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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존중 관점으로 본 ‘세대 갈등 솔루션’

“직원들도 내 마음 같을 거라고요?”
다름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뉴노멀

김성남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존중은 업무 몰입과 소속감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존중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직장 내에서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지금 존중의 가치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리더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게 문제다. 그것이 ‘나’의 문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뒤집어 보면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직원들도 내 마음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둘째, ‘좀 더 잘해주면 되겠지’라는 오해다. 존중은 단순히 잘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잘해주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 직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느껴지면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셋째, 아랫사람에게 존중을 표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다. 존중은 무엇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존중으로 대하면 관리가 안 된다는 오해다.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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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출생자)는 풍자의 대상이 됐다.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방영 중인 SNL코리아 시즌3의 시트콤 ‘MZ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이 시트콤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Z세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통쾌하고 시원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한때 많은 조직이 Z세대 눈치를 보면서 그 세대를 연구하고 이해하고자 애썼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Z세대에 대한 연구든 풍자든 기본적으로 그 안에는 Z세대는 ‘다르다’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들여다도 보고 이해해 보려고도 하고 안 되면 풍자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바로 ‘존중’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존중(respect)’은 중요한 가치다.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일할 마음도 생기지 않고 조직에 융화하거나 성과에 기여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기업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처할수록 심해진다. 반대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상사와 동료를 신뢰할 가능성도 높고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되며 협업을 하는 데도 수월하다. 전반적으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조직은 건강하고 생산성이 높으며 외부 충격에도 잘 견딘다.

직장인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사에서 ‘존중’은 업무 몰입과 조직 소속감을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상사의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 대비 업무 몰입도가 92%, 조직 만족도가 89% 높은 반면1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직원의 80%는 불만을 곱씹게 되고 48%는 일부러 업무를 적당히 한다.2

비슷한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의료 기관 종사자 4500명을 대상으로 한 해외 조사에서 71% 응답자가 “막말과 폭언, 고압적인 행동이 의료사고로 연결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7%는 “상사들의 고압적이고 무례한 행동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환자 사망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3 ­존중의 문화가 부재한 가운데 무례한 행동이 의료 종사자들의 집중력을 저하시켜 사고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었다.

존중과 반대되는 대표적인 행동은 ‘무시(ignoring)’와 ‘비하(disrespect)’다. 이런 행동을 경험 또는 목격한 것만으로 사람은 위협을 느낀다. 위협을 느끼면 곧바로 편도체(amygdala)가 자극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혈관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진다. 흥분, 분노로 인해 심장에서 피를 세차게 뿜어낼 것을 예상한 행동이다. 이럴 때는 전두엽에 산소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기 때문에 이성적, 창의적 사고가 멈춘다.

존중은 언제나 중요했지만 지금 더 중요하다. 존중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존중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사회에 맞는 가치다.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삼지 말도록’ 한 칸트적인 윤리주의에 기반한다. 4 군주제, 식민통치, 군부독재 경험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면서 개인주의적 가치가 지배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2018년 조사에서 한국 사람의 93.4%가 “개인의 취향은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5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만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존중의 문화가 정착된 조직 구성원의 행동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업무 만족도와 조직 충성도가 높고, 부여된 업무 외에도 팀이나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기꺼이 한다. 리더의 지시를 잘 따르고, 다른 직원들과 협업도 잘한다. 같은 일이라도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하려고 하고, 그래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조직 생활은 업무(task)와 관계(relationship)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높은 연봉에 좋은 성과를 내도 관계가 나쁜(즉, 존중이 없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다. 존중이 부족하면 신뢰(trust), 자율(autonomy), 협업(collaboration)이 어렵다. 존중은 다른 관계 가치의 전제이고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서로 신뢰하지 않으면 의기투합해 뭔가 함께하기도 쉽지 않다.

