수준이 높게 나왔다. 더구나 마케팅 조사 방식 중 하나인 ‘재구매 의향’을 리더들에게 적용해 본 결과, 사원·대리 계층 응답자의 72%가 ‘지금의 리더와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영학자 로버트 퀸이 제시한 4가지 리더십 스타일(관계, 혁신, 성과, 관리 지향)을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의 리더들은 지나치게 일 또는 성과 중심(43%)으로 편향된 리더십 스타일을 보였다. (표1) 이런 결과는 일 중심적인 구성원들이 리더로 선택받아 승진하는 경우가 많거나 리더가 되면서 일 중심으로 변한 탓일 것이다.

    
물론 ‘관계 지향’, ‘혁신 지향’, ‘성과 지향’, ‘관리 지향’의 4가지 리더십 스타일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리더십에 기대와 만족 수준을 조사한 결과, 감성 리더십과 관련 있는 ‘관계 지향’과 ‘혁신 지향’ 측면의 리더십 역량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이에 대한 만족 수준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기대와 만족 수준의 격차가 컸다.(표 2) ‘성과 지향’이나 ‘관리 지향’ 측면의 기대 수준과 만족 수준 간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이는 대다수 한국 기업들이 그간 위계적 조직 질서 안에서 성과주의를 강조해 온 탓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가장 바라는 리더 유형은 ‘창의적 감성 리더’임을 알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 기업에는 감성지능이 결핍된 무(無)감성 리더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에서 무감성 리더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지나친 성취 욕구와 단기 실적만 원하는 기업 문화
우선 리더들이 지닌‘지나친 성취 욕구’와 단기 실적에 치우치는 기업 문화가 무감성 리더를 양산하는 원인이다.
 
리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실력도 갖춰야 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취 욕구가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친 성취 욕구가 가져오는 그릇된 행동 특성과 성향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질 경우 평범한 사람도 무감성 리더로 변질되기 쉽다. 감성지능이 부족한 리더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입장과 이익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타인을 배려하는 감성이 부족한 경우, 부하 사원들을 지칠 때까지 몰아세우거나 동료를 짓밟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자신보다 전문성과 능력이 못하다고 느낄 때는 표정과 태도를 바꿔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도 보인다.
 
또 국내 기업이 제대로 된 실력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리더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고 선별하지 못한 것도 감성 역량이 바닥난 관리자가 생겨나는 이유다.
 
부하 직원의 성과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포장해 버리는 리더, 어떠한 경우라도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비겁한 리더, 일에 초점을 잡지 못하고 불필요한 일에 지나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리더 등…. 이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대표적인 무감성 리더의 모습들로 그 근간에는 실력과 리더십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무감성 리더의 행동과 태도를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성격이 좀 특이한 것일 뿐, 일은 잘 하잖아’라는 식으로 지나쳐 버린다. 하지만 이들은 조직 문화를 망치고 우수 인재가 떠나게 하는 원인이다. 하루 빨리 이들의 잘못된 리더십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아울러 기업은 이런 무감성 리더들이 조직 내에 자리 잡을 수 없게 해야 한다.
 
감성지능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
긍정적 감성이 넘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은 구성원들의 감성 지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감성지능과 관련된 역량을 평가하고, 리더십 교육 훈련에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인재를 뽑을 때 ‘유머감각’과 같은 태도 요인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 시스코는 혁신 문화에 적합한 인재 유치를 위해 전문 지식이나 직무 스킬 등 하드 스킬(hard skill)과 대인관계, 팀워크 등 태도 및 행동과 관련한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20대 80의 비율로 반영한다. HP 등은 감수성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감성지능과 관련한 평가 지표를 마련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특히 이런 분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한국 기업에서는 최고의 리더가 되기 위해 개인 스스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감성적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 스스로가 감성지능을 구성하는 다양한 감성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먼이 제시한 ‘감성지능의 주요 요소’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표3)
 
골먼에 따르면 감성지능이란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감정을 잘 다스리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리더십 측면에서 살펴보면 감성 리더십의 본질은 우선 리더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부하 사원의 감성 및 욕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동의 선(善)’을 찾아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을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구체적으로 리더가 키워야 할 감성지능은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리더 스스로가 자신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아인식능력(self-awareness)’: 자아인식 능력이 높을수록 리더는 강한 신념과 자신감 가질 수 있으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 솔직히 인정해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는다.
②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관리능력(self-regulation)’: 만약 리더가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면 조직원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
③ 부하 직원의 감정이나 시각을 폭 넓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타인의식능력(social-awareness)’: 부하 직원들은 ‘리더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훌륭한 리더는 부하사원을 배려와 애정으로 보살핌으로써 그들의 역량 향상과 성장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④ 부하 직원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타인관리능력(social skill)’: 구성원들의 욕구를 이해해 주면서 리더의 입장을 설득하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갖춰야 한다.
⑤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 이입 능력(empathy)’: 타인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느낄 수 있어야 행동의 진정성이 생긴다.
 
감성지능이 바닥난 리더는 퇴출 1순위
개인이 감성지능을 키우는 노력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기업은 감성지능이 떨어지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불량 리더를 과감히 아웃시킬 수 있는 체계적이고 엄격한 퇴출 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상시 인력 퇴출 관행으로 유명한 GE의 경우, 이 제도를 리더층에 더욱 혹독히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무리 성과가 좋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감성지능이 지나치게 모자란 리더는 퇴출 대상 1순위로 꼽힌다.
 
GE는 이를 위해 엄정한 리더십 평가 모델을 갖추고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들도 부단히 노력을 했다. 잭 웰치 전 회장에 이어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은 사업을 챙기는 것 이상으로 리더십을 중시하고 있다. GE의 최고경영진은 현장의 리더들과 수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이들이 열정과 올곧은 품성, 도덕성 등 감성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한다고 한다.
 
이는 리더십 실패의 책임이 인사 부서의 후진성 때문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부 국내 기업의 경영진들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리더십 개발의 책임은 단순히 인사 부서만의 몫이 아니다. 리더 육성의 전적인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무감성 리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옛말처럼, 모든 리더의 리더인 최고경영자가 자신이 충분한 감성지능을 갖추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또 지금부터라도 무감성 리더의 폐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이 더 이상 조직에 자리 잡을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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