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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엔 ‘감성 리더’가 되자

박두진 | 22호 (2008년 12월 Issue 1)
불황기에는 감성이 지배한다
불황이 시작됐다.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경기 침체는 현실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부도설에 휩싸인 기업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 10년 전의 ‘조기퇴직 공고문’이 떠오른다는 이도 있다.
 
인간의 뇌는 본래 이성보다 감성에 더 빨리 반응한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DBR Tip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 참조) 이러한 현상을 통해 대니얼 골먼은 사고보다 감성이 빠르게 반응함을 파악하였다.
 
불황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이성보다 감성이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감성 지능이 담당하는 역할은 자극에 대한 공격 또는 회피의 즉각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처럼 합리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조직에서는 감성, 특히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성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공격 또는 회피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면, 감각기관은 해당 신호를 사고지능 영역인 대뇌가 아니라 신체 운동을 담당하는 척수나 소뇌로 보낸다. 이때 우리의 몸은 그야말로 ‘전투 태세’에 돌입해 직감적 반사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전투 모드’, 즉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기능이 방해를 받는다. 우리의 몸이 말초신경계의 감각 정보에 대단히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사람은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해석하려고 하는 합리적인 사고, 즉 사고지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감성 지능은 위험을 빠른 속도로 파악하고 반응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정확도 역시 떨어진다.
 
그러므로 조직에서 불안은 독(毒)이며, 바로 이런 점에서 기업은 조직원의 감성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DBR TIP]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
 
뇌는 크게 신피질(neo-cortex)과 변연계(limbic system)라고 하는 두 가지 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뇌 골격 안쪽에 있는 신피질은 주로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생각하는 뇌(thinking brain)다. 변연계는 신피질 안쪽에 있으며, 여기에 아미그달라라고 하는 정서를 총괄하는 신경중추가 있다.
 
뇌영상 연구에 따르면 특정 자극에 대한 인간 뇌의 반응은 신피질보다 아미그달라 등 정서를 담당하는 영역에서 몇 백배 빠르게 나타난다. 이것은 뱀의 사진과 같이 위협적인 자극뿐 아니라 환한 미소의 아기 사진 등 유쾌한 자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도 정서를 담당하는 부분이 몇 백배 빠르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시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정서 영역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다.
 
감정은 전염된다 감정이 전염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많은 심리학자는 우울증이 단순한 인지장애나 정서장애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전염병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전문적인 심리학자나 상담 전문가들이 우울증 환자를 만나 상담하다가 우울한 느낌을 갖는 사례도 흔하다. 자기 불신 및 비하, 무력감 등의 부정적 생각은 환자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전염된다.
 
감성 지능’을 발견한 대니얼 골먼 박사는 감정이라는 것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그는 인접한 사람들의 뇌영상 촬영을 통해 이들의 감정이 상대방의 감정 변화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감성 지능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되어 커뮤니케이션한다.
 
감성은 사고를 마비시킨다
조직원의 감성 관리는 리더의 태도 및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 직장인들의 감정이나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직속 상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사실은 굳이 이론적 배경이 없어도 누구나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알 수 있다. 상사의 미소는 직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그의 굳은 표정은 부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연말 평가가 시작되는 요즘은 직원들이 상사 눈치를 가장 많이 살피는 때다. 특히 세계적 경기 침체로 감원 및 감봉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사의 감정은 부하 직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DBR Tip ‘감정은 전염된다’ 참조)
 