존중으로 대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얘기하는 구성원들을 짜증스럽게 생각하는 관리자들이 있다. 열심히 하지도 않고 시키는 것만 겨우 해내면서 워라밸이나 챙기려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존중으로 대하냐는 것이다. 이런 리더들은 존중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존중은 당위적(무조건적) 존중과 획득적(조건적) 존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리더의 경우 획득적 존중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표 1)

건강한 조직 문화를 위해서는 당위적 존중과 획득적 존중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사람의 개성, 성격, 능력, 관계를 떠나서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것 하나만으로 존중으로 대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런 인식은 은연중에 말투, 행동, 업무 관계로 나타나고, 부하 직원과 동료들은 인정과 신뢰의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이 쌓이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지고, 이는 업무 몰입과 성과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존중하지 않는 행동은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시’당하는 느낌을 준다. 당위적 존중은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고 효과가 검증된 것이다. 예의를 지키는 것, 의견을 들어주는 것,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 등을 실천하는 것이다. 존중을 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존중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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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대 갈등이 세계에서 제일 심한 이유

지난 2021년 글로벌 조사 업체 입소스(Ipsos)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정책연구소는 28개국 성인 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갈등 인식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지지 정당’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등을 포함, 12개 갈등 항목에 대해 국가별 점수를 비교하는데 한국은 무려 7개에서 갈등 강도가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6 (그림 1) ‘세대 갈등’도 그중 하나다. 세대 갈등 문제는 우리 일터에서 익숙한 주제다. 최근 기업의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특히 신경을 쓰는 항목이기도 하다. 위의 조사에서 특이한 부분은 조사 대상국 평균과 한국 점수와의 격차가 가장 높은 갈등이 세대 갈등이라는 것이다. 조사 대상국 전체 평균은 46% 정도로 상대적으로 문제로 인식되는 정도가 덜한 반면 한국에서의 갈등 인식은 80%나 된다. 심지어 2위인 인도조차 갈등 인식이 61%에 그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이렇게 세대 갈등이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에서는 갈등 원인으로 ‘정시 퇴근’ ‘업무 지시’ ‘회식 문화’를 둘러싼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중요하게 꼽았다.7 2022년 한국리서치 조사는 ‘공통의 역사적 경험 부재’ ‘불황에 따른 경제적 갈등’ ‘정치적 이념 성향 차이’ ‘세대 간 소통 부재’ 등을 주요 원인으로 봤고 이 중 특히 ‘세대 간 소통 부재’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84.7%로 가장 많았다.8

‘갈등’은 ‘차이’에 기인한다. 하지만 차이를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한다면 심한 갈등은 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세대 갈등은 차이도 큰데다 이해 부족으로 인해 더욱 증폭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치나 종교적 차이로 인한 갈등은 피해버리는 방법이라도 있지만 세대 차이 때문에 직장 안에서 사람을 피해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들이 세대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임원과 관리자 대상으로 교육은 제법 했다. 하지만 리더십 교육 좀 했다고 해결될 갈등이었다면 애초에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런 교육의 내용을 들어보면 ‘젊은 친구들이 자기중심적이고 공정함과 칭찬에 목말라하니 어쩌겠나? 리더들이 좀 맞춰주고 성과를 내야지’ 하는 식이다. 이런 교육을 들으면 리더들이 세대 차이를 제대로 인식할까? 아니다. ‘왜 우리한테만 이런 교육을 하나? 세대 차이가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라는 얘기만 나온다.

세대 갈등을 ‘문제’로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문제’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누구의 잘못’인지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생각이나 행동, 가치와 취향이 다른 것이 꼭 문제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섣부른 가치 판단으로 다른 세대를 판단하고 교정하려는 태도가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방식과 절차가 자기중심적이라면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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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관련한 리더들의 4가지 오해

세대 갈등 이슈를 깊숙이 들어가면 ‘존중’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많은 리더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문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뒤집어 보면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존중과 관련한 대표적인 오해를 살펴본다.

1) 직원들도 내 마음 같을 것이다

첫 번째 오해는 ‘내 마음을 남들도 알 것’이라 믿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자기중심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기중심성은 누구나 있다. 관건은 깨달을 수 있는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자기중심성을 깨닫지 못하고 행동하는 것이 관계를 망친다고 경고한다. ‘나 정도면 존중으로 대하는 편이지’라는 생각을 깔고 대화를 하면 남한테 상처를 주면서도 정작 본인은 깨닫지 못한다. 앞서 입소스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은 다른 배경이나 문화,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관용적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긍정 응답률은 20%로 조사 대상 27개국 중 26위다. 자기중심성에 빠진 리더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관용적으로 이해해주지 않는다.

