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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의 뒷면’ 사업아이디어를 시각화하라

김정수 | 10호 (2008년 6월 Issue 1)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냅킨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입가에 묻은 음식 닦기, 종이꽃을 접어 연인을 즐겁게 하기, 위급할 때 반창고 대신 사용하기 등등 수천 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냅킨에 휘갈긴 그림이나 메모가 성공적인 사업의 실마리가 되는 사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항공업에서 엄청난 성공을 일구어낸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1967년 소규모 항공사를 운영하다 실패한 롤린 킹은 사업 정리 작업을 도와주던 변호사 허브 켈러와 식사 도중 냅킨 한 장을 뒤집어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당시 모든 항공사가 앞 다퉈 도입한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대도시를 거점으로 항공기를 운항하고, 소도시에 가는 승객은 대도시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게 하는 시스템) 모델과 정반대 되는 ‘소도시 직항’ 모델이었다. 성공을 직감한 두 사람은 1971년 드디어 첫 비행기를 띄웠고, 오늘날 시가총액 10조 원의 거대 기업을 키워냈다.
 
Visual Thinking의 중요성
냅킨의 뒷면(The back of the napkin)’은 비즈니스에 있어서 그림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 이른바 visual thinking의 장점과 방법론을 상세히 소개한 책이다. Visual thinking의 장점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예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데에 국한되지 않는다. Visual thinking은 문제의 이해와 아이디어 창출 과정에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력을 적절히 자극하는 좋은 수단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차트와 도표를 포함한 보고서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다른 모든 방법론과 마찬가지로 visual think-ing 또는 이를 이용한 보고서 작성에도 원칙과 요령이 필요하다.
 
첫째, 항상 시작은 ‘큰 그림’에서 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private equity)와 석유산업에 관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들의 시야는 놀라울 정도로 넓었다.
 
남들이 지난 6개월의 유가(油價)를 조사하고 내년의 가격 흐름에 집착할 때, 이들은 탐사에서 주유소까지 석유산업 전체를 포함하는 가치사슬을 먼저 그렸다. 그리고는 “육지의 매장량이 고갈되면 심해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심해 석유개발 설비 업체들이 궁극적으로는 유망한 투자처가 아닌가?” 하는 식으로 접근했다. 창고 세일을 위해서 모든 물건을 늘어놓듯이 관련된 모든 요소를 하나의 그림 위에 그려보는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린 후에는 과감하게 그림 중에서 집중할 곳을 정해야 한다. 석유 산업이라면 탐사가 유망할지 주유소가 유망할지 등이 ‘포커스’가 될 것이다. 포커스를 정하는 것은 기업 전략에서 특히 중요하다. 최근 기업 경영진의 의견을 들어보면 과거에 비해 보고서가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말을 자주 한다. 바로 포커스가 없다는 뜻이다. 그림에 원근법이 있듯이, visual thinking에서도 두드러져야 할 부분을 명확히 강조해야 한다.
 
이때 기본적인 생각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 육하원칙이다. 만약 석유산업에서 ‘탐사’를 사업 분야로 선정한다면 육하원칙 중 ‘무엇’에 해당한다. 어떤 경우에는 ‘올해 말에 진출해야 한다’와 같이 ‘언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고, ‘A사와 함께 진출해야 한다’처럼 ‘누구와’가 핵심적인 경우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력’
그 다음은 visual thinking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력’이다. 여기서는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며, 어떤 요소가 가장 결정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아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는 정형화한 도표와 차트를 무조건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맞춤화된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
 
기업 인수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예로 들어보자. 기업 인수를 결정할 때는 보통 인수 기업의 과거 수 년간의 수익성, 피인수 기업과 선도 업체의 수익성 비교, 산업 자체의 평균 수익률 등을 참고한다.
 
보고자는 이중에서 어떤 것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가장 적합한 지표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가령 인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 수익률이 이미 결정된 상황이라면 피인수 기업 자체의 수익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 경우 과거 수 년간 이 기업의 영업 이익률, 자산 수익률, 자본 수익률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된다. 다른 기업 대비 경쟁력이 가장 우려되는 요소라면 상대적인 우열을 강조할 수 있는 차트가 필요할 것이다.

사고 시각화의 5가지 원칙
한편 ‘냅킨의 뒷면’은 사고의 시각화를 다섯 가지 차원(원칙)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다섯 가지 차원은 단순화할 것인가, 상세화할 것인가(Simple/Elaborate), 정성적으로 설명할 것인가, 정량적으로 설명할 것인가(Qualitative/Quantitative), 목표점을 보여줄 것인가, 과정을 보여줄 것인가(Vision/Execution), 대상 자체를 볼 것인가, 다른 것과 비교할 것인가(Individual/Comparison), 변화를 추진할 것인가, 현재를 진단할 것인가(Change/Status Quo)이다.
 
Visual thinking의 마지막은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단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그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같은 경영진이라 하더라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의 관심사는 매우 다르다. CFO는 계량적인 수치에 관심이 있는데 비해, COO는 인력 배치와 평가에 관심이 더 많을 것이다. 보고서 작성의 최종 단계에서는 보고의 대상(audience)에 따라 육하원칙과 다섯 가지 차원을 적절히 조합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사람은 평생 동안 자신의 뇌가 가진 잠재력의 10%도 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잠재력은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지적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 동안 재무, 전략의 다른 이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visual thinking의 잠재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유치원에서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손 들라고 하면 모두가 손을 번쩍 들지만, 중고등학교에서는 미술을 전공하는 몇몇 학생만 손을 든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에게 잠재된 이 능력을 일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산업자원부 사무관으로 국제통상 및 기획예산 담당으로 일하다 2001년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금융, 소비재, 물류 부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김정수 | - (현)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부사장)
    -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 산업자원부 사무관
    jungsu.kim@gscalt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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