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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셀프 리스킬링 어떻게 해야 하나

리더에게도 스킬 강화가 필요한 시대
전문 분야도 바꿀 각오로 민첩성 탑재해야

이형종 | 333호 (2021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개인이 보유한 직무 기술과 역량이 가치를 잃게 되는 ‘스킬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킬갭은 개인 입장에서는 당장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위기다. 개인 차원에서 스킬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변신 자산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변신 자산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큰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 변화해 나가기 위한 자산을 뜻한다. 변신 자산을 쌓기 위해서는 학습 민첩성을 높이고, 경험의 폭을 넓히며, 객관적 인식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패턴 인식 능력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패턴 인식은 실패 체험을 빠르게 해석하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조직 내 직장인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꼭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조직 내 디지털 기술 활용이 확대될수록 기술에 익숙지 않은 인력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인력 입장에서 자신이 현재 보유한 스킬과 조직이 앞으로 필요로 하는 스킬 간의 갭(GAP)을 메우지 못할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개인 차원에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라이프 시프트(Life Shift)』의 저자 린다 그래튼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무형자산을 생산성 자산, 활력 자산, 변신 자산으로 나누고 무형자산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자산이라고 말한다. 생산성 자산은 생산성 향상과 커리어 상승에 도움이 되는 자산으로 스킬과 지식, 네트워크, 평판을 말한다. 활력 자산은 심신의 건강, 건강한 생활, 친구와 가족 등의 관계를 말한다. 변신 자산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큰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 변화해 나가기 위한 자산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경영 환경의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극대화되는 시기에는 변신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변신 자산을 키울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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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민첩성을 높여라

경영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는 ‘학습 민첩성’이 중요하다. 민첩성(agility)이란 원래 ‘기민하고, 빠르고, 민감하다’는 의미가 있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경영과 조직의 기민성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VUCA 시대에 급변하는 환경에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빠르게 학습하고, 적용하고, 학습을 더욱 가속화해 조기에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기민성이 필요하다.

학습의 민첩성이 강한 사람은 호기심이 강하고, 안정적인 환경보다 새롭고, 모호하고, 복잡한 환경을 좋아한다. 인간관계에서 동질성과 조화보다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한다. 과거의 성공을 지속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도전 의욕이 강하다. 달성할 수 있을 듯한 목표보다 목적과 위대한 비전에 따라 유연하게 목표를 확장해간다.

20세기 대부분의 기업은 정직과 성실성을 갖춘 인재를 높이 평가했다. 직원 중에서 소위 ‘튀는 사람’은 관리자로 승진할 때 유력한 후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VUCA 시대에는 ‘튀는 사람’이 리더로 등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성실하고 숙련된 업무 수행과 전문성보다 민첩한 학습 능력을 갖춘 리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 직장인은 어떻게 학습의 민첩성을 높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보자. 한 전기 업체의 영업기획팀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K 씨는 일상적으로 더 좋은 영업 전략이 있는지 등을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찰한다. 보직, 즉 맡은 일과 관련된 업무 수행은 전체 업무의 70% 정도로 배정하고 영업 부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추진 방법, 고객 체험(CX)을 높이는 마케팅 기법 등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데 나머지 시간을 투입한다. 공식적•비공식적 정보 루트를 이용해 수시로 정보들을 탐색하고 검증하며 일하는 것이다. 가설을 탐색•검증하는 단계에서 그 일의 ‘의의’를 주변 동료와 상사에게 전달하고 사람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업무 제안서를 만들 때 상사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만약에 그 제안이 거절당하더라도 바로 포기하지 않고 개선 의견과 정보를 더해 보완해 나간다.

이때 업무의 시각을 외부로 돌리는 것도 중요하다. 소속된 회사에서만 한정된 직원들과 일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같은 업종, 같은 회사의 상사와 동료들을 놓고 보면 사물을 보는 관점이나 정보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문 분야의 트렌드와 전망 등 폭넓은 관점을 얻고 객관적으로 업무 능력을 점검하려면 안테나를 외부에 둬야 한다. 업무 관련 외부 세미나, 전문가 교류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업계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임에도 참석하면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평소 취미 활동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시야를 키우는 것도 새로운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경험의 폭을 넓혀라

현재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경영자들은 30∼40대에 업무상 아수라장 같은 혼란을 경험해본 것이 커리어 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커리어 개발에 효과적인 경험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조직 컨설팅 업체 콘페리(Korn Ferry)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성과를 내는 경영자는 다음과 같은 업무 경험을 갖고 있었다.

