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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리더도 가끔 판단이 흐려진다

앤드루 캠벨 | 27호 (2009년 2월 Issue 2)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하루도 빠짐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그 중에는 사소한 결정도 있고, 집안일에 관한 결정도 있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전혀 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인생·생계·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수많은 결정을 내리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의사 결정에 관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고 좋은 의도를 가진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내린 매우 중요한 결정에 종종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임러벤츠의 최고경영자(CEO) 위르겐 슈렘프의 사례를 보자. 슈렘프는 사내의 반대 의사를 무시하고 크라이슬러와 다임러 간의 합병을 추진했다. 9년이 흐른 뒤 다임러는 사실상 크라이슬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 영국의 드러그스토어 체인 ‘부츠’의 CEO 스티브 러셀은 자사 매장을 경쟁업체들과 차별화하고 치과 진료 같은 새로운 건강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건강관리 전략을 도입했다. 그러나 정작 부츠의 관리자들은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부츠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이 무모한 전략 탓에 러셀은 부츠의 CEO 자리에서 예상보다 빨리 물러나야 했다. 미국 국토안보지휘센터 준장 매슈 브로더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무너지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보고할 책임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제방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2005년 8월 29월요일 저녁 상부에 제방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보고를 한 뒤 퇴근했다.
 
앞에서 언급한 책임자들은 모두 자신이 맡은 일에 적격이었지만 곧 문제가 될 결정을 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바로 ‘비슷한 실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이다. 본 연구진은 이 주제에 대해 지난 4년 동안 연구해 왔고, 깊이있는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신경과학이라고 불리는 분야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우선 의사결정이 내려질 당시 문제가 있었다고 느껴지는 83개의 사례를 수집했다.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연구진은 조직 내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의 잘못된 판단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때 실수를 저지르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어떤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는지 보고,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각 조직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안전장치를 도입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본 연구진이 제안하는 접근 방법을 2개의 선진 기업에서 어떻게 접목했는지 관찰한 뒤 결론을 내리려 한다. 이에 앞서 인간의 두뇌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지 알아보자.

 

 

두뇌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과정
사람은 대개 2가지 고유한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사람의 두뇌는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을 통해 현재 어떤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지 판단을 내리고, 기억 속에 저장돼 있는 감정적 애착(emotional tagging)으로 그 정보에 반응하거나 정보 자체를 무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 2가지 과정은 모두 신뢰할 만하다. 사실 패턴 인식과 감정적 애착은 모두 인류가 진화를 통해 얻은 산물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패턴 인식 및 감정적 애착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패턴 인식이란 최대 30개에 이르는 두뇌의 각 부위에서 정보를 통합하는 복잡한 과정을 뜻한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의 경험이나 판단을 기준으로 가정을 세운다. 그 때문에 체스 선수가 경기를 할 때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지금까지 반복돼 온 패턴을 분석하여 6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말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한 패턴 인식이 잘못된 판단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얼핏 과거와 비슷해 보이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닥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일이 있다.

 

 
메가톤급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당시 브로더릭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브로더릭은 베트남전을 비롯한 미국의 각종 군사작전 때 작전본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또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전에 국토안보지휘센터에서 수차례 허리케인 대처 작업을 지휘한 경험이 있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브로더릭은 중요한 사건에 관한 초기 보고 내용이 옳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즉 무작정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확실한 진실’을 파악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브로더릭은 해수면보다 낮은 도시에 허리케인이 몰아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다.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상륙한 지 12시간 남짓 흐른 8월 29일 밤 브로더릭은 대규모의 홍수가 발생하고 제방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17차례나 받았다. 한편 그와 동시에 상반되는 보고도 받았다. 미 공병단은 제방이 붕괴되고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했다. 같은 날 저녁 CNN은 뉴올리언스 프렌치 쿼터의 버번 가(街)에서 허리케인이 별 탈 없이 지나갔다며 파티를 벌이는 시민들의 모습을 방송에 내보냈다. 브로더릭은 패턴 인식 과정을 바탕으로 앞서 받은 17차례의 보고와 상반되는 미 공병단의 보고 및 CNN 보도가 진실이라고 여겼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브로더릭은 다음날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긴 해도 제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상황 보고를 하고 퇴근했다.
 
