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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팔로어가 훌륭한 리더를 만든다”

DBR | 4호 (2008년 3월 Issue 1)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훌륭한 리더(leader)는 리더 본인이 아니라 팔로어(follower)가 만듭니다. 리더의 영향력과 권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리더를 따르는 부하나 추종자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합니다. 성공한 팔로어의 역할을 경험한 사람만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이 현대 사회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좋은 리더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리더십의 좋은 면보다 나쁜 면과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팔로어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바버라 켈러먼이다. 켈러먼 교수는 지금까지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배드 리더십(bad leadership)에 관한 여러 저술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배드 리더십은 잘못된 리더십으로 인해 작게는 조직 및 기관, 크게는 국가와 세계에 악영향을 미친 리더십을 말한다.
 
그녀는 동아비즈니스리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배드 리더십의 폐해와 방지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는 말투로 이어나갔다.

  
팔로어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
켈러먼 교수는 리더십과 관련해 두 가지의 큰 변화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이 팔로어의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첫째, 모든 리더의 영향력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으며 둘째, 세계화의 진전으로 지역, 종교, 성별, 국가별 리더의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요즘 리더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권위와 힘이 부족하고 그 영향력 또한 작습니다. 기술의 진보와 민주주의의 진전이 만들어 낸 변화로 정치인이든 기업가든 모든 리더들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업가 리더를 보세요. 이사회, 언론, 주주,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이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치인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무샤라프 대통령이나 부토 전 총리가 아닌 파키스탄 사람들이 만들어낸 겁니다. 비록 유혈 사태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해 미얀마의 시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전 세계의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각국의 권위적 지도자들은 점점 위협받고 있어요.”
 
켈러먼 교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도 리더의 권위 약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가 행정 경험이 거의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새로운 리더,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리더를 원하고 있지요. 특히 미국인들이 왕조라는 단어를 불편해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의 세습에 미국인들은 관대하지 않아요. 부시 왕조, 클린턴 왕조라는 이름은 선거전에서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힐러리의 가장 큰 약점은 그녀가 빌 클린턴의 아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힐러리에게 쏠려야 할 시선을 분산시키고 왜곡시킵니다. 빌 클린턴은 미국 역사상 가장 논쟁의 여지가 있는(controversial) 대통령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를 열렬히 지지하지만 어떤 사람은 극도로 증오해요. 설사 그것이 힐러리의 잘못은 아니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켈러먼 교수는 르완다 대학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저서 ‘배드 리더십’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편협한 리더의 표본으로 꼽았다. 클린턴 정권이 르완다 사태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 수백만 명이 학살당하는 것을 방관했다는 것.
 
리더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리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군, 부패한 최고경영자(CEO), 권력을 남용하는 정치인들은 리더가 아니라고 여기거나 리더라는 단어를 쓸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는 위험할 정도로 순진한 생각입니다. 유능하다는 점만 보면 히틀러나 스탈린도 좋은 리더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좋은 리더를 만들려면 우선 리더십의 어두운 측면부터 파헤쳐야 합니다.”
켈러먼 교수는 배드 리더십을 무능(incompetent), 경직(rigid), 무절제(intemperate), 무감각(callous), 부패(corrupt), 편협(insular), 사악(evil)이란 일곱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녀는 이런 배드 리더십은 ‘상황’, ‘리더’, ‘팔로우어’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리더 혼자서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고 묵인하거나 추종하는 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맹목적으로 사마란치 전 위원장을 지지하지 않았다면 그의 부패 행위가 그렇게 오래 이어질 수 없었을 겁니다. 기술주에 대한 과도한 투자 권고로 오점을 남긴 월가의 스타 애널리스트 메리 미커도 마찬가지죠. 그녀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미커가 초자연적인 통찰력을 지녔다며 ‘인터넷의 여왕’이란 칭호까지 붙여줬어요. 마약에 취해 거의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워싱턴의 매리언 배리 시장은 인종차별 논리를 앞세운 흑인 추종자들 때문에 무려 네 번이나 워싱턴 시장에 뽑혔습니다. 악명 높은 인종청소를 단행한 세르비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도 그 자신이 직접 강간, 고문, 살해를 한 것이 아닙니다. 끔찍한 반 인도주의 범죄는 모두 그의 추종자에 의해 이뤄진 것이죠.
 
그렇다면 나쁜 리더를 방지하기 위해 팔로어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켈러먼 교수는 팔로어 스스로가 리더를 바로잡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를 추종자라고 여기는 사람은 보통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엔론의 전 부사장 셰론 왓킨스를 보세요. 회계부정을 발견한 그녀가 케네스 레이 전 엔론 CEO에게 솔직하게 CEO의 잘못을 거론하지 않았다면 엔론 사태가 밖으로 알려지지 못했을 겁니다. 리더는 신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의심을 가지고, 리더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하세요.”
 
좋은 리더는 윤리성과 효율성 동시에 갖춰야
켈러먼 교수는 좋은 리더의 조건으로 윤리와 능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을 꼽았다.
“좋은 리더는 윤리적(ethical)이고 효율적(effective)이어야 합니다. 두 가지를 다 갖춘 리더는 매우 찾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매우 효율적이지만 윤리적이지 않습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자기 나름의 윤리성을 갖추고 있으나 효율적이지 않아요. 정치인으로서 가장 근접한 사람으로 넬슨 만델라 전 아프리카 대통령 정도를 꼽고 싶습니다.”
 
기업가 중에서 훌륭한 리더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들었다. “게이츠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놀랄 만큼 유능하고 효율적인 인물이에요. 하지만 중년 이후 그의 삶을 바꾼 자선 활동은 그를 윤리적인 리더로 만들었습니다. 게이츠 자선 재단이 행한 놀라운 활동들을 보세요. 그의 행동이 세계 다른 부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그는 윤리적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의미의 효율성까지 창출했습니다.”
 
기업가 출신이 한국의 새 대통령이 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기업 운영을 경험해 본 사람이 정치 리더가 되는 것은 매우 장려할 만한 일입니다. 기업가 출신 리더는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도덕성만 확보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쉽게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역사상 최고의 뉴욕 시장이 된 것이 좋은 예죠.”
 
바버라 켈러먼(Barbara Kellerman)은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 정책을 강의하며 공공 리더십센터 조사국장직도 맡고 있다. 사라 로렌스 칼리지에서 학사 학위를, 예일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고 있다. 국제 계간지 ‘대통령 연구’,‘리더십’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리더십 백과사전’의 편집자도 지냈다. 국제 리더십 협회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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