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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일 넘기기 겁난다고?

문권모 | 4호 (2008년 3월 Issue 1)
이번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호를 준비하면서 적잖이 고민한 것이 있습니다. 짧지만 내용이 꽤 어려운 외부 기고의 문장 수정과 재편집을 후배에게 맡기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원래 제가 의도한 목표는 후배 기자의 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골치 아픈 것을 후배에게 떠넘겼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혹시나 내가 나태해 보이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마음을 굳혔습니다. 제가 주는 일이 후배에겐 성장의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후배도 일 해봐야 실력 키워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꽤 많으실 줄 압니다. 후배에게 미안해 하거나,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 혼자 일을 처리해 버리는 분들이시죠. 나중에 뒤치다꺼리를 하기 싫어 ‘아예 내가 하고 말지’란 생각도 하실 겁니다.
 
인사조직 전문가들에 따르면 업무 이양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우선 여러 가지 직무교육 가운데 일을 통한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후배의 입장에서도 실제로 많은 일을 해 봐야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때 후배에게 주는 일의 목표는 때때로 약간 높게 잡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도전적인 목표(stretch goal)가 교육적인 면에서는 더 효과적이니까요. 미국 미시건대 심리학과 노먼 마이어(Norman Maier) 교수의 실험이 그 증거입니다. 그는 실험 대상이 된 사람들이 과제의 해결책을 가져왔을 때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해결책이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조직 입장에서도 업무 이양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선배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조직 내에 지식을 남겨두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존재감이나 힘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조직에 피해를 줍니다.
 
잘한 것과 부족한 점 지적해 줘야
후배에게 업무를 이양한 다음에는 반드시 피드백(feedback)을 줘야 합니다. 무엇이 잘 됐고, 어떤 점을 보충할 것인지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회만 주고 내버려두는 것은 곡식을 가꾸지 않고 수확만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농부가 좋은 밭에서 잘 관리하면 모든 포기가 열매를 맺을 수 있지만, 관리를 하지 않으면 몇몇 강인한 포기만 결실을 합니다.
 
예전에 제가 알았던 리더 한 분은 조직원 모두에게 골고루 도전적인 목표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도와주거나 조언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악조건을 이기고 한번에 목표를 달성한 사람만을 중용했지요. 그 결과 조직의 분위기가 팍팍해지고 전체적인 성과가 낮아지더군요.
 
이렇듯 업무 이양은 분명 좋은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윗사람이 업무 이양을 핑계로 자기 일을 미루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피드백을 주지 않고 일한 사람만 탓하는 상사도 있습니다.
 
업무 이양과 관련한 리더십의 모델을 보고 싶으신 분은 ‘마스터 앤 커맨더(Master & Com-mander, 2003)’란 영화를 보시길 권합니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로 유명한 러셀 크로가 영국 해군 함장 역할을 맡아 후배 장교들을 육성하는 리더십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해외 기업의 교육담당자들이 리더십 교육의 교재로 꽤 많이 사용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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