감정적 애착은 감정적인 정보가 기억 속에 저장돼 있는 생각 및 경험에 덧붙여지는 과정을 뜻한다. 감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무언가에 관심을 가질지 말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즉각 행동을 취해야 할지, 결정을 연기해야 할지, 싸워야 할지, 그 자리를 피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다. 뇌의 여러 부분 중 감정을 통제하는 부분이 파괴될 경우 감정적 애착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자. 신경과학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정을 통제하는 부분이 파괴되면 객관적 분석을 위한 역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도움이 안 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대개 패턴 인식뿐 아니라 감정적 애착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감정적 애착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1980년대 초 워드프로세싱 업계 최고 기업이던 왕 연구소의 사례를 보자.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이 왕 연구소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왕 연구소 창업자 왕안은 이 부문에서 경쟁할 만한 기계를 개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왕은 당시 IBM에서 출시한 개인용 컴퓨터가 이미 업계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음에도 독자적인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쪽을 택했다. 몇 년 후 몰락을 초래한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른 까닭은 바로 왕이 IBM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컴퓨터 업계에 몸담았던 초창기에 신기술을 개발한 왕은 이 기술과 관련해 IBM이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믿고 있었다. 이 같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왕은 정작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가 IBM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인데도 그 플랫폼이 IBM 제품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을 거부했다.
 
왜 왕의 두뇌는 실수를 잡아내고 그 실수를 바로잡지 못했을까. 가장 분명한 것은 바로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처리 과정 중 상당 부분이 무의식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힘든 것이다. 대개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결과를 눈으로 보고 나서야 개인의 머릿속에 내장돼 있는 소프트웨어상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브로더릭이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운 대로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카트리나의 경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실수를 돌이킬 수 없게 된 이후였다. 마찬가지로 왕은 자신이 내놓은 개인용 컴퓨터가 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뒤에야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내놓겠다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깨달았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사고가 한층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원칙대로라면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어떤 옵션이 있는지 살펴보고, 목표를 정의한 다음,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각의 옵션이 어떤 도움을 주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두뇌는 이 같은 원칙을 따르는 대신 패턴 인식을 이용해 상황을 분석하고 감정적 애착을 이용해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이 두 과정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사실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의 연구가 보여 주는 것처럼 인간의 두뇌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대안을 생각하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대해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다시 되돌아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본 연구진은 영국 소재 애슈리지대 경영대학원에서 여러 차례 연구한 결과 일단 결정을 내린 뒤에 그 결정을 번복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본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새로 개발된 기술이 특정한 기업에 사업상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사례를 제시했다. 오랜 시간 동안 분석한 끝에 이 같은 사실에 반박하면서 신기술이 해당 기업이 현재 시장에서 갖고 있는 독점적 위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 팀도 있었다. 반면에 재무모델 분석 결과 신기술을 도입하면 오히려 불이익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결론이 계속 나타남에도 결코 기존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팀도 있었다.

 

 
[HBR TIP] 이론의 적용
 
리더들은 눈앞에 닥친 상황에 내재된 패턴을 분석하여 신속한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해당 패턴과 연관되어 있는 감정적 애착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 대부분의 경우 이 과정은 원활하게 가동되지만 판단 자체가 한 쪽으로 치우치면 의사결정에 심각한 실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례 왕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할 때 창업자 왕안은 당시 IBM에서 출시한 컴퓨터가 이미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에도 독자적인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쪽을 택했다. 왕은 이전에 IBM이 자신을 속인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IBM과 관련된 시스템을 사용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아 이런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왜곡된 의사결정을 피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강화하려면 의사결정권자 가운데 누가 사리사욕, 감정적 애착, 잘못된 기억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구별할 수 있는 외부 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례 현재 인도 기업에서 화장품 사업부의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승진을 앞둔 한 여성 관리자가 부하직원을 자신의 후임으로 임명할지 여부를 고심했다. 이 여성은 그 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에게 느끼는 감정적 애착과 인사이동이 진행되는 동안 그 동료에게 한층 쉽게 업무를 위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자신의 판단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이 여성은 헤드헌터를 고용하여 자신의 동료가 갖고 있는 역량을 평가하고 사외에서 더 나은 후보를 찾을 수 있는지 알아봐 줄 것을 요청했다.
 
왜곡된 결정이 이루어질 위험이 높으면 의사결정 과정에 보호 장치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당사자에게 다양한 경험 및 분석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주어진 상황에 대해 토의하고 도전할 기회를 제시하며,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례 한 세계적인 화학기업의 회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중요한 전략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CEO에게 투자 은행가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어떤 옵션이 있는지 분석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위험 신호
훌륭한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까닭을 분석한 결과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리더는 모두 감정적 애착을 왜곡시키거나 잘못된 패턴을 보게끔 만드는 3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본 연구진은 이 3가지 요인을 ‘위험 신호의 조건’이라 부른다.
 