2) 좀 더 잘해주면 되겠지

세대 갈등이 심한 조직에서는 직원 퇴직이 빈번하다. 신입급 직원의 퇴사는 관리자로서 부담이다. 불만 요인을 파악하고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사직서를 내밀었을 때는 이미 결심이 굳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관리자는 이럴 때 ‘내가 평소 얼마나 잘해줬는데 서운하네…’라는 생각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존중은 ‘잘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의도는 좋지만 오해를 부르는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해주려고 하다 보면 때로 선을 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오히려 존중감을 해친다. 잘해주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 직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느껴지면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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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랫사람에게 존중을 표하는 것은 어렵다

존중은 긍정적인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보다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존중 행위다. 영역은 ‘물리적인 공간’ ‘업무 권한’ ‘호칭’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직원 마음속에 “이건 내 거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불쾌해” “난 당신의 종이 아니야”라는 목소리를 이해해 주는 것이 존중의 출발이다. 물리적, 심리적 공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류학과 앨런 맥펄레인 교수는 “우정은 존중과 예의에 기초한다. 밀접함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일정한 거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라는 느낌은 소속감과 친밀감을 주지만 지나치면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공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4) 존중으로 대하면 관리가 안 된다

실제로 상하 관계일지라도 존중으로 부하를 대하면 직원들은 ‘위계’의 무게를 덜 느낀다. 그런데 존중을 ‘제로섬(zero-sum)’으로 생각하는 리더는 이렇게 수평적인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중의 가치에 대한 리더들의 회의적 통념을 보여준 설문 결과가 있다. 응답자의 25%가 “내가 예의를 차려서 행동하면 사람들이 나를 리더로 여기지 않을 것”, 40%는 “예의를 차려서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9 부하들과 신뢰 관계를 평소 잘 쌓아놓은 리더들은 이런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작다.

존중이 당연한 조직이 뉴노멀이다

우리나라 관리자들에게 존중은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존중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일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 생활 갓 시작한 젊은 직원들에게도 존대를 해야 하고, 워라밸까지 챙겨주고, 코칭도 하라고 하니 억울하다는 마음이 든다.

존중한다는 것은 남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를 때도 싫은 내색을 하거나 지적을 하지 않는 정도의 ‘쿨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이 왜 다른지 굳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까지 발휘해 이해하려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아, 다르구나’ 하고 인정하면 충분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젊은 직원들 위주로 맞춰주면 너무 응석받이가 되는 것 아니냐?” 맞다. 그런 직원들도 있을 수 있다. 잘해주는 것도 모르고 기고만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존중한다는 말은 ‘어른’으로 대하는 대신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다. 결국은 조직 내에서의 책임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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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감을 주기 위한 열 가지 실천 팁

존중은 ‘관계 가치’다. 조직 안에서 사람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관계 속의 상호작용을 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높은 연봉, 좋은 복지, 최고의 근무 환경을 갖춰도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존중을 해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면 존중감은 물 건너간다. 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대단한 인사 제도를 갖추고 캠페인을 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구성원들과 함께 업무하고 생활하면서 지킬 것은 지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실천이 훨씬 중요하다. 관계 속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다루는 공식이 있을 수는 없지만 리더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열 가지 팁을 공유한다.

● 귀 기울여 듣기- 직원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좋은 의견을 내면 고맙다고 하자. 행복한 삶의 조건을 연구해온 하버드대 정신과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행복의 결정 요인은 관계’라고 강조하며 좋은 관계는 대화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특히 경청을 강조하는데 누군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준다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직원의 말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기본이다.

