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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증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방법

권춘오 | 33호 (2009년 5월 Issue 2)
생각이 실체를 만든다. 한 인간을 위대한 인물로 만드는 일 또한 생각에서부터 잉태된다. 이러한 무형의 씨앗이 없다면 도전도 없고 기회도 없다. 그러나 개인이든 기업이든 언젠가는 이러한 무형의 씨앗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과거의 성공과 영화는 소용없다. 이 씨앗을 잃은 개인과 기업은 곧 무기력해지고,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 채 사멸할 운명에 처한다.
 
조직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디폴트 퓨처(default future·무기력한 미래)’라 부를 수 있다. 디폴트 퓨처란 희망찬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퇴색하거나 사라져 기업과 조직 구성원 모두가 느끼는 무기력증을 말한다. 이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다면(더 좋은 것은 처음부터 여기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잠재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에 비해 실제로 발휘되는 에너지는 터무니없이 적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속한 조직이 디폴트 퓨처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직의 리더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폴트 퓨처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을 ‘성과의 3가지 법칙’이라 부른다. 디폴트는 성과와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이 법칙들을 따라야 한다.
 
법칙 1: 성과를 올리는 방법은 상황을 인식하는 방법과 관련이 깊다
노스롭 그루먼은 정밀 군수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로, 최근에는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방위 프로그램, 특히 폭격기와 전투기 제작에 사용되는 전문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와 우주 탐사 시스템과 같은 신흥 업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했다. 그런데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새로운 시장에 필요한 기술과 재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 몰랐다. 이때 이들이 주목한 게 ‘성과의 첫 번째 법칙’이다.
 
새로운 시장 기회를 무리라고 여겼다면 노스롭 그루먼 직원들은 변화를 따르지 않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반면 시장 기회가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두가 이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상황을 확실하게 인식한 70명의 파일럿 팀이 꾸려져 우주선 제작 계획에 참여했다. 그들의 인식과 참여는 곧 전체 조직원에게 퍼져 나갔고, 노스롭 그루먼은 신규 시장에 여유 있게 진입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유인 우주여행 운영의 주요 계약업체로 노스롭 그루먼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모두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행동과 상황 사이에는 언제나 완벽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한 대부분의 변화가 실패하는 까닭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시도할 변화는 가치 있는 일을 성취하기보다는 현 상태를 강화하는 것, 즉 문제가 호전되지 못하고 더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저항이 있으면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저항을 회피하려면 모두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식이 바뀌면 모든 문제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
 
법칙 2: 상황이 전개되는 방식은 사용하는 언어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언어란 ‘구두 또는 서면 커뮤니케이션’ ‘보디랭귀지, 특히 얼굴 표정’ ‘목소리 톤’ ‘사진, 그림 및 여러 상징’ ‘듣는 음악’ ‘옷 입는 법’ 등을 포괄한다. 비즈니스 도전 과제를 이야기할 때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더욱 나은 변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드는 혼란 요소를 떨쳐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에 세워진 폴루스 그룹을 보자. 창업자 도시미 나카우치가 사망한 뒤, 그의 세 아들이 경영권을 이어받아 그룹을 세 부분으로 나눴다. 세 아들은 회사 운영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과는 혼란 그 자체였다. 얼마 뒤 이들은 문제가 경영에 대한 어정쩡한 ‘암묵적 동의’에 있음을 깨달았다. 즉 동의는 동의일 뿐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모두 달랐던 것이다. 이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보다는 창업 정신과 취지에 충실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언어로 표현돼야 했다. 이후 모든 문제가 표면화됐고, 합의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확실히 정해졌다. 그들은 같은 언어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 2007년 말 폴루스 그룹은 20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리고 1100억 엔의 수익을 달성했다.
 
언어는 매우 복잡한 인간 활동이다. 언어는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정의하는 힘이다. 언어는 인간에게 과거를 설명하고 밝은 미래를 부여한다. 우리가 꿈꾸고, 목표를 정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바로 언어다.

법칙 3: 미래를 바탕으로 한 언어는 상황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꾼다
1997년 말콤 번즈가 BHP 뉴질랜드 스틸의 이사로 임명됐다. 그는 비용 및 인력 삭감으로 명성이 높은 인물이었다. 직원들은 회사가 폐업을 준비하기 위해 그를 보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놀랍게도 번즈는 공식 회의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미래가 필요하지만, 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됩니다. 저는 경영자입니다. 성과를 이루는 것은 좋아하지만 몽상가는 아닙니다. 저는 미래를 제안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미래를 위해 모두가 협력하는 과정을 만들려고 합니다. 일단 미래를 꿈꾸고 저와 함께 현실로 이룬다면 여러분은 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나는 여러분과 도둑고양이처럼 싸울 것입니다. 제가 이 약속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면 이야기하십시오.”
 
번즈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BHP 뉴질랜드 스틸 직원들과 함께 논의한 미래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실로 ‘도둑고양이처럼’ 싸웠다. 그가 말한 새로운 미래는 2년 만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안전 업무는 50% 개선됐고, 핵심 벤치마크 비용은 1520% 줄었다. 자본수익률도 50% 늘어났다. 1인당 강철 생산량 또한 20%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일들이 회사 직원 수가 25% 줄었을 때 일어났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을까? 바로 번즈의 언어가 미래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번즈는 직원들이 자신과 회사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고 현실로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언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언어로 BHP 뉴질랜드 스틸의 암울한 미래를 개선하고, 그 미래를 이루는 데 사람들을 참여시키면서 직원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었다.
 
물론 가슴 설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미래 지향적 언어를 활용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을 이 과정에 참여시켜야 하고, 원하는 미래가 분명하게 보일 때까지 아이디어와 창의적 사고가 조직 내에 퍼지도록 해야 한다. 결코 단기간에 끝날 일은 아니다.
 
이러한 3가지 성과의 법칙을 통해 조직과 그 구성원은 즉각적으로 자신과 조직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래에 대해 말하는 방식과 생각을 바꾸면 더 많은 위대한 일들을 성취할 수 있다.
 
리더 또한 성과의 3가지 법칙을 리더십과 관련지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줘야 하고’ ‘항상 모든 대화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감독하고’ ‘미래를 향한 지침을 정하고, 다른 이들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3가지 법칙과 리더십을 연관시킬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현재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의 미래를 다시 쓸 수 있는 진정한 리더다.
 
이 책을 쓴 저자 스티브 제이프론은 조직 성과 컨설팅기업 밴토 그룹(Vanto Group)의 최고경영자(CEO)다. 미국 시카고대와 코넬대를 졸업했으며, 20개국의 3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공동 저자 데이브 로건은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MBA 프로그램 중 경영 및 조직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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