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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이기는 ‘준비된 기업’

신종원 | 28호 (2009년 3월 Issue 1)
심각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가 무겁다. 최고경영자는 경기 침체가 자사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이를 최소화해 비즈니스를 신속히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불황이 기업에 항상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기 침체는 이를 철저히 준비한 기업에게 시장 지위를 개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경영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는 무엇일까. 경영진은 경기 침체기에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음의 4가지 핵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비용 절감이다. 많은 기업은 호황기에 비용 관리보다 매출을 늘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 이런 관행은 기업에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다. 매출 둔화 시 비용 열위에 있는 기업(cost laggard)은 자신들이 예상보다 훨씬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런 기업들은 경기 침체기에 비용 절감을 위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둘째 핵심 요소는 기업의 시장 지위다. 경기가 좋을 때는 시장 선도 업체들이 후발 업체에 비해 수익·매출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시장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강화되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 지위가 쉽게 바뀐다.
 
이때 흔히 선도 업체만이 후발 업체를 압박하거나 인수해 시장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후발 업체 또한 경기 침체기의 압박을 얼마든지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일본 및 대만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파워칩-프로모스의 합병 발표는 소규모 업체들이 느끼는 대형화의 필요성과 그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려준다. 합병 후 탄생할 회사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반도체 회사로 부상할 것이다. 후발 업체의 합병이 업계의 경쟁 구도를 완전히 재편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 요소는 소비자 행동 양식이다. 경기침체기에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평상시보다 구매 패턴을 더 빨리 바꾸는 경향이 있다. 즉 더 싼 것을 찾고 때로는 필요한 재화라 할지라도 구매를 미룬다. 소비자의 이런 행동 변화는 기업들의 경쟁 구도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맥도널드는 최근 프리미엄 커피를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내놓았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스타벅스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시도한 맥도널드의 대담한 도전은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 1월 맥도널드의 전 세계 매출은 전년 동월비 7.1% 증가했다.
 
마지막 요소는 복잡성이다. 경기가 좋을 때 기업은 기능을 추가하고 옵션을 다양화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생산 라인을 확장함으로써 생산 과정과 조직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복잡성은 호황기에도 기업의 비용을 높이고 기민한 대응을 방해하는 요소다. 경기 침체기에는 복잡성의 단점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므로 이를 제거해야 한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미국 경쟁사에 비해 단순히 비용 면에서만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성에서 훨씬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 차가 미국 차에 비해 모델 종류와 옵션이 적고 같은 부품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혼다는 반나절이면 모든 종류의 ‘어코드’를 만들 수 있지만 미국 자동차업체가 일부 소형차의 모든 변형 모델을 제조하려면 무려 90일이 걸린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기 침체기가 기업 경영에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국내 할인점 업계의 강자인 이마트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핵심 요소에 주목한 기업들은 과거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익 및 매출을 크게 향상시켰다. 경기 침체기는 준비된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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