ㆍ새로운 서비스 또는 제품의 기획, 새로운 조직과 사업의 론칭
ㆍ조직과 사업의 폐쇄와 매각, 해외 근무
ㆍ사업 실적 부진 조직 운영, 사업 실적 개선, 돌발적인 사업 위험 대응
ㆍ대규모의 사업상 거래와 노동 조건의 교섭
ㆍ전사적 개혁 프로젝트, 장기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과제 해결

혼란스런 상황을 경험하는 일은 도전의 연속이다. 극복할 때까지 실패를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 과정에서 만나는 실패는 성공의 최고 재료라고 생각해야 한다.

실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간접적인 학습도 있다. 그런 사람은 어떤 상황을 경험하고, 어떻게 느끼고, 어떤 판단과 결단을 내리고, 결국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는지 들어보는 것이다. 그때 자신이라면 어떻게 느끼고, 어떤 판단과 결단을 내렸을지 실감을 갖고 경청하면 큰 지혜를 익힐 수 있다.

일정 연령을 넘으면 조직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뛰는 ‘플레이어 인재’보다 내부 조직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인재’로서 능력을 요구한다. 많은 한국 기업은 아직 연령을 기준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순환 보직 제도로 직책을 맡기고 있다. 한 조직에서 예컨대 10년 동안 혼란스러운 경험과 시행착오를 하면서 한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40세가 될 때까지 묵묵히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한다거나 큰 실수 없이 맡은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는 업무 자세로는 VUCA 시대에 대비한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없다. 회사에 요구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깊은 전문성을 쌓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전문성을 얻을 수 있는 근무 조건을 요구하고 주변에 알리고, 평소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을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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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인식 능력을 키워라

역할 인지라는 말이 있다. 역할 인지란 집단 속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 역할 인지 방식 중에 의무적 역할 인지와 자발적 역할 인지가 있다. 의무적 역할인지는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쁨을 찾는 유형이다. 자발적 역할인지는 스스로 역할을 설정하는 유형이다.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것을 수행할 때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전문 분야를 선택할 때만큼은 자발적 역할인지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커리어 방향과 일할 영역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현재 잘나가고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장래에도 그 분야의 업무 경력이 계속해서 잘나갈지 역시 아무도 모를 일이다. VUCA 시대에 기존의 익숙한 영역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전문 분야의 미래상을 살펴보고 그 미래 모습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전문 분야를 바꾼다. 기존의 경험과 지식 기반을 활용해 다른 전문성을 개척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변화가 격심한 VUCA 시대에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런 시대에 상사가 자신의 일을 챙겨주고 적합한 직책으로 발탁해줄 것이라고 전제하면 매우 위험하다. 이제는 스스로 커리어 전략을 세워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개인의 커리어 전략을 세울 때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관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관찰은 자기 인식과 상황 인식으로 행할 수 있다. 자기 인식이란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다. 상황 인식은 자신이 타인에게 주고, 반대로 타인에게 받는 영향의 범위와 강도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다.

주관적으로 자신을 올바로 인식하면서 동료와 상사, 부하, 배우자 등 타인이 주는 객관화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주관과 객관의 차이가 있다면 이를 수정해나가야 한다. 즉 일상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받는 피드백을 절호의 성장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국내 기업에서 인재 육성 목적의 다면 평가를 늘리고 있지만 상사나 동료가 솔직하고 진지하게 피드백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상사는 성과가 좋지 않은 부하를 온정적으로 대응한다. 예기치 못한 인력 구조 조정 상황이 발생해서야 이 직원의 문제를 거론하고, 나쁜 평가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물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로 물어본다면 어떤 상사라도 기꺼이 조언을 해줄 것이다.