반면에 상사의 웃음소리와 같은 정보는 공격·회피가 필요한 위기 상황이 아니라 일종의 전투 해제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 부하 직원들은 신체적 긴장을 풀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감성 채널에 주파수 맞추는 리더 되어야
기업의 리더는 경기가 어렵고 외부 상황이 나쁠 때일수록 더욱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다음의 5가지 항목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리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관리다. 조직원의 감성 관리를 위해 리더는 우선 자신의 표정과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부하 직원에게 어떻게 보여야 할 것’이라는 생각보다 ‘내가 현재 어떤 감정적 상태에 있구나’하는 것을 인식해야만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과 행동에 불일치가 나타나고, 이것은 고스란히 부하 직원들에게 전달된다. 불일치에 따른 불편한 감정은 조직원 전체를 동요시킬 뿐 아니라 그들의 합리적인 판단까지 방해한다. 실제로 짜증을 자주 내는 상사 주위의 직원들은 지능 지수가 원래보다 낮게 측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 번째 항목은 지시의 명확성과 정확한 기대 수준의 제시다. 리더는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의 방향성과 기대 수준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많은 리더가 급한 경우 업무의 앞뒤 배경은 다 빼놓고 필요한 일만 지시한다. 이런 경우 부하 직원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지둥하다 스트레스만 받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리더는 외부 환경이 어려울수록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와 정기적 대면 접촉을 통해 부하 직원들의 생각을 듣는 등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공감은 불신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 조직원들은 혼자가 아니라 하나의 팀이자 공동체라는 유대감을 갖는다.
 
네 번째 항목은 업무 결과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피드백의 공정성이다. 피드백의 이유가 정당하지 않거나,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기준이 바뀌면 부하 직원들은 상사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부당하게 대우 받고 있다고 생각해 업무 의욕도 떨어진다. 공정한 피드백은 부하 직원들에게 상사가 진심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부하 직원들에게 일에 대한 몰입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몰입감은 원래 ‘일하는 기쁨’의 동의어이며, 이는 불황기에 특히 중요하다. 불황기일수록 조직원들은 무기력하게 있기보다 상황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 회사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몰입할 업무를 부여하고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은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
 
진정으로 뛰어난 조직은 위기에 진가를 드러낸다. 이런 조직의 구성원들은 위험을 해쳐나가기 위해 긴밀하게 서로의 감성을 공유하며, 생존공동체라는 정서적 연결을 기반으로 불가능한 일도 척척 이뤄낸다. 리더는 조직이 이런 긍정적 분위기를 갖도록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당신도 이제는 ‘I can 리더’가 아니라 ‘We can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DBR TIP] 우리 기업 리더들의 서투른 감정 관리
 
자기 감정을 중심으로 타인을 관리하는 리더들 우리나라의 직장 상사들은 부정적 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권위를 세우거나 부하 직원들을 통제하려는 좋지 않은 경향이 있다. 후배에게 큰 소리를 냄으로써 긴장감을 조성하고, 인상을 찌푸린 채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불만을 표시하는 상사가 꽤 많다. 이들은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부하 직원 스스로 잘못된 것이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자신의 본뜻을 겉으로 표출하기보다 참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던 전통문화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본뜻을 숨긴 채 불쾌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조직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는 상사는 별로 없다.
 
실제 국내 기업의 중간 관리자와 고위직 임원 가운데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수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꽤 많다. 이들은 불안, 우울, 화 등을 통해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런 부정적 감정이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킨다는 것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왜 그러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이나 부하 직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할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짐작하거나, 타인을 어떻게 관리하고 조정할 것인가에만 집중한다.
 
불일치와 동기 저하 당연히 이런 리더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부하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 상사가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을 때 나오는 부정적 에너지는 직원들의 뇌에서 리더를 ‘위험’ 상황으로 등록시킨다. 부하 직원들은 리더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에 집중하며, 수많은 추측을 통해 나온 나름대로 이유 있는 해석과 설명을 통해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리더의 행동이 합당하고 이유 있는 행동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리더의 방향성과 가치관이 부하 직원들에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언행이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거나, 그 이유가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 부하 직원들은 ‘불일치’를 경험한다. 불일치는 곧 불만과 동기저하로 이어진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은 더 이상 리더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그저 지시하는 대로, 요구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행동할 뿐이다.
 
이렇게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감성이 퍼져 있는 상황이라면 부하 직원들은 합리적 사고를 하기 어렵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쉽다. 불황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가 생기면 자칫 기업에 치명적인 의사결정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헤이그룹 리더십평가팀 부장 컨설턴트로 재직하고 있으며, 머서 HR 컨설팅과 PSI 컨설팅에서도 일했다. 전문 분야는 핵심인재 및 역량 평가다. 역서로 <핵심 인재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Talent Edg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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