● 잘한 것은 인정- 직원이 능력을 발휘했거나 노력을 기울였을 때 ‘잘했다’고 인정하자. 맡은 일을 잘하는 건 월급 받는 직원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대한 칭찬을 안 해주면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돈과 섹스보다 더 원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인정과 칭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젊은 직원들은 인정이나 칭찬을 받지 못하면 불안해 하는 경우도 많고 칭찬에 인색한 상사는 냉담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완전하게 위임하기- 직원이 책임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업무를 확실하게 위임하자. 위임은 믿음이고, 믿음은 존중이다. 많은 관리자가 자신은 위임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지시’를 ‘위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위임을 하려면 ‘완전한 위임’을 해야 한다. 잘게 쪼개기보다 통으로 책임을 주고, 한 번 위임한 것은 거둬들이지 않도록 한다. 실무적인 의사결정은 스스로 하도록 하고 잦은 경과보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것이 완전한 위임이다.

● 투명한 정보 공유- 기밀 정보를 제외한 모든 업무 관련 내용은 투명하게 모두 공유하자. 전통 조직의 리더는 고급 내부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권위를 유지했다. 정보를 독점하면 권위를 얻는 대신 직원들의 자발성을 잃는다. 부분적으로만 알려준다는 것은 직원을 믿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은 투명한 정보 공유를 철칙으로 삼는다. 회사 실적, 향후 계획, 당면 과제 등을 알리고 함께 토론한다. 투명하게 소통하는 만큼 가십과 뒷담화는 줄어든다.

● 반갑게 인사하기- 출근해서 직원과 마주치면 모른 척하지 말고 반갑게 인사하자. 관계에서 인사는 최소한의 예의다. 직원이 먼저 인사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거나 무덤덤하게 지나치면 상대는 ‘나를 무시하나?’ 생각할 수 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고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은연중에 사이도 멀어지고 마주치지 않으려고 직원들이 피해 다닌다. 상사는 인사를 하지 않고 받아만 주는 것 또한 군림하는 문화의 특징이다.

● 근거 없는 의심하지 않기- 확실한 근거도 없이 직원의 능력이나 의도에 대해 의심하지 않도록 하자. 능력과 성과에 대해 불신받는 것처럼 자존감 떨어지는 일도 드물다. 역량이 미덥지 못한 직원이라면 뽑지 말아야 하지만 일단 뽑았다면 믿고 기회를 줘야 한다. 직원이 만들어 온 결과물에 대해 하나하나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증거다. 직원의 자존심에 상처만 주고 관리자 자신의 신뢰도 함께 잃기 쉽다.

● 미세 관리 안 하기- 직원의 업무 활동을 하나에서 열까지 미세 관리(micromanaging)하지 말자. 미세 관리하는 사람은 모든 이메일에 수신자로 되어 있고, 남이 한 일을 편집하느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으며, 직원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 불안하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정신적으로 질식한다. 구글(Google) 관리자 십계명 중에 첫 번째가 “미세 관리하지 마라”인데는 여기엔 이유가 있다. 미세 관리를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 갑질은 금물- 부적절한 언행으로 직원들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자. 갑질은 자신의 지위나 권한을 이용해 상대에게 부당한 행위나 요구를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통칭한다. 폭언, 폭행, 성희롱처럼 명백한 갑질도 문제지만 자신은 나쁜 의도가 없다고 강변해도 직원들은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욕설이나 심한 말, 모욕적인 지시, 허드렛일시키기, 따돌리기, 무리한 업무량 강요, 회식과 음주 종용 등이 대표적이다.

방치하지 않기- 직원의 정당한 불만, 우려, 고민을 외면해 ‘방치됐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자. 관리자로서 마땅한 수준의 도움도 주지 않고 직원을 냉담하게 대하면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데 ‘고립’은 생존 위협을 야기하는 조건이다. 고립감이 비만보다도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가 있고, 멘토링을 충분히 받는 직원들일수록 존중감을 느낀다는 연구도 있다. 고립감을 느끼는 구성원이 없도록 일대일 미팅 정도는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 차별하지 않기- 개인적 선호나 관계의 친소 등에 따라 직원을 다르게 대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차별은 존중감을 해칠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차별 행동으로는 부당한 승진 배제, 동일 업무에 대한 급여 차별, 휴가 및 복지 사용 불이익, 출산 및 육아 등을 이유로 한 퇴직 종용 등이 있다. 관리자의 차별 행동은 갈등과 사내 정치를 조장하고 사기를 저하시킨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의 존중감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 김성남 김성남 |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hotdog.kev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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