첫째인 동시에 가장 익숙한 위험 신호의 조건인 ‘부적절한 사리사욕의 존재’는 의사결정권자가 생각하는 각 정보의 감정적인 중요성을 왜곡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패턴을 인식하게 만든다. 연구 결과 의사나 감사 등 선의를 가진 전문가들조차 어떤 약을 처방할지, 감사 중에 어떤 의견을 내야 할지를 판단할 때 개인적인 욕심이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둘째 요인이자 첫째 요인에 비해 덜 익숙한 위험 신호의 조건은 바로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애착의 존재’다. 사람은 누구나 특정한 사람·장소·물건 등에 애착을 느끼며 이런 감정이 자신이 직면한 상황, 자신이 취해야 할 적절한 행동 등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간혹 경영인들이 자신이 몸담아 온 사업 부서의 매각을 꺼리는 사례가 있다. 이는 부적절한 애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 준다.
 
마지막 위험 신호의 조건은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기억의 존재’다.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기억은 현재 상황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기억을 뜻한다. 브로더릭이 해수면보다 낮은 도시에 허리케인이 몰아닥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별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기억으로 인해 중요하고 차별적인 요인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 경험에 관한 감정적 애착 탓에 지난 기억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에 유사한 경험을 할 당시 자신이 내린 결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면 차후에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 핵심적인 차이점을 간과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식품회사 퀘이커오츠의 윌리엄 스미스버그 전 회장이 바로 이런 일을 겪었다. 그는 퀘이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게토레이 인수 경험을 교훈 삼아 주스 회사 스내플을 인수했다. 게토레이와 마찬가지로 스내플도 퀘이커의 마케팅 기술 및 경영 능력이 더해지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차세대 음료 회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스내플과 게토레이는 많은 공통점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퀘이커는 스내플을 인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는커녕 이미 스내플이 갖고 있는 가치마저 파괴했다. 결국 스내플 인수는 스미스버그에게 최악의 거래가 됐다.
 
물론 이 연구의 일부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선입견을 갖고 있고 그 선입견이 의사결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련한 리더는 이미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진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두뇌가 작용하는 방식을 생각할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수를 포착하고 예방하는 책임을 전적으로 리더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편견을 야기할 만한 상황, 즉 위험 신호의 조건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계획적이며 구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룹 단위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추드리홀딩스의 화장품 부문 최고 책임자인 리타 차크라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이 사례 및 다음 사례에 등장하는 회사와 인명은 가명임을 밝힌다) 리타는 소비재 부문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자신이 맡고 있던 화장품 부문 사장 자리를 부하 직원에게 넘길지 사외에서 영입한 새로운 인물에게 넘길지 결정해야 했다. 이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위험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가. 리타의 감정적 애착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 원인은 바로 리타가 자신의 동료에게 합리적인 판단에 방해가 되는 애착을 갖고 있거나, 인사이동 과정에서 그 동안 자신이 맡았던 업무를 쉽게 위임할 수 있다는 부적절한 개인적 욕심을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타가 판단을 왜곡할 만한 애착을 느끼는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할지는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 의사결정 과정의 상당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리타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판단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뿐이다. 리타가 자신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타의 상사가 리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부적절한 애착을 느끼지 않거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누군가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리타의 상사가 될 수도 있으며 인사부문 최고책임자, 헤드헌터, 신뢰할 만한 동료일 수도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인물을 선정했다면 그 사람에게 리타의 생각과 반대되는 제안을 내놓고, 리타로 하여금 자신의 논리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옵션을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리타가 선호하지 않는 해결방안을 옹호하도록 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리타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위험 신호의 조건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헤드헌터에게 자신의 부하직원과 외부 인재의 역량을 각각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리타는 자신의 동료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무작정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기보다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한 뒤 결정을 내렸다.
 
