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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 外

조진서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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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집중 좀 하면서 일하고 싶다는 직장인들이 많다. 상사들 지시받으랴, 부하들 일 똑바로 하는지 관리하랴, 동료들의 잡담 들어주랴 시간을 다 보내고 나면 정작 내 일을 할 시간은 별로 없다. 결국 오늘도 야근이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건강만 나빠진다. 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내는 1%의 인재들은 다르다. 그들은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과감하게 상사/부하/동료들과의 인간관계를 포기한다. 자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저자 칼 뉴포트는 MIT에서 인공지능 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이런 고성취자들의 특징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관찰한 한 젊은 교수는 SNS를 사용하지 않았고 모르는 사람의 e메일엔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몇 시간씩 가만히 칠판이나 허공을 응시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더니 1년간 논문 16편을 쓰더라는 것이다. 이런 ‘딥워크(deep work)’ 스타일은 주로 과학자, 장인(匠人)처럼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깊이 몰입해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많은 관리업무를 대체하게 되고 중간관리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을 만큼 똑똑해져야 한다. 똑똑해지려면 집중해야 한다. 딥워크다.

집중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중이 잘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당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요즘 대기업들이 큰 실수 세 가지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칸막이를 없애고 개방형 사무실을 쓰게 하는 것. 둘째, 사내 온라인 메신저를 켜놓게 하는 것. 셋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사용을 방치 혹은 장려하는 것. 이 세 가지 ‘마약’만 끊게 하더라도 조직의 생산성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주장한다.

더 나아가 e메일도 줄일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매일 회사에서 주고받는 e메일 수십, 수백 통 대부분은 시간 낭비다. “의견 있으면 주세요”와 같은 식의 개방형 질문을 붙이는 것도 나쁜 습관이다. 그냥 의례적으로 쓴 말이더라도 읽는 사람의 두뇌 안에서는 답을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딥워크 고수들은 애초에 남들이 자신에게 e메일을 보내기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e메일 주소를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하더라도 “답장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어둬서 상대의 의지를 미리 꺾어두는 것이다.물론 이 책의 조언을 100% 받아들여 당장 내일 아침부터 도인(道人)처럼 살긴 어려울 것 같다. 아직 인공지능 시대는 오지 않았고 중간관리직급이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직장에서, 업무에서 타인과의 소통은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다. 또 SNS와 e메일을 확 끊어버리기도 찜찜하다. 이런 도구를 영리하게 잘 써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어쨌든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인터넷과 SNS 같은 사회적 도구들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장단점을 냉정히 따져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간안배 규칙을 정해야 한다. 이 정도는 기업에서도 당장 시작해볼 만하다. 매일 특정 시간대엔 e메일과 사내 메신저 사용, 그리고 회의를 금지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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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학에 소속된 심리학자들은 실험참가자를 모집해서 실험하지만 로버트 치알디니는 학교 밖으로 나가 영업사원처럼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조사기간은 3배 정도 더 걸렸지만 다른 학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생생한 사례들을 모아 책으로 펴낼 수 있었다. 그 책 <설득의 심리학>은 200만 권 이상 팔렸다. 저자는 우리도 치알디니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요구받는 것 이상의 노력을 들여서 개인의 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한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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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가이드북이다. VR(가상현실) 콘텐츠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카메라로 촬영한 실사 영상을 쓰는 게 좋을까? 제작은 어디에 가서 의뢰해야 할까? 360도 동영상 촬영은 필수인가? 이렇게 실무자들이 궁금해 할 질문들에 답해준다. 또, VR 상용화에 앞서가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례와 주변 기기들을 소개해준다. 영상을 너무 사실적으로 만들 경우 보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피하는 방법, 관광/부동산/스포츠 업계에서의 VR 콘텐츠 이용법 등이 인상적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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