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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Resource

심리적 안전감만으론 적극적인 발언 보장 못해

김명희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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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Distinguishing voice and silence at work: Unique relationships with perceived impact, psychological safety, and burnout.”(2021) by Sherf, E. N., Parke, M. R., & Isaakyan S..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4(1): pp.114-14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기업들이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침묵(silence)’의 개념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침묵은 조직이나 팀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 제안, 생각, 질문, 우려 등을 책임자에게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 행위를 일컫는다. 문제를 발견했을 때 목소리를 내는 것이 비난이나 처벌로 이어지는 심리적으로 불안전한 조직 분위기 아래서 구성원들은 침묵을 선택한다. 반면 ‘발언(voice)’은 조직이나 팀의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업무 관련 아이디어, 제안, 우려, 의견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문제 해결이나 혁신 창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행위를 뜻한다.

침묵과 발언 간의 개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침묵이 줄어드는 것’과 ‘발언이 증가하는 것’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 평소에는 적극적으로 발언하지만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들도 있어 둘을 서로 다른 독립적인 개념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침묵과 발언 두 가지 모두 사람들이 부정적인 업무 환경을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우려나 하고 싶은 말을 자주 억제하는 것은 소진(계속되는 직무 관련 스트레스로부터 발생하는 부정적인 심리 경험)이나 태업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동시에 발언을 많이 하는 것이 이러한 부정적 경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침묵과 발언이 조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두 개념은 혼용돼 사용돼 왔고, 기존의 실증 연구들은 개념적 모호성과 연구방법론적 한계로 인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이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펜실베이니아대,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공동 연구진은 ‘침묵 감소’와 ‘발언 증가’가 서로 연결된 개념이 아니라는, 즉 발언과 침묵이 서로 다른 독립적인 개념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핵심 이론으로 ‘행동활성화 체계(Behavioral Activation System, BAS)’와 ‘행동억제 체계(Behavioral Inhibition System, BIS)’를 사용해 억제된 행동적 반응인 침묵과 활성화된 행동적 반응인 발언의 심리적 기제 차이를 설명하고자 했다. 또한 발언과 침묵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촉발돼 어떤 다른 결과를 야기하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행동이 바람직한 기회나 보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인식인 ‘인지된 영향력’과 ‘심리적 안전감’을 선행 요인으로, 번아웃을 결과 변수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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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선행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과 미국에 소재한 기업의 정규직 대상의 종단연구(interval-contingent panel study)를 통해 발언과 침묵이 서로 다른 개념임을 밝혔다. 또 두 변수 간 상관관계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도 독립적임을 밝혔다.

또한 발언은 인지된 영향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침묵은 심리적 안전감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자신이 영향력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긍정적인 결과에 도달하고자 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행동활성화 체계가 활성화돼 발언과 같은 접근 경향성 행동을 하게 된다. 심리적 안전감은 직원들이 조직 환경을 얼마나 위협적으로 인식하는지에 관한 개념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상황에서는 공포, 우려, 걱정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 상태에 휩싸여 처벌 등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요인들로부터 멀어지려는 행동억제 체계가 활성화된다. 결과적으로 부정적 상황, 위협, 사회적 배제, 실패를 피하는 목적으로 회피 중심적 행동인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침묵은 발언에 비해 번아웃과 더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종업원들이 아이디어나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 자신이 믿는 것과 실제 행동과의 불일치가 생겨 긴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동억제 체계가 자주 활성화될수록 피로, 스트레스, 긴장이 늘어난다는 선행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발언과 침묵의 속성에 대한 오랜 이견과 개념적 모호함에 대해 두 개념은 서로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리더가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면 조직 구성원들의 침묵이 줄고, 결과적으로 팀이나 부서의 혁신이나 성과에 도움이 되는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본 연구는 침묵과 발언이 서로 독립적인 심리적 기제에 의해 촉발되기 때문에 침묵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의 높은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경영자와 리더는 발언하지 않거나 발언이 적은 직원이 일부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는 직원은 숨기는 게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직원들이 외부로 보이는 행동은 개인적인 생각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직원들은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하면 의견을 활발히 제시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침묵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종업원들이 리더에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여전히 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감안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의 것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인지된 영향력과 심리적 안전감 모두 건설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고,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게 하는 데 필요한 요소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보상과 성공을 경험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발언 행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위험하거나 예민한 문제를 이슈화해 제거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도 형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복적인 침묵이 조직이나 팀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조직원들을 번아웃에 빠뜨려 업무 몰입 감소, 태업, 심리적 웰빙 감소 등 인적 자원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이때 번아웃은 발언 기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으므로 발언과 침묵을 결정짓는 종업원 개개인들의 여러 요인(외향성, 신경증, 긍정성, 리더십 등)에도 보다 광범위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명희 인피니티코칭 대표 cavabien1202@icloud.com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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