업무뿐 아니라 인생의 문제에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귀중한 존재다. 그런 사람을 주변에 두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아보길 권한다. 귀가 따가운 말은 소중한 성장의 씨앗이 된다. 타인의 피드백을 성장의 귀중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얻으려면 자신을 외부에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자신의 평판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상황 인식은 직장 환경에 대한 통찰력이다. 뛰어난 리더는 자신의 강점을 언제, 어떻게, 누구를 통해 조직에 발휘할지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한다. VUCA 시대에는 조직의 운영 형태도 바뀌고 있다. 경직된 계층형 조직을 탈피해 목적을 공유하는 프로페셔널 조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고, 조직의 핵심 인재는 누구이고, 자신의 강점은 어디에서 살릴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통찰력을 가질 때 자신에게 적합한 커리어 전략을 세우고 원하는 커리어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커리어 전략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단순히 소속된 회사 이름과 직책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전문 영역 또는 사회(회사)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패턴 인식 능력을 높여라

스타트업 지원 업체인 ‘창업연구소(Found Institute)’는 창업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5년에 걸쳐 2만 명의 창업자에게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들 창업자가 운영하는 기업의 성과를 추적하고 분석했다. 분석 내용을 보면 놀라운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 기술 분야의 창업자 연령은 젊을수록 유리하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높은 사업 성과를 낸 창업자는 회사에서 10년 이상의 업무 경험과 전문 지식이 있는 베테랑이 많았다.

또한 우수한 창업자와 IQ(지능지수) 사이에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은 머리가 좋고 비즈니스 능력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우수한 창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IQ가 아니라 ‘패턴 인식’이었다. 패턴 인식이란 실패 경험을 빠르게 해석하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 경험이라면 똑같은 성공을 반복하기 위한 구조를 빠르게 만들어 내는 스킬이다. 우수한 창업자들은 이런 패턴 인식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논리만으로 사업의 성공이 결정되지 않는다. 시대를 불문하고 우수한 리더는 성공과 실패의 배후에 있는 공통적인 패턴을 간파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산만하게 보이는 현상을 추상도를 높여 관찰하고, 공통적인 법칙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이른바 직감 영역이다.

사업이 형태를 이루는 과정은 0에서 1을 창출하는 과정, 1에서 100으로 확대되는 프로세스로 구분된다. 창출된 1의 아이디어에 대해 재현성이 있는 패턴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100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조직에서 직책이 높아지면 성질이 다른 복수의 사업을 횡단적으로 관리할 상황이 온다. 그렇다면 현재의 전문 영역 외의 다른 업무에도 관심을 갖고 능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패턴을 올바르고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은 의사결정의 정밀도와 속도를 높인다. 지금은 개별 현상 자료에서 공통성을 찾아내고, 이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대다. 패턴 인식 능력은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기반으로서 모든 직장인이 갖춰야 할 조건이다.


이형종 웰스에듀 전문위원(경영학 박사) acemn0406@hanmail.net
필자는 KDI국제정책대학원 석사, 홍익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FPSB,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등을 거치며 고령화 이슈에 대한 연구와 실무를 경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집필과 강연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개인에게는 100세 시대를 향한 커리어 비전과 변신 전략을, 국가에는 장래 초고령 사회의 바람직한 청사진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서 뛰고 있다. 저서로는『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역서로는 『빅시프트』가 있다.

DBR mini box: 효과적 리스킬링 위한 HRD의 과제
학습 결과에 대한 두려움 먼저 없애줘야

자동화와 AI 기술 도입은 일하는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에 따라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스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변할 것이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그림 1]처럼 현대 조직에서 주로 사용되는 5가지 스킬 영역을 정의하고 2030년까지 요구되는 영역별 수요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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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전체적으로는 스킬 변화에 따른 체계적인 업스킬, 리스킬 지원을 위해 2018년부터 ‘공통 업무 상향 평준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전사적 관점에서 스킬 세트의 재정비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스킬 교육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콘텐츠는 디지털 기반으로 구성돼 콘텐츠에 대한 접근 용이성을 높였다.

제조업은 가까운 미래에 조직 내 스킬의 불균형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군으로 구성원들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기주도적으로 경력 개발을 위한 스킬을 향상할 수 있는 육성 체계 수립 및 적절한 리소스들을 제공해야 한다. 스킬의 불균형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 분석 분야가 기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업스킬해야 될 영역으로 외부 채용과 내부 육성의 균형적인 확장이 필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LG화학 역시 이러한 데이터 분석 스킬의 내부 육성을 위해 ‘DX Academy’라는 전문가 육성 플랫폼을 2020년 구축해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에서는 육체적으로 힘을 쓰거나 매뉴얼에 따른 단순 작업에 필요한 스킬이 전체 산업군의 2배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장 직원들의 리스킬 전략 또한 시급한 상황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에 비해 제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런 스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생산성의 함정(the production myth)’에 빠지게 되는 셈인데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른 기술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짐을 뜻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리스킬 및 업스킬 전략은 사업 전략 수립과 면밀하게 연계해 수행돼야 한다.