연구 과정에서 상당수 리더들이 직관적으로 자신이나 동료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리더는 거의 없었다. 많은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막기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험 신호 조건을 인식하고 그 발생 가능성을 줄여 왜곡된 의사결정이라는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선입견에 맞서 싸워라
유럽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 글로벌 케미컬스(가명)의 한 사업부는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이 부서를 관리할 책임을 맡은 경영팀은 두 번이나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글로벌 케미컬스의 CEO 마크 타이젠은 여러 옵션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해당 사업부는 타이젠이 성장 전략의 일부로 여기는 중요한 사업부로, 지난 5년 동안 2차례의 대형 인수 및 4차례의 소규모 인수를 거쳐 탄생했다. 타이젠은 2차례의 대형 인수가 진행될 당시 인수 프로젝트를 직접 지휘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두 관리자를 직접 임명했다. 감독위원회 의장 올라프 그런웰드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부서에 대한 타이젠의 판단에 문제가 있지는 여부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런웰드는 타이젠의 생각을 뒤늦게 비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이젠의 생각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웰드는 우선 위험 신호의 조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위험 신호를 찾아내기 위한 자세한 과정은 HBR TIP ‘위험 신호를 찾는 방법’ 참조) 타이젠은 문제가 되는 부서를 직접 설립했으며, 이 부서에 대한 애착으로 인해 기존의 성장 전략을 포기하거나 자신이 직접 구성한 팀을 해체하기를 망설였을 수도 있다. 타이젠은 또 다른 사업부서가 성과 개선을 위해 힘든 시간을 거치는 동안 현지 관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패턴을 읽어내고선 무의식적으로 이번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쪽을 선호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다. 타이젠이 왜곡된 애착을 갖고 있을 수 있으며,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만한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런웰드는 의사결정 과정을 강화하기 위한 3종류의 안전장치를 고안해 냈다.
 
[HBR TIP] 위험 신호를 찾는 방법
 
위험 신호를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위험 신호를 발견해야 한다. 복잡한 상황에서 위험 신호를 인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 신호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7단계를 소개한다.
 
1. 옵션의 범위를 정하라 모든 옵션을 나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양 극단에 해당되는 옵션을 정의해 두면 도움이 된다. 어느 범위 내에서 결정을 내릴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나열하라 최종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관련된 사람이 한두 명에 불과할 수도 있고, 관련된 인물이 10명 이상일 수도 있다.
 
3. 어떤 의사결정권자에게 집중할지 한 명을 선택하라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그의 생각을 왜곡할 수도 있는 위험 신호의 조건을 파악하라.
 
4. 개인의 부적절한 욕심이나 왜곡된 애착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살펴보라 개인의 욕심이나 특정한 인물·장소·물건에 대한 개인의 애착으로 인해 의사결정권자에게 특히 매력이 있거나, 매력이 없는 옵션이 있는가. 의사결정권자의 이해관계나 애착이 주요 이해관계자의 목적과 상충되는가.
 
5.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억이 있는지 살펴보라 이 결정에는 어떤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는가. 각각의 불확실성과 관련해 의사결정권자가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억에 의존할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과거의 경험 가운데 잘못된 판단을 야기하는 것, 특히 강력한 감정적 애착으로 이어진 경험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지금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현재 상황에서 불합리한 과거의 판단에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6. 둘째로 중요한 인물을 대상으로 앞의 순서대로 다시 분석하라 상황이 복잡하다면 좀 더 많은 인물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발생 가능한 위험 신호의 목록이 길어질 수도 있다.
 
7. 지금까지 발견한 위험 신호 목록을 살펴보라 대개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두뇌의 패턴 인식 및 감정적 애착 과정이 특정한 옵션에 도움이 되는 쪽 또는 해가 되는 쪽으로 왜곡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하다면 안전장치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경험 또는 분석을 제공하라. 의사결정권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거나 문제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권자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 사례에서 그런웰드는 투자은행 측에 성과가 저조한 사업부를 매각한다면 글로벌 케미컬스가 어떤 이익을 얻게 될지를 타이젠에게 이야기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웰드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타이젠이 적어도 매각이라는 급진적인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타이젠이 이미 이 사업부 또는 이 사업부를 꾸려나가는 경영팀에 과도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일축할 만한 방법이기도 하다.
 
새로운 토론 과정을 도입하고 새롭게 도전할 일을 제시하라. 이 같은 안전장치를 설치하면 의사결정권자가 가진 선입견에 정면 대응할 수 있다. 관련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그룹의 권력구조가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이 방법이 가장 도움이 된다. 타이젠과 함께 일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긴 하지만 그런웰드는 경영진 내 다른 구성원들이 타이젠에 맞서 싸우기보다 타이젠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의 지휘를 맡고 있는 인물이 경영진의 일원이다 보니 열린 토론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래서 그런웰드는 자신과 타이젠, CFO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제안했다. 타이젠이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방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더라도 그런웰드와 CFO는 얼마든지 타이젠의 논리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토론을 펼쳐나갈 수 있을 터였다. 이와 더불어 그런웰드는 타이젠에게 모든 옵션을 분석하고 그 내용을 운영위원회에 보고할 수 있도록 최고 전략 담당자의 지휘 아래 소규모 프로젝트팀을 꾸릴 것을 제안했다.
 
