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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外

고승연 | 238호 (2017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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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 영국 왕세손과 덴마크 왕 부부가 일본에 방문했을 때 얼마 없는 ‘자유 일정’ 중 유일하게 본인들이 직접 찾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DBR을 비롯한 국내 여러 경영전문지와 케이스스터디에서도 다뤄진 이 츠타야 서점의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지난 10년간 기록한 경영일기 중 정수만을 모아 책으로 냈다.

츠타야 서점은 오프라인 상점의 전 세계적 불황 속에서 ‘나 홀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서점으로, 일본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의 전국 브랜드다. 약 115㎡(35평)의 작은 대여점에서 시작해 현재 일본 전역에 1400개 매장을 갖춘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저자의 경영일기는 그 어떤 화려한 모델과 기법으로 성공공식을 설파하는 논문이나 책보다 더 깊고 잔잔한 울림을 준다. 고객에 대해 고민하고, 비즈니스의 본질을 생각하며, 때론 ‘대박’을 내고, 때론 주춤하면서 한 발 한 발 성공의 길을 걸어온 최고경영자의 단상, 고민, 철학과 각오가 오롯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경험을 파는 공간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를 놓고 저자가 일기에 적은 글을 보자. 직접 경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면 잡아낼 수 없는 통찰이 담겨 있다.

“만들면 손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게 생기면 반드시 손님은 온다. 와도 손해 보지 않는다. 아니 오지 않으면 손해가 된다고 생각할 만큼의 기획이 필요하다. 안 오면 손해일 정도의 기획을 
1㎝ 단위로 쌓아올리지 않으면 일부러 찾아와주는 공간이 될 수 없다”(2016년 7월, “혼은 디테일에 머문다” 中, p241)

1호점이 성공한 이후 의욕적으로 만든 2호점의 실패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곱씹어볼 만하다.

“츠타야는 히라카타에 1호점을 만들고 많은 고객의 성원에 힘입어 그 기세로 두 정거장 떨어진 고리엔에 2호점을 열었다. 하지만 이 매장은 대실패. 왜 고리엔점은 실패했을까? 아마도 1호점의 성공 경험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2014년 10월, “2호점이 실패하는 이유” 中, p56.)

이 책은 일기를 그대로 출판한 것이기에 글의 호흡이 전반적으로 짧고 여백이 많다. 마치 경영의 ‘시집’을 읽는 기분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넘기면 1∼2시간에 다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CEO의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가슴을 치는 한마디 한마디에 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없다. 페이지마다 남겨진 수많은 여백에 당신의 경영철학을 함께 채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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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란 자원을 버리지 않고 순환적으로 활용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아마도 다수의 독자들은 ‘윤리적인 혹은 친환경 관련 이슈일 뿐 경제성장이나 비즈니스와는 무관한 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지금의 이런 생각들이 조만간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 예측한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모델인 ‘채취-제조-폐기’의 선형경제 시스템은 한계에 다다랐고, 순환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에 지속성장의 돌파구가 돼 줄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들은 앞으로 250년간 지구촌은 순환경제로 전환하며 글로벌 생산과 소비방식에서의 대변혁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순환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엄청난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 현재의 폐기물을 경제적인 부로 바꿔 얻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가치는 2030년까지 4조5000억 달러, 2050년까지는 2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미래, ‘순환경제’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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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자를 찾아나서는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아이템은 둘 중 하나다. 챗봇 관련 서비스이거나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다. 챗봇은 그나마 인공지능을 통해 고객접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콘셉트 자체가 명확하고 이해하기가 쉬운 편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코인투자 시장’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게 사실이다. 첨단 기술, 인터넷에 비할 정도로 세상을 바꿀 혁신기술이라는 말을 듣고 책을 사서 뒤적거려 봐도 어려운 기술용어에 치여 그냥 덮어버리고 만다. 이 책은 컴퓨터공학 전공 출신 현직 개발자와 서양 철학을 전공하고 개발자로 일하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썼기에 가장 깊게 기술의 본질을 설명하면서도 기술용어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기술 그 자체에만 매몰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광범위하면서도 세부적으로 검토하면서 블록체인으로 인해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그려낸다. 블록체인의 개념부터 이 새로운 혁신기술이 만들어낼 변화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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