리스킬링/업스킬링을 위한 HRD의 과제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은 단순히 HRD 조직만의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리더십의 역할이나 전사적인 직무 재교육 방법 등을 논의하기 전에 HRD 조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1) 업무 확장 : ‘탤런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새로운 관점에서 교육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교육 담당자의 업무에 대한 정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교육 담당자들은 더 이상 교육 프로그램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활용 가능한 리소스 중 하나일 뿐이다. 70대20대10의 법칙에서 보듯이 교육 담당자가 제공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실질적으로 현업에 도움을 주는 비율은 고작 10%다. 그것도 잘 운영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왜 그 10%를 위해 거의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하고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이제는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수행 지원(Performance supporting)’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 업스킬, 리스킬을 위한 ‘레고형 교육 체계’ : 현재의 교육 방식은 인간발달이론에서 기인한 것으로 개인을 상당히 유아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사회생활을 위해 배워야 할 실용적인 지식은 철저하게 배제되기 때문에 우리는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기업에서도 교육 체계, 역량 세분화라는 명목으로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고는 구성원들에게 수준에 따른 단계별 교육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교육 체계 를 따른다면 특정 지식을 전문가 수준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10년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는 기존의 필수 교육 체계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레고형 교육 체계를 운영하며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레고형 교육 체계는 수준별 단계를 그려주는 것이 아니라 현업의 전략 과제 수행에 필요한 스킬들을 자기주도적으로 선정해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준별 교육을 차곡차곡 받아 직무 역량을 단계적으로 쌓아간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사원이 갖춰야 할 역량과 대리가 갖춰야 할 역량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제부터는 직원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이슈나 과제를 선정하고 그것의 해결에 필요한 교육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레고 블록을 만들어 가도록 도와야 한다.

3) 교육 혁신 : 서울역에서 강남역까지 차로 운전해 출퇴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1단계는 지속적으로 반복 운전을 하면서 도로를 기억해 학습할 수 있다. 2단계에서는 더 이상 도로를 기억할 필요가 없다. 종이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을 수 있다. 3단계에서는 더 이상 지도를 보는 번거로움 없이 GPS를 활용한다. GPS는 현재 위치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자율주행이다. 이제 운전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다. 기업에서 운영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사실 대부분 1단계다.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단계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학습 고도화는 [그림 2]와 같이 인지적 학습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교육 담당자들은 교육 이외의 다양한 리소스를 활용해 교육 자체에 대한 의존성과 필요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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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풀(Pull) & 푸시(Push) 방법 : 학습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관심과 흥미가 있다면 교육 담당자들은 학습에 필요한 리소스만 제공하면 된다. 단순한 책자나 자료, 구글의 동영상도 충분히 매력적인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결국 풀(pull) 교육 환경이란 점진적으로 교육을 줄여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풀 방식에서 교육 담당자의 핵심 역량은 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관심과 흥미를 찾아내고 리소스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푸시형 교육 방식이 필요한 시기는 개인의 관심사와 필요성이 떨어지는 맥락에서의 교육 방식이다. 학습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서 관심과 흥미가 없다면 그들에게 리소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안전에 대해 관심이 없는 학습자에게 단순히 절차나 규정 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행동이 바뀌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교육 담당자들은 학습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경험(시뮬레이션, 스토리텔링 등)을 제공하는 교육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5) 스킬의 선순환을 위한 학습 문화 구축 : [그림 3]은 1914년도 미국의 난방 제조 업체의 조직도다. 지금 우리 회사의 조직도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다. 만약 100년 전의 시계나 탁자, 옷이나 집 등을 보여주고 지금의 것들과 차이가 있는지를 구별하라고 하면 아마도 바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조직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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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의 학습 문화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은 구성원들이 업무 시간 외에 자기 시간을 투자해 늦은 시간까지 암기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학습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결과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문화적 수용성이 높아야 한다. 이러한 수용성 없이는 조직의 학습 문화를 키워나갈 수 없다. 조직 전체가 리스킬링, 업스킬링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학습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오승민 LG화학 러닝이노베이션 팀장 twins@lgchem.com
필자는 부산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교육학과 석사를 수료한 후 미국 퍼듀대에서 인사 전공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LG화학 러닝이노베이션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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