강력한 지배구조를 도입하라. 고위 경영진으로부터 결정 승인을 받기 위한 조건은 마지막 안전장치다. 지배구조가 튼튼해진다고 해서 왜곡된 생각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곡된 생각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글로벌 케미컬스에는 감독위원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웰드는 자신이 감독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양쪽 모두에 몸담고 있는 만큼 감독위원회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웰드는 자신과 함께 감독위원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2명의 동료들에게 운영위원회에서 제안한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개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운영위원회에서는 해당 사업부를 무조건 매각할 것을 제안했으며, 감독위원회에서는 이 결정을 승인했다. 이 사업부를 매각하여 기대한 것보다 많은 돈을 거머쥘 수 있었고, 모두에게 매각이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글로벌 케미컬스의 회장은 의사결정 과정을 설계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 결정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무급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많고, 이런 경우에는 CEO가 개입을 할 수 없을 뿐더러 개입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미국의 대형 공공서비스 그룹 산하에 있는 서던 일렉트리시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서던은 3개의 운영부서와 막강한 권력을 지닌 2개의 기능부서로 구성돼 있었다. 규제가 바뀌어 가격 인상이 어려워지고 어쩌면 가격을 낮추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서던의 관리자들은 자본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총괄 책임자 잭 윌리엄스는 관리자들이 위험을 싫어하며, 최고의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때마다 장비를 교체하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심각한 정전 사고가 몇 차례 발생해 담당자들이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고 동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윌리엄스는 이런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자들이 최신 장비를 들이려고 열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윌리엄스는 이런 경험과 관련된 감정적 애착이 판단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해 윌리엄스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윌리엄스는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에 반대했다. 그는 자신이 지휘하는 경영팀과 모회사의 경영진 모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윌리엄스는 자사에서 이미 정밀 분석을 진행했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 분석을 하는 것도 거부했다. 윌리엄스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좀 더 원활하게 토론을 진행하고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윌리엄스는 자신과 CFO가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수백 개의 프로젝트에 각각 어떤 장점이 있는지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또 최종승인 단계에서 지금껏 해온 것보다 좀 더 일찍 의사결정에 문제를 제기할 만큼 자세한 내용을 알지도 못했다. 결국 윌리엄스는 각 사업 부서 및 기능 부서의 리더들을 모아 서로 상대방이 내린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도록 하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다. 윌리엄스는 자신이 고안해낸 이 과정을 강요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경영진과 공유하는 쪽을 택했다. 윌리엄스는 위험 신호의 언어를 사용하여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도 각 부서의 리더들에게 당면한 문제를 일깨워 줄 수 있었다. 윌리엄스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윌리엄스가 직접 힘든 결정을 내리는 데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자본지출이 기대 이상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두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이 나타날 수 있는지 예측하고 판단 오류가 생길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연륜 있는 회장의 지혜, CEO의 겸손, 조직 내에서의 견제와 균형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중요한 의사결정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위험 신호가 존재하는지 살펴보고, 위험 신호가 있다면 적절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는 게 좋다고 일러줘야 한다. 위험 신호가 전혀 없다면 균형과 견제가 훨씬 덜 필요하며, 관료주의도 줄어든다. 그리고 강력한 보호방안을 이용해 가장 위험에 처해 있는 결정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할애할 수 있다.
 
앤드루 캠벨(andrew.campbell@ashridge.org.uk)과 조 화이트헤드(jo.whitehead@ashridge.org.uk)는 영국 런던에 있는 애슈리지 전략경영센터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시드니 핀켈스타인(sydney.finkelstein@tuck.dartmouth.edu)은 미국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위치한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 교수이며 의 저자이기도 하다. 세 저자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판부에서 출간한 를 공동 집필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기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2월 호에 실린 애슈리지 전략경영센터 앤드루 캠벨 이사 등의 글 ‘Why Good Leaders Make Bad Decision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앤드루 캠벨 | - 영국 런던 아슈리지 전략경영센터 이사
    - <훌륭한 리더가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유와 이를 피하는 법(Think Again: Why Good Leaders Make Bad Decisions and How to Keep It from Happening to You)>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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