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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서는 부분이 아닌 전체가 있어야 한다”

조선경 | 38호 (2009년 8월 Issue 1)
“변화를 위해서는 부분이 아닌 전체가 있어야 한다”
1993년 거대 기업 IBM은 81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IBM 이사회는 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를 찾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스타 최고경영자(CEO)들이 물망에 올랐다. 최종 낙점을 받는 사람은 루이스 거스너 RJR 나비스코 CEO였다.
 
거스너 취임 직전의 CEO였던 존 에이커스는 위기 극복 방안으로 회사를 작은 비즈니스 단위로 쪼개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하지만 거스너는 취임 후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IBM의 변화를 위해서는 부분이 아닌 전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후 한 달여 동안 전 세계의 관리자들과 고객들을 만난 후 결론을 내렸다. IBM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어느 한쪽에만 주력해서는 안 되고, 광범위한 컴퓨터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들은 비즈니스 환경이 어려워지면 조직을 쪼갠다. 부서 간 무한 경쟁을 통해 생존율을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이때 많이 간과되는 것이 조직 내 각 부분들의 상호작용과 상호 의존적 관계의 힘이다.
 
생물학자 폰 베르탈란피는 시스템 이론을 주창하며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한 요소만 다뤄서는 안 되며, 상호 연관성이 있는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 ‘시스템적’으로 풀어가야 하고 △하나를 건드리면 생각지 않은 다른 부분도 함께 변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CEO가 재무 관리에 집중하면 영업 관리 쪽이 수동적으로 변하고, 개별 부서의 성과와 경쟁을 강조하면 부서 간에 사일로(silo) 현상이 생겨 협업이 되지 않는다. 기업 내 조직은 상호 연계돼 있으며, 독립과 종속 변수 외에 다양한 맥락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기업 전략을 짤 때 조직 전체를 시스템적으로 바라보는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리더는 매일 선택의 상황에 부딪힌다. 의사결정은 CEO가 수행해야 할 책무 중 가장 부담스럽고 외로운 일이다. 이것이 바로 ‘겁쟁이’ CEO들이 종종 ‘다수결’이란 피난처를 찾는 이유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16세기 후반 왕위에 올랐다. 이때 영국은 기업으로 말하자면 거의 부도 직전의 상황이었다. 여왕은 기득권자들의 숱한 반대를 무릅쓰며 외로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성직자와 귀족, 대신들은 늘 자신들에게 돌아올 ‘파이’의 크기를 계산하면서 찬성과 반대를 정했다.
 
그런데 파이를 작게 자르면 돌아가는 몫이 작아지고, 파이를 크게 자르면 받는 사람의 수가 적어진다. 어떻게 잘라도 많은 사람이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양극단의 어딘가에서 적정선을 찾는 게 바로 경영의 요체요, 탁월한 리더십이다. 한 명도 실망시키지 않으려 하다간 모두를 실망시키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리더가 ‘인기’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불만을 사는 결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받아들였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에게 불만을 주고 소수에게 만족을 주는 결정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여왕은 인기 없는 결정을 내려도 여전히 리더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평상시 백성들과 친분을 쌓았고, 대신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노력했다.
 
현대의 경영자들 역시 때로는 ‘인기도 없고 지극히 비민주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다만 이런 결정이 독선으로 오해받거나,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갈등을 낳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행동 뒤에 숨은 확고한 신념과 정당한 목표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이해시켜야 한다.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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